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타지마할 / 서영미
-밀랍인형의 초상화
여인의 뜨거운 미소가 등을 보였다. 애증이란 나에겐 매듭이 아니라 질긴 밧줄이었으므로 다가가려할수록 미세한 조각으로 깨어지며 타인이 되어 액자 속으로 걸어 들어간 여인의 표정은 담담했다. 어둠을 뚫고 눈뜬 것들은 별을 모방한 나의 시선뿐, 늦은 후회가 있어 시간 속에 묻은 천년의 사랑은 더욱 빛날 것이나 그리하여 나의 전쟁 같은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타고르의 시 타지마할에서 인용.
위대한 동맹 2 / 서영미
- 사막의 혀 나와 사막은 오랜 동맹관계를 약속했다. 방대한 구역과 모래 군사를 겸비한 사막은 나에게 많은 작전정보와 보급품을 지급 했고 나는 선인장처럼 뿌리내리며 건조한 그를 모방했다. 하지만 오랜 건기는 사막을 비겁하게 만들었다. 오아시스와 타협하여 사막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을 목격한, 나의 말랑말랑하던 몸에는 가시가 돋았다. 동맹관계의 혀와 사막지도와 낙타의 수와 나약한 지도자에 대해 함문할 것을 약속하며 낙타를 버리고 맨발로 사막의 국경지역을 걸어 나온다. 위험한 동맹국이 되어버린 사막은 무엇이 두려운 것인지 달콤한 채찍으로, 나의 혀를 사막으로 몰았다. 나는 사막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착하기를 원했다. 등 돌려 나오는 사막기지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세찬 사막바람에 낙타의 똥냄새가 막사를 흔들어 놓았다. 이명처럼 들리는 사막의 바람소리와 낙타의 똥이 오아시스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두려울 뿐, 내가 버린 것은 사막이 아니었다.
골목길 안 전봇대 / 서영미
상처받은 사물은 단단해진다
|
출처: 詩의 향기 / poem & photo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
첫댓글 어제, 농가의 정자에 앉아 기둥에 남겨진 까만 옹이(관솔)의 촘촘한 나이테로 쓰여진 읽기책을 바라보며 어떻게 읽을 것이가를 생각 중인데 공교롭게도 서영미 시인의 "골목 안 전봇대"를 읽으며 의인화하는 가닥을 잡습니다.
귀한 글과 사진에 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