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한지 한달이 훨씬 지난 오늘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고 아직도 숙의 중이라고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고 아무런 설명도 없으니 정치권은 말 할 것도 없고 세상이 온통 탄핵찬성과 반대로 심각하게 대립하며 분열로 치닫고 있습니다.
문형배, 이미선 두 재판관이 4월 18일 퇴임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는 6인 체재가 됩니다. 6인체재의 경우 7인 이상으로 사건을 심리하라는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에 의거 윤대통령 탄핵심판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공산이 매우 커 보입니다. 최악의 경우 헌재의 기능마비와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인한 무정부 상태마저 걱정해야 할 지경입니다.
한덕수 대통령권한 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서 대통령 지명 몫 2인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재판관 성향 구도를 바꾸는 중차대한 사안이 걸려 있기 때문에 대통령권한 대행의 재판관 임명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두고 논쟁을 유발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헌법재판소가 한달이상 숙고하고도 선고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외람되지만 헌법재판소재판관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판단할 사항은 다음과 같이 간단 명료합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의 요건에 맞게 선포됐는 지?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국회와 선관위에 군병력을 출동 시킨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것은 아닌지, 국헌 문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입니다.
정치적 고려 사항 중 헌재가 참고할 여론 조사통계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론조사일 24.12.12 25.1.9 1.16 1.23 2.13 2.20 2.27 3.6 3.13 3.20 3.27
탄핵찬성(%) 75 64 57 59 57 60 59 60 58 58 60
탄핵반대(%) 21 32 36 36 38 34 35 35 37 36 34
자료출처. 한국갤럽 여론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보수진영에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취한 비상계엄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불가피한 선택이고 대통령의 고유권한 이므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반드시 각하 또는 기각해야 한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보수진영에서 바라는 대로 4월18일 이전에 헌재의 선고가 이루어 져 탄핵심판이 각하 또는 기각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직을 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한 60%에 가까운 반대파를 다독여 초당적으로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만일 탄핵 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플랜 B 없이 오직 탄핵 각하 또는 기각에만 전념해온 국민의 힘 입장에서는 60일내 뽑는 대통령 선거 전에서 준비 부족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현직 대통령의 파면으로 인한 정치적 파산 상테에서 야당후보와 대결을 펼쳐야 하므로 승리를 낙관할 수 만도 없는 처지입니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국회에서 다수석을 차지한 더불어 민주당에게 대통령직마저 허용할 경우 행정과 입법권력을 일당이 장악하여 3권분립의 균형추를 무너트리는 일당 독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호감도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반면 민주당이 입법권력과 행정 권력을 독차지한후 국가 경영을 잘못하면 책임소재가 분명해져 국민의 힘의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민심을 제대로 받들지 못할 경우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기회를 살려 의외로 빠른 시간내 부활할 수도 있습니다.
보수의 입장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마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으로 인한 파면 위기에 처해 지지자들은 몹시 속상해하고 사기가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어난 일을 후회하기 보다 과거의 잘못을 딛고 새로운 출발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기약하는 것이 바람 직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은 지난해 9월 30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대인(大人)이라고 추켜 세웠던 기사가 실린 것이 생각 납니다. 맹자와 공도자 간의 ‘대인과 소인의 차이’에 관한 대화를 참고하시면 대체 ‘대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같은 보통시민이 대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공도자가 물었다.
‘다 같은 사람인데 어떤 사람은 대인이고 어떤 사람은 소인인 것은 어째서 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몸의 중요한 부분을 따르면 대인이고, 하찮은 부분을 따르면 소인이다.’
공도자가 물었다.
‘다 같은 사람인데 어떤 사람은 중요한 부분을 따르고 어떤 사람은 하찮은 부분을 따르는 것은 어째서 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귀와 눈의 기능은 사고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의 사물에 의해 가리워진다. … 마음의 기능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도리를 이해할 수 있고 생각하지 않으면 도리를 이해할 수 없다. … 그러므로 먼저 그 중요한 부분을 확고하게 세우면 하찮은 부분들이 그 중요한 부분들을 빼앗아 가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대인이 되는 까닭이다.’
