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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스크랩 광활한 설원에서.. 일본 나가노 시가고원 스키투어!! 2016.1.17~22
윤우로 추천 0 조회 340 16.01.24 20:3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15/16 시즌 해외 스키투어는 일본 나가노 시가고원을 택하기로 한다.

시가고원은 일본은 물론 아시아내에서도 가장 광활한 스키지역으로 유럽이나 미주 못지 않는 아름다움과 웅대함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해발 2,305미터의 요코테야마 스키장은 일본에서도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한 스키장으로 극상의 설질과 

빼어난 경관, 방대한 스케일로 스키어에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이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래도 국내에서 시즌권을 끊어가며 열심히 스키를 타고 했지만 국내 설질의 한계와 엘니뇨현상이 겹치면서

더욱 재미를 잃어 이제는 확실한 해외투어 한번으로 스키시즌을 다하려고 한다. 주로 혼자서 타는 스키이고보니 쳇바퀴 돌듯

타는 스키에도 이력이 나고, 보다 다양한 곳으로 눈을 돌리다보니 시가고원의 광활함이 그중 눈에 들어온 것이다. 올해는

유럽 알프스에도 눈이 부족해 스키장을 오픈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그쪽 스키어들이 일본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하는데,

일본도 눈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세계적으로 가장 상황이 나은 모양이다. 

 

예전 같았으면 떠나기전 몇번 정도는 몸도 풀겸 국내 근교의 스키장으로 갔으련만 올해는 더욱 기승을 부리는 엘리뇨 덕분에

스키장 가는 것도 포기하고 바로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는데, 작년 감각이 아직 남아있는지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일본을  다녀와서 국내 눈사정이 좋아지면 용평, 무주, 하이원 정도는 한번 가볼만 하다는 생각은 든다.

 

 

5박6일 중 4일간 풀로 스키를 타는 일정이 되겠다.

3일 정도면 시가고원을 여유있게 다 돌아볼 수 있겠지만 예비일 하루를 더해서 4일로 끊었다.

 

 

 

시가고원위치도. 스노우몽키타운이 있는 지역이다.

온천증기가 피어오르는 '지고쿠다니'라는 계곡에서 노천욕을 즐기는 원숭이가 사는 공원이 있는데,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스키를 타다가도 원숭이들을 목격하게 되면 반드시 눈을 깔고 쳐다보니 말라고 한다.

눈을 맞추면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알고 여러 물건들을 뺏어서 달아난다고..ㅎ 

 

 

 

시가고원은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스키지역으로 총 425ha에 이른다.

21개의 개성있는 스키장이 모여서 총 84개의 슬로프와 50개의 곤돌라&리프트가 운용되고 있다.

이 스키장들은 1개의 공통권으로 모두 이용할 수가 있어 단일 스키장이나 큰 차이가 없는 잇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림에도 보듯이 서풍이 북알프스의 장벽에 막혀 무거운 눈을 뿌리면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눈은 시가고원으로 넘어가

북해도 뒤지지 않는 극상의 파우더를 뿌려준다는 것이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이 열렸던 하쿠바와 함께 그 옆 시가고원에서도

일부 종목이 열린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늘에서 본 시가고원. (자료사진) 

 

 

 

시가고원 전체 리프트&슬로프 맵.

온난화의 영향으로 몇몇 스키장은 페쇄가 되어 현재는 19개의 스키장이 오픈되어 있다.

 

 

ㅇ 2016.1.17(일).. 투어 1일차

토야마공항에서 가이드 안내에 따라 버스를 타고 시가고원으로 이동하다.

시가고원을 찾는 고객이 많아서인지 호도트레블에서는 특별히 가이드까지 상주시키면서 도움과 편리를 주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1월 중순쯤이면 토야마공항에 내리자마자 눈을 볼 수 있었겠지만 올해는 어찌 썰렁한 감이 없지 않다.

이 지역도 올해는 눈이 귀한 모양이다. 차라리 북해도 쪽으로 갈걸 그랬나.. 그 쪽은 그나마 눈이 좋다고 하는데..ㅠㅠ

 

나가노지역에서 얼마전 버스 사고가 있어 마트를 들리지 못하고 중간 휴게소에서만 잠깐 쉬고 출발한다.

마트에서 예전처럼 샤케나 댓병으로 하나 사서 들고 가려고 하였으나 무산이 된 셈이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음주도 삼가고 운동이나 열심히 하고 잘먹고 해서 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갖는다.

떠나오기 전에도 여러 활동으로 심신이 피곤하니 마음을 차분히하고 운동과 휴식에만 집중해보기로 한다.

해외 투어중에 아마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방을 배정받고 내일부터 공략할 시가고원의 슬로프를 이리저리 훑터본다.

그동안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부분들이 계속 들여다보니 어느덧 익숙해지고 머리에 완전한 상으로 남는다.

눈을 감아도 리프트며 슬로프며 연결된 상황이 스르르 흘러간다.

