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윗세오름에서 삼별초의 말발굽 소리를 듣다

[쇠못별]

     6월2일, 한라산의 철쭉꽃을 볼 욕심으로 전주토요일산악회를 따라 한라산에 갔다

     하지만 한라산 철쭉은 인고의 침묵 속에 싸여있을  뿐...열흘 뒤에나 만개할 것이라 한다

     철쭉은 보지 못했지만 하늘과 이어지는 광활한 초원길은 하염없이 걷고 또 걸어도 마냥 좋았다

     어리목에서 윗세오름을 지나 영실로 내려가는 코스는 편안하고 환상적인 풍광이 이어졌다 

      어리목에서 출발

      어리목 등산로 초입에는 많은 버스와 등산객들이 뒤엉겨서 혼잡하였다

      우리는 조별로 반찬 한 벌, 생수 2병, 맥주 한 캔씩 받아서 배낭에 넣고 출발하였다

      지난 겨울에 왔을 땐 백색공화국이었는데 5월의 어리목은 울창한 녹음으로 변해 있었다

      윗세오름 가는 모노레일

      윗세오름까지 컵라면을 실어나르는 차량이 모놀레일 위로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지난 겨울에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친구들과 함께 먹던 컵라면의 맛이 되살아나서 목이 말랐다

       사제비동산의 젊은 미소

       간밤에 마셨던 소맥의 후유증으로 속이 좋지않아 힘들게 사제비동산까지 올라갔다

       여기서부터 비로소 시야가 탁~ 트이면서 광활한 초원이 눈을 행복하게 하였다

       전주토요일산악회에는 이렇게 젊고 어여쁜 처자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썩~ 좋았다

       해발 1,500m의 바람

       등산로 양쪽에는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난장이조릿대가 무성하였다

       억센 바람과 지독한 추위에 시달리면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은 모습이 외경스러웠다  

       해발 1,500m에 다다르니 귓전을 스치는 바람이 달콤하고 선선하다

       바람 없는 섬이 있으랴만, 제주는 바람을 도외시하고는 그 풍경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만세동산에서 만세를 부르다

       만세동산은 해발 1,600m 높이로서 거침없이 뻗어내린 고산 평야지대에 있다

       분화구가 U자형 체와 같은 망체오름 위에 있는 동산이다

       소나 말이 방목되던 시절 테우리(목동의 제주방언)가 망을 보던 곳이라 하여 '망동산'이라 하였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만세동산'이란 이름으로 굳어졌다...하옇든 회장님은 만세동산에서 만세를 불렀다

        삼별초의 발발굽 소리를 듣다

        만세동산에서부터 널판지로 만든 하늘산책로가 1km이상 이어졌다

        막힌 담도, 막힌 산도 없이 망망한 초원이 펼쳐지고 길이 끝나는 곳에 하늘이 있었다

        삼별초군이 여몽 연합군에게 쫓기다가 이 근방의 붉은오름에서 자결로 생을 마감하였다

        하늘길을 걷는 동안 삼별초군의 한많은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는듯 하여 귀가 아팠다

        한라산 약수로 목을 축이다

        윗세오름에 거의 다다를 무렵 병아리 오줌 같은 물이 흐르는 샘터를 발견하였다 

        서너사람이 앞에 있었지만 오래 기다려서 기어코 한모금을 얻어 마셨다

        하지만 샘물은 미지근하고 맹숭맹숭하여서 별 감흥이 없었다        

       윗세오름(1,700m)에 오르다

       우리 일행은 윗세오름 표지석 앞에서 감동적인 인증샷을 마쳤다 

       붉은오름. 누운오름. 새끼오름이라는 세 오름을 묶어서 윗세오름이라 부르고 있다

       이미 많은 등산객들이 대피소 앞의 너른 광장에서 점식 심사 중이었으나 우리는 돈내코 쪽으로 내려갔다

        한라산에서 스톤헨지(Stonehenge)를 보다

        스톤헨지(Stonehenge)는 영국의 솔즈베리 부근에 신석기인들이 만든 거석 기념물이다

        푸른 초원으로 이루어진 산 등성이에 놓여있는 검은 바위들은 스톤헨지 못지 않게 장엄하였다

        각양각색의 풍광을 보여주는 한라산은 올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백록담 남벽 앞에 서다

        백록담 남벽에 가까이 다가가니 용암이 격렬하게 흘러내린 자국이 선명하였다

        그 옛날 용암이 솟구치는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앞에 있는 남벽을 넝머서면 백록담인데 갈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갈 수 없는 백록담이에 더욱 애틋하고 아련한 그리움으로 가슴을 적셔왔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점심을 먹다

       백록담 남벽 앞에서 발길을 돌려 다시 윗세오름대피소로 나왔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우리 6조 사람들을 찾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기대를 가지고 회장님과 내가 가져온 반찬통을 열었으나.. 이게 무슨 변고일꼬? 

