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방촌(傍村)은 문화재 보고
관산은 백제 때 오차현(烏次縣), 통일신라 때는 오아현(烏兒縣)의 관할이었다. 왕건에 의해 918년 고려가 건국되면서 정안현(定安縣)의 치소가 바로 방촌에 들어섰다. 이후 인종(仁宗)은 어머니 공예태후의 탄생지라는 이유로 1156년 장흥부(長興府), 1265년 회주목(懷州牧)으로 승격시켰다. 1310년 다시 장흥부로 환원되어 1379년 왜구의 침입이 심해지자 이를 피해 나주시 봉황면 철야현(鐵冶縣)으로 옮길 때까지 223년간 치소였던 곳이다.
방촌의 입촌을 놓고 세 가지 설(說)이 있다. 제1설은 조상들의 구거지(舊居地)인 현 장흥읍 수령현(遂寧縣) 터와 교환했다는 설이다. 천관공(天冠公)은 1985년 간행된 「향토문화유적조사」에서 "방촌(傍村)이란 '곁마실'로 이는 수령현의 마을인데 조선이 건국된 이후 새로운 치소로 결정되면서 주민들이 방촌으로 옮겨왔다"며, 마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 했다.③ 이는 곧 곁마실에 살았던 위씨들이 방촌에 입촌했음을 뜻하고 있다고 했다.
장흥군의 용역에 의해 만들었다는 「전통마을 장흥 방촌」의 '마을 이름 방촌의 유래'를 보자. 위의 주장(천관공)속에는 장흥읍에 있던 '곁마실' 즉 '방촌'이 변화된 과정에 장흥위씨들이 깊이 관련되어 있음이 주목된다. "위씨들은 원래 수령현(장흥일대)에 토착해 살고 있던 성씨로 그 같은 사실은 당시의 토착성씨를 알려주는 「세종실록지리지(1454)」 수령현 성씨조에 위(魏)·박(朴)·조(曺)·함(咸)씨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설은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관산과 위씨와의 인연은 앞에서 살핀 것처럼 강능참봉공이 16세기 초에 당동의 최씨와 혼인을 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이 건국한 1392년에 장흥읍 중녕산성에 들어섰던 장흥도호부가 비좁아 수령현 옛 치소 터로 이전하는 1414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수령현 치소의 마을 이름인 「승방동(勝榜洞)」을 「방촌」과 연결시킨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2설은 당곡공(唐谷公) 또는 만회재공(晩悔齋公)에 의한 입촌설이다.④ 조선목포대 이종출교수는 「전통마을 장흥 방촌」에서 당곡공의 가장(家狀)을 근거로 "위곤(魏鯤)이 처음으로 방촌에 입거하였으나 젊은 나이에 죽었음을 이유로 실현가능이 낮은 것으로 보고, 실제로는 위덕화(魏德和)의 장남인 만회재 정철(廷喆)이 당동으로부터 계춘동 현재의 위성렬씨 댁으로 이주, 정착(定着)한 것이 처음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교수는 다른 사연도 덧붙이고 있다. "뒤이어 위덕후의 둘째 아들이자 사촌동생인 정렬의 집터를 내동(위성렬댁)에 잡아 주어 이거하게 하여 족세(族勢)를 번성토록 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만회재는 당시의 유명한 풍수가였던 이의신(李懿信)을 대동하여 자신의 집터를 잡고, 사촌인 위정렬의 부탁으로 그의 집터도 잡아 주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 인연으로 위곤과 위덕의, 그리고 위덕화의 묘지까지 잡아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상의 추정도 옳지 않다. 우선 당곡공은 당동(堂洞)을 떠난 사실이 없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하나 그는 1515년(乙亥)에 출생해서 1582년(壬午) 69세를 살았으니 당시로는 장수한 셈이다. 특히 만회재공은 병자호란 때 참전한 후 1644년(甲申)에 관직에서 물러나 귀향했다. 그런 후 계부(季父)인 안항공이 살고 있는 방촌으로 이사한 것이다. 이를 입증할 기록은 없으나 그의 동생 정양재(靜養齋)의 행장에서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제3설은 당곡공(唐谷公)이 아들(顔巷公․1556~1615)의 분가를 위해 방촌에 터를 잡았다는 설이다. 그가 1556년생이니 20세 안팎에 결혼했다고 보면 1576년쯤이다. 청금공(聽禽公) 정훈(廷勳․1578~1652)은 방촌의 연혁을 "玆乃千年勝地 復有萬壘名山…所以吾祖(鯤) 擇里而居 子孫仍家于此"라 했다. 이로 미루어 진사공이 자손을 번성하게 할 길지로 선택한 마을이다. 따라서 방촌은 당곡공이 점지해서 아들을 분가시킨 것이 직접적인 동기이다.⑤
이상의 여러 설을 종합해 보면 「전통문화마을 장흥 방촌」의 기록이 매우 부실함을 알 수 있다. 우선 천관공의 설과 실제 입촌과는 170년 정도의 시차가 생긴다. 조선의 건국을 전후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논리의 모순이다. 건국을 계기로 입촌했다면 만회재공의 입촌과 중복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170년 전에 방촌에 위씨들이 들어와 살았는데 다시 입촌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논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명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즉 백제의 오차(烏次), 신라의 오아(烏兒), 고려의 정안현(定安縣)·장흥부(長興府)·회주목(懷州牧)·장흥부 등의 행정구역의 명칭이 바뀔 때 과연 어떤 지명이었을까. 방촌에는 내동(內洞), 계항(桂巷), 서항(西巷) 등의 지역을 구분하는 별칭이 있다. 그런데 방촌이란 지명은 삼국시대부터 써온 지명인지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불러오다 바꿔졌는지 알 수 없다. 천관공은 이를 승방동과 연결시키고 있다.