 

내일은 우선 머물고 있는 프린스호텔쪽 야케비타이야마를 중심으로 탈 계획이다.

이 지역은 맵상 시가고원 왼쪽부분으로 시가고원에서도 가장 지역이 넓고 다양한 코스가 있다.

다음날은 센터지역으로, 그 다음날은 오른쪽 그 유명한 요코테야마지역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묶고 있는 서관에는 대노천탕이 딸려있어 편안하게 노천욕을 즐길 수 있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처음부터 전신욕을 하지 말고 족욕을 5분 정도 한후 전신욕을 하면 피로회복도 더 잘되고 몸에도

무리가 덜 간다고 해서 그대로 해보았다.

 

아침저녁으로 요가를 하면서 스트레칭을 해주고 요양차원에서 몸과 마음을 차분히 하는 것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하겠

냐는 생각으로 편안히 내일을 기다려본다. 

 

 

ㅇ 2016.1.18(월).. 투어 2일차

어제 올 때는 잠잠하던 날씨가 밤새도록 세찬 바람과 눈보라가 일었다.

아침에도 그치는 기색이 없이 더욱 강한 눈보라가 허공을 가를 뿐이다.

아니나다를까.. 시가고원 전지역에 스키장이 올 스톱이란다...헉!!

첫날부터 무슨 변고인가..

 

이제껏 다니면서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없이 잘 피해다녔는데.. 

루스츠에서 그 악천후임에도 리프트가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일본애들 정말 지독하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뉴질랜드에서는 아침마다 묶고 있는 롯지에 그날그날 스키장 상황을 알려주는 시스템이 되어 있었는데, 6일 중 초반

3일을 못타고 하릴없이 롯지에 묶여있었던 기억은 난다.

 

바람이 초속 20~30m 정도의 태풍급으로 불고 가느다란 눈이 함께 휘날리면서 내리고 있으니 보통 악천후가 아닌 셈이다.

자연이 하는 일을 어찌 막으랴..

 

 

 

자신의 아둔함을 반성은 할지언정 상황에 대한 미련은 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운다.

점심식사후 옆 동네인 이치노세쪽은 중단부분 정도는 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쪽으로 가보기로 급히 마음을 먹는다.   

 

 

 

묶고 있는 프린스호텔 서관에서 이치노세다이아몬드 스키장으로 가는 32번 리프트는 가동을 하지 않아서 호텔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넘어가기로.. 셔틀버스는 스키장 운영시간내에는 호텔 고객들에 한하여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버스시간도 많이 기다려야하고 그쪽으로 가려는 사람들의 줄이 만만치 않아 스키를 들고 걸어가기로..ㅠㅠ

거리상으로 얼마되지는 않지만 오르막길이고 눈에 빠지고 미끄러워 20분 정도를 등산하는 심정으로 걸어갔다.

이것은 아주 잘한 결정으로 내가 도착하고도 버스는 지나가지 않았다.

 

이치노세패밀리스키장은 중하단부만 오픈이 되어 있어서 24번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는데, 하단부에 강습생들이 너무 많고

앞도 잘 안보여 건너편인 이치노세다이아몬드스키장으로 옮겨갔다.

 

 

 

이치노세다이아몬드 스키장 전경.

이곳은 30번 리프트가(맨 오른쪽) 가동되고 있었는데 짧은 슬로프들이지만 그런데로 탈만했다.

그동안 내린 눈이 쌓여있어서 상단부엔 비압설지역도 형성되고 첫스킹으로 몸 풀기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이치노세야마노카미스키장은 폐쇄가 되었는지 막아놓았다.

 

 

 

클로즈하는 16:30까지 악천후에서 몸풀기로 스키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서관으로 돌아오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 제대로 스키를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곳 뷔페 레스토랑의 음식은 맛이 없다고 하는데, 확실히 북해도나 다른 지역에 비해 다양성이나 화려함에서 조금 쳐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스테이크 등 확실한 메인메뉴가 나오기 때문에 나로서는 별 불만은 없다. 체류내내 스테이크만 먹었는데,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을 것이다. 투어 중 먹는 것도 큰 즐거움이기는 하나 서관의 위치가 스키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

하기가 편리하고 대욕탕이 있어 오히려 좋은 조건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늘밤도 하릴없이 슬로프 지도만 뚫어져라 보아가며 머리 속 구상하기에만 바쁘다. 

 

 

ㅇ 2016.1.19(화).. 투어 3일차

아침에 일어나 창가를 보니 나뭇잎이 흔들리지 않는다.

간밤에 뉴스로는 태풍이 북해도에 머물고 해일이 예상되어 주민을 대피시키고, 폭설이 1~2미터 내리고 있다고 한다.

폭설은 북해도를 중심으로 일본 서쪽 해안가를 따라 내려 대설경보가 발효중에 있다고 한다.

 

이쪽은 아침에 해도 나고해서 어제의 악몽을 뒤로하고 모처럼 활기찬 기운이 돈다.

