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두 대의 거대한 우주선이 발사되었다. 보이저 1호와 2호로 명명된 두 우주선은 지난 50억 년 간 비밀스럽게 존재해온 태양계를 탐험한 후 영원한 우주의 심연으로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이 두 우주선에는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존재를 있을 지도 모를 미지의 외계문명에게 알리는 임무도 주어졌다. 우주선 속에는 지구 생명체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 디스크와 지상의 여러 소리를 담은 동판 레코드도 실렸다. 특히 이 레코드에는 인간의 입마춤 소리부터 재즈음악 등과 함께 두 곡의 고전음악도 실어보냈다. 그 두 음악은 베토벤의 교향곡과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었다.
고대 천문학과 음악이론 : 음계속에 숨어있는 우주 운행의 암호
사람은 누구나 하늘과 그 속의 별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다. 이것은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서 알고싶은 일종의 본능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우주의 조화를 이해하기 위해 천체의 운동, 특히 행성의 운동을 주의깊게 관찰하게 되었다. 우주 중심에 움직이지 않는 지구가 있고, 태양,달, 행성과 별들이 그 주위를 돈다고 생각했다. 지구를 중심으로 한 천동설이었다. 그러나 일부 행성들의 특이한 운동을 이해할 수 없어, 초기 철학자들은 다양한 우주 모델을 상상해 내고 있었다. 이 가운데 피타고라스는 지구가 구체이며, 우주의 중심으로 모든 천체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생각했고, 플라톤은 수정처럼 투명한 구체에 별들이 붙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쟁의 과정에서 우주의 수학적인 법칙을 사이에 두고 천체의 체계를 이해하는 열쇠로서 음정의 체계와 음악이론이 발생한다. 어떤 음과 여러 행성들과의 사이에 있는 특별한 대응 관계로 인하여 음악이 천문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같은 믿음을 과학적 사실로 확립한 인물이 B.C 5세기의 피타고라스이다.
일설로는 대강간 옆을 지나가든 피타고라스는 대장장이가 쇠망치로 모루를 때릴 때 들려오는 망치소리가 각기 다른 음을 내는데 흥미를 느껴 조사해 보니, 망치가 크기와 무게가 다른 네 종류의 모루를 때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 뒤 같은 길이의 줄에 무게가 다른 금속을 매달고 소리를 내어보고, 망치들의 무게가 2:1의 비율로 되거나, 줄의 길이가 두 배되면 진동수가 반으로 줄어들어 음정이 1옥타브 차이의 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현의 음향 이론의 기초인 소리가 현의 길이에 따라 정해진다는 비례관계- 2:1=8 도, 3:2=5도, 4:3=4도 등의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길이의 차이에서 음향악이 결정된다는 사실에서 우주의 기본적인 비밀의 한 끝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태양계속 행성간의 거리도 음악과 대응 관계에 있으며 행성이 지구 주위를 돌 때 어떤 종류의 음악-천구의 음악-을 연주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주의 조화로운 질서가 그대로 이 세상의 음악에 반영되어 생겨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를 거대한 하나의 현악기로 생각하고 각 음계가 연주하는 음악은 천체의 질서와 운동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피타고라스의 이와같은 생각은 이후 프톨레마이오스와 보에티우스등 후계자들을 거치며, 망원경이 발명되기 전 르네쌍스 시대까지 천문학자들의 우주론에 큰 영향을 끼치며 음악이론의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16세기에 들어와 천문학과 기독교적 우주관은 거대한 격변을 격는다. 폴란드의 천문학자이자 로마카톨릭의 성직자인 코페르니쿠스가 등장하여, 자신의 육안 천체관측을 토대로 <천체의 회전에 대하여>란 저서 속에서,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며 지구를 포함한 모든 행성은 태양 주위를 완전한 원형 곡선으로 돌고 있다고 주장하여 당시 종교와 과학에 일대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지동설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우주 해석의 암호로서 음악의 역할은 케플러에 의해 더욱 정교한 논리체계를 갖는다. 태양계 행성 운행의 법칙을 발견한 그는 음계를 태양을 도는 행성의 속도를 암호화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예를 들어 토성이 태양의 둘레를 공전할 때의 각속도가 최대 하루 135초에서 최저 106초 속도는 이며, 106 : 135의 비율은 대강 4 : 5가 된다. 이것은 피타고라스에 따르면 장3도에 해당한다. 같은 방법으로 측정한 목성의 암호는 단3도, 화성은 5도로 나타낼 수 있다. 지구가 내는 음악은 미, 파, 미로 케플러는 이것을 불행 ,기아, 불행 등 점성술적 관점으로 해석했다.
