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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의 남자] 01
S#1. 오프닝 / 비행기 안 (밤)
페이드 인되면,
커다란 화면 가득 펼쳐지는 Flight simulation 2000의 급박한 전투상황. 그 위로 웅장하게 울려퍼지는 효과음들.
화면 앞을 빠르게 지나쳐 가는 파리발 서울행 여객기의 모습.
밤하늘을 나르는 여객기 창가로 채린의 모습이 보인다.
이어폰을 낀 채로,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채린.
게임을 즐긴다기보다는, 무언가를 잊기 위해 몰두하는 듯한 아슬아슬한 표정이다.
그 위로 들리는, 드르렁대는 코고는 소리.
카메라, 소리를 따라 이동하면.. 채린의 옆자리는 비어 있고.
건너편 창가에 반쯤은 의자 밑으로 꺼진 채, 잠이 들어 있는 남자. 기풍이다.
풀어 헤쳐진 옷매무새에 벌건 얼굴. 술에 취해 자는게 역력하다.
자다가 사래가 걸렸는지, 캘룩대는 기풍. 안전벨트 불빛이 점등되면.
급작스런 터뷸런스가 생기면서 부웅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현기증을 겪는 기풍. 안전벨트 불빛이 점등 된다.
눈을 번쩍 뜨더니, 토악질이 나오는지 입을 틀어막고 일어나는 기풍.
점프시트에 앉아있던 여승무원이 다급하게 기풍을 부르며..
여승무 : 손님! 자리에 앉아주세요!
기풍, 비틀대며 의자 등받이를 짚으려는 게, 다른 손님의 머리를 짚고 만다.
돌아보는 외국계 승객에게..
기풍 : (불) 미안합..
다시 구토가 나는지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향하는 기풍.
S#2. 화장실 안 (밤)
세면대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연신해대는 기풍.
거울을 보며 술에 쩔어 꺼멓게 죽은 눈자위를 뒤집어 보더니, 푸파푸파 세수를 한다.
S#3. 동 비지니스석 (밤)
한층 말끔해진 얼굴로 자리에 털썩 앉는 기풍의 모습이 채린 너머로 보인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기풍, 무심결에 옆을 보다가 채린에게 시선이 고정된다.
여전히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채린.
고개를 여러 각도로 돌려 채린을 응시하는 기풍의 얼굴이 미소가 떠오른다.
기풍, 손짓을 해서 여승무원을 부르더니, 뭐라고 소근댄다.
고개를 끄덕이고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여승무원.
기풍, 잽싸게 향수를 꺼내 겨드랑이와 손목, 귀에 칙칙 뿌려댄다.
손가방을 뒤지며..
기풍 : 구강청정제가.. 어딨지?
뒤적거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향수를 입에다 뿌리는 기풍. 입안이 텁텁해진다.
안약을 꺼내들고, 눈에다 넣으려는 기풍.
갑자기 터뷸런스가 생기면, 안약꼭지에 눈이 찔린다.
소리도 못지르고, 눈을 감싼 채 신음을 흘리는 기풍. 슬쩍 고개를 돌려 채린을 보지만, 못 본 눈치다.
여승무원, 채린에게 다가와 알렉산더 칵테일을 내려놓는다.
고개를 들어 보는 채린.
기풍 시야로, 여승무원이 눈짓으로 자신을 가리키는게 보인다.
한껏 폼을 잡고 손을 슬쩍 치켜올리며 눈인사를 하는 기풍.
싸늘하게 고개를 돌리는 채린. 멀쭘해지는 기풍.
기풍 : 센 척은~
채린 옆자리에 털썩 앉는 기풍.
기풍 : (같은 종류의 칵테일을 눈높이로 들고) 알렉산더 칵테일의 유래를 아십니까?
영국왕 에드워드 7세가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왕비인 알렉산드라에게 바쳤다고 하더군요.
코코아향이 부드러워서 마음에 드실겁니다.
