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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요"
만화 <슬램덩크>에서 농구부에 돌아오는 탕아 정대만의 대사를 기억하시는지? 눈물 흘리면서 농구가 하고 싶다는 그의 모습을 보며, 기자는 어린 시절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 어머니를 조르던 때가 떠올랐다. 군인들이 괜히 싫어하는 '영창' 피아노를 집에 들이고, 교재 두어 권이 들어가는 학원 가방까지 손에 넣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신이 난 건 반년을 채 가지 못했다. 체르니 30번에서 '내 손가락이 내 맘대로 안 움직이는' 좌절감을 맛본 뒤로, 나는 아직도 피아노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어렸을 때 악기 하나 정도 배우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좋다는 것은 정설에 가깝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박남예 교수의 저서 ‘악기를 배우는 아이는 왜 공부도 잘할까?’를 보면, 악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끈기와 인내가 절로 길러진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악기의 종류는 현악기부터 타악기까지 분류와 종류가 많지만, 가장 인기 있는 악기는 예나 지금이나 피아노다. 요즘은 다른 악기들과 같이 가르치는 학원들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악기'하면 일단 '피아노'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피아노가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중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원래 피아노는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하는 악기다. 가정에서 많이 쓰는 국산 업라이트 피아노 중고 제품도 100~200만 원은 줘야 살 수 있다. 덩치 큰 그랜드 피아노의 경우 ‘초저가’ 제품도 수백만 원 이상이고, 수천만 원대가 보통이다. 피아노로 전국을 제패(?)하겠다는 의지가 아닌 이상 장만하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피아노 소리를 전자식으로 만들어 내는 전자키보드(Electric Keyboard, 혹은 전자피아노)가 일반 피아노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전자키보드는 그 종류와 가격대가 다양한데, 나 또는 우리 자녀에게 어울리는 제품은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자.
■ 피아노의 원리
▲피아노를 해부하면 이런 모습이 된다.
먼저 전자키보드의 오리지널인 피아노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피아노의 원래 명칭은 '피아노 포르테'(Piano Forte)로, '약하게'란 뜻의 'piano'와 '강하게'란 뜻의 'forte'가 합쳐진 이름이다. 이는 건반을 세게 누를 때와 약하게 누를 때의 소리가 다르며, 연주자가 이를 조절해 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 피아노의 조상 격인 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 등의 악기는 강약을 조절하는 연주가 불가능했는데, 이를 극복한 것이 지금의 피아노다.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면 건반에 연결된 양털 재질의 해머가 3개 1조의 현을 쳐 해당 현이 소리를 울린다. 대부분 가정집과 학원에서 사용하는 업라이트 피아노는 해머가 장착된 프레임과 현이 수직 구조로 돼 있어 차지하는 공간이 비교적 작다. 하지만 현의 길이가 짧아 소리의 깊이가 덜한 단점도 함께 갖고 있다. 그랜드 피아노는 프레임과 현이 수평으로 놓여 있어 무척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그 구조 때문에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현의 길이가 길어 소리가 훨씬 좋고 연주자가 음색을 더욱 다양하게 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보통 백건 52개, 흑건 36개로 총 88개의 건반으로 구성돼 있고, 낮은 라(A0)부터 높은 도(C8, 욕이 아니다)까지 약 7.5개 옥타브로 이뤄져 있다.