정치의 사법화로 사법의 권위가 정치인들의 생사여탈권을 좌우하게 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법 꾸라지’들의 간지(奸智) 넘쳐나고 있습니다. 여씨 춘추에 나오는 아래 이야기는 평소 대인적 풍모를 지향하며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강물이 불었다.
정나라의 부자 한사람이 강물에 빠져 죽었다.
어떤 사람이 그 시체를 건졌다.
그 부자의 가족들이 그에게 돈을 주겠으니 시체를 넘겨 달라고 했다.
그러나 시체를 건진 사람은 큰돈을 요구하며 시체를 넘겨주지 않았다.
가족들은 총명하기로 이름난 등석이란 사람을 찾아가서 사정을 이야기했다.
등석이 말했다. ‘안심하시요. 그는 결국 당신네 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요. 그 시체는 당신들 밖에는 가지려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이 말을 들은 가족들은 안심하고 며칠을 버티며 돈을 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시체를 가진 사람이 안달이 났다. 그 사람도 등석을 찾아가 의견을 구했다.
등석이 말했다. ‘안심 하시요. 당신은 많은 돈을 받을 것이요. 그 가족들은 다른 곳에서 시체를 살수 없으니까요.- 허성도 교수의 중국 고전 명상 생각 중에서 재인용.
등석이라는 사람과 같이 도덕적으로 타락하여 아쉬워하는 사람에게 병 주고 약주는 충고를 간지(奸智)라고 부릅니다. 이와 같은 간지를 세상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일 경우 쌍방에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심어주어 사회의 대립을 조장하고 혼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살면서 솔깃하게 넘어갈 수 있는 간지(奸智)는 대인(大人)이 아닌 보통 사람도 내 안에 상시 비상대기중인 생각을 가동하여 걸러 낼 수 있습니다.
만의 하나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각하 또는 기각하여 윤대통령이 일시 중단된 대통령의 권한을 회복할 경우 비상 계엄을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일상 화하여 야당을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위험을 우려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이번 헌재 판결이 각하나 기각 되여 윤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회복한후 다시 비상계엄선포를 시도할 경우 이를 전개 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을 견제할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이를 주장하는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비상계엄조치를 대통령이 결심하여 국무회의에 상정하더라도 법이 정하는 요건에 엄격하게 맞지 않으면 여간해서 국무위원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우여곡절 끝에 국무회의 통과 절차를 밟는다 하더라도 군 각급 부대의 사령관들이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의 부당한 출동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공화국의 국군은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의 사병(私兵)이 아닙니다. 그들은 공화국의 안위를 지키는 신성한 국토방위의 임무를 부여받은 국민의 군대 이기 때문입니다.
The Oxford American College Dictionary에 의하면 영어 단어 serendipity의 사전적 정의는 ‘우연한 행운의 발생 또는 전개’ 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던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비상 계엄에 대한 예방 주사 효과를 담보하는 serendipity(뜻밖의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민주적제도를 구축하기위해 열심히 싸워왔고, 그제도를 유지하는 일도 감탄스러울 만큼 잘했다. 로마인과 달리, 한국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유가 손상되지 않도록 제도와 구조, 정치지도자들의 건전성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음으로써 이미 쟁취한 자유를 계속 지키길 희망한다. 이렇게 한다면, 한국은 어려움을 겪는 다른 근대 민주주의 국가들이 뒤 따를 강력한 모범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위인용문은 Mortal Republic: How Rome Fell into Tyranny(로마공화정의 몰락: 독재의 탄생)의 저자 Edward Watts(에드워드 와츠)교수가 쓴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서문의 마지막 격려 문장입니다.
4월 18일 이전 빠른 시간내 헌법재판소의 윤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