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초가을 현영은 의외의 여인의 면회를 받는다.
보람이 찾아온 것이다. 일곱,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를 데리고
처음에 현영은 보람이를 못 알아보았다.
면회 장소에 들어와 어떤 부인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면회 장소를 그냥 나가려다가 확인하는 심정으로
“나를 찾아오신 것이 맞습니까?”
하고 물었다.
“네! 그래요.”
하는 여자의 대답을 듣고는
“누구신지요?”
하고 현영이 다시 물었다.
“못 알아보시는군요. 보람이에요.”
이 말을 듣는 순간 현영의 가슴에서는 쿵 하고 바윗덩어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네? 보람씨라고요?”
현영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보람이 자기를 찾아오다니 그것도 교도소로.
“네 보람이에요.”
이렇게 대답하는 보람은 목이 메인다.
“미국에 계신 줄 알았는데--- ”
“네! 3개월 전에 귀국했어요.”
“네! 그러셨군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까지---”
하고 말을 잇지 못하던 현영이
“볼 면목이 없군요. 이런 모습하고 있어, 아무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머리를 숙인다.
이 말에 차오르는 감회로 한참을 대답 못 하고 있던 보람이 옆에서 서성거리는 아이를 돌아보고
“아빠께 인사드려라.” 한다.
현영은 정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놀랬다.
“아빠라뇨? 누가 아빠란 말입니까?” 현영이 황망히 묻는다.
“현영씨가 이 애의 아빠이세요.”
그러는 동안에 와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 아이를 보니 무척 귀엽게 생겼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이 애의 아빠라니? 그럼---”
“네! 맞아요. 그때 제가 임신했던 애예요.”
“아니 그럼 그때 떼지 않고---”
“네! 처음에는 떼려고 생각하고 산부인과까지 갔었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하며 들려주는 보람의 말은 애를 떼려고 산부인과에 갔었으나 귀중한 생명 그것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애를 도저히 그럴 수는 없어서 산부인과에서 도망치듯 뛰어나왔다.
산부인과에서 그냥 돌아온 보람은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고 반대하시는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하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물론 보람의 부모는 보람이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
부모에게는 유학 간다는 명목으로 미국에 왔지만, 아기를 임신하고 공부를 계속할 수는 없을 뿐 아니라 태어날 아이와 자기의 생활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하여야겠기에, 미국 현지에 떨어지자 학교는 접어두고 학교가 있는 워신톤에서 한인들이 많은 ㄴ.A로 옮겨 간 후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허름한 모텔에 방을 얻고 며칠을 거리를 다니며 구인광고를 뒤지던 보람은 마침 운 좋게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싱자수 가게를 지나다 용기를 내어 가게에 들어가 주인을 찾았다.
미싱자수는 보람이 흥미를 가지고 있던 것이어서 미국에서는 미싱자수가 얼마나 인기가 있나 하는 호기심에 자연히 마음이 끌렸다.
한국에서 막 건너왔다는 보람의 말을 들은 주인 여자는 떠난 온 지 오래된 고국의 소식이 그리워 보람을 반갑게 맞았고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보람이 혼자 미국에 오게 된 사연을 묻게 됐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보람에게 주인이 여대생인 것 같은 여자가 혼자 미국엘 왔으면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 아니냐, 혹 내가 도움이 모르니, 이야기해 보라는 친절한 주인 여자의 말에 보람은 자기의 사정, 보람이 임신을 하게 된 경위와 미국을 오게 된 내력과 앞으로 미국에서의 생활의 막막함을 이야기하고 가능하면 취업 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보람씨 혹 미싱자수 할 줄 아세요?”
그 말을 들은 주인의 물음이다.
“네! 미싱자수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가사 시간에 배우고 흥미가 있어 학원도 좀 다녔어요. 실은 지나가다 미싱자수 가게가 보여 호기심에 들어왔어요.”
“그래요? 그럼 잘됐네. 마침 우리 가게에 직원이 필요했는데.”
이렇게 해서 보람은 이 미싱자수 가게에 취직했다.
보람은 미싱자수에 어느 정도 실력도 있어 금방 주인의 눈에 들고 신임을 받게 되었다.
아기도 주인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낳을 수 있었고
딸애 혼자 외국에 나가 공부하느라 애쓴다고 부모님이 한번 다녀가겠다는 것을 보람이 나는 잘 있고 공부하는 외국 생활이 바빠 자리가 잡히지 않았으니 천천히 오시라고 하며 못 오시게 막고 반대하며 버티다 아기가 세 돌이 되었을 때 미국에 오신 부모님은 그때 모든 사정을 알게 됐다.
