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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16
S#1. 오프닝 리드/
<운동장>/ 아침
전속력으로 달리는 은수. /
<원룸 계단>/오전
은수, 뭔가에 끌리듯 우편함을 본다.
우편함에 꽂힌 전단지 뒤로 비죽이 보이는 하얀색 편지봉투. (규격봉투)
보면,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다. 소인도 없다.
빠르게 열어보면, 나오는 것은 **행 무궁화호 열차표 한 장.
S#2. 서울역 앞 - 플랫폼/ 다른 날 오전.
서울역에 들어서는 은수. /
플랫폼, 정차한 기차 위에 오르는 은수 /
S#3. 열차안 / 오전.
티켓 좌석 번호를 확인하고, 창가 자리에 앉는다.
앉아서 주변을 살펴본다. 영수는 보이지 않는다.
평일 오전의 한산한 기차 안. /
플랫폼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열차 바퀴/
은수가 앉은 창밖의 풍경,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
(경과)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창밖 풍경. (충분히)
보고 있는 은수의 얼굴.
<인서트> / 영수 아파트. (11부 S#39)
영수 - 저는 은수씨한테.. 모든 걸 말하고 싶은데.. (뜸) 근데, 그래두 만 약에 제가 은수씨에게.. 뭔가를 다 말하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 루 말하지 못하는 거니까, 이해해줄래요?
은수 물끄러미 창밖을 보고 있다.
작은 간이역에 섰다가 출발하는 기차.
여전히 창밖에 시선 둔 채로 앉아있는 은수의 얼굴이 멈칫.
은수, 직감적으로 영수가 다가 왔음을 안다.
영수, 은수 곁에 앉는다.
영수 쪽은 보지 않고, 앞을 향해 바로 앉는 은수.
이제 나란히 앞을 보고 앉은 두 사람.
은수, 조심스럽게 옆으로 얼굴을 돌리면,
영수 (낮게) 보지말아요. 은수씨.
은수,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란히 조금 그렇게 앉아 있다가,
영수 기억해요? 은수씨(가) 물었었죠.. 세상이 어떻든, 나에게만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일이, 어느 날 보니.. 벌써 일어나 있는 거.. 그런 걸 아느냐고.
은수 .....
영수 알아요.
은수 .....
영수 너무 늦은 얘기예요.. 너무 힘든 얘기구.. 모르는 편이 나을 얘기예요..
은수 ...... (침묵)
영수 저는, (드디어 시작, 마음을 잡고) 김영수가 아니예요.
은수 (알고 있는 얘긴데도 밀려오는 긴장감에 반사적으로 영수를 한번 보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영수 태경이예요. (오래된 이름을 부르듯) 류태경.. (뜸) 여름이었구.. 강이었구.. 술을 조금, 마셨어요...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싸움이 있었고.. 그리구.. 나는.. (말하기가 힘들다) 정환이를..... (차마 말하지 못하다 다시) 정환이를, (하는데)
은수 (숨소리) 하아~. (너무 놀라 입이 벌어지고 점점 숨이 가빠지는 느낌)
영수 (침묵)...
S#4. 교도소 / 오후. (겨울)
추운 교도소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어린 영수. (*머리 짧다)
영수 스무살을 갇혀서 맞았어요...
영수를 보는 털모자를 쓴 홍이사(*짧은 머리 안되니까 모자로 가릴 것) 인간의 대지 책갈피에 뭔가를 적고는 영수 앞으로 책을 밀어준다.
(경과)
혼자 앉아, 작은 창에서 들어오는 네모난 볕 그림자에 홍이사가 준 책을 놓고 가만히 펴보는 어린 영수. 홍이사의 문구가 보인다. ‘모든 생명 있는 것은 위험 속에 산다.’
S#5. 교도소 앞 / 오후.
교도소를 나오는 어린 영수.
하늘을 보다가, 손으로 해를 가린다.
영수 정환이가 보고 싶었어요.
S#6. 학교 운동장 / 오후.
축구하는 무리 속에 섞여 골대를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는 어린 영수의 모습(*머리길이 중간),
영수 (자기 쪽으로 공을 달라고) 이쪽이쪽이쪽!!! (공을 패스 받아 골문 쪽을 보면 골문에 서 있는 정환이 보인다.)
영수의 골을 막으려, 온몸을 활기차게 움직여 사방을 경계하는 정환의 모습.
골문을 향해, 힘차게 드리볼을 해가는 영수의 모습 위로,
영수 말하고 싶었어요. 죽어버린 너보다, 나는 더 고통스럽다!!
영수, 강하게 슛!
영수 그렇지만,
몸을 던져 영수의 꼴을 막아내곤, 영수를 향해 돌아서서 보란 듯이 활짝 웃는 정환.. 온 몸에 땀이고 정말 살아있는 젊음.. (*영수 쪽으로 돌아서는 정도부터 슬로우면 좋겠다) 그 모습 위로,
영수 그 아이의 스무 살을, 서른 살을, 마흔 살을.. 빼앗아버린 게.. 나라는 걸, 고통 받아도, 그 고통으론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요...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죽어야만하는 걸까.. 아무도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S#7. 지리산 새벽.
비를 맞고 와들와들 떨고 있는 어린 영수. (12부 13씬)//
영수 그때 그 형을 만났어요.. 김영수.
산봉우리에 나란히 앉아있는 사내와 어린 영수. (14부 34씬)
영수 형은 말했어요. 너에게 나를 주겠다고. 나를 가지고 살라고. 마음이 괴롭거든 너무 행복하진 말라구, 풀처럼 나무처럼 바람처럼 살아있으니 그냥 살라고.. //
산을 내려오는 어린 영수. 뒤를 한번 돌아보고, 다시 산길을 내려간다.. 그 모습 멀어지며,
영수 그렇게 살았어요. 행복하지두 불행하지두 않은 사람이 아니라, 행복도 불행도 모르는 채로...
