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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김윤희는 며느리가 와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다시 손을 들어 아름이를 내리치려고 한다.
“어머님!
저를 때리세요.“
문정숙은 아름이를 막아서며 시어머님 앞에 무릎을 꿇는다.
“비켜!
내 오늘 저년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감히 제 년이 누구에게 횡포를 부리고 물건을 빼앗아? 응?“
김윤희는 화가 가라앉지 않고 며느리를 밀쳐내려 한다.
“어머님!
제가 잘못 가르쳤습니다.
저를 대신 때려주십시오.“
문정숙은 시어머니의 손을 잡고는 빌고 또 빈다.
김윤희는 며느리를 때릴 수가 없다.
“저년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지 않고서는 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서는 송이의 방에서 휙 하니 나가버린다.
그제야 아름이는 울음을 터트린다.
“엄마, 아앙 앙........”
아름이의 양 볼은 벌겋게 부어 있다.
문정숙은 잠시 송이를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다 아름이의 손을 잡고 나간다.
송이는 엄마의 그 눈매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떤다.
차갑고도 냉혹한 엄마의 눈초리다.
자신이 그냥 주기만 했더라면 되는 일인 것을 주지 않으려 했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후회하고 있는 송이는 가슴에 찬바람이 일어난다.
가족이 아닌 가족이라는 느낌이 든다.
문정숙은 아름이의 양 뺨에 열을 식혀주려고 얼음을 가져가 얼음찜질을 해주면서 가슴이 아파온다.
어린 것을 엄포로 손을 대신 것이 아니라 온 힘을 다해서 때리셨다는 것이 너무나 서운하고 화가 나는 일이다.
함께 자라다 보면 자매나 형제들끼리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다반사인 것이다.
그런 것을 이해를 하지 않으시고 어린 것에게 뺨이 부어오를 정도로 손을 대신 것이 너무 서운하고 화가 나는 일이다.
집안의 소란스러움이 있는 것을 알고 한기범은 긴 한숨을 내 쉰다.
갈수록 어머니의 마음이 더욱 송이를 향하고 있고 그로 인해서 아름이가 학대를 당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온다.
“여보!
정말 너무 하세요.
그냥 엄포로 그러시는 것이 아니고 당신의 감정을 실어서 어린 아이의 양 뺨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때리신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없어요.“
문정숙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다.
한기범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내의 어깨를 안아준다.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 것인가?
무엇이라고 아내와 아름이의 마음의 상처를 씻어줄 것인가?
한기범은 한참을 그렇게 아내의 어깨를 안고 있다가 가만히 아내를 밀어내고는 몸을 일으킨다.
마당으로 내려선 한기범은 나뭇가지를 꺾어 다듬고는 그것을 가지고 부모님의 방문 앞에서 가만히 노크를 한다.
“들어오너라!”
어머니의 음성이다.
한기범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선다.
김윤희는 아들의 손에 들려진 나뭇가지를 본다.
“그건 무엇이냐?”
“제가 벌을 받으러 왔습니다.”
한기범은 어머니 앞에 바지를 걷고 선다.
“이 무슨 짓이냐?”
“어머니!
집안을 다스리지 못한 제 불찰로 어머니 마음을 어지럽혀 드렸습니다.
소자가 매를 맞아야 할 일입니다.“
김윤희는 당혹스럽다.
아들이 이렇게 나오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아범아!
내가 아름이에게 손찌검을 한 것이 마음이 아픈 모양이로구나!
그러나 송이에게 너무 심하게 하는 것을 보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아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소자의 죄입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소자의 종아리를 쳐 주십시오.“
“아니다.
내가 순간 흥분을 했었나 보다.
어서 바지를 내리고 그리 앉거라!“
김윤희는 손수 아들이 바지를 내려준다.
“어머니!
집안을 가지런히 다스리지 못한 죄를 용서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허지만 어머니!
아름이도 제 자식입니다.
송이와 똑 같은 저희들 딸입니다.
송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지만 그로 인해서 아름이가 상처를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빌고 싶습니다.“
”오냐!
내 생각이 짧았다.
그저.........내 생각만 하느라고........“
“어머니!
어머니 마음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허지만 어머니!
아이들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주십시오.
마음 아파하며 울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
김윤희는 아차 하는 후회를 한다.
며느리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 것인가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고맙습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기범은 몸을 일으켜 부모님의 방에서 나간다.
