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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땅은 한 길의 두께였고, 두 척 깊이의 구멍이 났고, 육소봉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상관설아는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두 손으로 턱을 괴고는 계
속 독촉하고 있었다.
"당신은 일하다 말고 뭐하는 거예요? 빨리 계속해서 파요. 건강해 보여도
쓸데없군요?" 육소봉은 소매로 땀을 닦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밥을 안 먹었어. 지금 나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네 아저씨와 술을 마시고 있어야 하는데 바보같이 여기서 구멍이나 파고 있
다니." 설아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당신은 설마 이렇게 어린 소녀에게 땅을 파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죠?" "
나는 뻔뻔스러운 게 아니야. 재수가 없는 거지."
"이게 어떻게 재수가 없어요? 영광이지요."
"영광이라고?"
"다른 남자들은 땅에 꿇어앉아 나 대신 구멍을 파겠다고 부탁을 해도, 내
가 승낙하지 않을 거예요." 육소봉은 한숨을 쉬고는 갑자기 자기가 이 요물
단지를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그녀와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았
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호미
로 파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땅에서 선홍색의 옷자락이 보였던 것이다.
설아가 펄쩍 뛰면서 말했다.
"봐요. 내 말이 맞잖아요. 이 아래에 사람이 묻혀 있다구요." 이번에는 그
녀가 재촉하지 않아도 육소봉이 힘을 쓰고 있었다. 호미를 내려놓고 삽으로
바꿔서는 몇 차례 삽질을 하자 아래에 묻혀 있던 시체가 서서히 나타났다.
과연 썩지 않고 있었다. 설아가 우물에 걸려 있던 등불을 들고 와 시체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러자, 그녀는 놀란 소리를 지르고는 손에 들고 있던 등
불까지 떨어뜨려 육소봉의 손으로 떨어질 뻔하였다.
육소봉도 멍해졌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놀란 적이 없었다.
시체는 상관비연이 아니라, 놀랍게도 상관단봉이었다! 등불은 계속 흔들리
고 있었다. 설아의 손이 계속 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체의 얼굴은 썩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것 같은 색이었다. 한 쌍의 눈동자는 돌출
되어서 육소봉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육소봉은 담이 작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상관단봉이 얼마 전에 그를 보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평안하게 웃고 있는 것 같아 그의 손이 풀어지
면서 들고 있던 삽자루를 떨어뜨렸다.
삽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우연히 시체에 떨어졌다. 탕, 하는 소리만이 들렸
다. 마치 금속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같았다. 육소봉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에 손을 내밀어 만져보고는 시체가 차갑고 단단한 것을 알았다. 정말로 쇠
와도 같이 단단했다.
그의 손도 차가워졌다. 그는 길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녀는 정말로 독살되었소."
설아가 말했다.
"그럼, 그럼 누가 그녀를 독살했지요?"
육소봉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대답을 몰랐다.
"독으로 죽으면 시체가 빨리 썩는다고 하던데, 그녀는 죽은 지 얼마 안
되었나 봐요." "오래되었소."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그녀의 몸에 있는 독이 밖으로 흘러나와 흙에 퍼졌기 때문이오." 이것은
설아가 한 말이었다. 그녀는 정말 틀리게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
육소봉이 말했다.
"게다가 이곳을 보니, 적어도 두 달은 파헤치지 않은 것 같은데." "당신이
말하는 것은, 그녀가 적어도 두 달 전에 죽었다는 건가요?" "그렇소."
"그러면 그녀의 시체는 왜 아직 썩지 않았나요?"
"그녀가 해괴한 독에 중독 되었기 때문이오. 어떤 약물은 시체를 수백 년
보존할 수도 있소. 게다가 이 지역은 건조하고 개미의 흔적도 없으니, 누가
시체를 여기에 묻었는지 몰라도 모두 빨리 썩는 것을 바라지 않았나 보오."
그의 목소리는 단조롭고 느렸다. 이럴 때는 그가 마음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졌다.
설아도 생각에 잠겨서는 중얼거렸다.
"두 달 전이면, 언니가 화만루를 찾아가기 전이었는데." 육소봉도 생각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가 화만루를 데리고 오고 나서, 나는 당신을 찾아갈 수 있었나요?