S#8. 기차안 / 현재
창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은수.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입을 막고 있다..
앞을 보고 있는 영수..
영수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정환이와 있던 강가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단 한 순간만을 되돌릴 수 있다면, 비오는 날, 그 찻집 앞으로 가고 싶어요...
<인서트> / 7부 38씬
우울한 얼굴로 창밖을 보는 은수.
영수, 멈춰서 그 모습을 본다.
영수 그럼 나는 아무 것도 보지 않을 텐데... 창밖을 보던 은수씨의 모습을 보지 않았을텐데...
<인서트> 영수 차안 7부 40씬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은수의 뒷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영수.
영수 그렇지만 나는 봤어요... 은수씨를.... 버릴 수도 멈출 수도 없었어요..
현재. 기차안.
영수 왜냐면, 행복했으니까.... 이미 너무 행복했으니까..
고개 돌린 은수, 헉, 하고 숨이 차온다. 오래 누른 울음 숨 때문에..
S#9. 종착역 (혹은 어느 간이역) / 오후.
은수, 플랫폼에 앉아있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S#10. 서울역 / 저녁
서울역을 걸어 나오는 은수.
그러다 멈춰선다.
휘황한 저녁 거리.
차들은 지나가고, 건물들은 불을 밝히고, 멀리 남산 타워가 보인다.
그렇게 멈춰 서 있는 은수의 모습에서.. (F.O.)
S#11. 뮤지컬 공연장 앞 거리 - 주차장 & 공연 대기실 / 9월의 오후.
시원하게 길을 따라 올라오는 스쿠터.
공연장 앞 주차장에 멈춰 선다.
멋지게 화이바를 벗는 은수!
하늘을 한 번 보고,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가만히 미소.
스쿠터 잠그고, 안장아래에서 꽃다발을 꺼낸다.
주차장 한 켠. 마침 주차를 하고 내리던 재인과 유준, 무심코 옆을 봤다가, 은수와 스쿠터를 보고 깜짝! (*재인과 유준도 각자 꽃다발 든 상태)
재인 온수우!
은수 어? (재인과 유준 발견하곤 절로 유쾌한 웃음, 모른척) 모오?
유준 오...
은수 (스쿠터 소개하듯) 쨘~ !!
재인 샀어?
은수 응 (끄덕끄덕. 하는데 전화가 온다. 전화에) 남유!! (재인 유준에게) 남유남유!
유희 (짙은 분장하고 잔뜩 긴장해서) 아씨~, 나 지끔 무~지,(‘떨려’ 하려는데)
재인, 유준, 은수 한꺼번에 전화기에 달려들어,
일동 파이팅!! 남유!! 파이팅파이팅파이팅!!!!
유희 (듣다가 웃음난다.. 앞에 말 그대로 이어) 안 떨리네에~? 왤케 또 안 떨리는 거야아~?!
일동 파이팅!!!! 파이팅파이팅!!!
S#12. 공연장 안 / 같은 저녁.
신나는 음악 터지며 공연이 한창인 무대.
재인 하... 언제 나와~.. (무대에 시선둔 채 은수쪽으로 소곤소곤) 지나간 거 아냐? (하고 은수 보면)
은수 (부르르) 어우우.. (하다가 재인에게) 나 떨구 있니. (부르르) 어우우 왜 내가 떨려~. (하는데)
유준 엇!
재인/은수 (냉큼 무대보고) 엇!
무대, 유희다!
은수와 재인, 소리 없이 ‘이야아!!!!’ 입 활짝 벌어진다.
무대에 선 유희, 정말로 멋지다!
일동 소리는 못내고 마구 헐렝이 박수치며.. 좋아 죽는다.
친구들, 자기가 무대에 선 것처럼 흥분과 긴장, 설레임 속에 무대 위 유희를 본다.
감동에 찬, 은수의 얼굴에서!
은수 언젠가 유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멋지잖아... 사람 미치게..’
무대 위 춤추는 유희. 눈부신 조명 속에, 생에 최고의 순간을 맞은 듯, 온몸에 열기를 내뿜는 모습 (슬로우) 위로,
은수 정말로 그랬어요... 무대 위에 선, 유희는 너무나 멋졌어요... 사람 미치게..
시퀀스가 끝나자 열렬히 박수를 치는 친구들 뒤로 요란하게 환호하는 소리 들린다. 친구들 돌아보면, 지욱이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은수 흘끗 보고, 재인, 쟨 뭐야? 하는 얼굴로 돌아보고는 다시 앞을 보고 마구 박수.
S#13. 공연장 입구/ 같은 밤.
우르르 몰려 나오는 은수, 유희, 재인, 유준.
유희는 꽃다발을 잔뜩 들고 있다.(*꽃다발 네 개)
은수, 뒤를 흘끗.
열 걸음 쯤 뒤에 따라오고 있는 지욱.
유희 (꽃을 두고) 아~ 쪽팔리게. (친구들 보면 좋으면서 괜히) 코딱지만큼 나온 거 같구우..
유준 (무거우면 꽃 달라고) 차에다 놓구 갈래?
유희 (꽃 안 뺏 길려구 몸 돌리며 빽!) 안됏!!!
재인 챠아~ (하다가 웅이 어멈처럼) 멋져부러어!
유희 (까분다) 멋져부러어! 아~ 나, 진짜 주인공두 아닌데에~?
지욱 (한참 뒤에서) 남녀사님 빼끼 안보이더라.
유희 (돌아보고 사투리로) 맞나?
지욱 맞다.