여전히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는 채린. 이어폰 소리때문에 기풍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기풍 : (무게를 잡고) 하지만, 부드러운 것엔 항상 가시가 있기 마련이죠. 알렉산더는 중독성이 강해서, 조심하지 않으면
알콜중독자가 되버리거든요. 잭레먼이 '술과 장미의 나날'이란 영화에서 술을 못 마시는 아내에게 처음 권하는 술인데,
결국 두 사람은 알콜중독이 되고말죠. (잔을 손에서 돌리며) 어쩌면 남녀의 사랑도 같은 거 아닐까요?
분위기를 잡으며, 돌아보지만 듣지도 않고 게임만 하고 있는 채린.
기풍 : (맥이 빠진다) 여보세요? (이어폰을 슬쩍 뺀다)
채린 : (휙 노려보면)
기풍 : (찔끔 하지만.. 창 밖을 가르킨다)
채린 : (돌아보면, 밤하늘에 별이 보인다)
기풍 : 프레임 드레깅이라고 아십니까?
채린 : .....
기풍 : 우주에 암흑대왕 같은 존재가 있죠? 블랙홀이라고.. 그 블랙홀에 다른 별들이 빨려 들어갈때, 외부에서 보면
속도가 너무 느려서 거북이 경주를 보는 것 같대요. 하지만.. 그 별은 초속 수백수천 킬로의 속도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거죠.
채린 : (원하는 게 뭐냐는 시선을 보이면)
기풍 : (채린의 손을 냉큼 잡아쥐면서) 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손을 잡았다 칩시다. 당신은 마음속으로 너무 빠른거 아냐?
하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며) 저 사람들은 (유심히 지켜보던 여승무원이 외면한다)
왜 저렇게 진도가 느린거야? 키스 정도는 해야 되는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죠.
채린 : (어이없이 본다)
기풍 : 입술이 참 매력적이군요. 겔랑33호, 맞죠?
채린 : (잔을 들어올리면)
기풍 : (건배라도 하려는 줄 알고 덩달아 잔을 올린다)
기풍의 머리 위에 칵테일을 천천히 쏟아붓는 채린.
고개를 돌리고, 웃음을 참는 여승무원과 다른 승객들.
빈잔을 건네는 채린. 얼결에 나머지 손으로 받아 드는 기풍.
기풍 : (당황스럽지만, 여유 찾으려 한 모금 마시고) 성격이 아름다우시군요. 머리로 술 마셔보긴 첨이네요. 하.하.
채린 : ..... (고개를 돌린다)
기풍 : 혹시 말입니다. 비행기와 사랑의 공통점 세가지가 뭔지 아십니까?
채린 : (시선도 돌리지 않고) 꺼져 줘. 부탁이야.
기풍 : 정답은, 꺼져가 아닌데.. (채린의 돌아보는 시선이 무서워져) 꺼질께요.
다시 어두운 표정이 되어, 창 밖을 쳐다보는 채린.
자신의 자리에 털썩 앉는 기풍. 나머지 술을 벌컥 마신다.
여승무원, 냅킨을 건네주며..
여승무 : 한 잔 더 드릴까요?
기풍 : (금새 밝아지며) 같이 마실 기회만 주신다면 얼마든지..
웃는 여승무원의 표정을 보며, 밝아지는 기풍의 얼굴. 흘끔 고개를 돌려보면, 창 밖을 바라보는 채린의 어두운 옆 얼굴.
S#4. 공항 안 (낮)
출구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취재진들의 긴장된 모습들.
사진기자는 렌즈를 조절하고, 마이크를 들고 멘트 연습을 하는 기자등.
S#5. 동 비지니스석 (낮)
착륙을 알리는 신호음들(안전벨트 불빛, 고도표시등..)
스크린에 한국 뉴스가 빠른 속도로 편집되어 예고되고 있다.
'명동사채시장의 대부. 천억, 중소기업 육성 명목으로 국가에 희사' 자막이 뜬다.
