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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甲骨文)에 보이는 구(九)는 윗부분의 손(又/手)의 모양과 아랫부분의 식지(食指)를 갈고리처럼 아래로 구부린 형태가 결합된 회의(會意)에 속하는 글자이다. 숫자 일(一)부터 십(十)까지는 구(九)를 제외하고 모두 손가락을 편 개수나 주먹을 쥔 손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정확하게 아홉이라는 숫자의 의미 외에도 구우일모(九牛一毛), 구사일생(九死一生)에서처럼 가장 큰 수, 많은 수의 뜻으로 쓰인다. 땅속에서 제일 깊은 곳이라는 뜻으로 무덤을 가리켜 구천(九泉), 황제가 거처하는 깊고 깊은 곳을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 하고, 이백(李白)이 '물줄기가 나는 듯이 삼천척 아래로 떨어지니 은하수가 구천에서 쏟아져 내리는 것 같다[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고 읊은 망여산폭포수(望廬山瀑布水)의 구천(九天)은 끝 간 데 없이 고원(高遠)한 하늘을 가리킨다. 초당사걸(初唐四桀) 중의 한 사람이었던 낙빈왕(駱賓王)의 시이다. 일년 중 가을에 해당하는 90일을 가리켜 구추(九秋)라 한다.
김영기.동서대 중국어전공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