당신은 어떻게 그녀를 볼 수가 있었죠?" "내가 본 사람은 상관단봉이 아니
었소. 진짜 상관단봉이 아니었소." "그럼 누구예요?"
육소봉은 이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최근 두 달 동안 너는 언니와 그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을 본 적이 있
느냐?" 설아가 한참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없는 것 같아요."
육소봉이 말했다.
"두 달 동안 그녀가 너를 대하는 태도가 이상하지 않았느냐?" 설아가 한
참을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요. 전에 그녀는 나를 보면 말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랬는
데, 최근에는 나를 피하려는 것 같았어요." 육소봉이 말했다.
"진짜 상관단봉이 아니었기 때문에 네가 알아차리는 것이 두려웠겠지!"
설아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녀는 누구지요? 어떻게 그렇게 변장을 할 수가 있지요?" 그녀는 갑자
기 펄쩍 뛰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당신이 본 상관단봉이 언니가 변장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군요!"
육소봉은 말이 없었다. 말이 없다는 것은 때론 인정을 한다는 것이다. 설아
는 눈을 뜨고 말했다.
"당신은 상관단봉이 언니를 죽인 것이 아니라, 언니가 그녀를 죽였다고
생각하나요?" 육소봉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그녀가 지금 죽었다는 것만 알고 있소."
설아가 말했다.
"언니가 왜 그녀를 죽이지요?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있어요?" 육소봉은 말
이 없었다. 말할 수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말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인
가? 그는 갑자기 꿇어앉아서는 시체의 신발을 벗겼다.
설아가 놀라서 물었다.
"당신, 뭐하려는 거죠?"
육소봉이 대답했다.
"그녀의 발을 보려는 거야."
설아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신은 미쳤군요. 당신은 분명히 미쳤어요."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미친 짓이라는 걸 알아. 그러나 나는 꼭 봐야
만 해." 그는 신발을 벗겼다. 한 쌍의 예쁜 발은 놀랍게도 정말 발가락이 여
섯 개였다.
설아도 조용히 한참을 있더니 갑자기 침울하게 물었다.
"정말로 사촌언니가 맞아요."
"너도 사촌언니의 발가락이 여섯 개인 것을 알고 있었느냐?" "네!"
"너는 어떻게 알았느냐?"
"그녀는,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발을 보는 것을 싫어해서, 우리들이 같이
신을 벗고 물가에서 물놀이를 할 때에도 그녀 혼자만 벗지를 않았어요." 소
녀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데 발가락이 여섯 개라는 것은 자랑스러운 것
은 아닐 것이었다.
설아가 말했다.
"그녀가 보여주지 않으려 할수록, 나는 더 보고 싶어서 어느 날 그녀가
목욕하는 것을 틈타 갑자기 뛰어들었어요."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작은 요정은 정말로 못하는 일이 없었다.
설아가 말했다.
"그녀는 나를 보고 화를 냈지만, 나중에는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어요." 육소봉이 물었다.
"너는 약속을 지켰니?"
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언니에게도?"
"언니도 몰라요.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육소봉은 조용히 있다가 물었다.
"너의 아저씨 발은 언제 잘랐니?"
설아의 얼굴에는 놀라는 기색이 나타났다.
"그의 발이 잘렸어요? 내가 어떻게 몰랐지요?"
육소봉이 놀라서 물었다.
"너는 정말로 몰랐니?"
설아가 대답했다.
"어제 점심 때 그가 언니의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기 위해 왔다갔다 할 때
에도 못 보았어요. 언니를 대신해서 주는 것 같았어요." 육소봉의 눈에는 빛
이 났다.
설아가 말했다.
"두 달 동안 정말로 어떤 사람이 사촌언니를 사칭했다면, 왜 아저씨도 못
알아봤을까요?" 그녀는 육소봉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했지만, 육소봉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밤은 처량하고 한 줄기 불빛만이 시체의 차가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뻥 뚫린 눈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설아가 한기를 참을 수가 없을 때, 갑자기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너무 많은 일을 해서는 안 돼."
그녀는 이 목소리를 알아들었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음산하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자 문은 닫혀 있었다. 육소봉이 문을 두드렸
는데 응답이 없었다. 다시 힘껏 두드렸는데도 대답이 없었다.
그의 얼굴색은 변하였고, 갑자기 힘껏 부딪혀 세치 두께의 나무문을 부수
어버렸다.