기풍 : 돈 지랄들을 하는구만~
뒤이어 나오는 '삼송백화점 사장 자살' '국내 중소 유통업계의 진통' 자막.
참담해지는 채린의 얼굴. 부러 외면한다. 채린의 얼굴 위로..
(소리) : 삼송백화점 대표이사인 송재환씨의 자살사건이 유통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S#6. 차 안 (낮)
쫙 뚫린 올림픽 대로를 달리는 검정색 세단.
운전을 하고 있는 승우.
(소리) : 경찰 발표에 따르면, 송재환사장은 사흘 전, 백화점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할 것을 비관해 자살 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S#7. 공항 (낮)
활주로에 닿았다가, 떨어지며 다시 착륙하는 비행기 바퀴 모습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견하듯, 거칠게 화면에 잡힌다.
S#8. 출구 (낮)
출구를 통해 나오는 사람들. 기다리는 취재진들.
기자1의 손에 들린 기풍의 대학 졸업사진(확대한). 승객들과 비교하며 본다.
취재진 옆 쪽으로 서 있는 깔끔한 모습의 승우.
여행용 가방 손잡이를 끌고, 어두운 표정으로 나오는 채린.
승우 : 채린아! (반갑게 손을 흔든다)
채린 : (일순 안도의 표정으로 변하며) 오..빠!
채린에게 다가와, 포옹을 하는 승우.
승우를 안는 채린의 눈에 옅은 물기가 보인다.
뒷쪽에서 손가방 하나만 달랑달랑 들고 나오던 기풍.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풍 : 어쩐지~ 침 발라도 안 묻는다 했다. (기자단을 보며) 아프리카 대통령이라도 오나?
기자1E : 저기 장기풍이다!
순간, 기풍을 향해 파바박!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 세례.
본능적으로 얼굴을 가리는 기풍.
기풍 : 뭐야, 씨~
기자1 : (마이크를 들이대며) 장기풍씨.. 장삼부씨 손자 맞죠?
기풍 : (도망치려 하지만, 취재진에 휩싸인다) 왜들 이래요!
기자2 : 사채업자란 직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3 : 이번 일로 사회적인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 한 말씀 하시죠.
기풍 : 이번엔 진짜 안했다니까! 나 카지노 손뗀지 백년됐어!
기자1 : 인터뷰를 회피하시는데, 장삼부씨한테 다른 언질을 받은 겁니까?
기풍 : 아이, 씨이~ (미치겠다)
취재진 한쪽을 밀치며, 냅다 뛰기 시작하는 기풍.
S#9. 청사 밖 (낮)
채린의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조수석 문을 닫아주는 승우. 운전석에 오른다.
승우 차 너머로 정신없이 달려 나오는 기풍의 모습이 보이고..
시동을 거는 승우.
달려 나오는 기풍을 벌떼처럼 쫓는 취재진들. 기풍의 앞길, 뒷길을 막아서며, 셔터를 눌러댄다.
방향을 못잡고, 쫓기던 기풍.. 승우의 차에 기댄 채 카메라 후레쉬 세례를 받는다.
얼결에 뒷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는 기풍.
S#10. 차 안 (낮)
잠금장치를 누르고 꿩새끼마냥 웃옷을 올려 얼굴을 숨기는 기풍. 차량을 둘러싸는 취재진들.
앞좌석의 채린, 기자들의 카메라를 보더니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린다.
채린을 보며, 인상이 뚝 굳는 승우.
기풍 : (눈만 내민 채, 애원) 아이씨 ~ 여기서만 좀 빠져 나가게 해줘. 어?
승우 : (기다렸다는 듯 급하게 엑셀을 밟는다)
기자 : (열린 창문에 매달리며) 장기풍씨, 장삼부씨의 천억 기부에 동의한 겁니까?
출발하는 차에 밀쳐지며, 물러나는 기자들이 차창 옆으로 빠르게 흐른다.
뒤쫓아 달려오는 기자들의 모습이 사이드 밀러로 잡힌다. 고개를 슬그머니 내밀고,.
