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단에 선 란지에가 고개를 돌리며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들 중 대다수는 울고 있었다.
란지에가 손가락을 튕기자 각 사람들 눈앞에 인간 2명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 얼굴들 아래에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과거 이노마라드 왕국 시절, 백작 지위를 가지고 있던 거니미드 다 벨노어와 아이언 페이스.
"그들이 바로 우리의 원수 입니다."
확신이 담긴 목소리가 사람들의 고막을 두드렸다.
"가니미드 다 벨노어가 아이언페이스의 봉인을 풀어주었고, 아이언 페이스는 여러분의 가족들을 괴물로 만들고 또 그것들에게 잡아 먹히게 했습니다."
자신의 남동생을 잡아 먹던 10살 짜리 딸을 피해 도망쳐 온 한 남자가 울분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을 죽일 방법이 있습니까?"
란지에가 작은 각도로, 그러나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세련되게 고개를 끄떡였다.
"벨노어는 평범한 인간 입니다. 우리가 쓰는 검이나 화살로도 충분히 죽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언 페이스 입니다."
"아이언 페이스는 '악의 무구'의 힘을 가진 변종 프시키 입니다."
악의 무구!
폰티나 영지에 모인 사람들은 잠깐 동안 숨을 멈추었다.
마법사도, 검사도, 대장장이도, 여관의 주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대 문명 가나폴리를 멸망시킨 무기의 전설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었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든 변종 프시키와 악의 무구를 분리할 수 있다면, 아이언 페이스를 죽일 수 있습니다."
죽일 방법이 있다는 것과 그들이 죽일 수 있다는 말은 다른 것 이었다.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은 아이언페이스가 만든 괴물을 피해 도망친 이들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이 자기들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납득했다.
물론 자기 객관화가 안되는 멍청이들 몇명이 난동을 부리기는 했지만 그들은 5분도 지나지 않아 꽁꽁 묶여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었다.
작은 소란이 진정된 후에 사람들은 다시 란지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갑작스러운 아노마라드 왕국의 멸망과 입헌 군주제로의 전환과 켈티카에서 벌어진 재앙으로 인해 벌어진 소요사태.
그것을 간단하게 진압하고 불과 2달만에 아노마라드를 안정화 시키던 그의 행적은, 아직 어린 란지에 로젠클란츠의 말에 신뢰와 권위를 실어 주었다.
"비록 여러분에 손으로 직접 아이언페이스를 처단하지는 못하지만, 그가 만든 괴물로 부터 살아 있는 사람들을 지킬 수는 있습니다."
"여러분 중 아이와 병자, 노인 및 그들을 돌보기 위해 남아야 하는 분들을 제외한 모두는 무기를 들고 적들과 싸울 자유가 있습니다. 원하시는 분들은 프란츠 아르님, 폰티나 공작, 이자크 듀카스텔, 루이잔 강피르 중 한분을 찾아가서 신청서를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흩어지자 친구들이 다가왔다.
그들 중 가장 오랫동안 란지에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보리스가 입을 열었다.
"란즈미 일은... 유감이다."
"괜찮지 않다면 거짓말 이지만, 그렇기에 나는 내가 해야하는 일을 해야돼."
"그래, 너는 원래 그런 애 였으니까... 우리도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보리스가 고개를 돌려 옆에 서있던 더 이상 거지꼴이 아닌 탐정을 바라 보았다.
"물론, 너도."
막시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생들이 괴물들이 잡아먹히던 기억은 여전히 밤마다 그를 괴롭혔지만, 악몽에서 깨면 그의 손을 잡고 있던 이스핀의 손과 그를 걱정하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괜히 울컥하고 눈물이 날려 했지만 그 사실을 들키기는 싫었기에 막시민은 업무 모드로 돌입했다.
"그래서, 우린 무엇을 하면 되지?"
란지에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클로에, 설명해줘."
살짝 떨어져서 그들을 지켜보던 클로에가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여러분은 별동대 입니다. 정규군이 아이언 페이스와 전면전을 치르는 사이, 여러분은 적의 후방으로 침투해 교란 및 민간인 구출을 주 임무로 할 것입니다."
란지에가 덧붙였다.
"루시안, 너는 이 임무에서 빠질 거야."
"내가? 나는 왜?"
"너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거든. 물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고."
"무슨 일 인데?"
"그것은 아직 까지 비밀이야. 돈이 엄청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만 알아둬."
낮과 밤이 9번 쯤 지나가면서 마침내 싸우러 갈 사람과 남을 사람이 정해졌다.
5만명의 아이와 노약자, 10만명에 달하는 여성. 그리고 의학, 예술, 교육에 능숙하고 싸움에 익숙치 않은 10만명의 남성들이 남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군대에 자원한 25만명의 병력 중에서 란지에 로젠클란츠의 지휘를 받는 5만명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폰티나 영지에 남았다.
