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120km 서남쪽에 위치한 2천du sus 역사의 고풍스런 중세도시 모스타르(Mostar)는 발칸전쟁의 역사적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다. ‘스타리모스트’라 불리는 오래된 다리는 원래 나무로 된 다리로 네레트바 협곡을 사이에 두고 있던 카톨릭 마을과 이슬람 마을을 연결해주는 통로이었다. 15세기에 이곳을 점령한 오스만 제국이 이슬람 종교 선교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1566년 하얀색 돌로 된 폭 5m, 길이 30m의 아치형 이슬람식 다리로 만들었고 유럽에서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다리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하며 모스타르의 상징이 되었다. ‘모스타르’라는 마을 이름도 ‘오래된(star) 다리(most)’에서 유래한 것이다. 15세기 오스만제국이 발칸반도를 침략하자 난민들이 종교탄압을 피해 이곳 저곳으로 숨어들었고 크로아티아 이주민들은 고국과 가까운 모스타르에 집단으로 정착하였다. 그러나 카톨릭을 믿는 크로아티아계 이주민과 보스니아의 무슬림 원주민들은 종교적 차이와 상관없이 수백 년 동안 평화롭게 공존해왔다. 네레트바강을 사이에 두고 ‘스타리모스트’ 다리를 통해 교류하고 화합하며 한 마을 주민으로 사이좋게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보스니아 전쟁이 터지자 수백 년 이웃으로 지내온 이들이 갑자기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카톨릭정교와 이슬람의 충돌로 전쟁의 최대 격전지가 되어 인명피해도 가장 심했고 도시는 폐허가 되었다. 수천 명 이상이 사살되고 실종되었으며 시민의 절반이 이 도시를 떠났다. 마을 곳곳에 내전의 흔적이 총탄 자국이 허물어진 벽과 사람이 살고 있는 건물 벽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쟁 중에 파괴된 다리는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복원되어 ‘평화의 공존’을 세계에 선포했다. 지금은 다리 주변으로 상인들이 다시 돌아와 식당과 기념품 가게를 열고 있고 기념품 중에는 전쟁 당시 사용했던 총탄과 탄피를 모아 총, 탱크 등의 무기를 만들어 팔고 있다. 다리 서쪽에는 고딕양식의 성당과 첨탑에 십자가가 높이 솟아 있고, 반대편 동쪽에는 둥근 지붕을 한 모스크와 첨탑이 세워져 있고 정통 이슬람 양식의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즐비하다. 다리 난간에 서서 양쪽을 바라보면 두 종교와 문화의 독특한 모습을 한 눈에 보게 된다. 작은 무지개다리가 카톨릭 문명과 이슬람 문명을 사이좋게 이어주고 있다. 다리 한쪽과 여러 곳에 ‘잊지말자 93(Don’t forget 93)’이라고 쓰인 조그만 표지석들이 세워져 평화의 상징인 다리를 지키겠다는 마을 사람들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스타리모스트’ 다리 아래 네레트바 강에는 동족상잔의 전쟁의 상흔을 품어 안은 맑고 푸른 물이 굽이쳐 흘러가고 있다. 부디 ‘평화와 공존’의 상징인 이 ‘스타리모스트’ 덕분에 이 모스타르 마을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 평화가 도래하기를 기원해본다.
인근에 있는 성모발현지인 ‘메주고리에’로 이동하여 마을 안 호텔에 짐을 풀었다.
4월 24일(화)
1981년부터 이 곳 ‘메주고리에’에 사는 몇몇 여자 어린이들이 성모 마리아 발현을 목격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로마 카톨릭교회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카톨릭교도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여 지금은 많은 순례객들이 성지로 방문하고 있다. 마을 중심지에 성당이 있고 성당 뒤로 큰 야외 집회장이 마련되어 많은 의자들이 놓여 있다. 천으로 씌운 본부석 지붕 덮개에는 여러 말로 글을 써 놓았는데 그 중에 한글도 있다. 집회장 뒤편으로 이어진 순례길을 따라가니 청동으로 된 예수상이 서 있는데 그 모습이 독특하다. 약간 구부러진 가는 다리가 상체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길고 고개를 왼편으로 약간 숙인채 두 팔을 양편으로 벌리고 있다. 이른 아침인데도 순례객들 몇몇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오른편 다리 허벅지 약간 갈라진 틈에서 성수가 흘러나오는데 여기에 수건을 갖다 대어 젖게 해서 아픈 부위에 대면 낫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인 한 사람이 여기를 왔다가 딸의 몸이 낫게 되어 헌금을 하게 되었고 그 돈으로 성당 입구에 성모마리아 상을 만들어 세워 놓았다. 성당 앞 기념품 상점에 들르니 이곳 아가씨 둘이 친절하게 맞이한다. 유리 안에 든 자그만 성모상을 사면서 함께 사진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