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씨가 계속되는 나날입니다.
일주일에 두번씩이나 되는 휴일이지만
늘 뭔가의 일에 사용이 되고, 오늘은 아주 드물게
개인적으로 활용이 가능했던 휴일이었네요.
코엑스에선가는 국화전시회를 하다고 하고,
간송미술관에서는 조선시대걸작선을 한다고 하고
리움미술관에서는 조선화원전을 연다고 하는데 한꺼번에
다 가 볼수는 없고 우선 리움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재수가 있다면 나머지 중 한군데 쯤은 가볼 수가 있을테고......
안부삼아 글 하나 적어보았습니다.
여유로움 속에 가을밤을 더디 보내시길...
혜원까치건축 김연태 사룀
김홍도의 풍속화
가을은 문화의 계절이랄까. 그동안 매년 봄, 가을에 약 2주일정도 전시되는 간송미술관의 전시회가 열리기를 기다리던 중 홍라희여사가 운영한다는 리움미술관에서도 '조선화원그림전시회'가 열려 모처럼의 휴일을 맞아 찾아보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제외하는 중요 고서.화는 간송미에 많이 있는데, 이번에 리움미술관에도 좋은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대체적으로 조선시대 후기(1700년~1840) 풍속도의 최고화가 3인을 꼽으라면 단원 김홍도(1745~1816), 그보다 10년 쯤 먼저 태어난 김득신, 혜원(蕙園) 신윤복(18세기 중엽~19세기 전반)을 꼽는다. 그 뒤를 이어 영화 '취화선'에 재 조명되었던 오원(吾園: 나도 단원의 園이고, 혜원의 園 이라고 부르짖은..) 장승업과, 그 뒤로 소치 허유와 그의 손자인 남농 허건 등으로 이어지지만...
이들보다 좀 앞서 김홍도의 스승 격인 표암 강세황은 문인화가로서 詩, 書, 畵의 삼절(三絶)로서 후대 문인들께 깊은 영향을 주었고 당대 그림 평론가의 총수라고 불리웠다. 그는 '표암유고' 에서 "대(竹)를 그린지 수십 년에 끝까지 깨달음이 없었는데, 창 앞에 비치는 달그림자를 보고 그려냈더니 약간 진전이 느껴졌다." 라며 자신의 그림을 혹평하였다. 그런 반면 '표암유고' 의 '단원기' 를 통해 김홍도를 평하길 "김홍도는 신선과 화조를 잘 그려 그것만 가지고도 한 세대를 울리며 후대까지 전하기에 충분하다." 라고 극찬하였다.
단원 김홍도, 그는 표암의 평 대로 신선, 화조, 초충등의 그림도 능했고 이번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신선도는 보통 '송하노인도'로 표현되는 그런 그림 류가 아닌 젊은 신선들의 군집을 중심으로 그려져 힘이 넘쳐나며 보는 이로하여금 강건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런 그가 새로운 화풍의 인물과 풍속화를 그려 대면서 새 바람을 일으켰고, 그의 풍속화는 서민생활의 일상을 해학적으로 다루어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익살과 구수함에 푹 빠져들게 된다.
'서당' 이란 그림이다. 가운데 앉아 있는 공부 못하는 아이가 훈장이 물어본 질문에 대답을 못해 매 맞을 걱정을 하며 울고 있는 모습과 의리를 내세워 훈장에게 들리지 않게 손을 가리고 정답을 알려주는 아이 (왼쪽 맨 위), 책을 슬그머니 아이 앞으로 밀어서 보여주는 아이 (왼쪽 아래), 이런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훈장은 웃음을 참느라 온몸이 흔들리는(옷이 구겨져 있슴) 모습이 너무나 재미있다.
'무동' 이란 그림이다. 위, 아래의 그림들을 볼 때 김홍도는원형(圓 形) 구도를 즐겨 했고, 생략된 배경, 옷주름의 필치와 생생한 얼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에 나오는 악기는 6인의 악사들과 악기의 형태로 볼 때 삼현육각으로 북, 장고, 피리 둘, 대금, 해금으로 보이며 고운 얼굴의 무동 (舞童)이 기다란 소매를 펄럭이며 걸지게도 춤을 추고 있다. '조지훈'의 '승무' 에서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에서의 그 소매의 길이가 이만큼이나 길까...
위 그림(무동)을 유심히 보면 맨 아래 무동의 옆에서 해금을 켜는 사람의 왼 손가락의 엄지가 없고, 아래 그림(씨름)의 우측 아래 사람이 땅을 짚고 있는 오른 손 모양이 왼손처럼 거꾸로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그림에서 사람의 손이 잘 못된 것(왼팔에 오른손, 오른팔에 왼손)은 우연이었을런지, 단순한 실수였다고 하기엔 천하의 김홍도가 실수를 했다고 보긴 어렵겠고, 누구 말대로 관람자의 재미를 위한 '숨은 그림찾기' 가 아닐런지..
'씨름' 이란 그림이다. 이 그림 역시 원형구도로 배치가 되어있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스물 두명이다. 선수 두명과 엿장수, 윗쪽에 13 인과 아래쪽에 그 반수 이하인 6명, 씨름의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가 분수가 되도록 인원을 거꾸로 배치하였고, 오른쪽 두사람이 뒤로 넘어지는 모습으로 절박한 움직임을 강조한다.
등장인물을 유심히 보면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웃는 등 대부분 좋아하는데 그것은 벗어놓은 신발의 주인(한켤레는 양반신, 한켤레는 짚신) 중에 양반신을 벗어 놓은 양반이 들배지기를 당해 넘어가려해서 그런건 아닌지...
22 명의 등장 인물을 통해 그 하나 하나의 표현이 너무나 해학적이고 재미있게 표현된 으 그림은 오늘날의 조감도(새가 날며 보는 높이에서 보는)처럼 그림을 보는 위치도 약간 높은 위치를 선택했다. 많은 인원이 등장하기에 높이가 안맞으면 전체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엿장사를 배치한건, 선수들의 옆에 심판을 배치했다면 모든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안으로만 향하게 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엿장사를 배치해 그가 바깥을 바라보게 하여 시선의 단조로움을 해결하였다. 엿장사는 씨름에는 당췌 관심도 없다. 엿판에 동전 몇 닢이 있어 그저 행복할 뿐이다.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씨름 승부의 전망은 앞쪽에서 뒷쪽 선수를 들어 올리는 사람이 이기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앞쪽에서 든 사람은 광대뼈가 튀어 나오고 힘이 있어 이번에 꼭 이기겠다는 각오가 분명하고, 뒷쪽의 들린 사람은 눈이 동그랗고 양미간이 푹 패어 자신감을 잃었다. 당연히 그는 진다.
이 게임은 일종의 토너먼트의 형태인 것같다. 그것은 이 다음에 대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좌측 상단의 부채로 얼굴을 가린 사람 아래) 한 사람으로 신발을 미리 벗어 놓고 상대방의 장,단점을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까지 간송미술관에서 역시 그림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곳에서 3~4년 전엔가 전시되었던 신윤복의 미인도도 이번에 선을 보인다고 한다. '찬밥 두고 잠 안온다'는 말처럼 거기 찾아가 미인을 만나 볼 생각을 하니 이 짧은 가을밤 잠이나 올런지 모르겠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