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이후 제주인에게는 화창한 봄날을 만끽하기 전 홍역처럼 치뤄내야 하는 행사가 생겼다. 4·3, 그리고 4·3으로 가족을 잃고 나를 잃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민예총이 올해도 이들을 예술로 기억해내기 위한 행사를 준비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2008년 개칭한 ‘평화예술축전’에서 3년만에 원래 명칭인 ‘제주4·3예술제’로 회기해 민예총의 초심 복귀에서도 관심을 끈다. 제주4·3연구소의 증언본풀이 마당도 함께 한다.
△ 증언을 듣다
㈔제주4·3연구소(소장 김창후)가 30일 증언본풀이마당을 연다. 4·3의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초대해 그때의 기억을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 본풀이 마당에는 애월읍 유수암리 강조행씨(88)와 오라동 박두선씨(88), 노형동 양상준씨(73)가 4·3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08~2009년 제주국제공항 2단계 유해발굴에서 가족을 찾은 사람들이다. 4·3의 기억과 이후 유골로 가족을 만나기까지 걸린 지난 60여년의 세월을 이번 본풀이마당에서 뱉어낼 예정이다. 오후 2시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 문의=756-4325.
△ 전야제
㈔제주민예총은 전야제와 예술제 본 행사를 나누어 선보인다. 4·3예술제의 시작을 알리는 전야제는 2일 오후 6시30분 제주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시작된다. 민중 음악활동가 최상돈씨가 연출을 맡았다.
줄기는, 4·3의 광풍을 만나 산으로 바다로 흩어지며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는 1부, 고향을 등지고 선 그해 가을날의 기억을 담은 2부, 삶은 죽음으로 죽음은 삶으로 엇갈리던 세월을 담은 3부로 구성된다.
1부 약속에선 사물놀이 마로의 삼석울림과 풍물굿패 신나락, 어린이민요단 소리나라의 공연이 펼쳐진다. 2부 가을에선 풍물굿패 신나락과 놀이패 한라산, 민요패 소리왓, 제주민예총 음악위원회 원의 연합공연, 테너 현행복, 제주대 음악학과의 특별무대가 꾸며진다. 3부 재회에선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씨의 노래와 대동풀이가 진행된다. 문의=758-0331.
△ 문학으로 만나는 4·3
제주민예총 소속 제주작가회의(지회장 한림화)는 심포지엄과 시화전, 문학기행을 준비했다.
심포지엄은 ‘4·3을 넘어서는 4·3문학’을 주제로 그동안 축적된 4·3문학의 성과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4·3문학의 미래를 논한다.
「순이삼촌」의 저자 현기영씨가 기조강연자로 참석한다. 문학평론가 김동윤(제주대)·고명철(광운대)씨가 발제자로 선다. 지정 토론자로 문학평론가 하상일(동의대), 박찬식(제주대 사학과), 장윤식(4·3평화재단), 허호준씨(한겨레신문 기자)가 자리한다. 4월 1일 오후 4시 제주4·3평화재단 세미나실.
시화전은 ‘제주4·3, 기억의 시, 그리고 평화의 전언’을 주제로 4월 1일부터 12월20일까지 장기간 마련된다. 1일 오후 3시 전시공간인 제주4·3평화공원 정문 ‘시간의 벽’에서 개막식이 열린다. 올해는 4·3과 기억·진실·화해·상생을 주제로 작품을 분류해 전시한다. 신작 시 70여편과 산문 등이 4·3 63주년을 맞는 올해내내 전시됨으로써 평화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지난 기억을 되새김하게 한다.
문학기행은 4월 9일 오전 9시 신산공원 해원방사탑 앞에서 출발해 애월읍 광령리 일대의 4·3유적지를 돌아본다. 제주시 해안동과 도평, 광령, 이호, 외도 등 서부지역이 올해 순례지다. 현장에서는 문학평론가 김병택씨의 강연과 소설가 고승완, 시인 김성주씨의 이야기가 마련된다. 참가 희망자는 4월 5일까지 신청(010-9906-8383)해야 한다. 선착순 50명, 참가비는 1만원, 고교생 이하는 무료다. 참가자에게는 계간 「제주작가」 봄호와 기행자료집, 점심도시락, 음료수가 제공된다. 문의=070-4115-1038.
△ 미술인들과 함께 하는 4·3
제주민예총 소속 탐라미술인협회(지회장 송맹석)는 올해 산전제와 토론회만으로 행사를 꾸린다. 지난 16회에 걸친 기간동안 작품 전시없이 보낸 해는 이번이 처음. 대장정의 고비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다. 대신 4·3미술의 미래를 묻는 토론회를 기획했다. 4월 2일 오후 7시 제주시 청소년 유스호스텔에서 4·3미술의 새로운 단계를 준비하기 위한 워크숍을 연다.
산전제는 4월 2일 오전 11시부터 5시간동안 이덕구 산전에서 거행된다. 심방 정공철이 주관하는 추모굿과 헌정시 낭송, 노래추모 행사가 이어진다. 강문석·강요배·강태봉·고경화·고길천·고민석·고원종·고혁진·김영훈·김현돈·박경훈·박소연·송맹석·안소희·양미경·양천우·오석훈·오윤선·오현림·이원우·정용성·홍덕표씨 등이 참여한다. 문의=010-2886-3850.
△음악으로 4·3을 듣다
제주민예총 음악위원회(지회장 강택환)는 제주사람들의 4·3에 대한 생각과 아픔을 음악으로 느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브라스밴드 ‘제주빌레앙상블’, 남원읍 주부밴드 ‘남원사람들’, 민예총 영상위원회, 민중 음악활동가 최상돈씨, 원 등이 참여한다. 연출은 엄휘씨가 맡았다. 4월 9일 오후 6시 제주도 문예회관 소극장. 문의=010-6661-3927.
△ 사진으로 더욱 생생해지는 4·3
제주민예총 소속 탐라사진가협의회(지회장 김호천)는 ‘가매기 모른 식게’를 주제로 기록전을 준비했다. 4·3 당시 하루동안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마을, 조천읍 북촌리와 동복리에서 같은 날 치러지는 제사를 사진으로 선보인다.
집단학살의 참상을 되살리는 이번 사진전에는 김기삼·정이근·강정효·한종경·김호천·김영하·오은정·이병철·김명선·고성만씨가 참여했다. 4월 1~5일 제주도문예회관 2전시실. 문의=010-4875-6906.
△ 해원·상생 꿈꾸는 마당극
제주민예총 연극위원회(지회장 오승혁)는 4·3의 아픔과 인권의 소중함을 마당극으로 풀어낸다. 4월 28일부터 5월1일까지 4일간 제주도 문예회관 소극장과 야외놀이마당 등지에서 대동마당을 펼친다. 윤미란씨가 연출을 맡았다. 4월 28일 오후 6시, 29일 오후 5시, 30일 오전 10시, 5월 1일 오후 5시부터. 문의=010-6677-6772.
△ 청소년들의 4·3
올해 청소년 평화마당은 양미경씨의 연출아래 청소년 워크숍과 창작물 전시, 시낭송, 판토마임, 진혼곡 무대가 마련된다. 미래에게 4·3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깃든 자리다. ‘청소년-지평선-평화’를 주제로 인권·평화·생명에 대한 목소리가 전해진다. 4월 16~17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기념관. 문의=010-9784-5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