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낚시 사진

[오크]

멀리서 볼 땐 현수막이 걸려있는 줄 알았다.
아니, 정말 부지런히 여기저기 낚시 다니나 보다.
매니아가 통영 이 먼 곳까지 손이 닿아 번출 현수막 준비를 해놓았다니...
경남 통영 중화동 포구, 출조점은 이곳이 아니라 화원낚시/화원호.


해가 떨어져 한풀 꺽인 한낮 더위
대낮에 버스로 5시간을 달려온 후 느지막이 출발.
일반 배낚시에서 이런 스케줄은 드물다. 갈치낚시말고 또 있을까?


석양을 우측에 두고 정 남쪽으로 달려가는 배.
통영권 최남단의 국도까지 1시간 걸리고, 국도 남쪽으로 30분가량 더 간단다.
국도는 부시리로 유명한 거제 홍도와 같은 위도상에 있는 먼 섬이다.
통영권은 워낙 근거리 낚시터가 많은 지역이라 국도 등의 1시간 거리 섬은 최원도권으로 친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날은 벌써 깜깜해졌다.
장비 세팅하고 낚시 준비하는 동안 배에선 물속낚하산을 편다.
조류에 따라 배 방향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데...
그리고 배 시동 끄고...

배 엔진은 이 낙하산 방향을 다시 잡아줄 물돌이때 한 번 잠깐 다시 켜고
낚시하는 내내 꺼져있다. 발전기는 돌아가기 때문에 약간의 소음은 있다.
조용해서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걸 무지 싫어한다. 시동끄면 배가 사뿐사뿐 흔들리는 게 내내 기분이 영 아니다.


이것저것 채비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총 길이 7미터이상 되는 6단채비에 바늘목줄은 1미터 이상이다. 봉돌은 80호.
채비나 바늘 등 모든 것을 배에서 제공한다.
밑걸림 확률 0%이기 때문에 하루종일 낚시해도 채비나 봉돌 손실은 없다.
어쩌다 바늘이나 손상되면 교환해주는 정도.

이 때부터 배에선 준비한 꽁치 등으로 미끼를 썰기 시작한다.


초반전에는 바늘마다 케미라이트를 끼웠다. 약간의 욕심이다.
동승한 가이드는 맨 위와 아래 이렇게 두 곳만 끼워도 된다고 한다.
초반 입질수심인 3-40미터권에선 케미라이트가 필요할지 모르나
나중에 갈치가 집어등에 반응되고, 입질수심이 10-15미터 정도로 얕아지면
이 케미라이트는 거의 필요없다.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한 집어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낚시 시작.
배에선 계속해서 미끼를 썰고 또 썬다. 미끼 소모량이 많은 낚시다.
뭔 물고긴지 모르지만 미끼만 살짝 따먹는 넘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채비 길이가 워낙 길다보니 손으로 채비를 잡고 올린다.
2미터 낚싯대나 4미터 낚싯대나 정도의 차이지 손을 꼭 사용해야만 하는 낚시다.
거기다 바늘목줄이 1미터가 넘으니 올린 후 관리가 힘들다.

나중에 들은 고참꾼과 초보꾼의 차이는 딱 두 가지
1.엉키지 않고 재빨리 채비 올리고 미끼 손보고 내리기
2.입질 수심층에서 여러마리 동시 걸기
당일 모두 거의 초보 수준이라 쌍걸이 이상이 별로 없었고 대부분 버벅대곤 했다.


반사광과 은빛이 현란한 갈치
5지급 갈치가 누구나의 목표다.
직접 와 보니 5지면 정말 굉장한 거란 생각이 든다.
(사진은 반올림 4지급)



더운 밤에 모자는 무엇이고 머리 수건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모자나 선크림등 자외선대책을 안 해갔다. 큰 착오.

현지에서 모자사고 선크림 빌려 사용했다.
총 27,000와트의 집어등에서 뿜어나오는 강렬한 빛과 열기.
눈이 부셔서 등을 바로 쳐다 볼 수 없는건 물론이고,
대충 전구효율 계산한다 하더라도 1,000와트 전기난로 20개는 매달아 놓은 격이다.

