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2篇 天地篇 第3章(장자 외편 12편 천지편 제3장)
선생이 말했다. “도는 깊은 못처럼 고요히 머물러 있으며 맑은 물처럼 깨끗하다. 쇠붙이나 돌이 그것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낼 수 없다. 그 때문에 쇠붙이나 돌에 소리를 낼 수 있는 자질이 있지만 도에 맞추어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울리지 않을 것이니 만물 중에서 누가 그것을 일정하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왕자王者의 덕德을 갖춘 사람은 타고난 소박함을 지켜 만물의 변화에 따라가면서 세속의 잡사雜事에 능통하게 되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며, 사물의 본원本原인 도道를 확립하여 지知가 신묘神妙한 경지에 통한다. 그 때문에 그 덕德이 광대하다. 그 마음이 밖으로 나타날 때에는 다른 사물이 먼저 그것을 요구하는 것을 말미암는다. 그 때문에 형체는 도道가 아니면 생성되지 못하고, 이렇게 생성된 사물事物은 덕德이 아니면 밝게 빛나지 못한다. 형체를 가진 사물을 사물로 존재케 하고 만물이 각기 삶을 끝까지 누리게 하며 덕德을 이루고 도道를 밝힌 사람이, 왕자王者의 덕을 갖춘 이가 아니겠는가. 광대廣大하구나. 홀연히 나와 발연勃然히 움직이면 만물이 모두 그것을 따르니 이런 사람을 일러 왕자의 덕을 갖춘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둡고 어두운 가운데서 보며 고요한 정적 속에서 귀 기울이니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홀로 새벽빛을 보며 소리 없는 정적 속에서 홀로 커다란 화음和音을 듣는다. 그 때문에 깊이 하고 또 깊이 해서 만물을 만물로 존재케 하고 신묘하고 또 신묘하게 해서 만물이 정묘精妙하게 한다. 그 때문에 만물과 접촉할 때에 스스로 완전한 무無이면서 만물의 각기 다른 요구에 이바지할 수 있으니 나그네가 때때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잠잘 곳을 찾는 것처럼 대소장단에 맞추어 마침내 영원한 곳에 이르기까지 만물이 쉴 곳을 찾아 준다.”
夫子曰 夫道淵乎其居也 漻乎其淸也 金石不得無以鳴
故金石有聲不考不鳴 萬物孰能定之
(부자왈 부도는 연호기거야며 료호기정야라 금석이 부득이면 무이명이니
고로 금석이 유성이나 불고하면 불명하리니 만물숙능정지오)
선생이 말했다. “도는 깊은 못처럼 고요히 머물러 있으며 맑은 물처럼 깨끗하다. 쇠붙이나 돌이 그것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낼 수 없다.
그 때문에 쇠붙이나 돌에 소리를 낼 수 있는 자질이 있지만 도에 맞추어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울리지 않을 것이니 만물 중에서 누가 그것을 일정하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 연호기거야淵乎其居也 : 깊은 못처럼 고요히 머묾. 연淵은 못처럼 깊음을 비유. 거居는 움직이지 않는다, 정지靜止하고 있다는 뜻. 도道 즉 만물을 만물로서 존재케 하는 궁극근원窮極根源의 실체實體는 그윽하고 깊은 못처럼 고요히 머물고 있다는 뜻.
- 료호기정야漻乎其淸也 : 맑은 물처럼 깨끗함. 료漻는 깨끗한 모양.
- 금석부득무이명金石不得無以鳴 : 쇠붙이나 돌이 그것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낼 수 없음. 금석은 악기의 재료로 쇠붙이와 돌 등으로 만든 종鐘이나 경磬 등의 악기를 가리키는데 이른바 팔음八音인 금석사죽포토혁목金石絲竹匏土革木의 맨 앞에 배열된 두 가지를 악기의 대표로 삼아서 표현한 것. “소리는 고요한 도道로부터 드러난다.(곽상郭象)” 부득不得이면(그것을 얻지 못하면)은 ‘종鐘이나 경磬 등의 악기가 도道를 얻지 못하면, 즉 도와 맞지 않으면’의 뜻이다.