오늘은 야케비타이야마 온산을 돌아다닐 예정이다.

 

 

 

야케비타이야마에는 야케비타이야마스키장과 그 뒤쪽으로 오쿠시가고원스키장이 있는데, 야케비타이야마스키장은 그 규모가

시가고원에서는 가장 크다. 오늘은 오쿠시가고원스키장을 먼저 섭렵하고 야케비타이야마스키장을 누빌 것이다.

 

프린스 서관 앞에서 39번 리프트를 타고 오른다.

어제의 먹구름이 싹 거쳐서 주위는 설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건너편 이치노세스키장과 테라코야스키장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맞은편에 우라이와수게야마(2,337m), 이와수게야마(2,295m)의 연봉들이 하얀눈을 뒤집어 쓴채 빛나고 있었다.

 

감동..!!

이런 맛에 일본을 찾는 것이긴 하지만 어제의 악몽에 비견되어 더 감격했는지도 모른다.

41번슬로프를 타고 계속 왼쪽으로 진행한 결과 프린스 동관 앞에 있는 36번곤도라(야케비타이 제1곤돌라)를 만날 수 있었다.

가는 중에도 어제 눈도 오고해서 최상의 설질을 만끽하며 활강을 하니 가슴이 다 시원하다.

 

 

 

36번곤도라를 타고 야케비타이야마 정상으로 오르다.

이곳에서 오쿠시가고원스키장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연결루트가 약간의 오르막이라 조금은 힘을 써야한다.

 

 

 

오쿠시가고원으로 넘어가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정상까지 운행되는 51번리프트는 아직 준비중이라 가동을 하지 않고..

오늘 처음으로 이곳 스키장을 가르며 내려선다.

그리고 계속해서 47번곤도라 맵상 왼편에 있는 슬로프를 내려오는데 중간중간 한쪽으로 비압설지역이라 횡재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해외 스키장에 오는 목적 중 하나가 비압설을 경험하는데 있는데, 우리나라의 환경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최대한 비압설을

경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곳 대부분 슬로프들이 압설이기는 하지만 사이드 한쪽으로 비압설지역들이 많아서 그런 곳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고, 상급슬로프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은 되지만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기에 오히려 자유분

망함을 느끼게 된다.

 

 

 

9시반이 지나니 좋았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면서 다시 눈이 오기 시작한다.

아주 지랄같은 일본날씨다.

남알프스나 북알프스 종주등반시에도 겪은 일이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바뀌는 변화무쌍한 날씨에 많이도 고달펐었다.

다행히 어제처럼 바람은 불지 않고 눈만 내려 스키장 가동은 중지되지 않았다.

이제는 조금만 날씨가 사나워져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제일 좋은 날씨는 밤에는 눈이 내리다 아침이 되면 화창하게 게이는 그런 날씬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

여하튼 스키어에게는 어느 때라도 눈이 내려주면 감사할 따름이다.

 

한국은 서울의 기온이 연일 영하 10~15도의 강추위가 몰아친다고 하는데, 이곳은 산정임에도 영하 8~11도 정도를 보이고

있으니 스키타기에는 알맞는 온도라고 생각된다. 나가노 같은 도시는 영하 4도 정도라 요즈음 한국의 매서운 추위에 비하면

따뜻하다고 하겠다.     

 

 

 

오쿠시가고원스키장을 남김없이 즐기고 야케비타이스키장으로 51번리프트를 타고 넘어오다.

오쿠시가고원 맨 하단부인 48번리프트 지역은 초급보다 아래인 입문정도의 편편한 슬로프이다.

리프트가 올라가는 기둥 쪽에 눈이 비압설로 되어있어 내려올 때는 이곳을 이용하니 밋밋한 맛이 많이 줄어든다.

 

야케비타이스키장으로 넘어와서 46,45번자이언트슬라롬코스 사이드 부분에 비압설을 신나게 경험하고..

올림픽코스인 44번은 눈부족으로 막아놓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중간중간 풀이 나 있었다.

그래도 스키 탄 자국이 있길래 나도 한번 내려가 보았는데, 어제 내린 눈이 있어 그런데로 탈만 했다.

이후 무작위로 야케비타이산을 종횡무진 갈랐다.

 

 

 

프린스 남관 앞에 있는 37번곤도라(야케비타이스키장 2번곤도라)를 타고 정상을 향하며 본 설경들.

 

 

 

 

 

 

 

 

 

 

 

 

 

 

야키비타이야마 스키장 맵상 맨 왼쪽은 35번파노라마코스, 36번쉬라카바코스, 37번부나코스, 비기너코스 등이 있는데 바람에

영향도 덜 받고 아기자기한 맛이 좋은 슬로프들이다.

 

8:30에 시작해서 점심 30분 하고 16:30까지 풀로 탔으니 스키만 7시간30분을 탄 셈이다.