날이 쌀살해지는 때는 정말 좋을 것 같다.





잠 좀 자다가 물돌이때 루어 한 번 던져봤다.
다른 어종을 노리고 루어낚시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물돌이 전후해서 1시간 정도밖에 없다.
나머지 시간대는 물이 빨라 다른 사람과 줄엉킴이 생기니 할 수가 없다.
만새기나 기타 어종을 루어로 노릴 수 있는 시기도 이때뿐.
그러나 당일은 물돌이가 지난 새벽녘이 돼서야 다른 고기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사람만한 상어, 만새기, 꽃게, 무늬오징어...
걔들이 표층에 떠도는 것 구경만 했다.


물이 늦게 갈 때는 이렇게 두 개의 장비를 사용해도 될 듯
전동릴은 배터리 준비해 가야되고...
사실 입질 수심이 얕아 자새를 써도 별로 힘들지 않다.
또 릴을 써도 어차피 손으로 올려야 하고 그래서.
다만 자새를 쓰면 수심을 알 수 없어 옆사람에게 입질 수심 물어보고 고민 좀 해야한다.


웜루어로 몇 수 했으나 특별히 잘 올라오는 건 아니다.
손맛이 있다는 것 외에는 별거 없으니...
갈치배낚시는 손맛 위주가 아니라 집에서 입맛을 기다리는 분들을 위한 서비스낚시

안 해봐서 그렇지 초반 입질수심층이 깊을 때 야광웜을 쓰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이 밝아서 웜에 축광기를 비춰야 할 필요도 없고.
이 초반 시기는 입질도 뜸할 때니 한 번 써보는 것도...



어디나 조황사진은 다 그렇듯이.
인터넷 조황정보 사진을 세밀히 판단해야 하는 건 갈치낚시도 마찬가지다.
씨알이 좋은 4지 이상은 개인당 낱마리 조과가 일반적인 것같다.
물론 호황인 날은 이런 것들로만 쿨러 그득이라니...
갈치낚시 조황도 그날그날 복불복[福不福]이다.

  
오늘 조과가 비교적 별로인 것은 잡어가 많은 탓이기도 하다.
고등어는 그런대로 반가운데 작은 삼치는 좀 그렇다.
유난히 크기에 따라 맛이 다른 게 삼치이다 보니.
대삼치야 훌륭하지만...


갈치 회 뜨는 거 아니다.
미끼 소모량이 진짜 많다.
시작할 때는 배에서 준비한 잡어 자른 미끼 쓰지만, 그 이후에는 2지이하의 풀치급 갈치를 미끼로 사용한다.



내 주변 몇몇 쿨러
작은 것이 밑에 많고, 마릿수도 그냥 그렇다고들 한다.

내 생각은 이 정도면 괜찮은 조황이라고 여겨진다.
인터넷을 통해 큰 갈치 사진을 많이 봐와서 그렇지,
그 사이사이 지역불문하고 거의 꽝 조황도 많았던 것으로 듣고 있다.
당일은 큰 갈치가 잠깐 동안이라도 터져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갈치 조과 사진에 종종 등장하는 담배갑.
담배갑과 어울리는 갈치는 보통 4지라고들 하는데, 실제 담배갑은 3지 크기다.
갈치가 담배갑 보다는 조금 크니... 뭐 그런대로.


동쪽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는데,
포구 도착 30분 전이라니 아마도 비진도 근방의 한 섬일 게다.
해 지고 해 뜨는 것 둘 다 볼 수 있는 긴 갈치낚시여행
5시간의 육로 이동 시간이 오히려 컨디션 조절에 도움되지 않을까하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본다.


중화 포구에는 여러개의 낚시점이 있지만 편의 시설은 거의 없는 편이다.
먹을거리나 기타 필요한 것은 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잘못 배 섭외하면 통통배로 3시간 이상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올 초 통영권에 다른 종류 낚시 다녀와서 '엄청나게 과장하는 곳이구나'하며
불만을 토로했던 바로 그 낚시점이 공교롭게 이 근처에 있다.
익숙치 않는 곳은 늘 여러 경로로 상황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통영어시장에 가니
잡은 조과가 현지 갈치값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증도 해소됐다.

