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형식으로 쓰다보니 글이 길어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나가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 일시 : 2017. 9. 30(토) 01:05
~ 10. 2(월) 03:34 <50시간 29분>
■ 코스 : 인천 정서진아라갑문 ~ 부산
을숙도 낙동강하굿둑
■ 공식거리 : 633 km (Oddo Meter 590km)
■ 633랠리 : 국토종주자전거길 633km를 63시간 3분내에
통과하되 정해진 29포인트에서 인증도장을 찍고 인증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려 스스로 인증하는 경기
<동기>
자출사에서 진행하는 633랠리가 마음에 끌리지만 시간내기가 어려워 망설이고 있는데 10월 2일 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는 뉴스룰 보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신청하였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바로 실행하는 것은 나의 철칙, 언제 또 그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물은 600킬로가 넘는 장거리에다 2박정도
숙박을 하여야 하니 준비할 것이 많지만 짐을 최소화하여야 하기에 새들백만(안장가방) 활용하고 중간중간 쓸 가벼운 것들은 냅색에 넣어 메고 가기로 합니다.
의류는 긴 패드바지와 반팔져지에 팔토시와 바람막이는 입고 예비로 긴팔 티셔츠와 3부
패드바지는 넣어 갑니다.
1. 첫쨋날 (9/30토 01:05 ~ 23:00 정서진~낙단보 334km)
<출발부터 헤매다가 동지를 만나다>
금요일 회사근무를 마치고 준비물을 챙기고 집을 나섭니다. 걱정스런 얼굴로(?) 배웅하는 집사람을 뒤로 하고 전철로 정서진에 도착합니다. 한밤중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핸드폰을 만지기도 하고 긴장하는 사람은 없는 듯 합니다. 나도
개인사진을 찍어 출발한다는 인증을 올리고 00시에 출발하는 전체 9명이
단체사진도 찍습니다.
날씨가 쌀쌀하여 여분의 티셔츠를 꺼내 입고 정시에 출발하는데 나는 인증센터 확인도장을 찍지 않아 다시 찍고 좀 늦게 출발합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등이 허전함을 느껴 만져보니 냅색이 안 보이네요, 할수없이 길을
돌려 다시 정서진으로 갑니다. 화단옆에 고이 남겨진 냅색을 들고 보니 한시에 출발하신다는 아삼륙님을
만납니다. 이때부터 둘이는 끝까지 함께 랠리를 계속하는 운명의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둘이서 아라한강갑문을 거쳐 여의도에 도착하니 이 야심한 밤에 지원센타를 차리신 현무도인님과 다른 한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달콤한 케익과 음료수를 마시고 봉지에 정성껏 싸 준 과일과 보급식량을 넣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광나루와 능내역을 지날 때까지는 어둠이 가시지 않고 양평에 다다르니 여명에 밝은 세상이 펼쳐집니다. 이곳에서 함께 출발했던 우리동네 아주머니를 다시 만나 총4명이 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웁니다.
이포보, 여주보를 거쳐 강천보에서 지원센타를 차리고 계신 불씨삼도매니저님과 징검다리운영진님께
감사히 음료와 행동식을 보급받고 길을 재촉합니다. 이제는 햇살이 꽤나 따갑습니다만 비내섬 가는길은 예전
앙성마라톤대회때 여러번 달려 보았던 길이라 그때 생각을 떠 올리며 지나 갑니다. 달라진 점은 비포장이었던
구간이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비내섬에서 잠시 휴식후 탄금대로 향하는 길에서는 자전거도로를
버리고 약간 위험하지만 탄금대교를 건너는 국도를 선택하였습니다. 이제는 구미에 산다는 고등학생인 TK군과 함께 하여 셋이서 함께 랠리를 진행합니다. TK군은 633랠리가 아닌 국토종주를 하고 있답니다. 탄금대에서도 일부 비포장이
있다는 자전거도로를 피하여 국도로 진행하다가 충주 외곽에 있는 순대국밥집에서 중식을 해결합니다.
수안보 도착시간은 2시 반경, 광장에
있는 족욕장에다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어 주는데 옆 광장에서는 무슨 페스티벌 준비로 시끄러워 서둘러 이화령을 향해 페달을 돌립니다. 연풍과 소조령을 지나 이화령 초입, 힘들더라도 타고 올라가기로 작정하고
지그재그 주법으로 끌바없이 올라갑니다. 굇수 라이더들은 나를 지나 휙휙 올라가는게 부럽기만 합니다. 드디어 이화령 정상 온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멋진 경치는 그 고생을 보상해 주는 듯 합니다.
이화령을 내려와 영남관문을 지나 문경불정역에 오니 서서히 해가 져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어느 외진 곳에 어르신 한분이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져 있는데 그대로 방치하면 위험할 것 같아 119로
연락하여 조치를 부탁하고 상주상풍교로 갑니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사위가 깜깜한 상태, 라이트에 의지하여 도착한 상주상풍교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매협재를 피하기 위하여 상풍교다리를 건너 동편 도로를
이용하여 내려 갑니다. 나도 상주가 고향이지만 이쪽지역에는 올 일이 없어 잘 알지 못합니다.