기풍 : (뒷편을 보며) 하~ 찐드기같은 놈들. 카지노 한건 또 어떻게 알아가지고. (안심하고 털썩 기대다가, 뭔가 이상하다)
가만, 누가.. 천억을... 희사해?
승우 : (채린의 어깨를 슬며시 두들긴다)
채린 : (고개를 들고, 자존심이 상한 듯.. 입을 꾹 다문다)
승우 : 많이 놀랐지.. 혹시 니 얼굴 찍힐까봐 급하게 출발했어.
채린 :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변속기 위의 승우 손을 잡는다)
승우 : (미소, 채린의 손을 되려 잡아준다)
기풍 : (눈을 껌벅껌벅..) 장삼부면.. 우리 영감이잖아.. (갑자기, 비명) 으아악! 이 영감탱이, 나 없는 사이에 사고쳤어!
기풍과 채린은 아직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다.
기풍 : (승우에게 불쑥 다가서며) 당신도 분명히 들었지? 장삼부가 천억 쐈다고! 그렇지?
채린 : (인상을 찡그린다)
기풍 : 으아~ 미친 영감탱이.. (머리를 여기저기 쾅쾅 처박으면서 어쩔줄 모른다)
승우 : (핸들을 급작스레 꺾는다)
순간, 갓길에 끼이익 멈춰서는 승우차.
기풍, 앞좌석에 머리를 들이 받는다. 화를 내려다가, 룸밀러로 보이는 승우의 날 선 눈을 보고..
기풍 : (눈을 껌벅대며) 설마, 여기서 (내리라는 시늉을 하면)
승우 : 미안하지만, 그래줘야겠는데..
기풍 : 왜?
승우 : (어이가 없다) 당신이랑 한가롭게 드라이브 할 여유가 없거든. (딸깍! 잠금장치가 열린다)
기풍 : (미적미적 내려서 차문을 닫으며) 뭐, 어쨌거나, 고맙시다.
S#11. 88 도로 (낮)
차 문을 닫던 기풍. 앞좌석의 채린을 본다.
기풍, 창문에 달라붙어 두들기며.
기풍 : 어? 껨 걸~ 나 몰라요? (채린 돌아보지도 않는다) 에이~ 아까 비행기 같이.. (급출발하는 차, 밀려나며) 야!
(쫓아가보며) 야! (점차 반말로) 야! 이 기집애야!
멈춰서는 기풍. 가운데 손가락을 펴서 먹인다. 옆으로 슁슁 지나가는 차를 피해, 가드레일쪽에 달라붙는다..
손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밧데리를 끼운다. 전원이 들어오면,
기풍 : (버튼을 누르며) 영감탱이, 기다려라, 내가 간다~
S#12. 차 안 (낮)
승우 : (망설이다) 미안하다, 도움이 못돼서.. 설마 아버님이 그런 생각을 하실 거라곤..
채린 : (O.L) 엄마랑 통화했어. 장례식.. 오빠 혼자 다 치뤘다구... 오빠 없었음 엄만 아직도 관 붙잡고 울고 있었을거야..
(보며) 고마워.
승우 : (부러 밝게) 어머니 뵈러 갈꺼지?
채린 : 백화점으로 가줘..
승우 : ....
채린 : 마지막으로 아빠가 보았던 세상을 보고 싶어.
승우 : (착잡하다)
S#13. 88 도로 (낮)
땀을 삐질거리며 서 있는 기풍. 퀵서비스 택배가 달려와 멈춘다.
헬멧 보안경을 올리면, 어려 보이는 얼굴이다.
퀵서비스 : 전화하신 분이세요?
기풍 : (더위에 부아가 치미는지 헬멧을 통통 치며) 전화했으니까 왔지, 임마!
그리고, 전화한지 한 시간만에 오는 게 무슨 퀵이야, 임마!
퀵 : (기분이 나쁘지만, 참는게 역력하다)
기풍 : 갖구 왔어?
