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톤보리천 답사를 요청했더니 운좋게 섭외가 되어 오사카 시 하천과장과 계장, 담당이 함께 나왔다.
담당 직원이 '물의 도시 오사카' 지도와 '도톤보리 수변정비사업' 자료집을 나눠준다.
놀랍게도 한글판이다.
공학박사인 오즈키 아키타카(大杉朗隆) 하천과장은 부산 온천천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선상에서 자연스레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이곳 수심이 얼마인가.
"약 4.6m이다. 수위는 오사카항 수면 기준 1.6m이다. 이처럼 낮기 때문에 수문이 필요하다."
-여유공간이 많지 않은데 강변 산책로는 어떻게 냈나?
"먼저 하상굴착을 하고 기존 호안을 철거한 뒤 임시부두를 만들었다. 그 다음 강철관 말뚝을 박아 도리와 바닥판을 설치했다. 대부분 파일을 박아 컨틸레버 식으로 덱을 달아냈다고 보면 된다. 산책로는 상·하단 2단 구조다. 정비 구간은 1㎞ 정도다. 계속 해 나가야 한다."
-갑문 조작은 어떻게 하고, 배는 얼마나 다니나?
"갑문은 수질관리와 홍수조절 기능을 한다. 폭은 10m다. 2001년에 설치됐으며 파나마운하 식으로 개폐된다. 이곳을 지나는 배는 하루 8~9척이고, 한번 통과하는데 15분 가량 걸린다."
행정선이 미나토마치 선장착을 지날 무렵, 배를 몰던 선장이 왼쪽을 가리켰다.
육각형의 거대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미나토마치 리버플레이스 건물이었다.
오즈키 하천과장은 "하천정비와 도시만들기 사업의 합작품이다. 행정기관과 사업자가 협력해서 전체적인 통일성을 꾀하고 시공 시기를 맞추어 정비효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 규제완화와 사회실험
오사카 시는 도톤보리천을 정비하면서 규제를 완화하고 '사회실험'(시범사업)을 진행했다.
하천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2004년 3월 '도시 및 지역재생 등을 위한 이용 시설에 관련된 하천부지 점용허가 준칙 특례조치'가
바로 그것.
이 조치로 일정 조건을 갖추면 하천부지에서 물건 판매나 이벤트가 가능해졌다.
그후 많은 상가들이 하천 쪽으로 출입문을 냈고, 최근엔 이전에 보이지 않던
관광버스까지 강변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
난관이나 문제점은 지역대표들이 참여하는 '도톤보리천 수변협의회'가 풀게끔 유도했다.
수변협의회는 민간사업자가 하천점용 허가 등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오사카 시는 한발 더 나아가 수변 이용 및 관리를 민간에 맡기는 파격적 사회실험까지 행하고 있다.
도톤보리천 정비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240억 엔(약 2500억 원).
"사업이 성공적이라고 보는가"란 물음에
오즈키 하천과장은 "총괄적 평가를 하긴엔 아직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도톤보리천의 변화는 부산 동천 재생에도 많은 시사점을 가져다준다.
현장을 함께 돌아본 부산발전연구원 양진우 박사는 "동천 하류부에 새로운 산책로나 수변공간을 만들고 하천부지를 이용할 때 '도톤보리천 수변협의회' 같은 사회적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부산시가 발족시킨 '희망 동천 시민위원회'의 역할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닌 실질적 민관 거버넌스일 것이다.
# 오사카 상의 나카노 와이치 부장
- "하천재생, 지역경제 살리는 일…상의가 재생協 사무국 역할"
'물의 도시 오사카'에도 물로 인한 고민이 없지 않았다.
도심의 중요한 하천들이 육중한 고가도로에 눌리거나 가려져
원형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동천 중 상류의 복개천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오사카 시의 도시재생 사업에 발맞춰
오사카 상공회의소(상의)가 '히가시요코보리천(東橫堀川) 수변재생협의회'라는 조직을 꾸려 동참하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천재생이 곧 도시재생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 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오사카 상의 지역진흥부 나카노 와이치(中野亮一·51·사진) 부장을 만났다.
-상의에서 강 살리기를 한다는 게 의외다.
"도시재생은 수변에서 시작된다. 지역경제와 연계되는 일이니 뛰어든 거다."
-협의회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고, 무슨 일을 하나?
"도톤보리천과 유사한 히가시요코보리천은 1585년 개착된 인공하천이다. 그런데 지금은 고가도로에 눌려 아사지경이다. 햇볕이 들지않아 대낮에도 어둡다. 시민들에게 존재라도 알리자는 뜻에서 2006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협의회엔 기업인, 상인, 회사원, 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한다. 우리(상의)가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청계천은 아예 고가도로를 들어냈다. 그것도 해법이 될 것 같은데….
"얼마전 나도 청계천을 갔다 왔다. 여기서도 고가도로 철거 얘기가 나온다. 그게 최선일까. 그에 앞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있다. 매월 청소를 하고 수시로 문화 이벤트를 열고 있다. 다리에 꽃 장식대를 설치하고 '알림판'을 만들어 하천사랑 캠페인도 벌인다. 강 위의 고가도로 교각에 영상물을 입히고, 빈 공간에 수족관을 넣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이곳에 배가 다니게 하는 게 1차 목표다. 소식지를 내고 특강을 하며 체계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오사카 시에서도 이제야 귀를 여는 것 같다. 행정은 요구하지 않으면 내버려둔다. 도톤보리천처럼 되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