재인 (니네) 모하냐. 기냥 오라그래애.
유희 (그럴까? 하듯 보고 뒤를 향해) 빨빨 못 걷겠어?
지욱 (쪼로록 오면)
재인 (지욱에게 대뜸) 근데, 대체 누구세요?
지욱 (인사하고) 까만콩이예요.
재인 까만코옹?
유희 친구야.
재인 (엥? 하듯) 친구우?
유희 응! (지욱과 어깨 동무하고) 가자! 친구! (앞서 나간다)
기가 찬 듯 보는 친구들.
S#14. 피잣집 / 같은 밤.
(* 재인, 사랑니가 살살 아파오고 있는 중인 것을 고려해서,
피자 같은 거 먹을 땐 약간의 액션 필요. 친구들은 몰라도 된다.)
콜라로 건배하는 은수, 유희, 재인, 유준!
은수 (놀랍다고 부르르) 우.. 죽는지 알았어.. 내가 왜 떨려어..?
재인 진짜. 긍걸 어케해애?
유준 멋지더라.
유희 헤~.. 쪼꼼빼끼 안나왔는데? (하다가 까분다) 멋쪄부러어!?
재인 (팜플릿 내밀면)
유희 뭐?
재인 싸인.
유희 싸이인?
재인 응. 나중에 소더비 경매에 내볼라구.
유희 오호오! 소더비이! (싸인하며) 금 잘해조야지?
또박또박 쓰여진 ‘남유희’.
재인 에엥? 인게 무슨 싸인이야! 싸인 드~자인까지 해조야겠어, 내가?
유희 (냉큼)응!
재인 멋져부러어!
은수/유준 (실없다고 웃는다)
지욱 (다가와 피클 접시내려놓고) 리필이요. (말하고 흰 종이 내민다) 나두 싸인. (그리고 백치미소 한번)
유희 (신나서 괜히 더 종이 쌩하듯 채가듯 받고) 왜들 이러는 거야, 정마알! (싸인한다)
재인 (지욱에게) 일루 앉아요.
유희 (싸인한 종이 휙 내밀고) 아~ 팬클럽두 아니구우~
지욱 (받으며) 팬클럽 맞는데. (재인에게) 근무시간이예요. (지욱가면)
유희 팬클럽이 딸랑 넷이야? 이래서야 되겠어? 응? 속도 이래서 되겠냐고오!
까부는 유희를 가만히 보며 웃는 은수,
은수 다섯인데..
<인서트> 공연장 화장실 앞 / 조금 전 저녁.
은수, 티슈에 손을 닦으며 화장실 밖으로 나오다가 본다.
가만히, 혼자 로비를 빠져나가는 허찬석을.
은수 빛나던 오늘의 유희를 기억할 또 한 사람,
그 모습을 보다가 가만히 한숨을 쉬듯 작은 미소를 짓는 은수. //
유희 (작은 환희) 아... 오늘 쫌 좋다...!
은수 (콜라잔 들어 건배 권하며) 남유희를 위하여!
건배하는 친구들 위로,
은수 그치만, 말해주진 않으려구요.
유희 (전환) 재인, 장산 좀 되고?
재인 (유준을 흘끗) 월세두 못내게 생겼어~.
유준 7일이다, 월세. 7일. 내이일.
재인 칫. 나, 먼저 가야겠다. 약속이 있어서.. (유준에게 눈짓)
은수 무슨 약속? (하다 재인 눈빛보고 바로 ‘아~’ 하는 얼굴)
유준 (재인에게 쑥 들어간 소리로 궁시렁) 아.. 더 있구 싶은데..
재인 (눈으로 ‘빨리 안와?’ 으르렁~)
유준 얘들아, 나 가야겠다. 급한 약속이 생겨서.
유희 니넨 왜 그러냐? 깔람 까고, 어? 숨길람 숨기고 어?
재인 (돌아보며) 히이~. (하다가 괜히 또 새침하게) 안녀엉!
S#15. 재인 차안 / 같은 밤.
재인 (벨트 매라고) 벨트! (자기도 벨트 매다가 뚝) 낼이 7일임 오늘이었잖아..
유준 (알고 있었다) 응.
재인 결혼했음 좋은데~.. 온수, 반지.. 내가 진짜 낀내주게 만들어줄라 그랬는데~. (사랑니 땜에 자기 볼 잡고, 피자가게 쪽 돌아보며 걱정스럽게) 괜찮나..., 온수?
유준 씩씩하잖아~. (하다가) 말 안하지?
재인 응. 만난 건 같은데.. 말은 안해.
유준 응...
재인 (볼을 잡고 작게) 아.. 씨이..
유준 왜.
재인 아냐. 기냥 이가 쫌. 암 꺼두 아냐. 병원 갈 거야.
유준 (응.. 하듯 보다가) 근데, 글케 장사가 안 돼?
재인 (보다가) 상관없어! 원래, 예술은 배고픈 거니깐!
유준 배애? 하하.
S#16. 피잣집 / 같은 밤.
(여기도 그 대화 중이었던 듯)
유희, 괜찮아? 하듯 보면, 은수 ‘괜찮아.’ 하듯 미소 히이~.
은수 오빠는, 그 자식 만나기만 해봐라! 아빠는, 청첩장 안 돌린 게 그나마 안심인 모양이구, 엄마는... (뜸. 엄마를 생각한다) 그냥.. 내 마음이 괜찮나...? 아무 거두 안 물으셔. (미소)
유희 연락은. 없구?
은수 (응. 하듯 끄덕끄덕) 해야할 것두, 생각할 것두 많을 테니까.. 지금쯤...
유희 괜찮아...?
은수 응... 모르겠어... 근데.. 생각은 많이 해.. 그 사람...
