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안을 둘러보던 에키온이 섭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섭정 각하, 이 안에서 나오는 불길한 기운은 무엇인가요?"
"이계에서 온 무구다, 에키온. 위대한 옛 왕국이 무너진 원인이지."
"그런데 왜 여기로 온 것인가요?"
"요즘 이솔렛과 리리오페가 자주 만나고 있다. 기존 달의 섬의 체계를 무너트리고 대륙에 섬의 존재를 알릴 생각인 거지.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될 것 같나, 에키온?"
"잘 모르겠습니다."
"대륙을 멸망시키면 된단다. 이 무구의 봉인을 100분의 1 정도만 풀고 대륙으로 이동시키면 몇년 후에는 대륙에 생명체가 남지 않게 될거다."
소원거울을 설치한 섭정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마법 주문을 외웠고 에키온은 그 모습을 첫키스를 하는 듯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봉인이 일부 풀린 악의 무구는 소원 거울을 통해 멸망한 옛 왕국이 있던 땅으로 이동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네냐플을 폐쇄시키고 켈티카로 도주해서 아이언페이스와 전투를 벌인 뒤 심볼리온에 체포되었다가 재판을 박살내고 풀려난 막시민은 샤를르트 공녀의 부하인 로랑과 함께 길바닥에 누워 자고 있었다.
잠에 빠진 막시민의 두뇌는 우주쓰레기가 내가 이럴려고 대기권에서 불타지 않고 지구 궤도를 돌고있나 생각하게 만드는 속도로 추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소멸의 기원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은 4년전이고 베르나르 공자가 실종된 것 역시 4년전이다.
베르나르를 납치한 것은 아이언페이스이고 그는 자신의 심장 조각을 찾고 있다.
아이언페이스는 자신의 심장 조각을 느낄 수 있고 그 조각이 프시키와 접촉하면 메타모르포시가 발생한다.
필멸의 땅에서 발견된 변형 프시키 역시 일반적인 프시키와 접촉하면 메타프로프시가 발생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아이언페이스가 변형 프시키
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프시키가 변질된 것이고, 소멸의 기원이 약해진 것일까?'
대뇌에 번개를 맞은 막시민은 큰소리로 외치며 일어났다.
"이런 씨발!!"
그 소리에 놀라 경계 태세를 취한 로랑은 황당해하는 얼굴로 막시민한테 고개를 돌렸다가 화강암보다 단단하게 굳은 그의 얼굴을 보고는 말문이 막혔다.
막시민이 말했다.
"지금 당장 이스핀 샤를을 보러 가야겠어."
그들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말을 달리며 식사도 말 위에서 해결한 끝에 이틀만에 켈티카에 도착했다.
켈티카에 도착해보니 막시민의 탐정사무소에서 해맑은 금발 도련님 루시안, 점잖은 숯가마 보리스, 미친 데모닉 조슈아, 사고뭉치 마법사 티치엘, 이스핀 샤를이 원형으로 앉아 토론을 하고 있었다.
막시민이 말했다.
"너희 뭐 아아악!"
친구들에게 깔려서 죽어가는 막시민을 위해 이스핀은 그들을 발로 데굴데굴 굴려서 벽장에 넣었고 오직 보리스만이 이스핀의 발길질을 구경했다.
10분 후, 엎드려 뻗쳐를 한 상태로 이스핀의 회초리를 맞은 루시안과 조슈아, 티치엘은 양손을 머리 위로 든 채로 막시민의 설명을 들었다.
"소멸의 기원이 약해져서 대륙이 필멸의 땅으로 변해간다는 것은 너희도 들어서 알고 있지?"
발언권이 없는 친구들을 대신해서 보리스가 말했다.
"지난 두달간 너가 겪은 일은 이스핀에게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어."
막시민이 말했다.
"그래. 그럼 설명하기 수월하겠군. 난 왜 소멸의 기원이 약해졌는지 알 것 같단 말이지. 소멸의 기원이 뭐냐? 악의 무구의 힘을 가둬둔 상자란 말야. 물을 너무 많이 담아서 넘치기 직전의 물병과 같은 상태란 말이지. 만약 그 물병에 물이 추가되면 어떻게 될까? 넘치겠지?"