- 금석유성불고불명金石有聲不考不鳴 : 쇠붙이나 돌에 소리를 낼 수 있는 자질이 있지만 도에 맞추어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울리지 않음. 고考는 ‘두드리다’의 뜻.
- 만물숙능정지萬物孰能定之 : 만물 중에서 누가 그것을 일정하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만물의 감응에 일정함이 없으므로 누구도 그것을 규정할 수 없고 바로 뒤에 등장하는 왕덕王德을 가진 사람만이 그것을 규정할 수 있다는 맥락.
夫王德之人 素逝而恥通於事 立之本原而知通於神 故其德廣
其心之出有物採之 故形非道不生 生非德不明
存形窮生 立德明道 非王德者邪 蕩蕩乎
忽然出勃然動 而萬物從之乎 此謂王德之人
(부왕덕지인은 소서이치통어사하며 입지본원이지통어신이라 고로 기덕이 광하니라
기심지출호대 유물이 채지니 고로 형이 비도불생하여 생이 비덕인댄 불명하리라
존형궁생하며 입덕명도하린 비왕덕자야아 탕탕호라
홀연출하며 발연동이어든 이만물이 종지호인댄 차위왕덕지인이니라)
왕자王者의 덕德을 갖춘 사람은 타고난 소박함을 지켜 만물의 변화에 따라가면서 세속의 잡사雜事에 능통하게 되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며, 사물의 본원本原인 도道를 확립하여 지知가 신묘神妙한 경지에 통한다.
그 때문에 그 덕德이 광대하다. 그 마음이 밖으로 나타날 때에는 다른 사물이 먼저 그것을 요구하는 것을 말미암는다. 그 때문에 형체는 도道가 아니면 생성되지 못하고, 이렇게 생성된 사물事物은 덕德이 아니면 밝게 빛나지 못한다.
형체를 가진 사물을 사물로 존재케 하고 만물이 각기 삶을 끝까지 누리게 하며, 덕德을 이루고 도道를 밝힌 사람이, 왕자王者의 덕을 갖춘 이가 아니겠는가. 광대廣大하구나.
홀연히 나와 발연勃然히 움직이면 만물이 모두 그것을 따르니 이런 사람을 일러 왕자의 덕을 갖춘 이라고 하는 것이다.
- 왕덕지인王德之人 : 왕자王者의 덕德을 갖춘 사람. “천하天下에 왕王 노릇 할 덕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임희일林希逸)”
- 소서素逝 : 타고난 소박함을 지켜 만물의 변화에 따라감. 소素는 소박하다는 뜻으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道를 형용한 것이고 서逝는 간다, 만물의 변화에 따라간다는 뜻.
- 치통어사恥通於事 : 세속의 잡사雜事에 능통하게 되는 것을 부끄러이 여김. 사事는 세속의 잡사雜事.
- 입지본원이지통어신立之本原而知通於神 : 사물의 본원本原인 도道를 확립하여 지智가 신묘神妙한 경지에 통함. 본원本原은 사물의 근본, 곧 도道를 지칭한다. 지知는 지智와 같다.
- 기심지출其心之出 유물채지有物採之 : 그 마음이 밖으로 나타날 때에는 다른 사물이 먼저 그것을 요구하는 것을 말미암음. 채採는 구한다는 뜻. “다른 사물이 구한 뒤에 마음을 드러낼 뿐이고 사물보다 앞서 唱導하지 않음이다[物採之而後出耳 非先物而唱也].(곽상郭象)” “採는 구한다는 뜻이다. 성인의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진실로 다른 사물이 먼저 요구하는 것을 말미암는다[採 求也 聖心之出 良由物採].(성현영成玄英)” 有는 由와 같다.