3~3.5지 크기면 1만원에서 1만 5천원 사이
고양시에 있는 수산물마트의 가격과 비슷하다.
4지부터는 확 비싸지는 게 갈치다. 4.8~5지 되는 게 3만원에서 3만 5천원 정도니.

꽤 잡았는데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손맛 없는 오로지 낚는맛 낚시가 갈치배낚시다. (낚는맛이라니???)
싱싱하고 구수한 오리지날(?) 갈치를 손꼽아 기다리는 가족과 친지를 생각하면 누구나 조과가 부족하다고 느낄 게다.

일부 낚시를 제외하면 늘 가족을 떨어뜨려 놓고 와야만 하는 게 낚시다.
이럴때 한번쯤은 내가 아닌 그 누군가만을 위한 낚시를 해봄은 어떤가.
낚시다녀오는 가장을 혹은 친구를 기다리는 그들만을 위해.

아기새 입에 먹이 물어다 주는 어미새의 입장에서^^ㅎㅎ
그래서 갈치낚시에선 손맛이 없어도 낚는맛이 생기나보다.

[조 리]

고맙습니다.현지에 가셔서 멀미로 고생 많으시고 다음에는 다시 갯바위로..ㅎㅎ ..사진으로나마 다시금 보니 좋네요

[파란바다]

언제 이렇게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어시고 편집을 글과 함께 보기 좋게 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제 사진도 한장 있네요 ^^

[무지개]

정성가득담긴 조행기 잘보았읍니다......언제나 아름다운 사진과 글..... 다음에 다시 추억을 되살리게 될것같아서 감사히 퍼 갑니다...수고하셨읍니다.

[*우래기*]

잘보고 감상 하구 갑니다.. 대리만족 을 합니다. 오크님 감사합니다. 편집솜씨는 최고 입니다..

[늘보]

즐~감 하고 갑니다. 선상의 풍경이 보기좋네요~~~

[*붕어*]

ㅋㅋㅋ 수고 많이 혔슈^^ 멀미하느라 사진 찍느라 낚시하느라고 ^^ 조행기쓰느라고ㅎㅎㅎ 담에 또 같이가요^^

[물안개]

거문도보다 훨신좋은 조항이네요 // 대박축하합니다.......

[왕피천]

조행기 잘 읽었읍니다. 멋있는 사진과 함께 ~~~ 수고 많으셨읍니다.

[퍼시픽]

어느 잡지사에서 일하시나요? 조행기 잘봤습니다.

[서니킴]

조행기란 이런것이구나...표본으로 삼겠읍니다...저도 올 여름 휴가를 계획할때 "피싱메니아" 간판 바로앞에 중화낚신가 하는곳에서 고등어 낚시 조황사진을 올렸더군요..그것보고 갔다가...참나~~ 앞으론 여름휴가를 낚시 말고 산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갔게 되었답니다...얼마나 허탈했던지...쩝!!

[조 리]

중화낚시 라는 곳이 문제가 많은듯합니다..저도 문제에 대하여 들었습니다

[*우정*]

통영 갈치 다녀오셨군요.....즐감하고 갑니다.......

[정박사]

오크님 매니아 행사때마다 좋은사진 감사드립니다.너무멋진작품이네요...

[오크]

즐거운 낚시여행 좋은 분들과 함께 해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한 분 한 분 인사는 못드렸습니다만... 참 갈치는 드셨나요? 아무래도 여름철이라 맛은 그냥그냥 그런것 같습니다. 10월의 생선이 갈치라니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겠죠.

[뽀다구]

좋은 글~ 멋진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수고하셨읍니다~

[대장간]

조행기 잘읽었습니다 다음에는 사진속 한사람 으로 동참할수있길 바라며...

[우리안]

오크님 고생하셨습니다. 사진 귀중하게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