이스핀이 물었다.
"잠깐, 그럼 다른 곳에 있던 초월적인 힘이 필멸의 땅에 들어갔고 그 힘 때문에 소멸의 기원이 약해지고 아이언페이스가 활동한다는 거야?"
막시민의 대답은 그 안에 있던 모두가 경악하게 했다.
"그래, 코끼리 다섯 마리를 가둔 우리에 개미 한마리가 들어간 것이 아니라 코끼리 한마리가 더 들어간 거라고. 소멸의 기원에 구멍을 뚫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 존재 만으로 필멸의 땅을 확장할 수 있는 것, 강력한 에너지 원인 프시키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것. 악의 무구 말고 또 있겠어?"
정신을 차린 이스핀이 물었다.
"근데 그럼 아이언페이스는 무슨 관계지?"
"내 추리 대로라면 아이언페이스는 가나폴리가 멸망할 때 프시키와 악의 무구 중 하나가 접촉해 생긴 변종 프시키일 거야. 지금은 아마 소멸의 기원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거고. 그나저나 네냐플에 있는 오토마톤 권총은 멀쩡하대? 아이언페이스가 알아챘을 텐데 말이야."
보리스가 말했다.
"란지에가 그러던데, 이상한 유령 같이 생긴 존재가 권총을 노리기에 정화 마법이 걸린 상자에 가두어 뒀다고 하더라고."
이스핀이 당황한 상태로 말했다. "그자가 바로 아이언 페이스야."
"그래. 그래서 아직까지 우리가 멀쩡한 상태로 있을 수 있는 거구나. 아, 너희 이제 손도 내리고, 말도 해도 좋아."
보리스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필멸의 땅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조슈아가 말했다.
"필멸의 땅에 가서 해결되는 것은 있고? 아무리 너가 이상한 것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지금은 네냐플에 알리는 것이 나을거야."
"필멸의 땅에 에피비오노라고 소멸의 기원을 만드는 데 기여한 마법사가 있어."
꽝꽝 언 눈사람 들이 녹기를 기다리는 동안 보리스 진네만은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커피와 함께 먹었다.
제일 먼저 녹은 막시민이 말했다.
"하... 저 숯가마 자식. 넌 대체 안 가본 곳이 어디고 모르는 것은 뭐냐?
실버스컬 우승에 소원 거울도 써봤고 가나폴리 인형도 본데다 필멸의 땅에 들어가서 1000년 묵은 마법사와 친구 먹고 신성찬트 작곡도 할줄 알지.
이제는 너가 저승에 갔다 온 적이 있어서 가나폴리 유령이랑 주사위 게임 한다고 해도 믿겠다."
이스핀 샤를이 물었다.
"필멸의 땅 어디에서 그를 만날 수 있는지 알아?"
"나도 정확하게는 몰라. 하지만 그를 만나지 못하면 필멸의 땅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확실해."
티치엘이 말했다.
"필멸의 땅에는 미의 극치호를 타고 가면 될텐데. 연료인 금이 부족하네."
"에이, 그정도야 우리 부모님께 말만 하면 해결돼. 그나저나 네냐플에 알리고 움직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조슈아가 말했다.
"네냐플은 란지에를 통해서 막시민이 알아낸 것을 전달하면 될거야. 지금 당장 편지를 쓰도록 하지."
사흘 후, 보리스는 쥬스피앙이 조종하는 미의 극치호에 탄채로 출발을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이솔렛, 편지를 받은지도 벌써 3달이 지났네요. 전 지금
필멸의 땅으로 가기 위해 비행선에 탔어요.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니 당신과 함께 투명한 계단을 오르면서 본 하늘이 떠오르면서 '여기에 당신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보고싶어요, 이솔렛.'
<다음화에 계속>
다음화 링크
https://m.cafe.daum.net/rocksoccer/ADrt/722477
원작: 룬의 아이들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