유희 (보다가) 어떤....(생각)?
은수 (글쎄에..? 하듯 본다. *아직은 자기도 다 모르겠으니까. 그렇지만 모든 게 괜찮기도 하니까.. 이상한 평화를 가지고?)
지욱 (와서 앉으며) 퇴근했는데.
유희 금 다 같이 맥주 한잔 오케?
은수 난 빼구. (배시시) 음주 운전 안 되잖아~. 히이~. 나 간다?
유희 왜~, 같이 놀자~.
지욱 예, 같이 계세요. 계셔두 되는데,
은수 (웃으면)
지욱 (누가 뭐랬나?) 우리 그런 사이 아니예요~.
은수 할 일이 있어요. (은수 일어서면)
유희 온수. 근데 웬 스쿠터?
은수 (생각하다가) 신나구, 위험하니깐? 간다? (배시시) 나, 진짜 할 일 있다?
S#17. 은수 원룸 / 같은 밤.
현관. 스쿠터 키를 벽에 잘 걸어두고 기분 좋게 안으로 들어선다. /
세수한 얼굴로, 기분 좋게 손위를 내려다보면, 은수 손바닥엔 나침반. 뚜껑, 톡 연다. 가만히 보다가 테이블에 내려놓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은수. //
핸드폰에 라인 연결해서 사진을 모니터 메일쓰기 화면에 첨부해 넣으며,
은수 그래요. 오늘 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모니터 가득한 나침반 사진을 보다가,
은수 편지를 쓸 거예요.. 영수씨에게..
‘영수씨에게’, 라고 쓰여진 메일 제목 부분을 보다가, 지우고,
‘태경씨에게’, 라고 써본다. 다시 지우고 ‘영수씨에게’ 라고 쓴다.
은수 아까는 스쿠터에서 내리다가, 잠깐 웃음이 났어요. 오늘, 유희의 첫 공연이 있었거든요. 어쩜 못갈 뻔 했잖아? 그럼 다행인건가?, 생각하니 웃음이 난 거예요. (뜸) 오늘은 9월 6일, 토요일이니깐! 영수씨는 오늘 무얼하며 지냈나요.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아요. (쓰기를 멈추고 가만히 고개를 들어 생각에 잠기는 은수) /
<인서트> 며칠 전.
책장에서 인간의 대지를 꺼내드는 은수의 모습위로,
은수 다들 안녕한가? 궁금할 땐, 오래된 책을 봅니다.
<인서트> 며칠 전.
은수, 오래된 세로본 책을 보고 있다. 물론 비스듬히 돌려서.
비스듬히 누워 보이는 글자들. 은수와 영수가 좋아했던 그 구절이다.
‘그들은 어딘지는 몰라도, 어떻든 어디에든지 있어, 말이 없고 잊어버려져 있지만 몹시도 충실하게 있는 것이다.’ (* 화면에 다 들어오기 어려우면, 후반 중심으로. 아니면 은수가 그 부분을 소리 내 읽어도 좋고.)
은수 그리곤, 가만히 믿어봅니다. 모두의 안녕을.
S#18. 거리 / 다른 날 오후.
스쿠터를 타고 가는 은수의 밝은 얼굴 위로,
은수 영수씨! 저, 스쿠터 샀어요! 그리고 사장님이 됐어요!
S#19. 안이사 우거지 가게 개업식 / 같은 오후.
나름 무지 진지한 얼굴로 가게 앞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하는 안이사.
컷팅을 하러 서 있는 사람들. 제일 가운데 안이사. 그 곁에 와이프. 한쪽에 장미경도 서 있다. 장미경, 은수에게 오라고 손짓. 은수, 됐다고 도리도리. 안이사, 긴장된 얼굴로, 테이프 자르려다, 둘레둘레. 엥?
안이사 오사장. 오사장 어딨어, 오사장. (부른다)오사장!
은수 (나를 부르는 건가 하는데)
안이사 (은수를 발견하고 활짝!) 일루와일루와일루와 얼렁와!
쭈뼛대는 은수.. 마지 못해 장미경 곁에 서면,
장미경 (놀린다) 오사장~
안이사 (가위와 흰장갑 주며) 그럼 우리 오사장이 빠질 수야 없지. 자! (자르자고) 컷트!!
시원하게 잘라지는 테입. 입이 찢어지는 안이사와 그런 안이사를 보다 웃음이 나는 은수. /
안이사와 마주 앉아있는 은수. 그리고 장미경.
안이사, 우거지 월드 책을 보고 흡족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장미경은 우거지 국을 맛있게 먹고 있고, 은수는 손도 안 댄 채다.
안이사 흐어어어! 너무 좋아. 내가 눈물이 다 날라그러네! (엄지 손가락) 오사장, 최고!
은수 (민망해서) 그 사장소리 좀..
안이사 후리루 독립해서 이 정도 (책 탁탁 가리키며) 성꽈를 봤음 사장 소리 듣는 거지, 안 그런가 장대리?
장미경 (우거지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그냥 바로 나온 말) 그럼요, 요샌 식당 쥔두 다 사장님인데요, 뭐. (말하고 보니, 찔끔.)
안이사 (장미경에게 쌩하니 눈총 함 쏘고 은수 보면) 흐~
은수 (미소짓다. 찔끔한 얼굴로) 근데 이사님.. (책 받아서 펴서) 요기.. 오타가 하나..
안이사 어디? (하고 보는데 못 찾는다) 어디?
장미경 (옆에서 읽어준다) 어머님, 손맛처럼 갚은 맛을 내는.. (강조) ‘갚은’ 맛을 내는.