<TK군 낙차사고와 처녀귀신>
매협재는 피했다지만 이곳도 만만치 않은 업힐들이 있어 쉽지만은 않습니다. 깜깜한
업힐을 오르는 중 뒤에서 들려온 자동차크락션 소리에 그대로 넘어지는 TK군. 몸은 괜찮은데 뒤쪽 변속기와 브레이크에 심각한 문제 발생 – 브레이크는 해제하고 변속기를 편 다음 작동해 보니
작동은 됩니다, 불행중 다행이랄까? 집이 구미인지라 연락하여
상주보에서 픽업하기로 조치한 다음 어두운 시골길에 TK군 혼자 남겨 놓은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제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픽업되기를 바랄 뿐........어두운
농로를 지나고 상주보 도착, 숨을 고르고 있는데 다수의 불빛이 다가옵니다. 다섯분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633랠리팀. 마침 우리와 같이 낙단보에서 1박을 한답니다. 잠시후 또 하나의 불빛이 나타나는데....TK군이 반신불구 자전거로
금방 나타났는데 그의 이야기가 더 가관, 처녀귀신을 보았다는군요 허~
그래도 잠시후 아버님이 도착하여 인계하여 드리고 우리는 낙단보로 내려 갑니다.
그럭저럭 낙단보 도착시간이 밤23시 20분, 서둘러 인증글을 올리고 보건너편에 있는 봉*모텔에서 피곤한 몸을
쉬게 하여 줍니다.
2. 둘쨋날 (10/1일 06:00 ~ 10/2 월 03:34 낙단보~부산 을숙도 292km)
<낙동강 4대 업힐>
네시에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약간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여섯시경 출발합니다. 낙동강변은
온통 짙은 안개가 깔려 있어 상당한 주의가 요합니다.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와 달성보를 지나 낙동강 4대 업힐 중 첫 번째인 다람재가 앞에 나타납니다. 3년 전에 처음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며 고생했던 곳이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당연히 끌고서 정상에 올라 인증부터 하고
구비도는 낙동강 경치를 감상합니다. 내려가는 길은 포장이 새롭게 되어 있어 그 전보다는 아주 수월합니다. 두 번째 업힐코스인 무심사는 들어가는 초입부터 심오한(?) 글들로
머리를 혼란하게 합니다. 그대 지금 어디로 가는가? 왜 힘들고
고통스러운가? 뭐 이런것~ 깎아지른 듯한 경사길을 낑낑대며
올라가자 큰 바위에 무심사란 제목이 보이고 사나운 도깨비들이 몽둥이를 들고 두눈을 부릅뜨고 나를 내려다 보네. 점심공양을
구걸할까하다가 점심시간이 지났으니 괜히 번잡스러울 것 같아 그냥 지나칩니다. 자전거길이 절 경내를 지나
한참 올라 가야 되는데 그 길이가 또한 장난이 아닙니다.
정상부근에서 쉬면서 아삼륙님이 주워온 밤을 까먹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기상청이
오보가 많은데 이런 힘든 여정에는 딱 맞추는게 신기합니다.
이어 나타난 합천창녕보 여기는 웬 아자씨 한분이 이사람 저사람에게 안내를 해 주고 있는데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싸우는 것 같더군요. 계속 비를 맞으며 10킬로를 더 가서 세시경에 적포교 부근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습니다. 주방에서 준비하는 동안 바닥에 누워 약5분정도
꿀잠을 자고 나니 몸이 개운해 지는 듯 합니다.
세 번째 업힐코스인 구름재(일명 박진고개), 도로
양편에 있는 옹벽은 이곳을 지나간 라이더들의 낙서 칠판. 사랑고백부터 인생론까지 다양한 절규들이 웃음을
멈추지 않게 합니다. 그 칠판 면적이 3년전에 비하여 훨씬
늘어나 있더군요. 가보지 않은 분들은 꼭 걸어서 올라가시기를 강추합니다. 하나하나 음미하며 올라간 구름재 전망대 왼쪽으로 보이는 낙동강은 정겹기만 한데 비는 기세를 더하여 완전히 한여름
장맛비를 능가합니다.
이제 4대업힐 중 마지막 남은 영아지마을 코스, 다른
분들 자료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정자에서 놀고 계시던데 오늘은 큰 비로 인하여 한분도 안 보이네요.
<야간에 메인라이트 고장 – 보조라이트
회생>
저녁 일곱시가 지나 창녕함안보 인증을 마치고 가는중 갑자기 문제 발생, 메인 라이트
배터리가 다 되어 충전기를 연결하려 보니 연결부가 고장! 거기다가 보조로 가져간 라이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켜지지를 않네요. 이 깜깜한 밤중에 라이트가 없으면 어떻게 간단 말인가요?
할수없이 아삼륙님 뒤에 바짝 붙어 가는수밖에 없더군요.