오늘은 아침 1시간 가량만 날이 좋아 잠깐 풍경을 보았지만 거의 하루내내 눈이 내리길 반복했는데, 일정대로 스키를 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일은 시가고원에 중심부로 들어가는 날이다.

 

시가고원에 중심부는 고만고만한 스키장들이 많아 연결하려면 머리가 꽤나 아프다. 지도를 얼마나 열심히 보았는지 모를 지경

이다. 특히 센타부 최상단에 위치한 테라코야스키장이 운행을 할지가 관심사이다. 중심부 최상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중단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자 비우자 했지만 테라코야가 눈에 선히 보이는 것만 같다.

 

 

ㅇ 2016.1.20(수).. 투어 4일차

오늘도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다. 바람은 그다지 강한 것 같지는 않은데 낙뢰의 위험 때문에 오픈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시가고원 스키투어는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그 광활한 설원을 눈 앞에 두고 호텔 안에서 서성거려야 된다면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그래도 자연이 하는 일이니 별 뾰족한 수는 없을 것이다.

미련을 버리자.. 미련을 버리자.. 수도 없이 자신을 다독일 뿐이다.

 

다행히 야케비타이스키장은 9시15분에 45번, 39번리프트와 정상으로 가는 1번 곤도라를 가동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렇게되면 야케비타이야마스키장 전지역으로 가는 루트는 완전히 오픈되는 것이다.

 

하루종일 눈이 내리는 가운데 어제 모두 돌아 본 코스라 별로 흥이 나지는 않지만 제설을 해놓지 않은 관계로 대부분 비압설인

슬로프를 훈련하는 기분으로 돌아다닌다. 이번 투어에서 비압설은 마음껏 즐기고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오쿠시가고원

스키장으로 넘어가는 루트는 개방되지 않았다.

 

불교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반야심경'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존재하는 것이 다 허망하고 허망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는 뜻으로, 앞이 잘 안보이는 설원에서

존재의 허망함을 깨달게 되고 그 허망 속에서 삶의 생동감을 부여잡고자 스키를 돌리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스스로 의미를 찾기

도 한다. 부정의 부정은 긍정을 나으니 지금의 이 상황을 나는 공즉시색으로 받아들이는 것인가..

나름대로 6시간 이상을 열심히 비압설 위주로 타고 나니 다리가 뻐근하다.

 

내가 생각하는 비압설이나 심설을 타는 요령은..

- 첫번째로는 앞에 보이는 눈에 굴곡이나 자국들은 싹 무시하고 평탄하다고 생각하며 타는 일이다.

   일단 심적으로 불안하지 않아야 그 다음 행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두번째로는 눈의 깊이에 따라 전후의 중심을 잘 잡아야한다.

   너무 후경이라 대퇴부가 아플 정도면 안되고, 전경이라 눈에 쳐박일 정도가 아닌 적당한 중심이 요구되는데, 스스로가 타면서

   포인트를 잡아내야만 한다. 스피드는 전후 조작만으로도 컨트롤이 가능하다.

- 스키의 회전은 낙하의 힘이 남아있을 때 돌리는 것이 수월하므로 중간에 스톱을 하거나 심적으로 불안해서 사이드로 많이 돌리

   게 되면 다음 턴이 어려워진다. 내려오는 힘과 회전의 양을 잘 계산해 두어야한다. 두발에 평형을 유지하며 바닥을 사용하여 회

   전한다.

- 가급적 넓은 심설스키 전용으로 타면 유리하다. 

 

       KASTLE(캐슬레) MX88 스키 (제원 : 158CM   R = 15   128/88/113)

 

내가 보유하고 있는 이 스키는 심설용 스키로 어느 정도는 올라운드로 타기에도 좋은 스키이다.

헬리스키처럼 전문적인 심설용 스키는 일반적으로 타기에는 불편한데, 일본 정도의 심설에서는 이 스키 하나면 어디든 불편없이

다닐 수 있을 것이다.

 

마칠 시간이 거의 다되어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리프트에 올랐다.

오늘 스킹에 마지막이라 오른쪽 주머니에 든 카메라를 더 이상 사용할 필요가 없어서 자크 문을 잠갔다.

그리고 슬로프 사이드를 오르락내리락 공략하며 갖은 재주(?)를 다부리며 내려왔는데..

내려와보니 주머니가 열려있고 카메라가 없는 것이었다. 헉~~

자크문이 잠겨있었는데 오히려 열어버린 것이었다.

 

리프트도 끝났고.. 말은 안통하고..

신발을 갈아신고 스틱만 가지고 슬로프를 거슬로 올라가 보았다.

눈에 푹푹 빠지며 가파른 슬로프를 오르는 일은 왠만한 러셀 등반이 무색할 지경이다.

마지막으로 내려온 코스를 훑으며 힘들여 끝까지 올라가보았지만 새록새록 내리는 눈에 묻혔는지 발견할 수는 없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다. 이번 투어에는 여유있게 즐기면서 임하려고 하였으나 팔자 탓인지 역시나 힘든 일이 생기고

만다.  