퀵 : (가방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준다)
기풍 : (받아서 껍질을 벗겨 깨물어 먹으며, 올라타더니, 머리통을 또 쥐어 박으며) 뭐해, 임마! 출발 안해! (읔).
급작스레 출발하는 오토바이.
휘청 뒤로 넘어질 뻔하면서 아이스크림으로 지 얼굴을 문지르는 기풍. (WIPE)
S#14. 명동 사채시장 입구 (낮)
반대방향에서 화면을 밀고 들어오는 기풍을 태운 오토바이. 부리나케 튀어내려 달린다.
달러상 아줌마들이 기풍을 보고 한마디씩 한다.
달러아1 : 기풍이 총각 왔네? 훌륭한 어르신 둬서 얼마나 좋아 그래?
달러아2 : 뭐처럼 벌어도 쓸땐 정승처럼 하랬다고 큰부자는 역시 틀려.
달러아1 : 그럼, 벌때도 쓸때도 철학이 있는 어른이시제.
기풍 : (웃는 얼굴이다가, 휙 고개를 돌리면 열뻗쳐, 혼잣말) 아주 휘발유를 들이 부어라, 부어~ (경악하는 표정으로 멈춰서는)
렉카에 실려나오는 빨간색 스포츠카. 기풍의 차다.
기풍 : (앞을 막으며) 잠깐, 스톱! 당신 뭔데 남의 찰 끌고 가는 거야!
남자 : (조수석의) 장삼부씨한테 인수 받은 건데요? 명의이전도 끝났습니다.
기풍 : 이런 씨~ (처절하게 일그러지며, 달린다)
(WIPE)
S#15. 사채 사무실 (낮)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기풍. 짐을 싸고 있는 시장전주와 여경리.
기풍 : 영감 어딨어?
여경리 : 청와대 들어가셨는데요.
기풍 : 청와대? 거길 왜 가? 칼국수 얻어 먹으러 갔대?
전주 : (득의만만한) 아따~ 요새 누가 칼국수 먹겄어? 목포 세발낙지 묵제~
기풍 : 그럼 거길 왜 간거냐고?
전주 : 아, 대통령님 훈장 받으러 안 가셨는가~
기풍 : 어느 미친 놈이 고리대금업자한테 훈장을 줘?
전주 : 천억이문, 훈장 열개가 문제겄어? 츄레라 빡스로 다가 쏟아불제 ~
기풍 : 망할 영감탱이. 하나밖에 없는 손주놈한텐 십원짜리 한 장갖고도 벌벌 떨면서..
(전주에게) 혹시 나 없는 사이에 노망난 거 아냐?
전주 : 자네 면상 안봉께, 심이 뽁뽁 솟는다고 글더라고~ 손주고 뭐시고, 아주 없어져 불면 좋겄다든가~
기풍 : (있는대로 뻗쳐) 나 말리지 마! (휙 화면을 빠져 나가면)
S#16. 청와대 (낮)
관료들이 웃는 얼굴로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표창장을 건네며 웃는 대통령.
장삼부 목에 걸리는 훈장. 낡은 양복에 낡은 구두.
가슴에 달린 훈장만이 번쩍거릴뿐이다.
S#17. 백화점 앞 (낮)
보도에 그려져 있는 사람 형상의 하얀색 락커표시 위로 분주하게 걷는 사람들.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는 채린. 눈자위가 붉어진다. 고개를 들어 백화점 정문을 돌아본다.
민망한 듯 고개를 돌리는 승우.
정문을 향해 걷는 채린. 뒤따르는 승우. (WIPE)
S#18. 백화점 내부 (낮)
텅 비다시피 손님이 없는 매장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속닥대는 직원들. 근무는 뒷전이다.
에스켈레이터를 타는 채린의 시선으로 멀어지는 직원들의 모습.
입점업체인 외제 화장품 코너의 여직원이 채린을 올려다 본다.
전화기를 드는 여직원.