▲ 왼쪽이 그랜드 피아노, 오른쪽이 업라이트 피아노다. 브랜드, 제품마다 크기와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지만, 큰 분류로 위 사진과 비슷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피아노는 흔히 '가장 쉽게 들어가서 가장 어렵게 나오는' 악기로 불린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진입 장벽이 낮지만, 소리를 조합할 수 있는 범용성이 넓고 다양한 것이 소위 '레벨업'의 벽이 되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부터 팝, 록, EDM까지 피아노가 쓰이지 않는 음악 장르가 없을 정도로 활용 폭도 넓다. 피아노 연주로 최소한 자기 지역과 분야에서 손꼽히는 실력자가 되기도 쉽지 않다. 자식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려 하는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피아노를 정서 안정과 인내심 함양, 스트레스 해소의 용도로 받아들이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 전자키보드의 종류
전자키보드는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는 3가지 제품의 통칭이다. 얼핏 보면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형태와 원리, 용도가 조금씩 다르다. 공통점으로는 전원을 사용할 수 있으면 어디에나 가지고 다닐 만큼 휴대성이 좋고, 대부분의 제품이 일반 피아노보다 훨씬 저렴하다. 게다가 일반 피아노 소리뿐 아니라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낼 수 있어, 전자키보드 하나로 다양한 악기 소리를 가르쳐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도 연습하고 싶다고 보채기 시작할 터. 그렇다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비싼 피아노를 사줄 수도 없고, 반대로 저렴한 멜로디언으로 때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피아노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전자키보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자키보드에도 나름의 종류가 있기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제 막 코드 연주를 시작한 아이에게 록밴드 공연에 사용되는 신디사이저는 과하고, 쇼팽을 연습하는 사람에게 61건반의 저가형 키보드는 부족하다.
▲ 태블릿PC의 피아노 앱도 이론적으로는 전자키보드라고 할 수 있겠지만, 건반을 누르는 감각 자체를 포기해야 하고 옥타브의 범위도 좁아 임시방편 이상은 될 수 없다.
1. 전자키보드
(당연한 얘기지만) 게임을 할때 사용하는 qwerty 자판의 키보드 말고, 피아노 건반을 사용하는 키보드를 말한다. 휴대성을 위해 보통 88건보다 적은 숫자의 건반을 사용하며, 어댑터와 더불어 배터리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다. 건반의 묵직함이 일반 업라이트 피아노보다 가볍고, 음향도 실제로 해머가 현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녹음된 소리를 사용한다. 피아노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낼 수 있는 휴대용 피아노 정도로 보면 된다. 대부분 전자키보드는 간단한 레슨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초보자 교육용으로도 좋다. 88건반 모두를 사용하고 해머 액션 방식의 건반을 채택한 고가의 전자키보드도 있는데, 이런 제품의 경우 전자키보드와 디지털 피아노의 경계선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2. 디지털 피아노
디지털 피아노와 일반 피아노의 차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다. 일반 피아노는 연주자가 건반을 누르면 건반 끝의 해머가 현을 쳐 소리를 내는데, 디지털 피아노에도 해머는 존재하지만, 해머가 현 대신 건반 아래의 센서를 치고, 그 힘에 따라 소리의 강약을 인식해 스피커로 해당 음을 내준다. 이는 소리를 내는 기술력의 향상에 따른 피아노의 발전형 제품이라기보다는, 일반 피아노의 대체재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가격도 비싸고 소음도 처리하기 어려운 일반 피아노를 디지털화, 소형화한 제품. 거기에 추가로 연주자가 악기나 음색, 볼륨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디지털 피아노의 매력이다. 세 가지 전자피아노 중에선 건반 누를 때의 느낌과 강약 조절이 일반 피아노와 가장 흡사하며, 소리도 일반 피아노에 가장 가깝다.
3. 신디사이저
'종합하다', '합성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타동사 'synthesize'의 명사형인 신디사이저는, 단어 그대로 여러 소리를 합성해 낼 수 있는 건반악기다. 기자가 좋아하는 록밴드 드림 시어터의 곡을 들어보면, 기타, 베이스, 드럼 말고도 굉장히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는 키보디스트 조던 루데스의 키보드 연주로 만들어지는데, 피아노를 비롯한 여러 악기들, 그리고 특이하고 신기한 소리가 신디사이저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신디사이저는 피아노를 대체하는 용도이기보다는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반 악기로 구분되고 있다. 피아노에 막 입문한 초보자보다는 소리를 새롭게 만들어내서 연주하고 싶은 전문가들이 사용한다.
■ 그래서, 어떤 키보드를 사야 한다고?
▶ 초보자의 경우 : 1. 전자키보드
초보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가의 피아노에 버금가는 모델보다는 피아노 연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과 피아노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제품 중에서 가격대가 가장 저렴한 것은 보급형 전자키보드이며, 피아노를 이제 막 시작하거나, 혹은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흥미를 유발하기에 적합하다.