 

포기하고 내려서자니 허탈하고 참담하기만 하다.

지금까지 어렵게 찍은 사진은 물론 다 날라갔고, 이후로도 찍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얼마전 제주 카약투어때 물기가 들어가 카메라 기능이 안되기 때문이다.

내일 하루만을 남기고 있는데 날씨 때문에 스키도 그렇고 카메라도 없고 완전히 의기소침되어 이번 시가고원 스키투어에

좌절을 맛본다. 그래도 내일 하루를 기대하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가이드의 말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본다.

 

내일 날씨가 좋다면 오늘 못간 센터부는 물론 오른쪽 요코테야마지역까지 한꺼번에 돌 계획을 세웠다.

이치노세를 시작으로 탄네노모리오코죠, 다카마가하라맘모스를 거쳐 테라코야, 히가시다테야마 등으로 진출하면 되는데,

중간에 리프트들이 끊기지 않고 운행을 해주어야 가능하다. 여러 가지 방법과 계획을 세우고 나니 참담한 마음도 어느덧

가신다. 내일이야말로 이번 시가고원 투어에 사활이 걸려있는 셈이다.

 

 

ㅇ 2016.1.21(목).. 투어 5일차

오늘은 스키타는 마지막 날이다.

그동안의 성과로는 야케비타이야마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 지역을 벗어나 광활한 시가고원을 마음껏 누비고 싶을 뿐이다.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눈도 그치고 밝은 하늘이 보인다.

 

그렇다면 오늘은 점심도 생략하고 센터지역과 요코테야마지역을 모두 돌아보기로 결심을 굳혔다.

꼼꼼하지 못해 카메라도 잃어버린 주제에 점심까지 챙겨먹는 다는 것은 뻔뻔한 일일 것 같다.

 

이치노세로 넘어가는 리프트는 8:50에 가동하기에 8:30에 가동되는 서관앞 리프트를 타고 어제 마지막으로 내려온 코스를

혹시나 해서 올라보았다. 시간상으로 두번 오르내릴 수 있었는데 깔끔히 압설해놓은 슬로프가 얄미울 뿐이다. 아마도 내가

싫어 도망간 카메라임이 분명하다. 자크를 잠갔다고 생각한 것이 열려있고.. 모든 정황으로 봐서..^^  

           

 

센터부 스키장들의 맵.

 

오늘은 이치노세를 거쳐 탄네모리오코죠 --> 다카마가하라맘모스 --> 테라코야 --> 히가시다테야마 --> 핫포부나다이라

--> 니시다테야마 --> 자이언트 --> 하스이케 버스터미널 까지 12:30에는 내려가야 12:45 출발하는 요코테야마 버스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야케비타이야마와 센터부 쪽은 스키를 타고 연결이 가능한데 요코테야마와 쿠마노유는 하스이케에서 버스를 타

야만 갈 수가 있다. 만약 계획대로 안되면 중간에라도 버스를 타고 요코테야마쪽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만큼 요코테야마의 비중은 높다고 하겠다.

 

 

 

야케비다케 서관에서 이치노세로 연결해주는 32번 리프트를 타고 넘어가다.

 

이어서 9:15 이치노세 패밀리스키장 23번 리프트에 탑승했다.

두번 오르락 하면서 왼편에 22번, 23번 슬로프를 내려오고..

 

 

 

이치노세패밀리에서 본 야케비타이야마 전경.

 

24번 상급슬로프는 막혀있는데, 주위에 강습생들이 많이 오고가고 있어 눈을 피하기도 뭐해서 포기한다.

23번 리프트를 타고 정상으로 가면 테라코야 방면으로 가는 루트가 있는데 아직 일러 준비중이라고 쓰여있어 갈 수가 없었다.

 

 

 

 

 

 

 

 

세번째로 오르면서 보니 오른쪽 탄네노모리 26번리프트가 막 가동되고 있어서 잘 되었다 싶어 오른쪽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는데

중단부까지 비압설로 심설을 제대로 즐겼다. 아직 아침이라 새롭게 내는 스키자국이 마치 구름 위를 떠서 가는 듯 둥실거린다.

탄네모리 상단에서 다카마가하라 상단으로의 이동은 오는 길 가는 길이 능선 숲으로 이어져있다.

안내문에 적설량이 적을 시에는 이용하기 어렵다는 글이 적혀있는데 이번 눈으로 모두 오픈된 것으로 보인다.

 

 

 

다카마가하라맘보스 스키장으로 내려오는 곳도 비압설 최대의 심설로 무릎 이상 빠지는 눈을 스키로 여유롭게 헤치며 유유자적

하게 내려선다. 어제 앞이 안보이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비압설 연습을 한 것이 너무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번 3일 동안

내린 눈이 한 70센치는 되는 것 같다.

 

 

 

다카마가하라맘모스 스키장 20번 리프트를 타고 정상으로 오른다. 조금 더 위쪽에는 히가시다테야마 전망대가 위치하고

그곳으로는 히가시다테야마곤도라가 운행되고 있다. 

