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감을 찾습니까?
대낮에 등불을 들고 총리감을 찾아 나서야 할 만큼 지금 대통령이 겪는 리더십 위기는 절박합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모처럼 송곳 같은 추궁으로 TV시청률을 20% 초반으로 끌어 올렸으나,
국민들의 기대치를 우롱하는 총리후보자의 표본을 보여준 셈이 되고 말았지요.
새벽 약수터와 한밤의 포장마차까지 삼삼오오 모이는 이들마다 혀를 차는 현장에는
사퇴한 이름 석 자가 부끄럽게 오르내렸습니다.
그렇게 며칠간 안주가 되고 동네북이 되어버렸으니
당분간은 잊혀 진 인물로 컴퓨터 휴지통에서나 찾을 수 있는 이름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외람되지만 조금 아는 척 해보겠습니다. 총리감에 대해서.
무릇 총리란, 그 자리를 떠맡기는 게 아니라 국사(國事)를 담당하는 자리겠지요.
문서에 큰 직인을 찍어서 권위를 입증하기보다
도덕적 우위와 식견을 겸비한 리더십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장입니다.
직언도 마다않아야 하고
때론 대통령대신 책임을 떠 앉고 용퇴할 용기도 가진 그릇이라면 금상첨화겠죠.
'한이헌(65)' 이란 이름 혹시 기억이 나시는지요?
그는 공정거래위원장과 경제기획원 차관을 거친 전형적인 경제관료로,
청와대 경제수석 재임 당시
오늘날의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입안에 깊이 관여하였고
15대 국회의원도 했습니다.
2002년 6월 야당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여 낙선한 뒤
그해 9월 은행대출을 받아 경기 구리시 변두리에 ‘마포나루’란 작은 식당을 차립니다.
공직 은퇴 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호구지책으로 말입니다
당시 그가 청와대 경제수석과 국회의원을 막 그만 둔 관료임을 알게 된 손님들은,
신발을 정리하고 주차를 대행하는 그의 옆에서
반은 놀라고 신기한 표정으로 비켜서 보곤 했지요.
가게라야 몇 해 전의 집무실 크기도 안 되었지만,
작은 공간에서 '최선을 다하는 행복감'에서 자족하려고 했습니다.
“장사와 정치는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는 이유를 들어서...
한때 맛집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저녁때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으나
1년도 못가서 지근거리에 몇 배나 더 큰 가게가 들어서자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그 시절 그분이 써 둔 글이 마침 저의 문서파일속에 남아 있습니다.
>>손님이 오기 전 초저녁 무렵이면,
주방과 홀에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도
가끔 창밖에 언뜻 비치는 행인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고 만다.
이 초조하고도 기다려지는 발걸음.
썰렁한 가게에 앉아 있기가 멋쩍어 주차장에도 가보고
길 건너편에서 가게를 쳐다보며 서성거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빈 가게로 들어서는 첫 손님 일행을 보면
나도 몰래 입속에서 '고맙습니다'란 소리가 저절로 응얼거려진다.
식솔들에게 의연하려고 애를 쓰는 나 자신을
하룻저녁에도 몇 번씩 느끼곤 한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가게 하나에 생계를 의지하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수 백 만 사장 내외들이
반드시 겪어내야 하는 비슷한 일상의 모습들.
하루는 모처럼 아들을 불러서
홀 한가운데 마주앉아 고기를 뒤척이며 말했다.
"나는 너 얼굴을 보는 것 보다 손님 얼굴을 보는 게 더 반갑다"고.
못마땅한 아들의 표정을 읽으면서 멋쩍게도 나는 솔직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게 진심인 걸 어이 감추랴.
어릴 적부터 공직자로서의 아버지만 보아왔던 아들이
돼지갈비집 사장이 된 아버지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함은
너무나 당연한 감정이니 탓할 것은 아니다.
일진이 좋으면 귀가 길에 통닭 한 마리를 사들고
맥주 한잔에 밤늦도록 아내와 도란거리는 정겨운 시간도 있다.
하루하루 벌어서 한 달 수지를 맞춰 사는 소시민들의 삶은 이처럼 빠듯한데,
월급봉투를 받았던 공직생활이 얼마나 느긋했던 지를 밤마다 체험한다.
가끔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핑그르르 돌지만,
그런 일상에서 키워가는 애틋한 사랑도 있다.<<
짧지만 이렇게 '친 서민'의 삶을 온몸으로 경험하며,
사회지도층으로서 지낸 시절을 철저히 잊고 살았던 4년여 시골생활이었습니다.
가게를 정리하고
직접 포크레인을 운전하며 터를 닦았던 정든 양평 산골집도 팔고
다시 몇 년 후. 부실공기업인 기술보증기금의 이사장을 맡게 됩니다.
재임 중에는 혹독한 구조조정과 자본 확충을 하여 최고수준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였고,
마침내 2008년엔 77개 공공기관장 중 CEO평가 1위의 성적표를 받게 됩니다.
그런 능력으로 대학총장인들 감당 못하겠습니까만,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임기를 마치자마자
경기도 안산의 특성화고교인 '한국 디지털미디어고교' 교장선생님으로 변신하였습니다.
그가 부임한 지 막 3년차,
몰라보게 신장된 학력수준과 학교의 대외적 위상이
그의 개혁적인 마인드를 다시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당.정.청을 두루 섭렵하고 여.야를 경험한 인물 그리 많지 않습니다.
두 번의 선거에서 한번은 낙방한 아픔도 있으며,
나라살림을 맡아 보았고, 국가 정책을 입안해 보았으며,
소시민 영세사업자의 애환을 겪었고, 50대 후반에 백수생활도 겪어보았으며,
중소기업의 현실도 알고, IT교육의 현장에서 문제가 무엇인가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통 털어서 개혁성과 청렴성, 포괄적인 경륜을 가진,
'공정한 사회'의 구현에 가장 근접한 총리감이 되지 않을까요?
소위 '고소영'도 아니고 '강부자'도 아니며 친이도 친박도 아닌 친국가편에서
재산도 별로 없고 대권도 관심이 없는 중립지대 PK인물.
무엇보다도 국회인사청문회를 자신 있게 통과할 소신파 관료입니다.
마침 어느 야당 대표가
"이번엔 정치보다 경제를 아는 총리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훈수를 두었습니다.
이왕이면 정치도 알고 경제를 잘 알면 더 좋겠지요.
젊다고 개혁적이고 참신하다는 공식은 애초 허상입니다.
특히 실추된 교육자들의 명예회복과 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대통령께선 이제 총리감을 청와대 존안자료가 아닌 풋풋한 교정에서 한번 물색해보시죠.
국민들은 청와대의 검증차원을 넘어서 대통령의 안목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이헌(韓利憲)-
어쩐지 이름에서부터 '헌정(憲政)에 이로움을 가져다 줄' 그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시사평론가
첫댓글 야당도 대항마 찾기에 부심하던데..
법보다 무서운것이 괘씸죄 입니다이번에 민심을 봤으니..잘해야겠지요
라이언킹님 아름다운 사연 잘 보게되어 기쁘네요,
우리 사회의 식자층들이 꼭 닮아야 할 표본인 듯 합니다.
휼륭한 분이시내요 한이헌님 위 글대로라면 추천할만 합니다,,,
권력 밑에 들어 가면 변하는게 인간입니다
100 % 는 못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