- 형비도불생形非道不生 생비덕불명生非德不明 : 형체는 도道가 아니면 생성되지 못하고, 이렇게 생성된 사물事物은 덕德이 아니면 밝게 빛나지 못함.
- 존형궁생存形窮生 : 형체를 가진 사물을 사물로 존재케 하고 만물이 각기 삶을 끝까지 누리게 함. 궁생窮生은 천수를 다함.
- 탕탕蕩蕩 : 광대한 모양.
- 홀연출忽然出 발연동勃然動 : 홀연忽然히 나와 발연勃然히 움직임. 문득 나타나고 盛하게 활동함을 말하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무심한 가운데 이루어진다. “홀忽과 발勃은 모두 무심히 대응하는 모양이다.(곽상郭象)”
視乎冥冥聽乎無聲 冥冥之中獨見曉焉 無聲之中獨聞和焉
故深之又深而能物焉 神之又神而能精焉
故其與萬物接也 至無而供其求 時騁而要其宿 大小長短脩遠
(시호명명하며 청호무성하니 명명지중에 독견효언하며 무성지중에 독문화언이로다
고로 심지우심이오 이능물언하며 신지우신이오 이능정언하나니
고로 기여만물로 접야에 지무이공기구하나니 시빙이요기숙컨댄 대소장단수원이로다)
어둡고 어두운 가운데서 보며 고요한 정적 속에서 귀 기울이니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홀로 새벽빛을 보며 소리 없는 정적 속에서 홀로 커다란 화음和音을 듣는다.
그 때문에 깊이 하고 또 깊이 해서 만물을 만물로 존재케 하고, 신묘하고 또 신묘하게 해서 만물이 정묘精妙하게 한다.
그 때문에 만물과 접촉할 때에 스스로 완전한 무無이면서 만물의 각기 다른 요구에 이바지할 수 있으니, 나그네가 때때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잠잘 곳을 찾는 것처럼 대소장단에 맞추어 마침내 영원한 곳에 이르기까지 만물이 쉴 곳을 찾아 준다.”
역주
- 시호명명청호무성視乎冥冥聽乎無聲 : 어둡고 어두운 가운데서 보며 고요한 정적 속에서 귀 기울임.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지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문장에서 효曉와 화和를 말하고 있는 것처럼 밝은 빛과 커다란 화음和音이다.
- 명명지중독견요언冥冥之中獨見曉焉 :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홀로 새벽빛을 봄. 효曉는 밝은 빛. 소昭와 같다.
- 무성지중독문화언無聲之中獨聞和焉 : 소리 없는 정적 속에서 홀로 커다란 화음和音을 들음. 화和는 화음和音으로 도의 소리를 뜻한다.
- 심지우심이능물언深之又深而能物焉 : 깊이 하고 또 깊이 해서 만물을 만물로 존재케 함. 지之는 위 문장에 보이는, 홀로 새벽빛을 보고 홀로 화음和音을 듣는 독견獨見, 독문獨聞의 능력을 의미하는 대명사이다. “근원을 궁구한 뒤에 만물을 만물로 존재하게 할 수 있고 순응을 극진히 한 뒤에 정묘함을 극진히 할 수 있다.(곽상郭象)
- 시빙이요기숙時騁而要其宿 : 나그네가 때때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잠잘 곳을 찾듯이 함. 요要는 구한다, 찾다의 뜻. 숙宿은 만물이 머무르는 곳.
- 대소장단수원大小長短脩遠 : 대소장단에 맞추어 마침내 영원한 곳에 이르기까지 만물이 쉴 곳을 찾아 줌. 수원脩遠의 수脩는 장長자와 같은 의미인데 대소大小가 사물의 물리적 크기를 나타내고, 장단이 사물의 물리적 길이를 의미한다면 수원脩遠은 시간의 흐름이 영원한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