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듣던 이름은 아무 생각도 없이 최면처럼 그냥 듣고 흘러 넘기기에
델 몬트나 선키스트라는 말은 그냥 만들어 파는 쥬스 이름이라고만 생각하고 지냈습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이름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델 몬트를 떠 올리면 막연하게 어느 백작 이름같은 기분도 들고
상큼한 과일 같은 기분도 들어서 어감 좋은 말이구나 하고 지나쳤습니다.
사람이 무엇 하나를 알아간다는 것이 참 반가운 일임을 이 이름들을 통해서
잠시 깨닫습니다.
어제는 집안 일이 있어서 빗속을 뚫고 대구를 다녀 왔습니다.
장시간 운전을 하면서 꽤 먼길을 달려야 하는 경우엔 자칫 지루해 지기 쉬워서 식구들과 함께
먼길을 떠난다는 것은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중간 중간 비도 엄청 내리고
달리는 자동차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데
갑자기 딸아이가 '델몬트'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묻습니다.
무슨 꽃 이름인가 했더니 'from mountain'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아, '산으로 부터' 이렇게 해석하고 쥬스하고 연관 시켜 보니 조금 그럴 듯 해 보입니다.
갑자기 '선키스트'는 무슨 뜻이지 아느냐고 또 되묻기에 오렌지 쥬스 이름이라고......ㅎㅎㅎㅎ
그렇게 말하고는 왠지 조금 민망해 지는데
'sun kissed' 를 발음 되는 대로 쓴 것이라고 하네요.
갑자기 켈리포니아의 따가운 햇살과 산등성이에 가득하던 오렌지 열매들이
엥커링 되기 시작했습니다.
뜨거운 햇살의 키쓰 세례를 받으며 익어간 그 오렌지 향기가 날리는 듯 합니다.
제가 오감이 잘 발달 된 덕분에 하루 내내 코 끝에 오렌지 향기 바람에 날리는 듯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비는 내렸지만 이미 제 가슴 속엔 햇살과 바람과 익어가는 오렌지 향기가 넘쳐 났답니다.
행복이 참 별 것 아니네요.
아마도 제 자신이 워낙 단순한 사람이라 이 단어 두가지에 하루 내내 다른 생각 않고
사소한 기쁨에 집중하여 행복했음이 감사해집니다.
복잡 다단하지 못한 자신이 고마운 하루 였습니다.
비가 오면 햇살과 그 어떤 나만의 의미있는 산뜻한 엥커링으로 장마를 극복해 봐도
좋을 듯 싶습니다.
행복 하세요.
첫댓글 'from mountain'... 'sun kissed'... 그렇게 깊은 뜻이...
아하하~ 친구들한테 자랑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