탁자 위의 등잔은 켜져 있었고, 의자는 비어 있었다. 대금붕왕은 항상 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육소봉은 놀라지 않았다. 이것은 거의 그가 예상한 대로였다.
침상의 금으로 수놓은 이불과 요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가 허리를
굽혀 집으려 했을 때 갑자기 손 하나가 보였다.
몹시 여위어서 쪼글쪼글한 손은 의자 뒤쪽에 나와 있었다. 다섯 개의 손
가락은 마치 무언가를 집으려는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잡고 있지 않았다.
육소봉이 다가가서 보니 대금붕왕이었다.
이 노인의 시체는 완전히 굳어 있지 않았다. 호흡은 일찍 멈추었고, 눈에
는 죽는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형용할 수 없는 놀라움과 분노의 빛
이 서려 있었다. 그를 죽인 사람은 독수(毒手)를 사용한 것으로 보였다.
그의 다른 한 손에는 깊은 칼자국이 나 있었다. 누군가 손아귀를 끊으려
고 했는데 끊어버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손을 꽉 움켜쥐고 있어서 손 등에는 힘줄이 나와 있었다. 죽더라도
손 안의 물건은 풀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그의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붉은 신발이었다.
새색시가 신는 그런 신이었지만, 수놓은 것을 볼 때 원앙도 아니고 부엉
이도 아닌 한 마리의 제비였다----날고 있는 제비.
그는 힘껏 꽉 쥐고 있어, 원래는 예쁜 신발이었던 것이 지금은 모양이 구
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표정이 하나도 없었고, 그의 놀라움과 분노가 가득
찬 튀어나온 눈은 말 못할 공포와 비밀을 나타내고 있었다.
육소봉은 만져보지도 않고 그의 얼굴이 교묘하게 변장된 것을 알 수가 있
었다.
이 노인은 진짜 대금붕왕이 아니었다! 대금붕왕은 그의 딸과 같이 죽었을
것이다! 육소봉은 그의 눈을 바라보고는 그의 끊어진 다리도 바라보았고, 길
게 한숨을 쉬고는 중얼거렸다.
"나도 바보 같은 일을 많이 했는데, 당신이 한 일은 더 바보 같아요." 이
말을 다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칼이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
를 들었기 때문이다.
검풍(劍風)은 그의 뒤쪽 창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맹렬한 기세여서 창 밖
의 사람이 무림의 뛰어난 검수(劍手)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무림의 뛰어
난 검수는 많지가 않다.
육소봉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가 있었다.
육소봉은 3척이나 되는 그의 몸을 훑어보며 말했다.
"유여한, 당신은 지금 와서는 안 됩니다."
창 밖에서 정말로 유여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
웠다.
"그러나 나는 왔소!"
그의 칼은 그의 목소리보다 더 빨랐다. 오래되고 우아한 꽃이 조각된 창
틀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나가떨어졌다. 그와 그의 칼은 동시에 들어왔다.
그의 머리칼은 흐트러져 있었고, 눈동자에는 광기가 있어 그의 칼보다 더
무서웠다.
육소봉은 그를 보지 않았다.
그의 칼이 난폭하게 움직였다. 아주 빨랐고, 공격을 할 때마다 모두가 치
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육소봉의 눈은 계속 그의 칼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아이가 나는 나
비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눈깜빡할 사이에 유여한은 십칠초의 공격을 했고 이때 육소봉은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단지 두 손가락만을 내밀었는데, 누구도 그의 동작의 빠르고 정확함을 묘
사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마음이 느끼는 것으로 그의 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았
다. 유여한이 십팔초를 공격했을 때 갑자기 자기의 칼끝이 잡힌 것을 알게
되었다! 칼이 마치 돌에 박혀버린 것처럼, 전력을 다하여도 뽑히지 않았다.
칼은 그의 오른팔에 있어서 그의 몸 일부분이 돼버렸다. 그는 이 칼을 육
소봉의 손가락 사이에서 빼내지 못하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팔 위에는 평소에 쇠갈고리가 있었는데, 여러 가지 물건이 될 수 있
었다. 그가 사람을 죽이려고 할 때에는 쇠갈고리가 칼로 바뀌었다. 그는 일
찍부터 사람을 죽일 준비를 한 것이었다.