아름이의 방으로 간다.
아름이는 잠이 들었어도 어깨를 들썩이며 꿈결에서도 흐느끼고 있다.
“아름아!
아빠가 너를 지켜주지 못했구나!“
아름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준다.
아직도 화끈거리는 열기가 남아 있는 아름이의 얼굴이다.
방으로 돌아온 한기범은 다시 아내의 어깨를 가만히 끌어안는다.
“당신이 잘 참아 주어서 정말 고맙소.”
문정숙은 남편이 그렇게라도 해 준 것에 커다란 위안을 받는다.
집안은 다시 평온을 유지한다.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는 아름이는 언니에게 함부로 하지 않고 있다.
할머니의 매도 무섭지만 엄마와 아빠에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 아름이는 송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지만 곁에 가까이 가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아름이는 학교에서 끝나고 나면 집에 있기보다는 밖으로 나가곤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늦게까지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이제 승규가 중학생이 되고 보니 더욱 공부를 하느라 동생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고 집에 있는 시간도 얼마 없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학원도 두어군데 다니다 보니 승규를 마주 대하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이 또한 공부를 하느라고 자신의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김윤희는 그런 송이의 시간을 빼앗을 수가 없다.
그럴수록 딸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가끔은 혼자서 딸과 다니던 곳을 다시 되짚어 보기 위해서 혼자서 외출을 하면서 행여 딸의 모습이 눈에 뜨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벌써 십여 년이 넘은 세월이다.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가슴이 답답하다.
김윤희는 딸과 다니던 백화점으로 간다.
딸이 고등학교 입학을 하고 옷과 신발 그리고 소소한 일상용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모녀가 자주 가곤하던 백화점이다.
어느 것 하나 변한 것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다만 자신의 옆에 딸인 기영이가 없을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반나절을 돌아다니고 집으로 들어오면 피곤하기에 저녁을 먹고는 그대로 잠속으로 빠져든다.
때로는 그것이 참으로 좋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렇게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생각하면서 그러기를 바라고 있는 김윤희다.
깊은 잠이 들지 못하면 조그만 바람소리에도 나가서 대문을 열고 확인을 하고 또 확인을 한다.
행여 딸이 돌아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다.
또한 피곤에 지쳐 깊은 잠을 자고 나면 새벽부터 대문으로 나가 대문을 활짝 열고 밖을 살피곤 한다.
당신이 정신없이 자고 있을 때 밤새 대문 밖에서 떨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행여 밤새 기다리다 그대로 돌아서 버린 것은 아닌지 하면서 한참을 대문 밖 이리저리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가슴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가고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곳도 없는 딸의 소식이다.
김윤희는 송이의 방을 자주 들어간다.
송이가 학교에 가고 나면 그 방으로 들어가 딸이 쓰던 침대와 책상 그리고 화장대와 옷장을 만지며 딸의 흔적을 찾아보곤 한다.
그러나 이제 그곳에 딸의 흔적은 점점 더 사라지고 없다.
침대의 이불도 새롭게 바뀌고 옷장 속의 옷들도 딸이 옷이 아닌 송이의 옷으로 채워지고 있다.
또한 책상도 딸의 것이 아닌 송이의 책과 학용품들로 가득 차 있다.
김윤희는 송이의 책상 서랍을 열어본다.
참으로 가지런하게 정리 정돈이 되어 있는 것이 보기에 좋다.
“제 성격대로 정리도 아주 잘해놓았군!
어느 곳 한 곳도 버릴 곳이 없어!“
이리저리 서랍을 열어본다.
“응? 웬 저금통장?”
송이 이름으로 된 저금통장이 나온다.
통장을 열어보니 용돈을 타서 쓰고 남은 것을 저금을 하는 것이다.
용돈을 거의 쓰지도 않고 저금을 해 오고 있는 송이다.
아직은 초등학생이라 매주 용돈을 타 쓰고 있다.
그것을 모아서 쓰고 남은 것을 매달 은행에 가서 통장에 입금을 하는 송이를 생각을 하니 기특하고 참으로 대견스럽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대견스럽다.
아름이는 늘 용돈이 부족하다며 제 어미를 조르는 것을 본다.
늘 밖으로만 나돌아 다니는 아름이는 언제나 용돈타령이다.