피아노 교육 용도로 전자키보드를 고를 때는 우선 건반 수가 너무 적지 않아야 한다. 88 건반에는 못 미쳐도 최소 61 건반 이상은 되어야 기본적인 연습이 가능하기 때문. 또 건반에 무게추가 달려있는지 아닌지와 종류도 고려해야 한다. 저렴한 제품의 경우 스프링의 반작용만으로 건반이 작동하기 때문에, 건반을 누를 때의 느낌이 일반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와는 다를 수 있다. 초보자가 연습하기에는 그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만약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우고자 한다면 이런 제품은 부적절할 수 있다. 일반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의 느낌과 강약 조절을 유사하게 따라 한 '해머 액션' 건반을 채택한 제품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다.
▲ 야마하 PSR-E253 61건반
일반 88건 키보드보다 약 1.5옥타브가 적은 61건반 구성의 야마하 ‘PSR-E253’은 막 피아노에 입문한 꼬마 친구들이 사용하기 좋은 전자키보드다. 건반의 수가 적은 만큼 무게도 약 4kg으로 가벼운 편이고, 배터리로도 작동시킬 수 있어 야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총 385개 악기의 소리가 저장돼 있고, 최대 573가지의 음색을 지원한다. 초보자가 연습할 수 있도록 9단계의 연습곡 레슨 기능을 지원하고, 100개의 자동 반주곡도 내장돼 있다. AUX 잭으로 음원을 연결해 곡을 따라치는 연습도 할 수 있다. 17만 원.
▲ 카시오 WK-240 76건반
카시오 전자키보드는 모델명으로 건반의 수를 구분한다. WK는 76건, CTK는 61건이다. ‘WK-240’은 88건보다 한 옥타브가 적은 76건반으로 구성돼 있다. 피아노 소리를 비롯한 어쿠스틱 악기의 음색은 AHL 음원을 사용해 음질을 높였고, 일반 피아노와 흡사한 타건감을 위해 감도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600개의 음원이 내장돼 있어 거의 대부분의 악기 소리를 낼 수 있으며, 180개의 리듬 패턴과 다양한 디지털 효과로 다양한 소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마이크를 연결해 원하는 소리를 녹음해 키보드 음으로 구성하는 것도 WK-240의 장점 중 하나다. 36만 원.
▶ 초보자의 경우 : 2. 디지털 피아노
디지털 피아노는 전자키보드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데, 가장 큰 이유는 위에서 언급된 건반의 구동 방식 차이에 있다. 디지털 피아노는 실제 피아노와 유사한 건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정교하고 복잡한 건반을 사용한 제품이 많다. 또한, 디지털 '피아노'이기 때문에 건반 수도 대부분 일반 피아노처럼 88 건반인 것이 전자키보드와의 차이점이다. 전자키보드에 비해 다양한 악기 소리 재생이나 음색 조절 기능은 약하지만, 오로지 피아노 연습만 놓고 보면 디지털 피아노가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건반 구동 방식과 피아노 음색이 실제 그랜드피아노에 유사한 제품일수록 고급으로 치며 가격대가 올라간다.
디지털 피아노는 88 건반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덩치가 크고 무게도 무겁다. 그래서 제품에 스탠드가 함께 구성되어 있거나, 혹은 별도의 스탠드와 의자를 구매해 일반 피아노처럼 설치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포터블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마음을 굳게 먹지 않으면 옮기고 사용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만약 디지털 피아노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일반 업라이트 피아노를 설치할 때와 유사한 정도의 공간을 비워두는 것이 좋다.