 

 

 

다카마가하라맘모스 스키장 정상에서 13번 아래쪽 임간슬로프를 타고 내려와 16번히가시다테야마곤도라를 타는데 성공한다.

이때가 10:15.

 

 

곤도라를 타고 히가시다테야마(2,000m) 정상에 오른다.

이곳에서 최상부에 위치한 테라코야를 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마침 오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단 히가시다테야마의 12번슬로프인 올림픽코스를 올라오면서 보았기에 먼저 이곳을 타기로..

 

 

 

이곳은 막혀있었는데, 눈을 헤치고 어렵게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눈길을 뚫느라고 한 10분 이상은 지체된 것 같다.

하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어서 스키를 벗고 허리까지 빠지는 눈을 럿셀하면서 이동하였는데, 나중에 다시 스키를 신으려니 심설

에서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런 고생에 보답이라도 하듯 올림픽코스를 내려오는데, 가히 신선이 구름을 타고 하강하는 듯 신설을 부드럽게 가르며

신나게 내려왔다.

 

 

 

다시 곤도라를 타고 정상으로 와 이번에는 드디어 고대하던 테라코야로 넘어갔다.

촉박하게 움직이기에 히가시다테야마 전망대를 들릴 시간도 없다. 모두 날씨 때문에 당초 여유로울 것이라는 스케줄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것이니 나는 고달프게 움직여야 하는 팔자인 모양이다.

 

테라코야로 넘어가 리프트 앞에 서니 11:00 이다. 12:30까지는 하스이케 버스정류장으로 가야하는데 아직까지는 희망이 있다.

올림픽코스를 하면서 럿셀로 10분 정도를 허비한 것이 약간 마음에 걸린다.

 

테라코야에 대표적인 두개의 슬로프를 내려왔는데 생각보다는 짧고 경사도 중급이라고 표기는 되어있지만 초급 수준에 머무는

것 같다. 스키코스로서는 조금 실망인데 센터부 최정상에 위치하다보니 주위에 경관은 너무도 훌륭하다. 카메라가 없는 것이

정말 한탄스러웠다.

 

 

 

테라코야의 풍경들.

 

 

 

 

 

 

 

 

 

 

 

 

 

 

 

 

 

 

 

 

 

 

 

34번리프트를 타고 다시 히가시다테야마 정상에 올라, 이번에는 13번 위쪽슬로프를 타고 14번핫포부나다이라를 거쳐 맨 아래

니시다테야마까지 한번에 내려간다. 그야말로 스키와 몸이 일체가 되어 제비처럼 날았다. 그러면서도 되도록이면 비압설 구간을

찾아 활강했다. 

 

 

 

13번 임간슬로프는 주위 숲과 어우러져 낭만적인 오솔길이 되어 끊임없이 이어져있어 즐거움을 주었다. 

 

 

 

히가시다테야마에서 계속 이어지는 핫포부나이다라 슬로프.

 

니시다테야마 리프트에 도착하니 11:30.

17번리프트를 타고 올라 18번리프트를 갈아타고 정상으로 올랐다.

여기서 다카마가하라맘모스 스키장과 마주하는 19번코스도 있는데, 그쪽으로 내려갈 수는 없는 일이라 니시다테야마스키장의

대표적인 코스인 비압설 상급코스만 좌우측으로 한번씩 내려왔다. 이곳은 제대로 비압설 상급코스가 운영중이다.

 

 

 

왼쪽에 니시다테야마 스키장과 오른쪽 상단부에 테라코야 그리고 그 아래 히가시다테야마가 보인다.  

 

이제 센터부 마지막으로 남은 자이언트스키장으로 스키를 돌린다.

자이언트스키장에서 하스이케로 넘어가는 루트가 있으므로 그것만 제대로 진입하면 시간내에 버스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자이언트스키장 도착 12:00.

슬로프는 긴데 리프트는 왜 이렇게 느린지.. 고속리프트가 아니다.

대부분 연결리프트들은 저속인데 이것도 자이언트스키장의 리프트가 아니라 하스이케로 넘어가는 연결리프트 같은 인상이 짙다.

슬로프가 우선이 아니라 연결 리프트를 만들다보니 스키장하나 더만든 것 같다. 스키타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빈 리프트만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자이언트스키장은 통짜로 일직선으로 뻗은 슬로프 하나가 끝이다.

경사도는 상당해서 용평 레인보우의 메인슬로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한켠에 1/3정도는 비압설로 되어있는데 막아놓았다.

 

이곳은 한번 시원하게 카빙으로 내려꽂고 싶었다.

이런 곳에서 숏턴을 하기에는 마땅치 않고 그대로 내려꽂으며 스피드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너무도 단조로워 사람이

없는 것 같고, 기문연습하기에는 좋아서 선수들이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정상에 올라 카빙으로 스피드를 내며 내려꽂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뼈도 못추릴 것 같아 중간에 조금씩 스피드를 줄이며 꼬리를

내린다. 제대로 카빙 강습을 받았어야 하는데..ㅎ

 

 

 

다시 리프트를 타고 올라 정상 부근에서 하스이케로 빠지는 연결슬로프를 타고 내려간다.