케플러에서와는 조금 달리, 음악과 숫자의 상징성과 불가분성은 바흐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의 경우에는 악보를 그리는데 수자를 사용했다. 바흐의 이같은 수자에 대한 의미 부여는 숫자를 통해 박자를 나타내기도 하고, 칸타타의 경우에는 선택된 숫자로 메시지를 부각시키거나 새로운 의미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14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숫자는 그의 성을 이루는 문자의 알파벳순서를 더해서 나온 숫자이다,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서주부 주제는 14개의 음표로 구성하고,골드베르그 변주곡 초판을 14곡의 카논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성악곡들의 몇 몇 주제들도 14개의 음표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밖에 3은 삼위일체를, 5는 예수와 예수가 십자가위에서 5번 못박힘을, 7은 천지창조의 7일과 7음계, 12는 12사도와 12달 신앙과 미덕의 상징으로 등이다. 바흐에게도 음향과 리듬의 체계는 수자에 의해 정리되기 때문에 우주의 조화를 예증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것이라고 보는 피타고라스적 견해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스스히 천문학은 음악을 통한 이 천년에 걸친 우주 암호의 해석을 포기한다. 18세기 말부터 천체망원경이 크게 발달하여 이전에 보지 못했던 외계 은하들을 발견하게 완전히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지난 수 천 년간 알려진 태양계의 영역이 천왕성과 해왕성이 발견으로 크게 확장되었다. 칸트와 윌리엄 허셜은 섬우주 라는 개념을 만들어, 이전까지의 태양계를 넘어 멀리 은하의 영역까지 세계를 확장시켜 새로운 우주론의 시대를 열었다. 게다가 무명의 음악가였던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하며 천문학계의 영웅으로 뜨오르자, 하이든을 비롯한 당대의 당대의 많은 고전주의 작곡가들이 그의 천문대 방문하거나 최신의 우주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이것은 작곡가들에게 규모의 확대 영에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베토벤도 이와같은 우주의 급속한 확대와 행성들의 수학적인 운행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 같다. 베토벤의 사후 남겨진 장서들 속에는 칸트의 우주론 저서인 <자연과학과 천문학이론>과, 태양계 행성 배열 법칙을 설명한 보데의 <천체 지식 입문>등과 같은 당시 가장 진지한 천문 서적을 찾아내고 있다.
마침내 1981년 8월 보이저 2호는 목성근처에서 지난 2,000년 전에 예측되었던 드디어 천체의 음악을 지구로 보내주었다.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소리로 예증할 것으로 기대했던 그 천체의 음악은 매우 실망스런운 자기장의 잡음이었다. 20세기의 천문학과 우주관은 신화와 전설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음악과 문학으로부터 사랑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깊은 밤 산정의 절대정적속에 서 있는 천문대의 공간만이 아직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최상의 공간으로 남아있다. 이것이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이 음악과 오디오 애호가로 남아있는 한 이유가될 것이다.
천문학자 작곡가들
천문학자들의 잊혀졌던 작품이 최근에 마이너 레이블에서 발매되기 시작했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선구적인 천문학자이자 음악가인 존 던스태플(1385-1453)과 천왕성의 발견자로 더 유명해진 윌리엄 허셜(1738-1822)의 작품들이다.
존 던스태플은 잔다크와 맞서싸운 영국군의 사령관 베드포드 공작을 따라 1422년 프랑스로 건너가 13년 동안 그곳에 살며 프랑스 음악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그의 70여 곡의 악곡은, 생애에 존재했던 15세기 초까지 고대의 역사적인 악곡형식, 다성음악의 중요한 형과 형식의 모든 예가 실려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올란도 콘소트가 연주한 CD (MET CD 1009)에는 1곡의 미사11곡의 모테토가 실려있다. 그라모폰지 96년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
1781년 천왕성 발견자이자 근대 천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허셜은 아버지가 하노버 군악대 오보에 주자인 전통적인 음악가 집안으로 오보에와 오르간 연주자였다. 1759-1770년 사이 더햄 군악대장시절 교향곡,소나타,협주곡의 대부분을 작곡하고, 1780년 베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되었다, 당시 영국의 음악이론의 대가이자 수학자인 로버트 스미스가 쓴 광학과 천문학 관련 저작을 읽고 천문학을 연구하여, 많은 관측으로 현대 우주관을 결정적으로 확립했다. 천문학자로의 명성 때문에 영국을 방문하는 당대의 위대한 음악가들과 많은 교류를 가진다.. 뉴포트 클래식(NPD 85612)에서 데이비스 제롬 지휘, 모짤트 오케스트라 연주로 두 개의 오보에 협주곡과 교향곡 4번 녹음이 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