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의 기술
배은주 원장
다시, 호흡이다. 당연한 듯 숨 쉬고 살았는데 내가 그랬듯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숨 쉬는 법을 다시 익혀야 할지도 모른다. 많은 방법이 있지만 환자들에게 안내하다 보면 점점 단순화해서 말하게 된다. 직장일이 많아 앉아서 한가로이 호흡을 바라볼 심적 여유가 없거나 아니면 허리가 아프거나 여러 통증으로 앉아있기가 힘들다. 자신도 힘들고 혹은, 수술 후 좋은 컨디션이 아니지만 엄마로 아이를 보느라 또는 할머니로 손주를 보느라 자기 전까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위한 요약의 첫 번째는 숨을 코로 천천히 가늘게 쉬는 것이다.
최초의 한의학 서적이자 양생에 관한 지혜가 가득한 책인 『황제내경』에서는 2000년 전 이미 호흡미서(呼吸微徐), 즉, 호흡을 가늘게 천천히 하라고 안내한다. 건강하고 오래 살려면 실낱같이 가늘고 깊고 길게 천천히 기가 운행하도록 숨을 쉬라고 한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천천히라는 것은 도대체 어느 정도 속도를 말하는 것일까. 황제내경에 기술된 정상호흡의 기준을 현재로 환산해보면 약 9.375회이다. 약 6.4초당 1호흡이다. 그러니 건강을 위해서 더 느리게 숨 쉬는 것은 분당 최소 9회 이하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인의 평균 정상 호흡을 서양의학에서 자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12-16회 정도로 기록한다. 4-5초당 1회의 호흡이다. 이 정상치라는 것이 통계적 평균치이니 현대인은 황제내경이 쓰인 시기에 비해서 호흡이 분당 대략 최소 2회에서 6회까지 빨라졌다.
느리게 쉬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현대인은 왜 더 빨리 숨을 쉬는 것일까. 책 『호흡의 기술』에서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두개골을 조사해본 결과 우리의 두개골이 호흡과 관련한 부분이 잘못진화(dysevolution) 하여 호흡이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부드럽고 칼로리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할수록 턱뼈가 약해졌고 가늘어졌으며 기도가 좁아졌다고 설명한다,
코로 느리게 쉬어야 하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 중 하나는 코와 폐의 특성에 기인한다. 코는 입과 달리 코의 점막을 통해서 우리 몸에 들어오는 공기를 필터링해주기 때문에 일차 보호막이 되어 습도를 조절하고 감염을 예방한다. 또한, 중력의 특성으로 폐는 혈관의 분포와 혈류량이 균일하지 않다 폐의 아래쪽이 혈류가 더 풍부하다. 공기가 들어오는 기도도 양쪽의 모양이 달라 공기가 들어오는 속도와 양도 폐의 부위별로 다르다. 또 산소가 혈관에 전달되는 속도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속도보다 느리다. 그러므로 빠른호흡은 모든 폐에서 골고루 가스교환이 일어나기 힘들고 천천히 느리게 호흡할수록 가스교환이 원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된다. 나는 만성질환으로 내원하는 분들에게 호흡훈련을 안내할 때 처음에는 대략 5초를 들이쉬고 5초를 내쉬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늘려가라고 말한다. 이미 호흡이 짧아져서 길게 하기 어려운 분들은 가능한만큼 조금씩 천천히 느리게 호흡하는 연습을 하는 것을 권한다. 어지럽거나 숨이 차지 않는 선에서 점점 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