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아아"
미의 극치호 밖으로 튕겨나간 루시안은 눈을 감고 19년 인생을 모솔로 보낸 것을 후회했다. 그는 숫자를 60까지 센 후에 눈을 떴다. 고개를 돌리니 친구들이 루시안을 둘러싸고 있었다. 루시안은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와! 내가 착하게 살았나봐! 죽어서 천국에 오다니!"
조슈아가 말했다.
"너 안 죽었어 인마."
"그럴리가! 난 비행선에서 추락했으니 분명 죽었을 테고, 너희랑 같이 있으니까 천국에 온 거지!"
막눈이(막시민)가 한심해 하면서 말했다.
"야, 그럼 저기 저 조수를 실험체로 쓰는 사이코패스 대마법사와 그 딸도 천국에 온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을 생각하냐? 그리고 주위를 좀 둘러봐라. 여기 풍경이 과연 천국이라고 생각해?"
주위를 둘러본 루시안은 사방이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오른쪽에서 호랑이 2배 크기에 달하는 이리 수십마리가 달려오고 있는걸...이리떼?
"도망쳐!!!"
루시안이 왼쪽으로 달리는 것을 본 일행은 오른쪽을 돌아 본 후에 루시안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보리스와 이스핀, 막시민이 루시안을 앞지르고 사이코패스 부녀가 마법을 써서 속도를 유지하는 사이 우리의 약골 뼈다귀 데모닉은 5초 후면 이리의 몸 속에서 녹고 있을 거라는 계산 결과를 도출했다.
"막군! 살려줘!"
보리스가 뒤를 보지 않고 윈터러를 휘두르자 얼음으로 된 탄알이 미친 데모닉을 삼키려던 이리를 그대로 얼렸다.
이어서 마법사 부녀가 날린 폭발 마법에 휘말린 괴물들이 타들어 갔고 뒤돌아 달려온 이스핀이 이리 고드름을 밟고 뛰어오른 뒤 몸을 회전시키며 달려들던 이리의 목을 그대로 잘랐다.
오른쪽에서 달려드는 이리를 피해 몸을 굴리면서 보리스는 검을 휘둘렸다. 다리 하나가 사라진 이리가 날뛰는 사이 파고든 이스핀이 심장을 찔러 죽였다.
마주오는 이리 들을 바라보며 보리스와 이스핀이 눈짓을 주고 받은 뒤 보리스는 왼쪽, 이스핀은 오른쪽으로 달려나갔다. 이리의 앞발을 몸을 젖혀 피한 뒤 눈을 찔러 죽인 보리스가 시체를 밟고 점프하자 티치엘이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허공을 달린 보리스가 양쪽에서 달려드는 이리들을 연속으로 베어 넘겼을 때 이스핀의 외침이 들려왔다.
"고개 숙여"
보리스가 몸을 숙이자 단도가 날아와 이리의 뒤에 숨어 있던 나무 모양 괴물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보리스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이스핀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적에게 집중했다. 등 뒤로 돌아오는 것이 3마리, 앞에 2마리, 왼쪽에 2마리, 오른쪽에 2마리가 달려 들고 있었다. 맹수를 상대로 등을 보이는 것은 절대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오른쪽으로 달려 든 이스핀에 당황한 괴물들이 공격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고 그것은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졌다.
괴물들을 마주보고 선 이스핀은 생각했다.
'좋아, 퇴로는 확보했어. 이렇게 되면 막시민으로 부터 괴물들을 유인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다시 괴물들을 보니 어딘가 이상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마구 달려들던 짐승 들이 공격을 멈춘 것이다.
"나이도 어린 애가 용케 잘 버텼구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이스핀은 경악했다.
아니, 아무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에투알에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는데도 상대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그의 기량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 등 뒤에 있는 상대가 적이라면 그녀는 죽은 목숨이었다.
그런데 맞은 편에 있던 보리스가 웃으면서 이스핀에게 걸어왔다. 보리스가 말했다.
"오랜만이네요, 에피비오노."
이스핀은 놀란 눈으로 등 뒤에 있던 남자를 돌아보았다. 이 사람이 가나폴리의 천재 마법사 에피비오노 라고?
친구들이 쭈볏 쭈볏 걸어와 보리스와 이솔렛 등 뒤에 섰다.
"오랜만이구나 보리스. 지난번에 네가 미친 놈 인 줄은 알았지만 설마 또 다시 올거 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근데 저 개구리는 뭐냐?"