남은 20만명의 병력은 이자크 듀카스텔, 폰티나 공작, 프란츠 폰 아르님, 루이잔 강피르가 각각 5만명씩 이끌고 진군을 시작했다.
이자크 듀카스텔은 오를란느와 렘므땅이 있는 북쪽으로 향했고 프란츠 폰 아르님, 폰티나 공작, 루이잔 강피르는 각각 산스루리아, 루그드넨스 연방, 트라바제스로 이동을 시작했다.
란지에는 자신의 방에 루시안을 불렀다.
루시안이 노크를 하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란지에 뿐만 아니라 나야트레이(보리스가 소개 시켜 주었다.), 에피비오노, 클로에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시안이 말했다.
"너희들은 여기 왜 있는 거야?"
클로에가 대답해 주었다.
"당신은 나야트레이, 에피비오노와 함께 '필멸의 땅'으로 가게될 것입니다."
루시안은 뒤돌아서서 도망치려다가 투명한 벽에 머리를 박아 '깡' 소리를 내며 기절했다.
10분후 깨어난 루시안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야트레이와 에피비오노는 루시안의 머리가 사실은 텅빈 알루미늄 캔이라는 가설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고 란지에는 루시안에게 브랜디를 내밀었다.(나야트레이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졌다고 생각했지만 에피비오노는 티타늄으로 만들어 졌다고 생각했다.)
루시안이 소리쳤다.
"난 머리도 나쁘고! 마법도 못쓰고! 싸움도 못한다고! 근데 왜 나를 필멸의 땅으로 보내는 건데?'
루시안의 머릿속에는 미의 극치호가 추락하는 바람에 이리떼 한테 잡아 먹힐 뻔 했던, 그때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했다.
란지에가 대답해 주었다.
"너가 우리중에서 돈이 제일 많으니까."
"뭐?"
"루시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
"...아마, 식량과 무기 겠지? 아무리 군사가 많아도 제대로 못 먹고 무기도 없으면 제대로 싸우지 못할 테니까."
"맞아. 그중에서도 우리의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무기야."
"아니, 왜? 가나폴리에서 사용하던 총과 대포의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면서. 그것들은 나도 쓸 수 있을 만큼 다루기도 쉽던데."
"아니, 그게 아니야. 진짜 문제는 적들이 가진 비행 접시라고."
비행접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루시안도 그것에 대해 보고 들은 것이 있었다.
그렇기에 알고 있었다. 총과 대포 만으로는 그것들을 상대하기 벅차다는 사실을.
루시안이 란지에에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루시안의 눈에 남아 있던 두려움을 굳은 결심이 감싸서 감추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란지에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가나폴리의 옛 수도 아르카디아에 '늙은이의 우물'이 있어. 그곳을 통해 다른 세계로 넘어길 수 있지."
루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세계로 넘어가서 비행접시를 상대할 수 있는 무기를 가져오는 거구나. 내가 가야 하는 이유는...세상에서 돈으로 안되는 일이 있으면 그것은 돈이 모자라기 때문이지 돈이 잘못된 것이 아니니까."
그것이 지금 루시안이 나야트레이, 에피비오노와 함께 사막을 걷고 있는 이유였다.
그들은 수도로 부터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낮에는 땅속에 들어가 취침하고 밤에는 걸었다. 물론 잘 필요가 없는 불멸자 이었기에 에피비오노는 그들이 자는 사이에 물을 구해 주었다.
마침내 아르카디아의 도착한 그들은 거대한 건물들의 모습을 즐길 새도 없이 늙은이의 우물로 향했다.
물이 사라졌던 우물은 나야트레이가 발을 담구자, 이세계와 연결되며 일렁거렸다.
그녀를 따라 루시안도 우물로 들어가자, 푸른 빛과 함께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우투커니 서서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던 에피비오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루시안은 한참을 떨어졌다.
문득 겁에 질려 옆에서 떨어지던 나야트레이를 바라보았고, 나야트레이는 그런 루시안에게 다가가 달래 주었다.
마침내 그들이 떨어진 곳은 한 공원이었다.
사람들이 일하는 날 이었는지, 공원을 돌아다니는 가족과 연인들은 거의 없었다.
그들이 제일 먼저 해야하는 것들은 그 세계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었다.
먼저 루시안이 지갑에 있던 어음을 확인해 보니, 그것들은 수표로 변해 있었다.
이 세계의 화폐 단위는 아무래도 달러 인 것 같았다.
폰티나 영지 만큼 넓은 것처럼 느껴지던 공원을 헤메던 루시안과 나야트레이는, 마침내 공원 지도를 찾아냈다.
신기하게도 지도의 글자들이 이미 배웠던 언어인 것처럼 술술 읽혀졌다.
루시안과 나야트레이는 마침내 그들이 떨어진 곳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지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Central Park, New York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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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룬의 아이들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