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계적인 명탐정이 말했다. 관찰력과 논리력이 뛰어난 사람은, 단 물 한방울로 거대한 폭포와 대양의 존재를 알아낼 수 있다고.
그의 심장도 물과 같았다. 비록 산산조각나 대륙 곳곳에 흩어졌지만 그와 여전히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적들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비로 내리는 물 한방울의 힘과 호수에 모인 물의 힘이 다르듯이, 그가 심장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단지 심장 조각들이 모인 것일 뿐 임에도 그의 힘이 복구되었다는 것을. 그를 막기 위해 한 행동들이, 그들의 적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진실을.
지긋지긋한 시간이었다. 한 하늘 머리 소년에 의해 쓰레기통에 갇히고, 그의 정체를 아는 성좌들에게 비웃음을 당했던 시간.
이제는 '쇠의 왕' 아이언 페이스로 돌아갈 때다!
아이언페이스는 자신에게 덤비는 두 멍청이들을 바라 보았다. 손이 이상한 남자의 검이 그의 심장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팅!
샐러리맨은 눈을 크게 뜨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팅! 팅! 팅! 팅! 팅!
아이언페이스는 팔짱을 낀채 적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류스노 덴이 아이언 페이스에게 달려 들었다. 순식간에 전개된 15번의 페이크 동작. 그러나 목을 노리던 검을 아이언 페이스는 맨손으로 잡았다. 빠각!
부서진 검의 파편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그러나 류스노 덴을 경악하게 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맨손으로 검날을 잡았음에도, 아이언페이스의 손에는 상처가 전혀 없었다.
아이언 페이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강력한 마력 폭풍에 날아간 류스노 덴은 토끼굴 내부에 있던 책상을 박살내고 쓰러졌다.
쿨럭! 입에서 피를 쏟아낸 류스노 덴은 자신의 몸이 들어올려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언페이스가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잡아 들어 올린 것이었다.
파사삭!
류스노 덴의 머리통이 바위에 던져진 달걀 처럼 산산조각나 바닥에 흩어졌다. 머리를 잃은 몸통이 제멋대로 뛰어 다녔지만, 얼마 가지 않아 바닥에 쓰러져 뒹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샐러리맨은 몸에서 으스스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수십년 동안 사람을 죽이며 살았지만, 한번도 보지 못한 것. 인간의 상식을 무너트린 폭력이었다.
'다음은 나다'
아이언 페이스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보면서 샐러리맨은 생각했다. 저 괴물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 하다. 그렇다면 도망치는 방법 뿐.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아이언페이스가 한걸음 한걸음 샐러리맨에게 다가갔다. 샐러리맨이 덜덜 떨면서 겨눈 검이 산산조각나 흩어졌다.
"가라. 가서 알려라. 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아이언페이스의 말을 들은 샐러리맨은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서 네냐플을 벗어났다. 그리고 말을 박차 켈리카로 길을 잡았다.
다그닥! 다그닥!
켈티카로 향하는 길. 샐러리맨의 등 뒤로 말 발굽 소리가 울렸다. 추격자 들인가? 그럴때는 적들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의 미학에는 맞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딴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기에.
샐러리맨은 소리로 거리를 가늠하다가 순식간의 몸을 날려 추격자들을 덮쳤다.
챙!
검과 검이 충돌했다. 적 들도 기습에 대비하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수년전 실버스컬에서 본 한명의 젊은 남자와 방금 만난 악당과 닮은 젊은 여자.
로즈니스 다 벨노어와 루이잔 강피르 였다.
로즈니스가 앞으로 걸어나와 말했다.
"당신이 암살자 샐러리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제 아버지가 무언가 음모를 꾸미고 있고, 당신이 그것을 목격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요."
이 당찬 아가씨가 무슨 말을 할려는지 대략 알 것 같았다.
"제 아버지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려 주시겠습니까?"
같은 시각, 막시민과 이스핀은 지하로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청어 절임과 데보라, 로랑을 비롯한 에투알들도 같이 가고 있었지만 뭔가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가 막시민과 이스핀 사이에서 나오고 있었기에 쥐 죽은 듯이 있었다.