문정숙은 나무라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아름이의 요구를 들어준다.
많은 액수가 아니기에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대로 집안은 평온을 유지하면서 아이들 역시 아무런 말썽도 없이 성장을 해 나간다.
이제 승규가 고등학생이 되고 송이가 중학교 이학년 그리고 아름이가 중학교 일학년생이 된다.
한기범은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한 달 용돈을 준다.
그 정도로 자신들의 한 달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그렇게 해 줌으로서 경제적인 것에 눈을 뜨고 배울 수가 있음을 생각한다.
송이는 중학생이 되면서 더욱 공부를 하느라 밖에 나갈 시간이 없다.
학교가 끝나고 나면 학원을 두 군데를 갔다 오면 저녁시간이 된다.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없다.
그러나 아름이는 학원을 가지 않고 여전히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제일 늦다.
그러기에 늘 용돈이 부족하다며 엄마를 조르기 시작한다.
초등학생 때에는 그런대로 액수가 적으니까 조금씩 요구를 들어주던 문정숙은 더 이상 아름이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 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늘 싸움을 한다.
아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용돈으로 인해서 엄마를 조르기 시작한다.
아름이의 요구는 끝도 없고 한도 없다.
문정숙은 이제 과감하게 아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로 작정을 한다.
오늘도 학교에서 돌아와서 제일 먼저 용돈을 달라는 것이다.
“너 용돈을 받은 것이 얼마나 되었니?”
“그까짓 몇 푼주고 그것도 용돈이라고 해?
그러지 말고 어서 줘!“
“안 돼!
더 이상은 줄 수가 없다.“
냉정하게 거절을 한다.
“엄마!
지금 친구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어서 줘!“
그러나 문정숙은 외면을 해 버린다.
아름이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졸라 댄다.
그러나 문정숙은 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대꾸도 하지 않는다.
행여 시어머니께서 들으시고 나오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신경이 써지지만 늘 그러다 보니 아름이의 요구를 들어주곤 했던 것이 지금까지 끌려왔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머님께서 모른 척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통했던지 김윤희는 모녀의 그런 다툼에 간섭하지 않는다.
“엄마!
좀 달란 말이야!“
이제 아름이는 엄마에게 매달려 통 사정을 한다.
“엄마!
이번만, 응? 다시는 달라고 하지 않을게!
이번만 한 번만 줘!“
문정숙은 아름이의 애원을 묵살해버린다.
아름이는 심통이 나서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좁고 답답한 방이다.
언니처럼 침대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식모 같은 방이라는 생각을 하니 더욱 짜증이 난다.
다시 엄마에게로 간다.
“엄마!
언니는 이 집에서 공주고 난 식모잖아?“
“.......................”
역시 문정숙은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슴이 철렁하고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다.
“난 뭐야?
내 방에 뭐가 있는지 엄마는 몰라?
나를 어디서 데려와서 키우는 거야?
날 고아원에서 주워왔어?“
아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내린다.
문정숙은 가만히 아름이를 안아준다.
오래 참아왔다.
비좁은 방에서 아무것도 없이 잘 참아주었다.
“아름아!
엄마도 마음껏 해 주고 싶다.
우리 아름이에게 좋은 침대도 큰 책상도 예쁜 옷장도 가지게 해주고 싶다.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
”왜?
왜 내가 그렇게 살아야 해?
언니하고 방을 바꿔주면 안 되는 거야?
나는 주워온 딸이라서 안 되는 거냐고?“
문정숙은 그런 아름이를 달랜다.
“그래, 엄마가 아빠한테 말을 해서 방법을 생각해보자.
자, 이것이면 되겠니?“
요구하는 돈을 준다.
아름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 엄마 손에서 돈을 받아들고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문정숙은 깊은 한숨을 쉰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언제까지 아름이를 그 좁은 골방에서 지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생각 같아서는 송이하고 같은 방을 쓰게 하고 싶지만 시어머님께서 허락을 하지 않으실 것은 너무나 뻔 한 일이다.
문정숙은 그렇게 나름대로 고심을 하고 또 하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
아름이 또한 언제까지 엄마를 조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엄마도 더 이상 마음먹은 대로 돈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집에 있기는 더욱 싫다.
늘 할머니의 눈치를 봐야하고 할머니의 꾸중도 더 이상 듣기 싫다.
공부는 더욱 하기 싫은 아름이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