육소봉은 그의 고통스럽게 구겨진 얼굴을 바라보니, 마음속에서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신을 죽이지 않아요. 가버려요."
유여한은 입을 열지 않았고, 대답은 그의 오른팔의 쇠공이 했다. 쇠공은
바람소리를 내며 육소봉을 내리쳤다. 육소봉이 손을 쓰지 않는다면 그의 머
리는 납작하게 될 것이었다.
그는 다른 한 손이 있었다. 쇠공이 공격할 때, 손을 비스듬히 비틀어 유여
한의 왼쪽 어깨가 늘어졌다.
육소봉이 조용히 말했다.
"내가 손을 놓으면 당신은 갈 것입니까?"
유여한은 냉소를 지었는데, 웃음에는 경멸이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육소봉
을 경멸하고, 자기의 목숨을 경멸하였다.
육소봉은 한숨을 쉬고는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왜 나는 이런 바보 같은 사람만 만나는 것일까? 왜....." 그는 이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때 그는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목소리는 상관단봉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상관단봉이 여기
에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는 해의 기운이 사라져서 방안은 더욱 어두웠다. 한 사람이 유령처럼
문 입구에서 나타났다.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여인의 자태는 아름답고
부드러우며 감미로웠다.
그녀는 육소봉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바보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바보 같은 사람들은 항상 같이
모이니까요." 육소봉은 그 여인을 보지 않고도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
다.
"상관비연?"
"네."
그녀의 웃음은 천진한 아이 같았다.
"당신이 보기에 내가 상관단봉보다 아름다운가요?"
육소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관단봉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이 소녀를 보자 아름
다움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소녀는 모든 남자의 마음을 설레
게 할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순진하고 순수했다. 그녀를 한 번 본다면
누구나 그녀에게 유일한 남자이고 싶고, 동시에 그녀가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여자라고 느낄 것이다.
상관단봉의 웃음은 보는 사람을 환상으로 데려가지만, 상관비연의 웃음은
모든 것을 잊게 해주었다.
"내가 틀렸다구요?"
"당신같이 아름다운 사람이 왜 다른 사람으로 변장을 합니까?" 상관비연
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날 당신이 나의 참모습을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놓아 주지 않았을 거
잖아요?" "당신의 참모습을 내가 진작 보았다면 아마 그날 저녁까지 기다리
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차에서 당신이 설마?"
"나는 유혹을 참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었습니다." 상관비연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군자는 아니지만, 말하는 것은 순진하군요." "당신은 숙녀도 아닐
뿐더러 말하는 것도 순진하지 않군요." "소녀가 너무 순진하면, 당신 같은
남자를 속이기 어렵잖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변하였다. 거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완전히 변하였다.
육소봉은 이렇게 갑자기 목소리도 바뀌고, 모습까지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상관비연은 그가 놀라는 것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목소리가 상관단봉보다 듣기 좋나요?"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도 알았겠지만, 나는 모든 것에서 그녀보다 뛰어났어요. 하지만 그녀
는 언제나 나보다 위에 있어요." 갑자기 그녀의 감미롭고 부드러운 목소리
에 원한이 가득찼다.
"어려서부터 그녀가 입었던 옷만 입고, 그녀가 먹다 남긴 것만 먹었어요.
그녀가 공주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회만 주어지면 당신은 그녀보다 뛰어
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나요? 그래서 당신의 할아버지가 죽고 나자, 당신
은 더 이상 같이 있는 것도 원치 않았고" "누구도 구속을 원하지는 않죠. 사
람의 본성이니깐요." "당신은 일을 핑계로 강호에 가서는 그들에게 기를 펼
일을 몇 가지 했지요. 강호에서 당신에게 마음을 뺏겨 버릴 남자를 만나리
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겁니다." 상관비연은 얼굴색이 변하며 말했다.
"그 깜찍한 것이 모든 것을 당신에게 말했을 줄 알았어요." "그 남자는 당
신을 애모할 뿐만 아니라, 당신의 처지를 동정해서 당신을 대신해서 화를
낼 기회를 찾고 있었지요." 상관비연이 차갑게 말했다.
"계속 말하세요."
육소봉이 말했다.
"그는 금붕왕조의 비밀을 알고나서, 당신을 대신해서 의견을 내놓았지요."
상관비연은 듣고 있었고, 얼굴의 감미로운 미소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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