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맞아...
권우(眷佑)해 주신 은사님!
* 권우(眷佑)하다: 애정으로 보살피다
대부분의 은사님들께서는
우리를 가르침에 권우(眷佑)해 주셨다
그중에서도 뚜렷히 추억에 남아
사는 동안 새록새록 권우의 향기가
피어나고 있는 분들이 있다
▶ 김제 중 정ㅇㅇ수학, 김ㅇㅇ수학, 백ㅇㅇ 영어 선생님
공부도 열심히 했고 운동도 좋아했던 나는
초등 6학년 때 김제군내 초등학교 학력경시대회에 참가했다
학교별 5명씩 선발되어 시험을 치룬 결과
내가 1등을 했다
당시 도내 각 군마다 동시에 실시했다고 한다
김제 중학교는 필드하키를 육성하고 있었는데
육상 태권도 축구 등 운동에 재능이 있던 나는
필드하키 선수로서의 대성이 목표가 아닌
공부도 하면서 운동 재능을 키우고 싶었기에
1학년 4월에 하키부에 등록했고
아버지께서 하키부 후원자가 되셔서
가끔 제과점 빵을 간식으로 제공해주셨다
단체복이 짙은 주황색이었는데
나만 푸른색의 츄리닝을 입었다
이 때문에, 김제읍내 도로를 달려
성산이나 죽산으로 운동나갔다가 돌아올 때
여학생들이 하교하여 인도로 걷고 있는 읍내길에서
나는 인솔자에서 제외되었다
인솔자의 구령에 따라 구호를 붙이며 뛰는데
이유는 내가 주장 같다고
나의 두 형님의 은사님이시기도 한
정ㅇㅇ수학 선생님께서는
선생님과 진로 상담도 없이 공부로 성공해야지
장래성이 희박한 필드하키를 시작했느냐고 하시기에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운동을 하겠다고 하시자
일단은 하키부에 들었으니 그리 해보라 하셨고
이후에도 종종 하키를 조속히 그만 두면 좋겠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인기 종목이 더욱 아니었음)
일요일에도 나와서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일요일은 공부도 하고 집안 농사 일도 도울 수 있도록
쉬자고 김ㅇㅇ 체육 선생님께 건의했더니 묵살하시기에
5월 첫 주 일요일부터 나만 안 나왔고
다음 날 하키부 전원 24여 명이 스틱으로 한 대씩
엎드려 뻗쳐있는 내 엉덩이를 때렸다
그래도 꾸준히 안 나오고 매를 맞아가던 중
보다 못한 아버지께서 교장선생님께 건의를 하자
받아주셔서 7월쯤부터 일요일은 쉬기로 했다
1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
백ㅇㅇ 영어 선생님께서 내게
겨울 합숙 훈련에 참가하지 말고
서울 학원에 가서 영어 공부를 했으면 한다고 하시면서
내가 배운 것 중 문법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서
제출하라고 하셨다
당시 대기업 대표이면서
대한핸드볼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매형은
서울 종로에도 집이 있었기에
그 곳에서 종로학원을 한 달간 다녔다
선생님과 약속한 문법을 매일 정리했는데
그 양이 책 두께만 했다
선생님께 제출하니
대견하시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문제는 승낙은 받았어도
합숙훈련에 동참하지 않았기에
하키부 24여 명이 개인당 3대씩
스틱으로 힘을 다해
벽에 기대어 놓고 엉덩이를 때렸다
마음이 약해 힘을 가하지 않은 동료를
주장이 벌칙으로 3대를 동료에게 가하니
모두는 힘껏 내 엉덩이를 쳐댔고
3번이나 기절하다시피 하면서 다 맞았다
나에게 노래 한 곡 부르라기에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목청껏 부르자
선생님 한 분이 오셔서
행사 연습 중이니 중지하라고 해서
중단했다
이 때가 졸업식 예행연습 중이었는데
밖엔 학부모님들이 가득했다
연습을 나가는데
나는 반바지를 입고 나가라고 해서
반바지를 입으니
피로 얼룩지고 멍든 허벅지가 노출되었고
이를 본 학부모님들이 안타까워 했다
(당시는 체벌행위가 만연)
9월 초쯤 체전 대비를 위해
코치 선생님이 오셔가지고
온 기념으로 점심으로 짜장면을 사주시겠다며
나가자고 하여 모두가 정문을 나서자 마자
나를 불러 세우더니
"너는 하키보다는 공부하고 싶다면서?"
"아뇨, 하키도, 공부도 함께 하고 싶은데요?"
지금부로 하키부에서 뺄테니
학교로 들어가라 하시며 가신다
교문안으로 돌아 들어서는데
어찌나 서운한지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씨벌, 짜장면이 얼마나 된다고
밥이나 먹고나서 그만두라고 하지..."
푸념하면서 체육관 운동실로 갔더니
송ㅇㅇ 주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화택아, 왜 우냐?" 하면서 놀란다
"뭘 모르는척 해, 형? 다 알면서
형하고 말도 하기 싫으니까
나 밥먹게 빨리 나가버려." 했다
형이 나간 후 싸온 도시락을 꺼내서
아무튼 맛있게 먹고
교실로 들어가서
언제 그랬냐듯이 즐겁게 공부와 해오던 태권도를 했다
아무래도 내가 공부로 성공하기를 바라시는
선생님들께서 체육선생님을 설득했고
체육선생님은 코치님과 상의를 해서
체전 대비 훈련 시작 전에 탈퇴를 빠르게 결정하신 것 같다
함께 운동했던 동료들은
필드하키부를 시작한 김제 고등학교로 진학해
체전에서 3년 연속 우승의 쾌거를 올렸고
이 중 두 명은 우리나라 국가대표 남녀 필드하키 감독과
한 명은 감독을 마친 후 중국 필드하키 국가대표 감독을 했다
하키부 모임이 40여 년 이어져 오는 동안
내게도 들어오라고 했지만
주장 선배님이 얄미워 가입하지 않다가
2014년 봄에 인천에서 몇 개의 주유소 사업으로 큰 돈을 벌고 있는
주장 선배님만 만나
그 날의 사과를, 짜장면 대신 우거지 탕으로 받았고 화해했다
2학년 담임이셨던 김ㅇㅇ 수학 선생님께서는
내가 필드하키를 그만 두고 돌아오자
"화택아, 너는 성품이 훌륭하고 재능과 의지가 있어
큰 사람이 될 것이다. 너같은 제자를 둔 내게는
두고 두고 기쁨이 될 거야." 하셨다
애정으로 보살피는 뜻의 권우(眷佑)로
나의 성장을 뒷밪쳐주신 은사님들이
늘 고맙다
나와의 인연자들께도 권우하는 삶이 되도록
더욱 정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