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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밤, 미야자키 캠프에서 훈련중인 기아 타이거즈 김상현 선수를 인터뷰했습니다. 3월호 잡지에 김상현 관련 기사가 게재되거든요. 비록 스포츠 관련 매체는 아니지만 가끔씩 유명 운동선수 얘기를 다루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김상현 선수였습니다. 우리팀 선수였다면 더 즐겁게 인터뷰 했을텐데 조금은 아쉬운 부분도 있네요.
전문 스포츠 잡지가 아니어서 내용이 깊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서 어제 밤 김상현과 나눈 대화를 옮겨 봅니다. 특히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한 젊은 선수들, 2군에서 눈물밥을 먹고 있는 선수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들도 한번씩 읽어보세요. 특히 최진행-김강 등 젊은 2군 타자들에게 관심 가진 분들이라면 더욱.
3월호 잡지에 게재해야 하니 다른 곳으로 퍼가지는 마세요.
==================================================인터뷰===========================================================
Q 미완의 대기였는데, 어떤 힘이 올해의 도약을 가능하게 했나.
"최악의 경우에 놓였기에 그만큼 절박했다. 정성훈 선수의 영입으로 내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없어진 상황이었고, 시즌 시작하기 전에 갑자기 트레이드가 되서 소속팀도 바뀌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바꿔 말하면 나한테는 또 다른 기회 아니었나.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야구했다."
Q 광주로 내려갈 때 어떤 심정이었나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트레이드는 미국과 달라서 선수입장에서는 뭔가 쫓겨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스스로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내가 더 잘 했으면 트윈스에서 계속 뛸 수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또 한번의 기회는 받는 거라고 생각하고 한게임 한게임 최선을 다해 살아남겠다는 생각만 했다. 지금도 LG 시절 오랫동안 나에게 기대하셨고 또 응원해주셨던 팬들의 환호를 잊지 않는다. 감사히 기억하고 있다."
Q 황병일 코치, 조범현감독과는 어땠나.
"너무 편하게 대해주셨다. 내가 오자마자 감독님은 '이제 우리 팀 왔으니까 잘 해보자. 너 수비 약한거 내가 다 아는데, 부담 갖지 말고 니가 잘 하는 거 위주로 해봐라. 기회는 줄 테니까' 그렇게 얘기하셨다. 황병일 코치님은 엘지에 있을 때 같이 계셨던 분이라 나를 잘 아신다. 내 성향을 훤히 궤뚫는 분이랄까. 그분은 장점과 기를 잘 살려주는 스타일이어서 내 입장에서는 마음 편하게 운동 할 수 있었다."
Q 지난해 페이스 보면 4월에 잘 치다 5~6월에 조금 부진, 7~8월 대폭발인데, 5-6월에 꾸준히 주전으로 나왔던 게 도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슬럼프 때 어떻게 치고 올라왔나.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마쓰바라 코치의 도움이 컸고, 황코치님의 따듯한 조언도 많은 힘이 됐다. 특히 황 코치님은 '네가 한 시즌 다 뛰어본 경험이 없으니까 늘 잘할 수는 없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마음 편하게 먹고 느긋하게 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거다'라면서 꾸준히 격려해주셨다. 사실 예전에는 야구가 잘 안 될 때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내 한계는 여기가 아닐까?' 그러면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지 않으니까 잘 되더라. 아마 다른 선수들도 그럴거다. 긴장감을 떨치기 어렵고 감독님한테 잘 보여서 계속 주전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 오히려 야구가 잘 안 되는 선수들이 많다."
Q 부담감을 잘 떨쳐내지 못하는 성격으로 보일 때도 있다.
"심적인 부담감이나 압박, 긴장감을 떨쳐내는 데 어려움이 많은 성격이긴 하다. 올해는 그게 잘 됐던거다. 구단과의 궁합이 좋으냐 나쁘냐, 지도 방식이 어떻다... 이런 얘기가 자꾸 나와서 전 소속 구단에 혹시라도 누를 끼칠까 조심스럽다. 그런게 아니고 결국 나 스스로의 문제였던 거다"
Q 대기타석에서 본 나지완의 끝내기. 외야로 하얗게 날아가는 타구. 그때 기분 어땠나.
"그날 경기 초반에 손가락을 다쳐서 몸 상태가 안 좋았다. '지완아 니가 좀 쳐라' 아니면 '희섭이형이 끝내 줬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배트에 딱 걸리고 공 넘어가는 순간에는 '아 끝났구나'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은 늘 그때 기억이 난다. 올해는 내가 끝내면 더 좋겠다.
Q 데뷔 후 9년 동안 통산 33홈런 132타점, 올해 1년만 36홈런 126타점이다. 사상 유래 없는 성적 상승인데, 기량 발전인가 아니면 정신력이나 집념의 문제일까.
"마음가짐 문제다. 심리적으로 조금 편해지니까 더 잘 된 것. 내 경우는 딱 그거다. 아까 말했다시피 프레셔를 잘 견디지 못하는 부분이 제일 컸나보다. 프로 구단에 입단할 정도의 선수면 누구나 기본 자질과 기량은 갖고 있잖나. 작은 차이를 극복하느냐 못하냐의 차이인데, 나 아니라 누구라도 기회를 잡고 스스로 편안한 여건에서 야구하면 그 만큼 잘 힐 수 있을거다."
Q 당신은 노력파다. 프로의 벽 뚫은 선수라면, ‘노력’만 있으면 누구든 그렇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보나? 노력과 재능. 선수로서 성공에 이 두 가지 비율이 어느 정도일까.
"아까의 질문과 대답은 같다. 노력도 중요하고 재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결국 마음가짐. 자신감이다. 지금 2군에서 고생하는 다른 선수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나보다 더 잘 되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는거다."