취직한 보람은 미국으로 건너갈 때 가지고 간 돈과 학자금으로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돈 그리고 받은 봉급에 일부를 저축하였고 그것이 모여 어느 정도 자본이 되자 주인의 도움을 받아 L.A에 주인의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연쇄점으로 자신의 가게를 차렸다.
그래서 지금은 L.A에서 쾌 큰 마싱자수 가게를 가지고 있게 됐다.
이 이야기를 하며 보람은 자기가 자수 가게 주인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며 아마 아이를 떼지 않고 미국으로 간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기특하여 그런 행운을 잡은 것 같다며 자기는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몇 번인가를 말했다.
현영이 미안해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고국의 소식이 그리워, 아니 실은 현영의 소식이 궁금하고 듣고 싶어 3개월 전 귀국을 했다.
귀국해 보영을 만나서 그간의 이야기와 잘살고 있을 줄 알았던 현영의 소식을 듣고 놀라기도 하고 허탈한 생각도 들었다.
현영의 소식을 듣고 현영을 찾아볼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의 아버지라는 것을 보아서는 찾아보아야 하나 불행에 빠진 사람을 아무 결정도 없이 찾는다는 것도 잘못일 것 같아서
많은 시간을 고민고민하던 보람은 현영을 아이의 아버지로 받아드리기로 결심했다.
현영이 동의를 한다면
그동안 아이가 아버지를 찾을 때마다 막막했던 기억이 어찌 되었든 아이에게는 아버지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고 오늘 면회를 왔다는 것이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쩌면 10년 가까이 미국에서 살면서도 보람은 현영을 잊지 못하고 살았는지 모른다.
아이 아빠로, 또 자기의 사랑하는 남자로
이 말을 들은 현영은 보람에게 면목이 없어 고개를 들지 못한다.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한참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나 같은 놈에게도 신이 이러한 귀한 선물을 주시는구나. 이 귀한 선물을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렇게 죄를 짓고 영어에 몸이 된 나를 애 아빠로 받아주겠다니, 나는 보람씨한테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그렇지만 영어에 몸이 된 나를 애 아빠로 생각하고 보람씨는 나에게 왔다. 내가 반대할 자격이나 있나 보람씨와 결합하지는 못하더라도 애에게는 충실한 아빠가 되자’하고
“그때 그렇게 보낸 내가 아이 아버지로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못난이를 아이의 아버지로 받아주시겠소.”
현영이 자신이 없어, 거의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미국서 어려울 때는 현영씨 원망도 많이 했지만, 아이가 아버지를 찾을 때는 저도 현영씨가 많이 그리웠어요.”
솔직한 보람의 이야기를 듣고 현영은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얼굴을 들어 보람을 본다
그런 현영을 마주 바라보던 보람이
“미국에 건너가 가게를 정리하고 들어오겠어요. 그동안 부디 몸 건강하세요.”한다.
그 말에 나 같은 놈에게, 남의 생을 세 명씩이나 불행하게 한 놈에게 무슨 복이 있어 보람이와 같은 여자의 사랑을 받는가 하는 생각과 보람이 아기를 가졌을 때 아기를 떼게 하며 매몰차게 돌아선 자기가 보람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나 있는가 하는 생각 들며 그런 자기를 잊지 않고 찾아와준 그리고 애 아빠로 남편으로 받아주는 보람이 고맙고, 감사하여 만감이 교차하는 눈길로 보람을 보던 현영이 말없이 보람의 손을 잡는다.
보람은 그 눈길을 받다가 현영이 손을 잡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그때까지 옆에 낮 선 주위 환경에 팔려있던 딸아이가 “엄마!” 하고 보람의 곁으로 온다.
그 소리에 정신이 든 현영이 보람의 손을 놓고 딸아이를 돌아보며
“이름이 무어지?”
하고 묻는다.
“윤은혜요.”
하고 대답하는 딸아이를 귀여운 듯 바라보던 현영은 보람을 보며
“고맙소. 성까지 잃지 않았구려.”
하는 현영의 눈에는 이슬이 맺히고 딸아이를 안아 무릎에 앉히는 입가에는 미소가 인다.
그 관경을 바라보는 보람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 끝 -
그동안 애독 해주신 여러 독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첫댓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모두가 해피엔딩 이네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어요~꾸벅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하게 잘보았습니다 다음작품도 기대됩니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즐 감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함니다
다락방님!
구리 천리향님
처음으로서님!
행봇한 왕비님!
신춘솔개님!
녹색천사님
무혈님!
초이마루님!
대추망망이2님!
이초롱님!
지키미님!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올가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 되시기 바랍니다.
즐독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