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입원
민문자
지난 2월 5일은 몹시 추운 날이었다
그동안 협심증이 있어 약 15년 동안 세브란스 심장내과를 다니며 주치의 처방대로 약을 복용하면서 잘 살아왔다.
그런데 그날은 주치의가 당분간 못 나온다면서 대신 L 교수가 진료일 진료를 보았는데
그날따라 맹추위 탓인지 진료 직전부터 왼쪽 가슴과 왼쪽 등이 몹시 아팠다.
매번 빠짐없던 심전도 처방이 없어서 심전도 결과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간곡히 청탁해서
그 즉시 심전도 처방받아 검사 후 진료를 다시 받았다. 심전도 상태가 심각했던지 당장 입원해서
심장혈관 검사를 해야 한단다. 남편이 17년째 신장 투석을 하고 있어 보살펴야 한다고 하니
의사 말씀은 남편도 중요하지만 자기 몸 상태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틀 후인 2월 7일은 <남북사랑학교 제8회 졸업식>에 축사를 해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고
2월 8일은 <시사랑노래사랑 제135회 정기연주회>가 있으니 난감하였다.
의논 끝에 혈관 초음파 검사와 심혈관 약 처방을 별도로 해 받아 복용하면서 18일인 오늘 당일 입원해서
심장혈관 초음파 검사 시술을 받기로 했다. 내 건강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닐까?
엊그제와 어제 가슴과 등에 또 참기 힘든 고통이 또 한 시간 정도 계속되었다.
혀 밑에 넣으라는 비상약도 효험이 없었다. 평생에 병원 입원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더럭 겁이 났다.
신장 투석하는 신랑 보살피는 일도 버거운데 어쩌랴! 내 인생 팔십이면 살 만큼 살았나?
세월이 바람처럼 흘러가고 이제 유유자적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더듬으면서 멋지게 살아 보려 마음먹었는데
하늘이 욕심이 지나치다고 꾸짖는가 보다.
입원 날짜를 받아 놓고 가족에게 알렸다. 나의 인생을 심각하게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80세까지 살면 인생 점수 90점은 되고 90세까지 살면 인생 점수 100점이라는데 90점이면 됐지, 뭐!'하고
자신을 위로해 본다. 오늘 아침은 신장 투석하는 남편 도우미는 아들이 하기로 했다.
직계 보호자를 대동하라는 병원 측의 안내대로 아침 일찍 딸이 나를 자동차에 태우고 종일 봉사를 해주었다.
병원 측이 제시한 시간에 맞추어 8층 당일 입원실로 올라가 담당 간호사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오른쪽 손등에는 수액 링거주사 바늘이 뚫고 왼쪽 손목에는 고통 완화 연고를 도포하고
이동 침대에 누워서 3층 수술실로 내려갔다.
아! 내 인생 마지막인가? 그저 부처님 하느님 조상님 보살펴 주소서, 90세까지는 살고 싶습니다.
연신 이렇게 속으로 몇 번이고 주문을 외면서 수술실 문 앞에서 기다리자니 천정에 글귀 한점이 눈에 확 들어왔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이사야 41:10
긴장된 속내를 다독이고 안내대로 수술대에 누워 지시대로 동작하면서 왼쪽 손목에 부분마취를 하고
혈관으로 조형제를 주사로 넣는 모습이 감지된다. 집도의들 목소리가 들린다.
결과는 심장혈관이 깨끗하단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아이고 하느님 부처님 조상님! 감사합니다!
세상에 아직은 '이 몸이 더 쓰일 일이 있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경건하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3층에서 다시 8층 당일 입원실로 가서 2시간 정도 간호사들의 관리를 받고 퇴원하여
본관 6층 투석실로 가서 남편에게 살아 돌아왔다고 보고하였다. 4시간 투석을 마치고
딸이 운전하는 자동차로 귀가하는 늙은 우리 부부 어느 날보다 마음이 가볍다.
아들딸의 효도를 받으며 이만큼 부부 해로하면서 살아가니 행복하다. 얘들아, 고맙다!
첫댓글 아이고, 민 선생님.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그렇게 성실히 즐겁게 사시니 90까지는 전혀 문제 없을 겁니다.
두 분 오래 오래 건강하시기 기원합니다.
고생 많으셨구려! 봄과 함께 건장 잘 회복될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