여직원 : 예. 본사 관리부죠? 여기 삼송백화점인데요. 부장님한테 사장 딸이 왔다고 전해주세요. 예.
전화를 끊고, 올려다 보는 여직원의 시선을 따라. (WIPE)
S#19. 옥상 (낮)
카메라 부감으로, 보도의 락커자국에서 멀어지면,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채린의 모습이 보인다.
멀찌감치 채린을 지켜보고 있는 승우.
(채린 소리) : 어떻게.. 여기까지 혼자.. 왔어, 아빠? 한 번쯤 얘기는 해줘도 됐잖아.. 너무 힘들다고, 죽을만큼 힘들다고..
엄마, 나 버리고 뛰어내릴만큼 힘들다고..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어.. 아빠.. 불쌍해서.. 어떡하니.. 불쌍해서 어떡해..
채린의 눈에서 주룩 한줄기 눈물이 흐른다.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조용히 어깨를 흐느끼는 채린. 눈을 감으면, 휘청하면서 흔들린다.
쓰러질 듯한 채린의 몸을 받아 안는 승우.
채린, 승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채린 : 우리 아빠 봤지? 저기 저 아래로 떨어졌을때.. 우리 아빠 많이 안 다쳤지? 생전 모습 그대로 가신 거 맞지? 그치, 오빠?
승우 : 그래.. 하나도 안 다치셨어. 그 모습 그대로 가셨어, 채린아.
그제서야 울음을 엉엉 터뜨리며 우는 채린.
채린을 받아 안는 승우의 눈가도 붉게 충혈된다.
그런 모습이 부감으로 보여지며..
S#20. 청와대 앞 (낮)
검정색 복장의 안전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기풍. 안전요원의 완력에 팔이 뒤로 꺾이면,
기풍 : (아픔에 비명을 지르며) 이거 안 놔?
요원 : 대통령께 하실 말씀 있으면, 씨더블유디, 점 쥐오 점 케이알, 청와대 홈페이지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기풍 : 내가 대통령을 왜 만나? 우리 할아버지 찾으러 왔대니까!
요원 : (서로 눈짓을 하더니) 할아버지 이름이 뭡니까?
기풍 : 장삼부!
청와대를 빠져 나오는 일반 택시. 실갱이를 벌이는 기풍 옆으로 스윽 지나간다.
S#21. 차 안 (낮)
뒷좌석의 장삼부 시야로 보이는 기풍의 모습. 한심하다는 표정의 삼부.
장삼부 : 기사양반. 차 좀 세워 주겠음메?
S#22. 동 청와대 앞 (낮)
비명을 지르며, 발악하는 기풍과 무전을 하는 요원들 모습 앞으로 빠르게 후진해서 멈추는 택시.
삼부 내린다.
기풍 : 할배! (요원 손을 뿌리치며, 의기양양) 우리 할배야! (다가오며) 할배!
순간, 기풍의 머리통을 내려치는 삼부의 지팡이.
머리통을 움켜쥐고, 과장되게 비명을 지르며 폴짝대는 기풍.
삼부 : 간나 새끼~
기풍 : (인상, 머리통 문지르며) 할배, 지금 무슨 짓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삼부 : (다시 치며) 두 달만에 콧배기 비춤서리, 어데서 목구청을 높이네?
기풍 : (너무 아프다)
삼부 : 대가리 숙이면 목이라도 부러지네? (지팡일 치켜들면)
기풍 : 아,알았어, 하면 되잖아. (넙죽 업드려 큰 절, 형식적인) 그간 기체후 일향 만강하셨습니까? 할배.
삼부 : 너 때문에 안녕 못해! 이눔 새끼야!
기풍 : (벌떡 일어나서 훈장을 만져보며) 뭐야? 18케이잖아. 이거 하나 얻을려고 천억을 쐈어?
이바구가 틀리잖아. 손해보는 장산 절대 안한다며!
삼부 : 개차반 똥구녕에다 쳐박느니, 이거이 남는 장사아니겠슴.
