읽어보면 이 기자도 <네멋...>에 상당히
빠져있는거 같네요.
은근히 <순.대>를 비꼬는거 같은 어조도 그렇고...
(근데 <네멋>에 인기연기자가 그렇게 많나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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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한 청춘, 한판 붙었다
수목 드라마로 맞대결 펼치는 문화방송 <네 멋대로…>와 SBS <순수의…>
전형성을 벗어던진 캐릭터와 대사로 승부하는 청춘물 <네 멋대로 해라>.
세련된 기성품 같은 청춘멜로 <순수의 시대>.
‘네 멋 보니, 순수 보니?’
이런 질문을 주고받는 사람이 많아졌다. 드라마의 맞불 편성이 통상적인 브라운관에서 늘어 시청자는 ‘어떤 메뉴를 고를 것인가’를 놓고 갈등하게 마련이지만 이번 경우는 좀 별나다. 수요일과 목요일 밤 10시대에 자리잡은 문화방송 미니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인정옥 극본, 박성수 연출)와 SBS 드라마스페셜 <순수의 시대>(이정선 극본, 김종혁 연출)는 시청자에게 한층 더 선택의 긴장감을 요구하고 있다.
두 드라마는 같은 날(지난 3일), 같은 시각 출발선을 끊었다. 게다가 청춘물이란 공통적인 외양 아래 젊은 혈기의 인기 연기자를 많이 동원해 치열한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초반성적도 팽팽하다. <순수…>가 <네 멋…>을 2% 정도 앞질렀지만, 시청률 조사기관의 오차범위 등을 고려하면 백중세나 다름없다.
<네 멋…>과 <순수…> 오차범위 접전
개인적으로도 아직 ‘왔다갔다하는’ 시청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닮은 듯 다른 두 청춘물이 제각기 탄탄한 극적인 요소로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 멋…>의 20자 줄거리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소매치기의 생애 마지막 사랑이다. 그런가 하면 <순수…>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춘남녀의 엇갈린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네 멋…>에서는 양동근·이나영·공효진·이동건 등이, <순수…>에선 고수·박정철·김민희 등이 청춘의 다양한 초상을 체현한다.
언뜻 연기자의 면면만 보면 갓 잡은 생선처럼 팔딱거리며 인생의 황금기를 찬양할 것 같다. 그러나 두 드라마는 상처입은 청춘의 여린 속살에 주목하고 있다. 남녀 주연은 하나같이 모성(또는 부성) 결핍증을 앓고 있다. <네 멋…>의 ‘복수’(양동근)와 <순수…>의 ‘태석’(고수)은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에 대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애증을 표현한다. 복수는 자신을 별로 반기지 않는 어머니한테 찾아가 소매치기로 얻은 돈다발을 안기는가 하면 아버지가 다른 남동생에게 극진하게 형노릇을 하며 채워지지 않는 근원적 애정을 갈구한다. 반면 어릴적 어머니의 불륜현장을 목격한 태석은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사랑(여자)을 믿지 않는다”는 방어기제로 표출한다.
복수는 소매치기로 지갑을 털다가 만난 ‘경’(이나영)이란 인디밴드 키보디스트에게 첫눈에 반하고, 생애 마지막일지 모르는 사랑을 시작한다. 그에게 경은 어머니 같은 구원 대상이다. (채널을 돌려) 태석은 고교시절 ‘지윤’(김민희)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을 열지만 그것 또한 생채기로 남는다. 지윤을 좋아하는 친구가 자신과 지윤의 관계를 안 뒤 세상을 떠나자 태석은 친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지윤 곁을 떠난다. 7년 뒤 태석은 지윤과 재회한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이번에도 지윤은 절친한 친구인 ‘동화’(박정철)의 애인이 돼 나타난다.
경과 지윤, 그리고 동화 역시 온전하게 어버이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인물들이다. 경은 걸핏하면 손찌검을 하는 졸부 아버지를 두었고, 지윤은 재혼한 어머니에게 버림받았으며, 동화는 권위적인 재벌 아버지에게 반감이 있다. <네 멋…>의 경과 <순수…>의 동화는 공통적으로 아버지에게 내놓은 자식취급을 당하면서도 록음악에 몰두하며 자신만의 자유로운 세계를 구축한다.
기성층의 불완전함을 비추며 청춘 군상에 우울한 색채를 입힌 두 드라마는 세대 간의 단절, 젊은 그들의 정체성 혼란 등 이 시대의 균열을 반추하게끔 유도한다.
<네 멋…>과 <순수…>는 닮은 뿌리가 있지만 상반된 화법으로 제 갈길을 간다.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갈릴 법하다. 먼저 기성품의 안정감과 익숙함이 좋으면 <순수…>가 적합하다. <순수…>는 뮤직비디오 같은 매끈한 영상 아래 운명적인 재회담, 아슬아슬한 삼각관계 등 멜로극의 공식을 뻔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엮어간다. 잘 생기고 매력 있는 청춘스타의 이른바 ‘어깨에 힘이 들어간’ 연기도 매혹적으로 포장돼 소녀 취향의 감성을 자극한다.
<네 멋…>은 독특한 맛이 있다. 이 드라마의 낯선 향기는 중독성이 강한 반면 외면당할 소지도 있다. 전형성에서 벗어난 캐릭터들이 당돌하게 튄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1회에서 복수는 출소하자마자 자신을 검거한 담당형사를 찾아간다. 형사 앞에서 그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더니 “나, 정달(형사 이름)이 만났어. 낫살 깨나 먹은 게 승질은 여전히 빠시시하다”며 맘껏 조롱을 퍼붓는다. 날이 잔뜩 서 있는 이 드라마의 가차 없는 대사는 귓전을 물샐틈없이 파고든다.
특기사항은 코믹화법을 구사하는 가운데 가슴을 아리게 자극하며 감정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점이다. 이 드라마를 감상하다 보면 실실 웃다가도 돌연 코 끝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울컥 솟는 감정의 급격한 파고를 경험할 것이다. 한 시청자는 “방송이 끝난 뒤엔 어김없이 소주와 담배를 찾는다”는 소감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다른 화법, 튀는 캐릭터 vs 매끈한 영상
<네 멋…>은 장면마다 역설적이다. 복수는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의사와 엉뚱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소매치기인 자신의 지갑을 턴 나이든 소매치기에게 “인제, 이렇게 살지마. 이게 뭐냐? 후지게. 젊은 놈한테 반말이나 들어가면서”라며 훈계한다.
무엇보다 죽음을 앞둔 절망의 순간에 스턴트맨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경에게 몰두하는 복수의 모습은 눈물나는 아이러니다.
작가의 세밀한 캐릭터 구축과 상황 설정, ‘복수’와 일심동체를 이룬 양동근의 호연 등이 돋보이는 <네 멋…>은 한마디로 청춘물의 신선한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멋…> 대 <순수…>는 색깔 다른 청춘물의 맞대결이란 측면에서 앞으로도 계속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될 전망이다. 부디 바람이 있다면 두 드라마가 늑장 대본과 초치기 제작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뒷심이 달리는 미니시리즈물의 관행을 답습하지 말고 지금 그대로의 완성도를 유지하면 좋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