       두 개가 모두 같은 돼지불고기였다(난감^*^)

       그래도 이곳 저곳에서 김치를 얻어다가 꾸역꾸역 밀어넣었더니 배가 불렀다

       게으른 까마귀

       점심 식사를 하는 주위에서는 살찐 까마귀들이 꽉꽉꽉~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너희들만 먹지 말고 자기들 먹을 것도 좀 남겨달라는 신호였다

       손쉽게 얻어먹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게으른 까마귀들은 이미 동맥경화증에 걸려 있었다

     기생화산, 오름을 지나다

     제주 어디를 가나 오름이 없는 곳이 없다.

     제주사람들에게 오름은 숱한 전설을 낳은 신앙의 원천이고, 소나 말을 방목하는 삶의 터전이다

     그리고 항몽, 항일, 4.3항쟁으로 이어지는 저항의 근거지였으며, 죽어서는 산담에 묻히는 영혼의 안식처다.

     제주 사람들의 심성처럼 부드러운 선을 가진 오름을 지나 영실 쪽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뒷모습이 아름답다

       앞모습에 취해 걷다가 잠시 뒤돌아보았더니 지극히 아름다운 광경이 보였다

       우람한 남벽과 푸른 초원, 앙증스런 난장이조릿대 그리고 사람들이 멋진 경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치 한라산의 거대한 자궁 안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노루샘에 노루는 없다

       노루샘 일대는 ‘산상의 정원’ 이 펼쳐진다.

       해발 1,700m에 펼쳐지는 고산습지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노루샘은 한라산에 사는 뭇 생명들의 목을 축여준다.

       심한 가뭄 때가 아니면 연중 물이 흐르는 샘물은 꿀처럼 달다. 그 물 앞에선 모든 생명이 평등하다.

       그러나 노루샘에는 노루가 없고 사람들만 북적거린다 ㅋㅋㅋ

        구상나무는 한국인을 닮았다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제주도, 지리산, 덕유산 등지에서만 자란다

        늘 푸른 작은 키 나무, 구상나무는 생김새나 크기가 한국인을  많이 닮았다

        영실로 내려가는 등산로 주변에는 산 나무 반, 죽은 나무 반으로 채워져 있었다

       사제비동산 가는 길가에

       넋이 나간 고사목(枯死木)

       죽어서도 미래를 사는 고집

       살아서 청청했다

       죽어서 꼿꼿한 뼈대

       마른 주먹엔 무엇을 쥐고 있을까 ...........이생진의 詩 <한라산 고사목> 부분

       병풍바위에서 마음의 병풍을 걷다

       한라산 전체를 병풍처럼 에워싸기라도 하듯이 거대한 바위가 나타났다

       나무 데크를 하나하나 내려설 때마다 기기묘묘한 경치를 보여주는 한라의 속살이 경이로웠다

       병풍바위 앞에서 미운 사람, 싫은 사람, 나쁜 사람을 향해 세웠던 마음의 병풍을 걷어버렸다

       하지만 하산하면 다시 마음 속에 병풍이 세워지는 게 인간의 나약함이고 치부다

        한라의 철쭉은 아직도 침묵 중이다

        한라의 철쭉은 인고의 침묵 속에서 이제 개화를 준비중이다

        올해는 늦추위가 길어진 탓에 앞으로 열흘 뒤 쯤이나 필 것 같다고 한다

        키 작은 조릿대와 어우러진 피빛 철쭉을 기대하고 왔는데 여간 섭섭하지 않았다

        영실기암 오백나한

        한라산 서남쪽 기슭에 있는 영실에는 수많은 기암괴석이 늘어서서 절경을 이룬다.

        수백개의 돌기둥이 능선을 따라 장엄하게 하늘로 치솟아 있어 마치 오백나한을 마주하는듯 하다.

        이러한 절벽과 바위들을 제주 사람들은 오백장군, 또는 오백나한이라고 부른다

        비가 올 때는 바위 사이로 거대한 폭포가 만들어져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회장님이 오백나한을 지휘하는 대장군처럼 위대해 보인다 ㅎㅎㅎ

         영실에서 몸을 풀다

       영실(靈室)은 ‘산신령이 사는 방’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신령스러운 제주 3대 성지중 하나이며, 예로부터 영험한 기도처로 여겨져 왔다

         영실 코스는 1990년대까지는 한라산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던 코스였다

         현재는 어리목 등산로와 마찬가지로 정산인 백록담 출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코스다  

         이곳에서 얼굴을 씻은 뒤, 시원한 캔맥주를 하나씩 마시고 내려갔다

       드디어 하산 완료다

       영실휴게소에 2.3km를 걸어 내려가야 주차장이 있다

       지친 등산객들을 실어나르는 총알택시들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였다

       부르튼 발을 찬물로 씻고 기념품으로 받은 새 양말을 신으니 기분이 좋았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안주와 술을 배터지고 먹고 자다가 놀다가 자정 무렵에 전주에 당도하였다

[푸른솔]

한라산의 풍광이 사진 마다 잘 담겨있네요.
오름과 까마귀 영실쪽 병풍바위 모노레일 마치 제가 한라산에 있는 느낌입니다.

[물안개]

신록의 빛깔과 싸나이들의 늠늠함이 어우러져 한라가 빛이 납니다.
이맘때쯤 저두 한번 도전해 보구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