안이사 (그제야 엥?) 갚은 맛? (심각한 얼굴을 하다가 곧 호탕하게)흐어어어! 갚은 맛, 은혜를 갚은 맛? 흐어어어. 괜찮아, 괜찮아.. 그럼 돈두 좀 깎아주나? 흐어어어 농담이야, 농담. 흠결도 아름다워, 너무나 아름다워! 근데, 오대리, 아니 저기 오사장은 왜 안 먹나?
은수 (먹기 싫다) 아.. 속이 좀 안 좋아서.
안이사 안 좋은 게 아니라 속이 벼서 그런 거야~. 먹어봐먹어봐. 이게 바루 그 어머니 손맛처럼 ‘갚은’ 맛을 내는 우거지잖아~! 흐어어어..
은수 (정말로 먹고 싶지 않다) 네.. (겨우 숟가락 들고) 정말 괜찮은데....
안이사 (후루루룩 어서 마시라는 시늉) 후우우...욱 먹어먹어. (은수에게) 먹어먹어먹어.
은수 네에 (한 숟가락 뜬다)
은수 (끙) 진짜루 먹구 싶지 않았는데..,
안이사의 계속되는 종용.
은수, 마지못해 한 숟가락 입에 넣는다.
되도록 맛을 안보려고 하는 듯하던 은수... 그러다 서서히 얼굴에 활기 감돌며.. 와... 맛있네 하는 얼굴이 된다.
긴장한 채 은수를 보던 안이사의 얼굴에 그거 봐. 하는 안도가 스칠 즘.
은수 (혼잣말) 맛있다아. (다시 밥을 말아 한 숟가락 먹고는 맛있다고) 오오...
은수 왜 몰랐을까요.. 이 맛을!
은수 (안이사에게) 맛있어요, 이사님. 최고오.
안이사 (흐뭇한 장담) 곧 은수씨두 우거지 홀릭에 빠질 거야.
은수 (흐어어~ 웃는 안이사 위로 답하듯) 그래요, 빠질거예요! (은수, 맛있게 우거지국을 먹으며) 세상 모든 것을 다, 맛보고, 느끼고 알게 될 거예요.
S#20. 은수 원룸 / 같은 밤.
은수, 태오의 박스를 열어, 디비디를 꺼낸다. /
티비 화면.
‘나는 걷는다.’ 타이틀 뜨고.. 시작되는 영화..
보는 은수. 가만히 보는 모습 스케치.... 그러다 은수 얼굴이 멈칫.
주인공 뒤로 태오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은수가 보인다.
은수의 얼굴에 가만히 응시하듯.. 그리고 작은 미소.
<인서트> / 촬영장. 6부 48씬.
로봇처럼 쭈뼛대던 은수의 손을 잡아채듯 잡는 태오.
그리고 걷기 시작하는 두 사람의 모습..
다시 티비 화면으로 전환. (슬로우 걸리며) 천천히 느리게 지나가는 두 사람.
보고 있는 은수 눈에 평화롭고 작은 미소...
S#21. 분당집 / 다른 날 오전.
아버지에게 밥 짓는 걸 가르치는 은수.
은수 (밥 솥안 물 양 보여주며) 한 이정도? 불린 쌀이니까 이정도구요. 혹시 그냥 씻은 걸루 함 (물 조금 더 붓고) 한 이정도? (다시 물 조금 버려서 아까의 물양으로 맞추고) 그리구, (뚜껑 덮고 취사 버튼 누르며)취사 버튼, 누르면 돼요. 다 됨, 5분에서 십분 쯤 뒀다가 드시구요. 하실 수 있겠어요?
아버지 (끙~) 이렇게 쉬운 걸 갖구.. 평생에 생색을 냈구만.
은수 (풋!) 매일 세 번씩함 생색내고 싶어질 거예요, 아빠두.
아버지 (헛기침 하고는 물 양 잘 보고, 어설프게 뚜껑 덮어보고 취사 버튼을 한번 눌러본다)
S#22. 도시락 집 / 같은 날 오후.
정신없이 도시락을 비닐봉투에 담는 은수. (*단체 주문인가 보다)
담다가 옆에서 도시락 챙기고 있는 엄마를 보다가,
은수 (웃음기) 엄마는 양심이 쫌 없는 거 같애.
엄마 모가.
S#23. 하루가 / 같은 날 오후.
은수 엄마같이 음식 솜씨 없는 사람이. 응? 밥장사를 해두 되는 거냐고.
엄마 그럼~. 양심이 있어야지. (웃으며) 니 엄마가 만드는 거 아니야~. 뎁히기만 하는 거야~.
은수 (다행이라고 숨) 휴우~.. 다행이다. (웃음) 하하.
엄마 니 엄마, 돈 버니까 좋지? 많이 먹어~.
은수 (잘 먹고 있다고 입 가리키고)응. 엄마, 아까, 나, 아빤테 밥하는 거 갈쳐드렸는데. (풋.) 아빠 그러든데? 이렇게 쉬운 걸 갖구 그 생색냈냐구?
엄마 잘 됐네, 쉬워서.
은수 (웃으며) 응.
엄마 은수야.
은수 어?
엄마 혹시이.. 그 사람, 엄마 아빠 땜에 그런 거야?
은수 (보다가 무슨 그런 소릴 하듯) 에에? 아이구.. 아니예요오. 그냥 그렇게 됐당까아...
엄마 미국서는.. 왔구? 것두 모르구?
은수 (끄덕끄덕, 담담하게) 응. (뜸.) 엄마, 나 괜찮아...
엄마 (보다가) 알어~.
은수 엄만, 독립항까 좋아?
엄마 응. 좋아.
은수 엄마.
엄마 응?