▲ 야마하 P-115 88건반 그레이드해머
키보드보다 상위 제품군인 디지털 피아노는 실제 피아노와 흡사한 타건감이 하위 모델과의 가장 큰 차이다. 야마하의 ‘P-115’는 음역대에 따라 건반의 터치감이 다른 GHS(Graded Hammer Standard) 건반을 장착했다. 전작 대비 고음역대 스피커의 위치를 개선해 음향효과가 향상됐고, 총 14가지의 리듬 패턴을 원하는 템포로 들으며 연습할 수 있다. 외부 스피커를 연결해 다양한 장소에서 풍부한 음향의 피아노 연주를 즐길 수 있고, USB 케이블로 PC에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3개의 페달은 업라이트 피아노의 페달과 같은 역할을 해 준다. 58만 원.
▲ 카시오 PX-160 88건반 해머액션
학원에서 업라이트 피아노를 치다가 집에 와서 키보드를 쳤을 때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타건감이다. 카시오의 'PX-160'은 카시오가 특허 등록한 '키 스케일링 해머 액션' 건반을 채택해, 저음부는 무겁고 고음부는 가벼운 터치감이 특징이다. 연주자의 터치 강도에 따라 생기는 저·중·고음의 파형을 조합해 주는 톤 시스템으로, 전자제품이면서도 연주자의 섬세한 느낌을 재현해 준다. 170개의 음색과 70가지의 리듬이 저장돼 있고, 최대 128음을 동시에 낼 수 있다. 타건 감도를 3단계로 조절해 사용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음조를 1옥타브 옮겨 더 낮은 음이나 더 높은 음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길이 약 1.3m에 21.9kg의 무게로 휴대는 쉽지 않은 편이다. 48만 원.
▶ 중급자의 경우 : 디지털 피아노
한동안 학원을 다녀서 초보 티를 벗어난 자녀에게 선물할 용도이거나, 혹은 자녀에게 피아노를 제대로 교육시킬 욕심이 있다면 디지털 피아노 중에서도 중급자형 이상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중~고급형 디지털 피아노는 타건감이 일반 피아노와 거의 유사하고 강약 조절도 섬세하게 가능해서, 단순히 악보를 정확하게 치는 것만이 아니라 음악의 표현까지도 충실히 연습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지간한 업라이트 피아노 중고와 비슷한 가격은 부담.
▲ 커즈와일 Andante CUP110
기자는 직장인밴드 공연을 하면서 커즈와일과 야마하, 코르그 등 3개 브랜드의 키보드를 주로 봤다. 모두 앞서 소개한 키보드들처럼 길쭉한 키보드 본체를 스탠드에 올려두고 사용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커즈와일의 중·고급형 디지털 피아노 'Andante CUP110'은 생김새가 작은 업라이트 피아노와 닮았다. 이 브랜드의 사운드 샘플링은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수준이기에 소리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CUP110이 낼 수 있는 음색은 88가지로, 어쿠스틱과 디지털 음색을 각 13개, 11개 가지고 있다. 이 음색들을 충실히 재생하기 위해 음원 칩을 듀얼 장착해 메모리 용량과 효과음, 동시발음을 전작 대비 2배로 늘렸다. 이탈리아산 퍼포먼스 해머 건반을 사용해 업라이트 피아노와 매우 흡사한 타건감을 느낄 수 있으며, 총 4개의 45W 스피커로 소리 또한 일반 피아노와 구분하기 쉽지 않을 만큼 좋은 편. 96만 원.
▲ 카시오 셀비아노 AP-460
시계 브랜드로만 알고 있던 카시오의 회심작 '셀비아노 AP-460' 디지털 피아노는 일반 피아노와 같은 해머 액션으로 센서에 신호를 보내는데, 타건을 감지하는 센서가 3개인 것이 다른 디지털 피아노와의 차이점이다. 건반을 누르면 3개의 센서가 차례로 이를 감지하고, 이 속도에 따라 소리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 강하고 빠르게 누르면 크고 강한 소리가, 부드럽게 누르면 약한 소리가 구현되는 것이다. 건반의 영역마다 해머의 크기가 다른 그랜드 피아노처럼 AP-460도 위치에 따라 달리 반응하는 타이밍 시스템을 채택해 그랜드 피아노의 연주감과 소리에 최대한 가깝게 구현했다. 무손실 오디오 압축 샘플링도 원음의 구현에 일조했다. 플래시 메모리로 연주한 곡을 녹음해 파일로 저장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106만 원.
