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를 읽고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이번 추석은 9월 말에 들어있고 10월 3일 개천절까지 연속으로 빨간 날입니다. 나라에서는 징검다리 연휴(휴일과 휴일 사이에 평일이 끼는 연휴)라서 중간에 낀 평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이 긴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여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그리고 문득 <알쓸신잡>으로 알게 된 김영하 님의 ‘여행의 이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행의 이유?... 뭐, 특별할 것이 있겠냐는 생각에 읽어볼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혼자든 같이든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삶을 재충전하려고 떠나는 것 아니야? 이 사람은 작가라는 직업특성상 다른 이유가 있을까?’
에세이는 처음에 시작되는 이야기부터 황당하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비자신청을 안 한 채로 중국여행길에 나섰다가 중국공항에서 바로 추방당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한 달이란 기간을 머물 계획이라면 이미 사전준비를 꼼꼼히 하지 않을까요? 비자가 없어서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작가는 아내의 조언대로 ‘여기가 중국이다.’라고 생각하며 한 달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글을 썼다고 하네요.^^ 원효대사가 공부를 하려고 중국 유학길에 나섰다가 동굴에서 목숨을 부지해준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달렸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꾼다면 일상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살 수 있겠는데?’ 저는 계속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생각이 뻗어 나가 인생이라는 종착지로 자연스럽게 돌아옵니다. 아버지의 직업이 군인이었기 때문에 전학이 잦았던 작가는 본인에게는 떠남이 오히려 삶의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한 것을 깨달았대요. 낯선 여행지에서 타인을 완벽하게 믿고 환대를 받은
경험도 적혀 있구요. 가벼운 이야기들부터 여행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른 이야기들과 엮어서 풀어가는 과정들이 매력적인 책입니다. <알쓸신잡>을 볼 때 느꼈던 것처럼 어떻게 저렇게 말을 잘할까? 하는 놀람과 부러움을 책에서도 느꼈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 중에 오디세우스가 키클롭스의 동굴에서 양의 배 밑에 붙어서 탈출한 이야기 아시나요? 저는 위기상황에 대처한 오디세우스의 재치를 칭찬하는 이야기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사건의 배경에는 오디세우스의 허영과 자만이 부른 사고이며 여행자는 대접받으려고 하면 안 되고 스스로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해 줍니다.
선선한 가을. 가수 최희준 님의 '인생은 나그네 길’ 노래 한 번 추천드립니다. 여행의 깊은 의미를 한 번쯤 느껴보기에 좋은 계절이네요.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이명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