은수 (보다가) 아냐, 아냐, 아무 꺼두 아냐. (*김포아저씨에 대해 물으려다 만 것)
(경과)
계산하는 은수.
엄마 내가 한대니까.
은수 (카드 넣으며) 아유.. 됐어요, 됐어. 사회생활 초년병이 무슨 돈이 있어. (돈) 아껴요오~?
엄마 (웃으며 툴툴) 지지배. 무시하구있어. (같이 밖으로)
은수 가요.
엄마 응. 버스 타구 가?
은수 (거짓말이다) 응. 그래야지. (빠이빠이) 갈게?
엄마 응. (돌아서 간다)
은수, 가는 엄마를 보다가 쪼로록 어디론가 간다.
S#24. 어느 건물 옆 / 같은 오후.
쪼로록 와서, 스쿠터에 타는 은수.
화이바 쓰고, 시동 걸려다가, 문득 핸드폰을 열고 문자를 쓴다.
S#25. 김포 아저씨 김치공장 / 같은 오후.
아저씨, 문자를 열면,
은수E **사거리, **빌딩 옆 도시락 가게에서는 따뜻하게 잘 데운 도시락을 팔아요. 맛은 없지만^^.
아저씨, 이게 뭐지 하다가.. 가만히 생각하곤 살며시 미소...
S#26. 국도 / 다른 날 오후.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은수.
은수 ♪(절로 나오는 노래)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세상 어린이를 다만나고 오~게엤네! (온 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그 소리 들리겠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앞으로!!..)
노래 부르는 은수 위로,
은수 저는 오늘, 아주 멀리까지 가보려고 해요! 스쿠터를 타고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지구는 둥그니까요. //
S#27. 엄마의 도시락 가게 / 같은 날 오후.
화분을 든 김포 아저씨, 걸어오다 도시락 가게를 보고 미소.
엄마, 도시락을 싸다 돌아본 곳에 아저씨가 있자, 놀란다.
엄마 오빠아....
김포 (화분을 내려놓는다)..점심을 못 먹었어.
엄마 (어어? 하듯 본다)
김포 누가 **사거리가면 맛있는 도시락 집이 있다고 알려줘서 말이야.
엄마 (짚이는 데가 있다. 피식) 맛있다곤 안했을 거 같은데. 우리 딸이 나 닮아서 거짓말은 못하잖우. (잠깐) 있어요. (혼잣말) 몰루 드리나..
김포 (그런 엄마를 보며 미소)
S#28. 강가 촬영장 / 같은 오후.
강가로 뽈뽈뽈 들어오는 은수의 스쿠터.
은수 기분 좋게 멈춰서서 앞을 본다.
은수 눈에 멀리, 영화 촬영장이 보인다. /
화이바를 손에 든 은수, 멀찍이 서서, 눈으로 촬영장을 훑는다.
태오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조명치는 사람에게 가려졌던 태오가 눈에 들어온다.
은수, 눈에 밝은 미소!
태오 (보조출연 아저씨에게) 액션하면, 5초 후에 출발하시는 거예요? (곁에 아줌마에게) 아주머니는 반대쪽에서 오시다가 아저씨랑 만나셔서, 저쪽으로 빠지시구요.
일하는 태오를 보는 은수...
은수 그 아이에게 그런 얼굴이 있는지 몰랐어요... 누구나 믿고 싶을, 그런 어른스러운 얼굴이..
주연 (뒤에서) 어.
은수 (돌아보고) 어. 안녕하세요.
주연 네. 안녕하세요? 오빠 보러 오셨어요?
은수 네.
주연 잠시만요?
태오에게 가서, 작게 뭐라고 말하고 태오, 은수 쪽을 돌아본다.
태오 얼굴에 놀라움과 반가움. 태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이쪽으로 오려는데,
조감독 슛!!
태오, 은수를 한번 보고, 일로 부지런히 복귀.
태오 (다시 보출에게) 말씀드린대로 하면 돼요! 너무 느리게 걷진 마시구요!
말 마치고, 얼른 자리로 돌아가는 태오를 보는 은수..
촬영이 진행되고, 현장에 집중해 있는 태오를 보며,
은수 어쩜, 나만 못 봤던 걸지도 몰라요.. (웃음기) 우거지 맛도 몰랐었잖아요, 전.
(경과)
은수, 서 있으면 다가오는 태오.
태오 (활짝) 웬일이예요, 진짜! (도너츠 내민다)
은수 (받고)먹어두 되나? 일하는 사람들 먹는 거잖아.
태오 (바로) 그러네. (뺏는 시늉)조요. (하고 웃음) 정말 무슨 일인데.
은수 그냐앙.. 일 잘하나 볼려구우.
태오 어~어? 회사 관뒀다구, 완전 땡땡이구나?
은수 땡땡이? (생각났다.) 아.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준다)
태오 이게 모야? (하고 보더니 활짝) 어?
은수 (끄덕끄덕) 응. 나, 사장님.
태오 (‘오은수 편집회사, 대표 오은수. 전화번호와 이메일’ 적혀있는 명함을 보며) 하. 하하. 사장님? 아하하. 너무.. 잘 어울린다. 와~ 좋다.
은수 응. (뒤에 멀리 스쿠터 가리킨다) 차두 샀다?
태오 차아? (보고는 활짝!) 스쿠터잖아..?!! (하다가 돌연) 타지 마요.
은수 왜애?
태오 넘어짐 어쩔려구.
은수 (피식. 벌써) 넘어졌어. (무릎팍 만지며) 안 넘어져~.
태오 이야... 근데, 너무 멋진 거 아니예요?
은수 (냉큼 끄덕끄덕)응. (하다가 피식) 누가 할 소리, 너가 더 멋지다.
태오 (냉큼)응. (하다가) 쫌만 기다릴래요? 세컷만 더 찍음 되는데..
