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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수발보험제도의 수발 급여는 세 가지로 나뉜다. 재가 수발급여(가정수발, 주간 야간보호, 단기보호, 목욕수발, 간호수발), 시설 수발급여(요양시설, 전문요양시설, 소규모시설,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 그리고 특별 현금급여(유료노인요양시설 또는 유료노인전문요양시설에서 수발급여를 받은 경우, 당해 수발급여비용의 일부를 지급)다. 여기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발필요 여부와 수발등급을 판정하는 역할을 ‘판정위원회’가 담당하게 되며,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지자체 추천위원 등 5~7명 내외 위원으로 구성된다.
광주 남구와 수원, 강릉, 안동, 부여, 북제주 6개 지역에서 기초수급 노인 2천2백 명을 대상으로 2005년 7월~2006년 3월까지 1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2차 사업은 1차 시범사업 지역에서 부산 북구, 전남 완도를 추가했으며 일반 노인 5천2백 명을 대상으로 4월부터 시작했고 내년 3월 종료된다.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보고나 노인수발보험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지만, 치매환자와 그 주변사람들의 입장에서 현재 시급히 지적되고 요구해야 할 사안들이 몇 가지 있다.
수급권자 “수발보조의료기구 지원”은 필수
우선, 치매환자들에게 절실한 수발보조의료기구(샤워할 수 있는 휠체어 등)에 대한 지원이 노인수발보험 급여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 현행 제도에선 수발보조의료기구 지원을 받기 위해선 장애인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 보건복지부 노인요양제도팀 조혜진 행정사무관은 ‘시행될 법안에서는 중증 치매환자의 경우 영구대여의 방식으로 수발보조의료기구들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력이 약한 수급권자에 경우, 치매의 중 경증 정도 판정을 떠나 의료정보 서비스와 수발보조의료기구 지원은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노인수발보험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재가 수발급여 서비스를 지금보다 형평성 있는 체계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치매도우미 파견사업은 각 지자체에서 복지관 별로 담당하게 되어있지만, 복지관마다 파견사업의 유무, 파견서비스 가격(무료, 실비, 유료)등이 다르다. 정부가 2008년 시행 시 80%의 이용자가 재가 수발급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치매도우미 파견사업 등 공공서비스를 수발급여 서비스 내용으로 체계화시킬 필요가 있다.
“치매환자를 돈으로 생각하는 경향있어”
재가 수발과 시설 수발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무료 정부요양시설과 주간보호시설 등을 확보하는 일이 절대적이다. 정부는 <노인요양보장 인프라 종합투자계획>(2006~2008년)을 마련하여, 동 제도가 시행되는 2008년에 수발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규모(3만6천 명)의 복지시설을 신축할 계획이라며, 제도 시행초기 요양시설의 비율을 무료 정부요양시설 70%, 유료 민간요양시설 20%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복지시설 신축 이전에, 민간요양시설 수는 이미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05년도 노인복지시설 운영현황조사결과에 의하면, 최근 민간업자가 참여하는 유료 노인요양시설은 전년도 대비 20%로 늘어났다. 치매환자 가족들은 민간 유료요양시설에 대한 정부의 감시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요양시설들은 치매환자를 돈으로 생각하는 면이 있어요. 민간 서비스가 다양하게 늘어날 수록 그만큼 돈도 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거니까 걱정이 됩니다. 치매환자들은 중증이 되면 거의 본인이 결정하기는 어렵게 되는데 말이죠.” (치매환자를 요양시설에 보낸 경험이 있는 가족의 말 )
치매환자를 돌보는 이들의 지적에 의하면, 몇몇 민간 유료노인요양시설은 80살 이상 노인과 중증 치매환자를 거부하고, 수익을 위해 치매환자 5명 당 1명의 간병인을 두는 무리한 운영을 하는 곳도 있으며, 시설에 대한 가족들의 불만을 접수하는 창구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치매환자가 다치게 되는 경우의 부담을 피하려고 침대에만 누워있게 하는 곳도 있다는 비판도 들린다. 시설에 대한 감시가 선결되지 않았을 때, 노인수발보험제도의 특별급여가 치매환자들에게 얼만큼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우려되는 지점이다.
결정권은 누구에게? 치매환자 방치될 수도
노인수발보험제도의 특별급여 판정에 있어서의 최종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의 문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별현금급여 판정을 받은 치매환자가 유료요양시설을 이용하게 될 경우, 이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치매환자와 그 가족인데, 중증 치매환자의 경우 판단력을 잃기 때문에, 이 판정과정에서 방치되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수발 급여를 판정하는 판정위원회도 이 최종 결정에 대해선 개입하지 못한다.
“치매노인의 재산을 가족이나 주변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규제해야 합니다. 민간 요양시설로 환자를 보내는 것은 가족과 시설과의 담합이 있을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사회복지사 A씨)
일본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2000년부터 성년 후견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성년 후견인의 역할은 첫째 본인을 위해 진료개호복지서비스 등의 이용을 계약할 때, 둘째 본인의 예금출금과 부동산관리, 재산관리로 나뉜다. 가정재판소가 후견인의 적임자를 결정하고, 후견인으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재산관리상황 등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조사하는 등 관리를 하며, 보수를 정한다. 일본 대법원 자료에 의하면 2004년도 성년후견인의 구성은 변호사나 사법서사, 사회복지사 등 제3자가 20%로, 친족보다는 제3자 후견인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한국의 보건복지부도 판단능력이 완전하지 않거나 혼자 거동할 수 없는 장애인,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성년 후견제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보건복지부 조혜진 행정사무관도 노인수발보험제도와 관련해, 성년 후견제와 성년 후견인 감독제(성년 후견인을 감독하는 제도)의 입법 필요성에 대해 내부 논의가 있다고 밝혔다.
2020년 추산되는 치매환자는 62만 명. 치매환자들과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노인수발보험제도를 비롯한 치매와 관련한 사회정책과 개개인의 시선은, 현재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장 받기 어려운 치매환자들과 이들을 돌보며 지쳐가는 사람들 모두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보다 깊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발급여 서비스의 구체적 세부사항 명시, 수발의료보조기구 지급, 의료정보제공 서비스의 일원화, 성년 후견인 제와 같은 보완장치 등, 치매환자와 그들을 돌보는 이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특히, 민간유료요양시설에 대한 감시 관리 체계의 확립은 가장 절실한 과제다. 민간유료요양시설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반면 정부예산은 확보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자기결정권이 없는 사회적 약자인 치매환자와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권리는 지금보다 더 방치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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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승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