 

 

 

하스이케로 이어지는 통로.

 

하스이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12:25이다. 12:45에 버스가 출발하므로 이제 여유가 있는 것이다.

결국 계획대로 성공한 셈이다. 이제 요코테야마로 가서 요코테야마스키장과 쿠마노유스키장을 접수할 차례가 된것이다.

주위엔 식당이나 매점도 없어 점심은 생각도 못하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하스이케를 비롯한 그 아래 마루이케, 선발레이 스키장등은 규모도 작고 진퇴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가지를 

않았고, 갈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참고로 하스이케 버스정류장의 시간표를 보면 다음과 같다.

하스이케에서 요코테야마로 가는 버스 중 12:45을 이용해서 13:05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길은 요코테야마에서 15:50을 타고 하스이케까지 16:10에 도착한다.  

 

  

다음은 하스이케에서 16:31에 출발하는 오쿠시가고원방향 버스를 타고 프린스호텔서관에 하차한다. 16:57.

 

하스이케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패키지 일행인 임성기님이 혼자 보드를 들고 오고있지 않은가..

같이 온 일행분들 중에 요코테야마까지 오려는 사람들이 드문데 참 대단한 열정을 가진 분을 만났다.

이 분도 내가 온길을 혼자서 밟아온 것이다.

 

더욱이 내가 카메라를 분실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기꺼이 사진을 공유하겠다고 하니 나에게는 구세주를 만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지금 쓰는 후기의 사진들도 앞에 두장 셀카사진을 빼고는 모두 임성기님이 공유해주신 사진들임을 밝힌다.

 

둘이서 의기투합해 12:45 버스를 타고 드디어 고대하던 요코테야마 베이스에 도착했다. 13:20.

 

 

 

요코테야마 하단부에도 강습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68번리프트, 69번리프트, 정상으로 가는 70번리프트까지 한번에 타고 오른다.

 

 

 

 

 

 

 

 

 

 

 

 

 

 

 

2305미터 시가고원스키장에서 가장 높은 요코테야마정상으로 가는 리프트는 그야말로 수빙 속을 헤치고 들어가는 최고의 경관을 

보여준다. 이제껏 좋은 곳을 많이 돌아다녔지만 아마 최고의 설경과 수빙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바람이 분다면 분명히 이 리프트는

운행이 중지될 것 같은데, 기다린 보람이 있는지 우리는 올라가는 행운을 맛보았다.

 

 

 

시가고원 요코테야마 정상에서..

 

 

 

시가고원 요코테야마 정상에 있는 유명한 빵집 Mt. Bekery 앞에 선 임성기님.

 

반대편으로 내려서는 시부토케스키장은 클로즈한 상태였다.

시부토케 베이스에서 요코테야마스키장으로 이어주는 루트를 만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코테야마 정상부의 설경.

 

 

 

 

 

 

 

 

 

 

 

 

 

 

 

 

 

 

 

70번리프트 맨왼쪽 슬로프를 타고 내려가다가 블랙다이아몬드 상급코스로 진입했다.

이곳도 막혀 있었지만 심설이 좋아보여 내려갔는데, 기가막힌 심설이 길게 이어졌다.

임성기님하고는 이곳에서 헤어져 나중에 버스정류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시 69번리프트를 타고 오른쪽 중급사면을 한번 내려오고, 마지막으로 69번, 70번 정상리프트를 타고 올라 이번에는 막혀있는

왼쪽 상급코스를 타려고 들여다보니 가파른 급경사에 풀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내려갈까말까 잠시 고민하다 에라 내려가보자 하면서 가는데 스키바닥이 득득 되면서 괴성을 지른다. 한 10미터 정도 내려가니

눈이 커니스를 이룬채 뒤덮혀 있다. 잠시 겁먹고 주춤하다 루트가 보여 심설을 만끽한 채 내려설 수 있었다. 이 코스야말로 오늘

나만이 유일하게 내려온 길이 될것이다.

 

다시한번 조금전 내려갔던 심설코스가 너무 좋아 또한번 그쪽으로 내려갈까 하였으나 임간슬로프를 타보려고 빙 둘러서 요코테

야마 최하단으로 내려왔다. 히가시다테야마의 낭만적 숲속길을 기대했는데, 완전히 크로스컨트리 코스로 스틱질만 열심히 하였다.

 

 

 

요코테야마스키장의 설경들.

 

 

 

 

 

 

 

 

 

 

 

 

 

 

 

 

 

 

 

 

 

 

 

 

 

 

 

 

 

 

 

 

요코테야마를 둘러보고 이제는 마지막으로 쿠마노유스키장으로 향한다. 