막눈이가 하소연했다.
"아니, 저 미친 마법사 여자애가 저를 데리고 생체실험을 했지 뭡니까. 그래서 이렇게 개구리로 변해 버렸는데 원래대로 만들어 주지도 않지 말입니다."
자신의 잘못은 쏙 빼 버린 진술이었지만 마법사 부녀는 대선배 앞에서 차마 말다툼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에피비오노가 쯧 하고 헛웃음을 짓더니 손가락을 튕겨 막눈이를 사람으로 되돌려 주었다.
막시민은 찌뿌등한 몸을 스트레칭 한 뒤 긴장한 이스핀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주었다.
보리스가 말했다.
"에피비오노, 저희가 오늘 찾아온 것은 급한 일이 있어서 입니다. 그것은..."
에피비오노가 보리스의 말을 끊었다.
"알고있다. 소멸의 기원이 약해지는 것과 아이언페이스 때문일 테지."
"도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도와주고 말고. 나도 에브제니스가 목숨을 걸고 지킨 세상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
"단, 일단 너희는 좀 자둬야 할 것 같다. 침실을 내어주도록 하지."
일행은 그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이미 눈이 무거워진 후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러 들어갔다. 잠이 든 보리스는 꿈속에서 이솔렛과 같이 바다 속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 지난날 이솔렛과 같이 가기로 약속했던 달의 섬의 해변이었다.
기분 좋은 햇살이 반사된 나뭇잎이 아름답게 흔들리는 이른 아침, 달의 섬의 공회당 앞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 있었다.
그들 중 한명이 다가오는 이솔렛을 발견하자 사람들이 순식간에 이솔렛을 둘러쌌다.
"이솔렛 님, 달 여왕의 전설이 거짓이라는 게 사실입니까?"
"'가나폴리 이주의 역사'를 읽어보셨나요?"
"이솔렛 님!"
작게 한숨을 쉰 이솔렛이 마력을 담아 말했다.
"안 그래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러 왔으니 안으로 들어가시죠."
이솔렛에게 거대한 압박감을 느낀 마을 사람들은 순순히 공회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솔렛이 공회당 안으로 드러가면서 중얼거리자 신성찬트의 마력이 공회당 곳곳을 파고들었다.
이솔렛과 리리오페가 자리에 앉은 후에 6명의 사제들과 수도사들이 들어와 지정된 자리에 착석했다.
지팡이의 사제인 데스포이나가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모두 어젯밤에 책 한권을 받았던 걸로 압니다. '가나폴리 이주의 역사'라는 책 이었습니다. 혹시 아직 그 책을 읽지 않은 분이 계신가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것을 본 데스포이나가 말을 이었다. "저도 그 책을 읽었습니다만, 내용은 너무나도 충격적 이었습니다. 그 책에 따르면 우리의 조상인 '위대한 옛 왕국'은 대륙에 있던 '가나폴리 왕국'이고 달 여왕의 전설은 역대 섭정들이 만든 허구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하실 말씀 있으신 분 계십니까?"
이솔렛이 조용히 오른손을 들었다.
"예. 이솔레스티, 발언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어젯밤에 읽은 '가나폴리 이주의 역사'는 4년전, 다프넨이 섬을 떠나기 전에 저한테 남기고 간 선물입니다.
그는 장서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그 안에 갇혀 있던 제로씨와 오이지스를 구하고 타지 않은 책 들을 꺼냈는데 그 중 하나가 '가나폴리 이주의 역사'였습니다.
다프넨과 제로씨의 증언에 따르면 역대 섭정들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달 여왕의 전설을 날조했으며 진실을 알게 된 제 아버지를 죽음에 몰아 넣었습니다."
리리오페가 손을 들고 말했다.
"그 책의 내용은 모두 사실입니다. 저희 아버지를 비롯한 역대 섭정들은 달 여왕의 전설을 날조해 권력을 지켰으며 진실을 숨기기 위해 장서관을 불 태웠습니다."
리리오페의 증언이 이어지자 사람들 사이에 혼란이 찾아왔다. 딸이 저렇게 까지 말하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게 사실일 것 같았다.
"리리오페! 내가 너한테 거짓말이나 하라고 가르쳤드냐!!"
사람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현 섭정인 스카이볼라가 에키온의 부축을 받아 공회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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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룬의 아이들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