▶ 고급자의 경우 : 신디사이저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건반 악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최고의 연주를 펼칠 정도의 실력자라면, 전자키보드를 벗어나서 제대로 된 피아노를 구매하거나, 혹은 신디사이저와 같은 장비를 알아볼 것을 추천한다. 그 중에서도 신디사이저는 피아노에 한정된 연주보다는 다양한 소리와 파형을 조합해서 연주자 본인만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용도로 사용되는 전문가용 장비다. 밴드 활동을 하거나, 작곡, 편곡 활동을 취미 이상으로 본격적으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신디사이저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롤랜드 FA-08
롤랜드 FA-08은 5인치 대형 컬러 LCD 액정을 지닌 롤랜드 사의 대표적인 신디사이저 모델이다. 기본으로 탑재돼 있는 최고급 음원에 더해 롤랜드 사운드 라이브러리 웹사이트에서 롤랜드사 플래그십 음원 INTEGRA-7의 음원, 음색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16트랙의 논스탑 루핑 레코딩으로 작곡, 편곡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며, 외부에 노출된 버튼과 노브만으로도 다양한 이펙트의 조절과 외부 장치 컨트롤이 가능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장점. 신디사이저가 일반 키보드나 디지털 피아노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소리를 변화시키고 만질 수 있다는 점인데, 이 제품의 경우 위 사진 중앙부 좌측에 위치한 사운드 모디파이 패널이 그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현장에서 연주하는 것보다는 작곡이나 편곡 작업에 더 특화된 모델. 178만 원.
▲야마하 S90 XS
야마하 S90 XS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S90 ES의 후속작이다. 전 모델이었던 S90 ES는 라이브 연주에 특화된 인터페이스와 가장 섬세한 그랜드 피아노 소리로 유명하여, 방송국은 물론 공연, 프로 밴드, 중~대형 교회에서도 즐겨 찾았던 히트작. 후속작인 S90 XS는 전작의 특징을 대부분 유지하고 새로운 음원을 추가한 모델이다. 퍼포먼스 컨트롤을 위한 노브가 4개로 위의 롤랜드 모델보다 2개 적지만, 4개의 슬라이더와 수많은 버튼들이 함께 위치하여 연주자가 연주 도중에 소리를 더 디테일하게 컨트롤 할 수 있도록 했다.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용도로도 부족함이 없지만, 전통적으로 라이브 연주에서 더 빛나는 모델. 278만 원.
■ 무조건 비싼 것 보다는 용도와 실력에 맞는 제품이 BEST
피아노를 전혀 못 치는데다 관심도 없는 아이에게는 크고 비싼 디지털 피아노를 선물해봤자 먼지만 쌓이다가 버림받거나 중고로 손해 보고 팔기 일쑤다. 반대로 피아노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자녀나 아마추어 연주가에게 저렴한 입문용 전자키보드를 권하는 것도, 전쟁에 나가는 병사에게 비비탄 총을 쥐여주는 것만큼이나 안 어울린다. 그래서 전자키보드는 용도와 실력에 맞춘 제품 선택이 중요하다. 전자키보드를 구매하는 이유가 피아노 교육용도인지, 혹은 다양한 소리가 필요한 밴드 연주나 음악 작업 용도인지, 단순 취미생활 용도인지를 먼저 파악하면 제품 선택이 한결 수월해진다.
만약 실제로 제품을 만져볼 기회가 있다면, 마트에서 시식하듯이 느긋하게 건반을 눌러보며 비교해보자. 건반을 누르면 타건감과 소리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건반 개수가 적고 크기가 작은 모델은 이동은 편리하지만, 88 건반의 일반 피아노를 대신하는 용도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비록 기자는 체르니 30번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전국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은 부디 모두가 훌륭한 연주자로 거듭나길 빈다. 그들의 손가락과 그들의 키보드, 피아노에 축복이 함께 하길!
기획, 편집 / 다나와 송기윤 (3Diamsong@danawa.com">iamsong@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정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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