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 그 남자 어때?
숙자: 뭐가 말이야?
영희: 뭐긴 뭐야. 능력 말이지!
나이를 먹을수록 질문의 방향도 바뀐다. 어렸을 때는 “스타일 어때?”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능력 어때?”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글/ 젝시라이터 송창민
남자가 능력이 좋다는 것은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그 남자와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 둘 수 있다.
- 그 남자와 데이트를 할 때 부담이 적다.
- 값 비싼 선물을 받을 가망성이 크다.
- 친구들과 부모님께 자랑할 수 있다.
- 자신이 다른 여자들보다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나열된 것만 보더라도 참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만약 능력도 있고, 사람도 좋다면 금상첨화다. 어차피 좋은 것이 좋은 것은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능력도 있고 사람도 좋은 그런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런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의 능력 때문에 보다 관대한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단점이 보이지 않는다. 설령 치명적인 단점일지라도 눈감아 주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남자의 능력이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단점을 능력으로 감출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여자들은 이 사실을 쉽게 깨달을 수 없다.
그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자신이 감당 할 수 없는 그의 단점을 평생 감내할 수는 없다. 특히 여자가 중요시 여기는 부분을 그가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사태는 더더욱 심각해진다. 그의 능력이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은 물질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줄 때의 만족감이며, 그 만족감은 이내 권태라는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써의 매력은 그 바닥을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렇게 남자의 능력을 따지더니 지금은 사람됨을 우선시 여기는 내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내게 자주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정말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봐야 능력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아. 그 사람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환상이 그를 원했던 것일지도 몰라.”
물론 나 역시 능력을 중요시 여긴다. 그렇지만 세속적인 가치로 내가 중요시 여기는 부분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그녀가 돈이 많아서, 내가 중요시 여기는 대화의 가치를 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는 부디 당신이 능력도 있고, 사람도 좋은 그런 남자를 만나길 희망한다. 내가 이 글을 적는 이유는 능력 때문에 당신을 슬프게 만들 그의 치명적인 단점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시해버리지 않길 바라는 걱정 때문임을 잊지 말아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