은수 (끄덕끄덕) 응.. 일해애!
태오 구경해요! 이따 내가 싸인두 받아주께. (*실제 영화배우가 까메오를 해준다면, 그 배우 이름 붙여 ***싸인두 받아주께)
은수 응!!
다시 촬영장으로 뛰어가는 태오.
뛰어가다 은수를 한번 돌아보고 다시 뛰어간다. //
다시 촬영중.
일하는 태오. 그리고 은수 눈에 곱게 낡은 태오의 운동화 보인다.
은수, 스쿠터 위에 앉아, 멀리 보이는 태오를 보며, //
은수 운동화를 봤어요. 곱게 낡아가고 있는 그 아이의 운동화는 새 거일 때보다, 편안하고 부드러워 보였어요...
은수, 문자를 쓰고는 전송하고 폴더 덮고, 화이바를 쓰고, 촬영장을 한번 보고, 스쿠터를 타고 출발한다. //
일하던 태오, 문자가 왔는지, 핸드폰 열었다가 ‘어!’하고 멈칫.
바로 고개를 들어 멀리 돌아나가는 스쿠터를 본다..
가만히 멀어지는 스쿠터를 보는 태오.. 그러다 미소..
은수E 싸인은 다음에! *** (배우이름)말구, 윤태오 감독님 영화를 보러가는 날, 윤태오 감독님 걸로! 그리고 늘 건강하기로, 자! 약속!
S#29. 어느 시골 가게 앞 / 같은 오후.
쭈쭈바를 입에 문 은수, 태오의 문자를 본다.
태오E 약속!
은수, 미소.
은수 (혼잣말) 약속.
S#30. 서울 초입 / 같은 해질녘.
서울 초입으로 들어서는 은수의 스쿠터
은수 서울이 보여요.
이제 막 불을 밝히는 서울의 모습
은수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헤어지고 있을...
S#31. 사람들 몽타쥬 / 같은 시각
<분당집 부엌>
은수, 아버지 고심하며 밥물을 잡고 있다.
조금 버렸다가, 보고 나서, 이게 아닌가 하고 다시 조금 물을 받고, 그러다 다시 물을 조금 덜어내는 모습/
은수 누군가는 처음으로 혼자라고 느끼고,
<엄마의 도시락 가게>
부침개를 부친 엄마,
혼자 도시락을 먹는 사람에게, 부침개를 가져다 주며.
엄마 이건 진짜 내가 만든 거예요. 맛은 없어요.
손님 (먹어보고) 맛있는데요?
엄마 (활짝) 그래요? 아구.. (솜씨가) 좀 늘었나아?
미소 짓는 엄마 위로,
은수 누군가는 생각합니다. ‘사는 건 참 좋구나...’
<유준의 빌라>
재인과 유준 소파에 나란히 앉아 티비를 보는 중.
재인 (볼을 잡고 아파하며) 딴 거.
유준 (유준 채널을 돌린다)
재인 어. 그 거, 그거. (다시 볼 잡고) 아.. 다 늦게 무슨 사랑니야..
유준 버렸어?
재인 응?
유준 나 줘.
재인 (보면)
유준 사랑니.
재인 (설렌다.) 드러운데에~? (배시시) 진짜?
유준 (그럼! 하듯 본다..)
은수 누군가는, 한없이 설레이고,
<공연 후 대기실>
공연을 마친 유희, 짙은 화장을 지우다가, 불쑥 손길을 멈추고 거울을 본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곧 다시 쓱쓱 화장을 지운다.
은수 누군가는, 눈물이 날 것같이 행복합니다..
S#32. 서울 시내 거리 / 같은 저녁 (아님 해질녘)
서울의 야경이 스쳐 지나간다.
그 속을 달리는 은수의 스쿠터.
은수 그리고 나는, 생각합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인서트> / 양재천, 얼마전 오후.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는 세 친구. 은수, 유희, 재인.
환한 얼굴들 (슬로우 좋다)
S#33. 은수 원룸 / 같은 밤.
메일을 쓰고 있는 은수.
은수 가끔은 여전히, 나 아닌 오은수로 살고 싶지만,
쓰기를 멈추고 가만히 응시하는 은수 위로,
은수 이런 밤. 내 작은 몸, 구석구석 어디엔가..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것들을 느낄 때면, 내가 나인 것도, 참으로 좋구나.. 생각합니다..
가만히 생각에 잠긴 은수에서,
S#34. 서울의 거리 몽타주 (현재와 과거 교차) / 어떤 오후. (알고 보면, 메일을 보낸 후 동물원에 간 그 날)
(* 과거 장면의 개수와 길이는 편집에서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현재로선 조금 많은 느낌)
[신사동 가로수 길]
<현재> 빨간 채양이 있는 건물 앞을 지나가는 은수의 스쿠터. /
<과거> (1부. S#36)
태오 누나!
은수, 보면,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태오.
은수, 덩달아 하늘을 보면,
태오 우주의 나이가 몇 살이게요? (은수가 보면) 140억살! (뜸) 우주의 나이를 생각하면, 우린 동갑이나 마찬가지예요!
은수, 풋 하고 웃고 만다. //
[서울 숲]
<현재> 쉘브르의 우산을 상영했던, 야외 공연장 앞을 돌아 나오는 은수의 스쿠터. /
태오와 걸었던 서울 숲 길을 지나오는 은수의 스쿠터. /
<과거> 좋은 봄밤. (3부 S#30)
기분이 시원한지 손을 휘휘 저으며 걷는 은수.