Q 2006년 상무에서 홈런-타점왕으로 한국야구위원회 개인타이틀 수상식장에 왔던 걸 기억한다. 그때 1군 주력 선수들 보면서 어떤 생각 했나.
"비록 2군이지만, 나도 2관왕이니까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그 자리에 갔다. 하지만 워낙 쟁쟁한 선배와 스타들이 모인 자리여서 그런지 기가 많이 죽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나도 충분히 저 자리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언젠가 꼭 한번 저기에 서겠다'고 혼자서 다짐했다. 그 다짐을 지키는데 3년이 결린거다."
Q 데뷔 후 08년까지의 힘든 시절, 그 경험이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 어떻게 작용할까.
"극과 극을 경험해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좋은 쪽으로 작용할 거리 기대한다."
Q 신인에게 2년차 징크스가 있는 것 처럼, 당신의 올해는 참 중요한 시기다. 이 성적 반드시 유지해야 된다는 다짐 많이 했을 것 같다. 부담도 있고, 그만큼 노력 하나.
"솔직히 부담도 된다. 작년에 너무 잘해놓고 이제와서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만에 하나 또 처지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도 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아마 예전보다 더 답답하고 힘들 것 아닌가. 열성팬들의 관심도 때로는 선수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늘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편이다. 매년 해왔던 것 처럼만 하면 훌륭한 성적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심리적인 부담감, 조급함 이런 건 이제 잊어버렸다."
Q 휴대폰도 정지시킨 채 일본으로 갔다. 그만큼 훈련에 몰두하겠다는 의지인가. 아무리 그래도 가족들하고는 통화해야 되지 않나.
"집사람이야 뭐 호텔로 전화해도 되고, 또 수시로 화상채팅하면서 지내니까 문제 없다. 사실 기자분들도 그렇고 여기 저기서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운동하는데도 그렇고, 운동 끝내고 쉴 때도 자주 울리는 전화는 좀 피하고 싶어서 그랬다."
Q 지난해의 성공은 선수로서도 그렇지만 가장으로서도 참 특별했겠다. 그동안 아내에게 많이 미안했을 텐데, 연상의 아내... 힘든시절 잘 내조해준 분 아닌가.
"홍세완 선배 친구분이어서 자연스럽게 알고 지내다 사귀고 결혼했다. 힘들 때 집사람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다, 2군 생활 하면서 힘들 때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나를 생각해 준 사람이니까. 아내가 많이 아파서 오래 병원에 다닐 때가 있었는데 야구까지 잘 안 풀릴 때라 더 힘들었다. 그런 아내에게 좋은 시절을 선물해 줄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Q 아내는 야구선수 내조자로서 어떤 스타일인가
"야구를 조금 아는 편이다. 내가 게임을 못 한날, 해설자 분이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해주면 그걸 잘 기억해 뒀다가 집에 가면 나한테 얘기해준다. '아까 XXX위원이 그러던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그런 식이다. 야구장에서도 가끔 코치님이랑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는 나한테 알려주기도 한다. 열성 마니아처럼 야구를 깊이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대화는 된다. 여자친구나 아내가 야구를 전혀 몰랐으면 좋겠다는 선수들도 있는데 나는 아내의 그런 부분이 좋다."
Q 한국 야구선수가 가족과 맘편히 보낼 시간은 딱 1년에 2개월이다. 2월이 아내 생일인데, 전지훈련 때문에 같이 못 지내는데, 어떻게 보답하나.
"잘 해줘야 되는데, 나를 보면 알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 굉장히 무뚝뚝한 스타일이다 재롱떨고 그러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거든. 그 대신 내 나름의 방법대로 잘 하려고 노력한다."
Q 좋은 소식이 있다고 들었다. 작년보다 더 잘해서 자랑스런 아빠가 되면 좋겠다.
"오는 5월이면 아빠가 된다. 주위의 기대에 맞는 활약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기대치가 높아진 것을 잘 알고 있다. 팀에도 훌륭한 멤버들이 많으니 올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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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죠. 1군과 2군의 기량은 사실 종잇장 차이라고.
김상현에게 최진행이나 기타 다른 한화 젊은 타자들의 모습을 투영하는 건 아직은 욕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상현도 00년 데뷔 후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던 선수입니까. 오히려 소속팀 팬들에게도 야유를 받던 선수였죠.
그렇지만 스스로 딛고 일어서 떳떳하게 저런 얘기를 할 수 있게 됐지요.
우리 젊은 선수들도 꼭 저런 성공스토리를 써서, 나중에 자랑스럽게 지금을 회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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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럼..1번선발님..짐 미야자키에 계신건가요..??좀 부럽네요..ㅋㅋ
잘 봤습니다~~ 우리 한화도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 내년에 우리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싶네요~~^^
1번선발님이 직접 만나서 1:1로 인터뷰하신거에요? 어떻게 만나신거지 ㄷㄷ
역시 마음가짐이 중요하군요
모든지 사람은 마음가짐이 중요하단걸 또 깨닫고 갑니다...
전문잡지가 아닌것 치고는 정말 좋은 내용이네요 ㅎㅎ/ 내년에는 한화선수들이 날라다녔으면 <기아의 경우 우승이라는 면도 작용한 것이지만..내년에 정ㅁ라 후보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 모두 날아다녔으면 좋겠네요>
근데..어떤 잡지에요? 사서 보게... 글구 1번선발님이 소속된 잡지사니 더욱 관심이 있구요. 어떤 잡진지 아세요?
잘봤습니다. 김상현 선수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네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량도 기량이겠지만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겠죠. 2군 선수들이 김상현 선수를 보면서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