따라서 방촌의 당곡공 후손의 세 번째 분가지역이다. 맏이인 판사공은 판사터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잡았으나 그의 둘째 아들은 농안에 정착했다. 둘째는 당동에 상당기간 살다가 옥산에 자리를 잡아 오늘에 이른다. 셋째는 방촌을 거쳐 처가 근처 기동에 세거를 정했다. 넷째의 경우 큰아들은 방촌에 입촌하고, 작은 아들은 당동에 눌러 살았다. 다섯째는 분가와 함께 맨 처음 방촌에 입촌했다. 오덕의 후손들은 비교적 번성해서 관산의 주류로 성장했다.
한편 방촌마을은 전통문화의 고장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마을의 신와(新窩) 및 오헌(梧軒)고택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됐다. 정부는 현재 전남도 민속자료 제39호인 신와 고택과 제7호인 오헌(梧軒)고택을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로 지정하기 위해 2012년 2월 14일 지정을 예고한 뒤 지정했다. 전남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유교적 전통을 간직한 몇 안 되는 마을이다.
신와고택은 현 소유자인 34세 위재경의 6대조인 위영형이 1800년대에 터를 잡은 이후 그의 고조부 위준식이 1920년대에 지은 한옥이다. 이 한옥은 사당, 안채, 행랑채, 헛간 등 일곽과 민속신앙의례, 생활사적은 물론 유물자료를 잘 갖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전통한옥의 가치와 함께 민속적인 자료를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헌 고택은 1800년초 원취당(願醉堂) 위도순(魏道純, 1748~1816)이 터를 잡은 이후 후손 오헌 계룡(啓龍)에 의해 현재처럼 지어졌다. 이 한옥은 전통적인 남도반가(班家) 또는 대농(大農) 등 상류주택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옥의 공간이 여느 한옥에서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 공간의 구성이 특이하다는 평가를 받아 지방문화재에서 국가 문화재로 승격되는 것이다.
두 한옥은 예고기간을 거친 후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다. 이로 인해 방촌의 종씨 한옥 가운데 이미 국가지정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존재공 생가와 함께 3채에 이르게 되고, 전라남도 지정은 판서종택, 죽헌고택, 근암고택 등이다. 나머지 한옥들도 앞으로 지방문화재에서 국가문화재로 승격될 가능성이 많아 집성촌의 가치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도 없지 않다.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에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은 아무리 잘 관리를 한다 해도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몇몇 고택은 점점 상태가 나빠져가고 있다. 특별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으면 더욱 나빠질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중과 당국의 세심한 대책이 시급한 과제이다.
방촌이 전통문화마을로 명실상부하게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태도에 달려있다. 지금 방촌에는 유물전시관이 들어선지 오래됐다. 전시관은 결국 위씨들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이 마을단위에 있다는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전통을 이해 못하고, 자기 소유를 내놓지 못하면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③ 장흥군 발행「전통문화마을 장흥 방촌」60면
④ 장흥군 발행「전통마을 장흥 방촌」95면
⑤ 聽禽遺稿 : 권2 顔巷居第重修上梁文
방촌은!
옛 고읍터로써
지명도에 걸맞게
우리 선조들께서
이곳에 이거(입촌)하셔 토대를닦아ᆢ
장흥위씨 집성촌
으로써 모든걸 이루어
놓은곳 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듯,,,
방촌의 고택보존은 위문과 장흥을 넘어 전남과 우리 나라의 소중한 보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