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에 티모 방구들에 널부러져 있는 너불입니다. 꼬리글 하나씩 달고도 왠지 허전한 마음에 몇 자 적습니당.
블루바다 님 글을 읽다가.. 문득 지난 주 제 친구 결혼식 기억이 났답니다. 친구와 그의 남편 모두 독실한 크리스천 가정에서 태어난지라, 결혼식도 '당연히' 교회에서 했습죠.
이교도인 저는 그 결혼식에 참석하는 게 누가 되는 게 아닐까하여 친구만 보고 금방 나오려다가 그래도 친구에 대한 예의상 끝까지 앉아있기로 마음을 바꿨지요. (미션 스쿨을 졸업한지라, 예배에 앉아 있는 건 익숙했기에)
식이 끝나고, 신랑신부가 행진을 마쳤을 때.. 집도하신 목사님이 인사 말씀을 하시더군요. '... 종교가 다름에도 끝까지 참석해주신 하객들에게 특히 감사드린다'
이전에 참석했던 어떤 결혼식에서도 듣지 못했던 말인데, 뜻밖에 그런 말씀을 듣게 되니 목사님을 다시 보게 되더군요. 목사님이 그렇게 '열린' -이교도인 제가 보기에- 시각을 가지셨다는 게 감사하면서도, 좁은 소견에 그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래.. 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너불네 부엌에서도 쌍둥이 칼 씁니다. 그거 자주 안 갈아주면 무뎌진다고 저리 언니가 꼬리글 달아주셨던 거 같은데(맞남요? 아니더라도 돌 던지지 마세욤!) 덕분에 지난 주말 열심히 칼 갈았습니다.
지난해 살림장만하면서, 제일 먼저 산 부엌 소품이 칼이었슴다. 친정엄니 아래서 겪은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직접 골랐지요.
점원이 부엌칼이라고 보여준 거 보고 너불은 기겁했슴다. 제가 사려고 점 찍어둔 것도 상당히 무시무시했는데, 그건 '야채칼'이랍니다 ㅡㅡ;; 겁많은 너불 눈에 점원이 말하는 부엌칼은 보는 것만으로도 진땀이 버쩍버쩍나게 하더군요. 결국 저 야채칼 샀습니다. 야채칼로 고기도 잘만 다듬고 있습니다요 ^^;;
말씀드렸듯이 거금들여 칼 갈이도 같이 샀는데, 칼 사러 가기 전, 제가 결심한 바가 있었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과도는 쌍둥이칼 안산다'
전에 친정 엄니가 쌍둥이칼 좋다고 과도까지 한 세트로 장만하셨었는데, 사과깎다가 아주 살짝 스친 칼에 피를 본 이후로는 '이기 과도 맞아?'하며 시껍했다죠. 그 과도 저희 친정집 찬장에서 얌전히 잠자고 있슴다. 그 전에 쓰던 '도루코 과도'만 씁죠 ㅡㅡ; 저 역시 쌍둥이칼 대신 그 옆에 '파격할인'하던 조금 둔탁하게 생긴 이름도 모르는 과도 샀답니당. 그리고 제 선택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죠.
글고 너부리.. 고소공포증만 있는 게 아니라, 칼도 무서워합니당. 그래선지-이건 핑계고 실제론 칼을 쓴 적이 별로 없어서 ㅡ.ㅡ;; 칼질이 무척 서툽니다. 그래서 칼이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칼질이 빠르시다는 소피아 언니같은 분을 뵈면 넙죽 엎드리고 싶습니다. '싸부님!' 하고..
실은 저희 엄니역시 칼질이 참 둔하십니다. 저희 엄니가 청소나 빨래, 뭐 이런 거에는 일가견이 있으신데, 요리도 속도가 느려서 그렇지.. 맛있게 잘하시는데.. 유독 칼질이 느리십니다.
얼마나 느렸던지, 저희 친정 엄니가 칼질하는 거 보고 저희 할배가 하신 말씀이 있습죠.
'칼이 그래 안드나?'
할배가 살아계셔서 제가 칼질 하는 거 보셨다면 이리 말씀하셨을 겝니다.
'어매 쓰던 칼, 아직도 쓰나?' ㅡ.ㅡ;;
--------------------------------- 뱀발1 : 다 쓰고 보니 춥습니데이 ㅡㅡ;;
뱀발2 : 저희 신랑, 칼은 저보다 더 무서워합니다. 제가 칼질하는 줄 모르고 말걸었다가 부리나케 도망갑니다. '앗! 칼 들고 있자나' 함시러 ㅡㅡ;
뱀발 3 : 언니들한테 묻습니더! 전에 가사시간에 칼은 용도에 따라 생김새도 다르다고 배웠고, 실제로 흔히 보는 도루코 칼은.. 야채칼과 고기칼이 전혀 다르게 생겼던데.. 우찌 쌍둥이칼은 야채칼도 고기칼 마냥 생긴 것인감요.. 서양 칼은 다 그런 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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