마침내 계단이 끝나고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에투알들이 멈춰선 이스핀을 지나쳐 문 옆에 가서 섰다. 모든 이들의 방어자세를 취하자, 이스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을 주입하자 열리는 거대한 문. 에투알들이 대열을 유지한 채로 방안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 들을 반기는 함정 같은 것은 없었다. 오직 한 사람의 그림자 만이 등불을 등진 채 서 있었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오빠였다. 이스핀 샤를은 달려가서 오빠를 끌어안고 펑펑 울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일단은 확인이 먼저였으니까.
"정말 오빠 맞아?"
고개를 끄덕이면서 베르나르 대공자가 말했다.
"8년전에 너랑 둘이서 코츠볼트로 여행을 갔었지. 그때 너는 어머니가 주신 목걸이를 잃어 버렸었고, 하루종일 울고 불고 하면서 목걸이를 찾아다녔었지. 그리고 한 시골 소년의 도움으로 목걸이를 찾았지만, 그 소년의 이름을 모른채 집에 온 것을 늘 아쉬워 했었어."
오빠다. 진짜 오빠였다. 방금 오빠가 한 말은 아버지도, 에투알도 모르는 이스핀과 오빠 만의 비밀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방심해서는 안되었다.
이스핀이 고개를 까딱하자, 옆에 서 있던 에투알 들이 베르나르에게 다가가 검사를 진행했다.
"공녀님의 피와 대조해 본 결과, 베르나르 대공자 님이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오빠의 상태는?"
"다행히 세뇌의 흔적도 없고, 건강 상태도 양호합니다. 다만, '악의 무구'의 힘이 검출 되었습니다."
샤를르트의 얼굴이 굳어진 것을 본 베르나르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아이언 페이스 그놈이 나 한테 강제로 악의 무구를 씌워서 그래."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거렁뱅이 탐정이 사를르트에게 말했다.
"걱정할 것 없어. 전에도 그런 놈과 만난 적이 있는데, 숯가마 자식이 휘두른 검에 악의 무구가 완전히 파괴되고 그사람은 해방되었으니까."
그 말을 들은 샤를르트는 안심한 얼굴로 오빠에게 물었다.
" 이제 돌아올 수 있는 거지?"
베르나르가 웃으면서 답했다.
"가자, 집에"
그들은 왔던 길들을 되짚어 돌아가며 그들이 뚫고 온 함정들을 하나 하나 지나쳤다. 프시키로 만들어진 수십개의 함정들. 막시민의 추리력과 이스핀의 블러디드 능력 없이는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길이었다.
오랜만에 오빠를 만나 신난 샤를르트는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 그동안의 무용담을 재잘 거렸다.
동생의 말에서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베르나르는 막시민에게 고개를 돌려 기겁할 말을 꺼냈다.
"샤를르트를 잘 부탁한다."
"한동안 지하에서 지냈더니 뇌도 지렁이가 되버린 겁니까? 나 같은 시골 거지에게 대체 누구를 맡긴다는 겁니까."
기겁한 에투알 들을 뒤로 한 채 베르나르는 태연히 그 말을 받았다.
"샤를르트의 말을 들어 보니 너 만한 애도 없던데? 최초로 네냐플에서 매우 유명한 학생에, 대마법사의 제자이고, 아노마라드 최고 가문의 은인이지. 탐정으로써의 능력은 따라올 사람이 없는데다 순수하게 타인에 대한 호의로만 일을 해."
한번도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못했던 막시민은 말문이 막혔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놈이었던가?
"샤를르트의 권력과 재산만 노리는 오를란느의 무정랭이들 보다는 너가 샤를르트와 함께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능력도 출중한데다 너는 '친구 라서' 샤를르트를 도와주는 거니까."
"그런거면 당신이 '오빠 로써' 같이 있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베르나르는 웃으며 막시민을 바라 보았다.
"이것 때문에, 나는 못해 주거든."
눈 깜짝할 새 였다. 데보라의 잘린 머리가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모두가 당황한 사이 베르나르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푸욱!
살점을 꿰뚫는 소리에 샤를르트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의 복부를 관통해 등으로 뚫고 나온 베르나르의 검.
베르나르가 검을 뽑자 피를 쏟으며 샤를르트의 신형이 무너졌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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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룬의 아이들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