수산대교를 건너지 않고 직진하여 낙동강 서편도로를 선택합니다. 처음에는 잘 포장된
도로가 정말 고맙기만한데, 어느순간 마을이 나타나며 도로연결이 헷갈립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찾아가며 진행하는데 또 어느 동네에서 길을 잃어 버립니다. 마침
문이 열린 민가가 있어 길을 물어도 일찌감치 한잔 술에 취하신 어르신께 도움을 받을수 없어 돌아 나와 다시 길을 갑니다. 깜감한 길에 갑자기 모습을 나타내는 언덕, 이게 모정고개인가 봅니다.
고개를 넘고 가는데 문득 앞에 있는 마을슈퍼에 사람이 보이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사람이
정말 반갑습니다! ”삼랑진이 멀었나요?“ ”여기만 돌면 돼요”
어쨌던 슈퍼로 들어가서 라면을 주문하여 먹으며 보조라이트를 재조립해 보니 불이 켜집니다. 얏호! 오늘 랠리를 끝까지 진행해도 좋다는 신의 계시인 듯~ 급히 라면을
먹은후 나가자마자 나타난 삼랑진교를 건너 잠시 두리번거리는데 만난 노베이션님, 첫마디가 행동식좀 있으세요? 우선 손에 잡히는대로 드리니 게눈 감추듯 흡입하십니다. 우리가 좀전에
먹던 라면을 생각하니 참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이리하여 다시 세명 한팀이 되어 노베이션님을 선두로
양산을 향해서 갑니다. 비는 더욱 거세져서 온몸을 적시고 맞바람도 은근히 진로를 방해 해 주고 있습니다.
<새벽에 만난 백발꽁지님 부부>
깜깜한 길에서 갑자기 진행을 막는 검은 물체, 이 늦은 밤중에 모진 비를 맞으며
백발꽁지님 부부께서 국밥을 준비하여 나오신 이 정성, 정말 감사합니다.
커피까지 따뜻하게 한잔 마시고 아쉬운 인사를 드리고 물문화관 인증센타로 향합니다. 이때가
자정무렵, 쏟아지는 비 때문에 사진을 찍을수가 없습니다. 겨우
인증글만 올리고 종착점을 향하여 갑니다. 환경이 더 좋다는 서편도로를 타기 위하여 바람부는 대동화명대교를
건너서 갑니다. 이곳은 가운데를 우레탄 포장하여 보행로를 만들고 양쪽을 자전거도로로 분할해 놓았는데 3등분된 도로가 좁아 야간주행에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특히나 비바람
부는 날 밤에는~
<자전거 펑크로 112호출 후송, 폭우 속에서 마지막 인증>
동풍이 강하게 불어제끼는 한편 계속되는 폭우로 체온유지도 어렵고 진행도 어렵습니다. 어느순간
오른쪽 언덕아래 인도가 평탄해 보여 내려가서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잠시뿐 인도가 좁아지며 전봇대
등으로 라이딩이 불가능하여 언덕위 자전거도로로 다시 올라 갔다가 괜찮은 인도가 보여 또다시 내려가는데 앞선 아삼륙님 자전거에서 슉하는 소리와 함께
펑크 발생. 다행히 비를 피할수 있는 버스 정류장이 있어 튜브를 교체하고 바람을 넣어 보지만 밸브에
이상이 있는지 공기주입이 안됩니다. 근처에는 공단지역인지 인가나 숙소는 전혀 보이지 않고… 콜밴, 콜택시를 부르려 해도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112호출하여 상황을 설명드리니 잠시후 경찰차가 나타나며
“비오는 이 새벽에 뭐하는 겁니까”라고 하며 태워 줍니다. 새벽 3시경에
나이도 든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이상할 수 밖에요, 그래도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입니다. 이제 남은 두명은 다시 언덕위로 올라가 마지막 5km를 어렵게 어렵게
나아갑니다. 5km가 왜 이렇게 먼거야! 그래도 끝은 있는법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을숙도 하구언둑이 나타나고 퍼붓는 비 때문에 본관 추녀 밑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인증글도 올리고 이번 633랠리를 마무리 합니다. 이때가
10월 2일 월요일 새벽 03시 34분, 출발하고 50시간 29분이 소요되었습니다.
※ 이번에 잃고 고장난 것들
1. 공구통 : 예비튜브, 펑크패치, 자전거공구, 체인링크 – 펑크등 아무 문제없이 지나가서 다행
2. 메인 라이트 충전 부위 부러짐 : 독일 익*코어인데 오늘 AS차
수입사에 보냈습니다
3. 고글 코팅 벗겨짐 : 외국 판매자에게 사진 보냄
4. 아삼륙님 앞타이어 튜브 : 10/2 아침 튜브교체하였으나 또 펑크 발생-타이어까지 교체
5. 노베이션님 핸드폰 : 물이 들어가서 소리기능 상실
6. 엉딩이 : 까진것이 아직 아물지 않음
<출발>
<다람재 정상>
<무심사 들어가는 길>
<완주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