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때어 난 그 누구나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삶 그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라는 것을 아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칠십 년을 살다 보니 희로애락이 점철된 삶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행복한 삶을 늘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이다."라고 사전에서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는 물질적인 자유와 정신적인 자유가 존재할 때, 성립하게 됩니다.
개인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를 것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일까?
지난 칠십 년을 뒤돌아보니 돈, 권력, 명예를 좇아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것들이 행복의 필요조건이 될지 모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었습니다.
돈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게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가져다줍니다.
너무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입니다.
소크라테스는 "가장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라고 했습니다.
권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 내 승진에서부터 힘을 쓰는 자리에 이르기까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최고의 자리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도 행복과 거리가 멀다는 현실을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명예도 그렇습니다.
아라비아 속담에 "탐욕과 행복은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그동안 쌓아 올린 명예를 한방에 날리는 경우를 허다하게 봅니다.
예수는 산상설교에서 복 있는 사람을 8가지 유형으로 나눴습니다.
심령이 가난함, 애통함, 온유함, 의에 주리고 목마름, 긍휼히 여김, 마음이 청결함, 화평케 함,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음 등입니다.
하나같이 가난한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칠십의 고지를 넘으니 그저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보내는 게 행복입니다.
큰돈이 필요 없습니다.
권력이나 명예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제 저승길에 올라탄 몸이라 가는 날까지 그저 무탈하게 살면서 후손들과 이웃에게 베풀면서 살아간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좋아하는 테니스를 하고 유유자적하게 이 아침을 보내는 이 시간이 정말 좋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외길로 들어서서 그런지 한 시간 한 시간이 소중합니다.
물론, 이기심과 욕심을 다 버리고 덤으로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수필집을 준비해 왔는데 이제 원고를 다 모으고 본격적인 출판 작업에 들어갑니다.
어제 텃밭에 가보니 배추와 무 그리고 가지까지 너무나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잡풀을 뽑아주고 잘 자라라고 부탁을 하고 왔습니다.
혼자서도 민요와 장구, 기타, 오카리나를 연주하면서 보내는 시간도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이 도로에서 다시 젊음의 도로로 유턴할 수는 없습니다.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서도 고물고물 잘 놀면서 지내다가 이 땅을 떠나고 싶습니다.
이게 칠십 젊은 노인이 바라는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댓글 가을비가 내리니 더 스산한 느낌입니다.
곧 겨울이 다가 오겠지요.
칠십이면 살만큼 살았다고 하겠습니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칠십 고지에 오르니 행복이 다시 보입니다.
탐욕을 다 걸러낸 순수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