하단부에서 어프로치를 위해 잠시 걷기도 하고 해서 64번리프트를 14:45에 탈 수 있었다.

이 리프트는 15:00까지만 운행된다고 하니 마지막으로 시간에 맞게 잘 탄 셈이다.

정상에 올라 왼편에 비압설 상급코스를 우선적으로 내려온다.

이 슬로프는 64번리프트를 타야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64번리프트를 타고 정상으로 오르면 반대편으로 요코테야마스키장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확인은 하지 못했다.

만약 가능하다면 쿠마노유를 먼저 들린 후 이 슬로프를 타고 요코테야마로 들어가면 어프로치도 쉽고, 불필요하고 느린 67&68번

리프트타지 않아도 될것 같다.

 

다음은 중앙에 있는 61번리프트를 타고 오른다. 

이 리프트는 중간에 초급코스로 하차할 수 있는 정거장이 있는데, 하차만 하고 승차는 할 수 없었다.

하단부 초급코스에는 이곳에도 강습생들이 넘쳐난다.

 

61&62번리프트 정상에 오르면 맨 왼쪽 슬로프만 빼고 능선을 통해 모두 접근이 가능하다.

65번리프트는 가동을 하지 않았는데, 이곳으로 오르면 내려갈 수 있기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쿠마노유 정상에서 중단부까지 짭잘한 비압설 상급코스 4개가 있는데, 차례로 모두 오르내렸다.

64번과 61번리프트 중간에 있는 압설슬로프는 시간관계상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남겨놓았다.

나로서는 압설 중급코스이기에 큰 미련은 없었다. 만약 중요했다면 버스를 놓치고 1시간 이상을 기다린다해도 타고 왔을

것이다.

 

3시반이 지나니 그 많던 강습생들도 모두 사라지고 갑자기 스키장이 텅 비었다.

쿠마노유는 강습생이 없으면 운영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상단에 상급코스가 왠지 아까워 보였다.

 

15:40 스키를 접고 버스를 타러 움직인다.

15:52 버스에 오르니 임성기님도 이미 타고 계시다.

 

이렇게해서 바쁘고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가고원의 막을 내렸다.

오늘 하루 미친듯이 광활한 설원을 누볐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하루종일 물한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임성기님이 요코테야마 정상의 물이라고 건네주는 물병을 감사히 받아마시며 치열했던 순간들을 상기해 본다.

치열하고 긴박했지만 너무도 행복했다. 그 순간들이 너무도 달콤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집중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나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이로서 시가고원 슬로프들을 거의 남김없이 주파하였다.

오늘 하루 날씨가 주는 의미는 이제껏 스키를 타면서 보냈던 수많은 세월과 견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어제만 해도 실망에 차 있었는데, 오늘에 빛나는 스킹으로 모든 것이 성공으로 돌려진 것 같다.

시가고원에 광활함은 내 체험을 거쳐 뼈속까지 깊이 스며들어 오래오래 머무를 것이다.

 

장자크 루소는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이라는 책에서 혼자 있으면 나 자신의 성분만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 것처럼 아마 혼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지루하지 않기 위해 나를 내몰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밤은 캔맥주 하나를 뽑아 마시며 이 기분을 즐겨야겠다.

 

 

ㅇ 2016.1.22(금).. 투어 6일차

오늘은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다.

어제의 흥분이 남아있는지 피곤함에도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뒤치적거리다 결국 잠을 놓치고 만다.

머리 속에 스쳐가는 상념들을 키워드만 정리해서 메모하는 일을 반복하니 잠은 더욱 오지 않는다.  

아침 6시에 로비에 나가 토야마행 버스를 타야하기에 스키와 부츠도 정비해놓고 짐도 미리미리 싸놓았다.

 

갈 때는 토야마공항에 눈이 내려 쌓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바로 이 모습이었지..

 

함께 온 일행분들은 연세도 지긋하신데도 스키를 즐기시고 매우 젊잖은 분들이시다. 가족들과도 많이 오셨는데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나도 전에 세번쯤은 집사람하고 다녀보았는데 이제는 스키장 가는 것이 싫다고 해서 하는 수없이 혼자왔지만 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가이드도 날씨 때문에 여러 가지로 마음 고생하셨을 것이고.. 덕분에 많은 도움과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감사를 드립니다.

 

시가고원은 명성대로 드넓고 광활한 곳이었고 마음껏 스키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날씨나 적설량은 어차피 자연에 달린 것이고 보면 제대로 적설량이 있고 날씨만 받쳐준다면 지루할 틈이 없이 누빌 수 있은 곳이다.

대부분의 스키장들이 하루이틀 타면 쳇바퀴 돌듯 해야 하는데, 이곳은 울타리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드넓은 자연으로 들어선

느낌을 받았다. 유럽이나 미주 캐나다의 광활한 스키장 같은 곳을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시가고원이 될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 비압설에서 많은 수확을 건졌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긴박하게 움직였던 순간들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시 한번 사진을 공유해주신 임성기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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