그러다 불쑥 멈춰서서 태오를 가만히 본다. 태오가 ‘왜?’하듯 보면,
은수, 태오의 뺨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
<** 거리와 연계하지 않고, 추가로 삽입할 수 있는 태오와의 장면들>
노래 불러주는 태오 (6부 S#12)/ 왜 말을 못하냐며 화를 내는 태오(6부 S#31)/ 헤어지자는 태오(9부 S#39) //
[정동길]
<현재> 라디오 벤치 앞과, 덕수궁 돌담길 앞을 지나는 은수의 스쿠터. /
<과거> / 9부 S#24
눈을 감은 채 영수의 손을 잡고 돌담길은 걷는 은수. //
[남산 길]
<현재> 남산 길을 올라가는 은수의 스쿠터.
은수, 남산타워를 보면, /
<과거> 남산 타워 앞 테라스(9부 S#27)
영수 벽이 다른 벽한테 뭐라 그랬게요? /
은수 ..... (모르겠다고 고개 저으면)
영수 (시원하게) 모퉁이에서 만나자!
[가로수가 잘 자란 거리]
<현재> 달리는 은수의 스쿠터.
<과거> 11부 S#5
영수와 이어폰을 나누어 끼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 은수.
S#35. 동물원 입구. / 같은 날 오후.
동물원 주차장으로 들어와, 드디어 멈춰서는 은수의 스쿠터.
은수, 화이바 벗고, 하늘을 한번 본다.
은수 웃음이 났어요. 이렇게 긴 편진 처음이니까. 아마도 영수씬 정말로 벽인가 봐요.. 나의 말들이 벽한테 전해질까...?
S#36. 은수 원룸 / 며칠 전 밤. (33씬과 같은 밤)
방안의 은수. 다 쓴 메일을 본다.
은수 ... 유리병 편지가 생각났어요. 있잖아요, 왜, 어릴 때 만화에 나오던. 누군가 바닷가에 띄우면, 어느 바닷가의 또 다른 누군가가 받아주던.
나침반 사진을 보다가, 전송 버튼을 누른다.
S#37. 애니메이션 전환.
섬 가장자리에 앉은 은수, 돌돌만 편지와, 나침반을 담은 유리병을 바다에 띄운다.. 흘러가는 유리병.. 흘러흘러 어느 섬에 닿는다.
파도에 흔들리는 유리병.
그 병을 드는 손.
영수, 병마개를 퐁! 따서 뒤집으면, 또르르 나오는 나침반.
S#38. 어느 시골 나무 아래 / 어느 오후.
나무 아래 앉아, 손바닥 위에 나침반을 보고 있는 영수.
톡 하고 열리는 나침반. 어딘가를 가리키는 바늘.
영수, 가만히 내려다 본다.. (*영수는 소매까지 채운 긴셔츠)
S#39. 동물원 입구 / 35씬과 같은 오후.
동물원 입구를 걸어 들어오는 은수.
(*여기서 은수가 하늘을 한번 본다든지 암튼 그런 액션을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38씬과 40씬이, (특히 40씬이) 은수의 심리적 장면으로 읽히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요.
39씬의 은수가 40씬의 영수를 생각으로 불러오는 느낌?
잠시 후 영수가 동물원에 등장할 것이고,
40씬과 41씬의 영수는 다른 날의 영수이므로.)
S#40. 어느 시골 나무 아래 / 38씬과 같은 오후.
나침반을 보던 영수, 천천히 일어선다.
그리고, 나침반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몇 걸음 걸었을까.. 걷고 있는 영수의 얼굴에 이는 미소.
S#41. 동물원 사자 우리 앞 / 39씬과 같은 오후.
벤치에 앉아있는 은수.
저기 앞에 사자 우리가 보인다.
<인서트> / 사자 우리 앞. 12부 S# 37씬
영수 - 여기 올 때 마다 궁금했어요. 뭐가 쟤네들을 여기로 데려다 놨을까...
은수 - (영수를 한번 보고, 다시 사자로 시선 돌리면)
영수 - 신이 있었으며 좋겠어요.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은수 저도 궁금합니다.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는지... (뜸) 그리고 지금, 내 마음은 어떤지. 빨간지, 파란지. 흐린지, 맑은지. 하나인지, 둘인지, 아님 더 많은지...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마음엔 이름이 없구나.. 생각합니다. 그래도 나는 느끼고 있습니다. 이 이름 없는 온갖 마음을... (눈을 감는다. 뜸. 불러본다) 태경씨. /
동물원 내부 / 같은 시각.
걸어오고 있는 영수의 모습. (*영수는 반소매.) 그 위로,
은수 어느 날엔가.. 내가 알던 그, 느리고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이젠 이렇게 불러 볼까 합니다..
영수, 걷다가 앞을 보면, 사자우리가 보인다. (*은수는 보이지 않게) 그 위로,
은수 (가만히) 태경씨... //
은수, 가만히 눈을 뜨면, 사자우리 앞에 서 있는 영수의 뒷모습이 보인다. 가만히 본다.. /
사자 우리를 보고 있는 영수. 쨍한 햇살에 인상을 조금 찌푸리고 있다. 그 곁으로 와 나란히 서는 은수.
무심코 돌아보는 영수. 찡그린 채로 보다가, 조금 갸웃.. 그러다 가만히 미소 짓는다.
은수도 미소.
마주하는 두 사람.
은수 못 오시는 줄 알았는데.
영수 (나침반 내밀며) 이거 드릴려구.
은수 (나침반 받고.. 보다가 피식) 이거 줄려구요?
영수 네.
은수, 영수를 가만히 보다가,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민다.
악수를 받는 영수.
은수 처음 뵙겠습니다. (뜸) 저는 오은수예요.
영수 반가워요. (뜸) 류태경입니다.
그렇게 서 있는 두 사람, 멀어져 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