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따라 미사 참례를 가다/녹암
내가 사는 아파트는 광교산 끝자락에 있다.
산길을 따라 30분 쯤 가면 성복 성당에 이른다.
왕복 한 시간 가벼운 등산도 하고 조물주가 만드신 변화하는 자연을 찬미하며
가끔 이 길을 이용하여 미사 참배를 간다.
철따라 기묘한 변화를 주시고 산 아래 살게 하신 주님께 감사할 뿐이다.
오가며 기도와 묵상도 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운 길이다.
오늘은 첫 금요일이다.
산 능선을 따라 가면서 까치소리, 딱따구리 소리, 두견 소리, 이름 모를 새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찍다보니 걸음이 늦어져 가는 데 40분 쯤 걸렸다.
지금 만개한 진달래, 매화, 산수유가 있는가 하면 반개한 목련도 있고
꽃눈을 틔우는 벚꽃이 있고
나무 아래나 길옆에 초라한 영토를 얻어 피는 민들레꽃, 냉이꽃, 제비꽃도 있다.
이런 작은 꽃들이 없다면 들이나 거리가 얼마나 초라하게 보일 것인가?
아직 잠 속에 빠져있는 느티나무, 밤나무, 참나무도 있다.
왜 늦잠을 자느냐고?
조물주가 생체시계의 모닝콜 시간을 각각 다르게 정해 준 때문이다.
모두 함께 잠을 깬다면 봄은 며칠만의 축제에 그치고 계절은 삭막할 것이다.
나비와 벌들도 굶어 죽을 것이 아닌가?
농사는 어떻게 하고? 신비한지고!
모닝콜 시간이 달라서 일 년 내내 아름다운 꽃들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런 생각을 하며 꽃들을 보면 잔잔한 기쁨과 평화가 밀려온다.
얼마쯤 가면 보이는 두꺼비 바위는 거의 다 왔다는 이정표이기도 하다.(두꺼비 같아서 내가 붙인 이름)
드디어 예술촌이 있는 도마치 고개 너머 성당 가건물이 보인다.
성체를 모시고 예수 성심 호칭 기도를 드리며 돌아오는 길은 더욱 행복을 느낀다.
2008.4.4 금요일
비발디사계 중 봄1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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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연친화적인 언어에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영성을 담아냄으로써 읽는이에게 진한 감동을 주리라고 믿습니다. 특히 자연 속에 숨어서 역사하시는 창조주 하느님의 숨결을 그 누구나 리얼하게 느낄 수 있는 언어로 형상화내는 녹암 특유의 능력에 감탄을 보냅니다.
주님사랑이 넘치는 일상을 보았습니다. 산을 넘어 성당을 가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하느님의 은총 넘치도록 받으시고 그 은총을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평화를 빕니다.
'보시니 좋더라' 하신 주님의 말씀안에 감사하시면서 있는 그대로를 자연과 함께 숨결을 느끼시네요 바쁜 생활 속에서 정신없이 달리다가도 가끔은 멈춰서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녹암님 감사합니다...^^*
산을넘다굴러넘어지면 딱3년밖에못산다는옛날이야기갑자기생각나요 어릴때교과서에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