기풍 : 글지 말고, 기부 약속 취소하자~ 응?
삼부 : (냉정하게) 더 할 말 없음 나는 간다이.
기풍 : (앞을 막으며) 생각을 좀 해봐.. 응, 할배. 할배 죽으면 제산 누가 지내줘? 국가에서 할배 제사 지내준대?
할배가 무슨 독립군이야? 현충일날 독립군 귀신들이랑 제사상 같이 받고싶어 그래?
삼부 : (능청) 할배 어릴 적 꿈이 독립군 되는 거였더랬어.
기풍 : (짜증) 정말 취소 안할꺼야?
삼부 : (눈을 부릅뜨며 지팡일 든다)
기풍 : (찔끔하다가, 버럭) 그럼 난 어떻게 살라구? 내가 엄마가 있어요, 아빠가 있어? 피붙이라곤 딸랑 할배밖에 없는데..
할배 이러면 나한테 자살하라는 거 밖에 더 돼요?
삼부 : (전경에게) 순사양반. 거기 총 좀 주기요. 이 아새끼래, 자살한다니께니 소원 들어줘야지~ 어서 줘보라우.
기풍 : (붙잡고 애원하며) 할배애~
삼부 : (성난 눈으로) 간나 새끼~ 할배 앞에서 뭐가 어드래? 종간나... 꼴도 보기 싫으니께 썩 꺼지라우 ~ (휑하니 차에 올라탄다)
(기사한테) 날래 가기요!
출발하는 택시.
기풍 : (열린 차창에 달라 붙으며, 징징) 할배~ 그냥 가면 어떡해? 차라리 여기서 날 죽이고 가.. (읔)
순간, 기풍의 머리통에 터엉 맞고 떨어지는 무엇. 휘청하는 기풍.
머리를 움켜쥐고 보면 커다란 열쇠고리에 매달린 열쇠 하나.
이마빡을 문지르며, 열쇠를 주워드는 기풍.
기풍 : (찬찬히 보다가 히죽 웃으며) 비밀 금고 열쇠! (허공에 열쇠를 던졌다가 받아 챈다)
S#23. 백화점 물류창고 (낮)
트럭에서 식품(야채류)를 내려놓고 있는 직원들. 그 위로 들리는..
(소리) : 뭐 하는 짓들이야, 지금!
움찔 돌아보는 직원들, 실루엣으로 어둠속에서 또각또각 걸어나오는 여자. 미라다.
황급히 절을 하는 과장.
과장 : 부사장님...
미라 : 누가 당신더러 물품 구매하라고 그랬어?
과장 : 저, 정이사님이 지시하셨습니다.
미라 : 돌려보내!
과장 : 예?
미라 : 당신 귀머거리야! 당장 돌려보내랬잖아! (휙 돌아선다)
S#24. 백화점 식품매장 통로 (낮)
빠른 걸음으로 걷는 성난 표정의 미라.
판매직원들 인사를 하지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빠르게 걷는다.
식품류들을 전시하고 있는 직원들.
미라 : 그만들 둬!
직원들 : (돌아보고 절을 하며 멈춘다)
정이사 : (쌓인 식품들 뒷편에서 나오며, 마지못한 듯 고개를 꾸벅 하면)
미라 : 정이사님이 물품 구매 지시했습니까?
정이사 : 예? (텅 빈 식품매장을 가리키며) 고객들 불평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서...
미라 : (O.L) 정이사님이 책임질겁니까?
정이사 : 예?
미라 : 사흘 후 터질 어음액수가 30억이예요. 정이사가 백화점 책임질꺼냐구요!
정이사 : (황급히) 죄송합니다.
미라 : (모두 들으란듯) 잘 들어요. 난 부사장일뿐이고, 최종결제권자인 대표이사 자리는 공석이예요.
송채린이 사장승계하기 전까진 아무도 결제권자가 없는 거야. 내 말 알아들어요?!
정이사 : 예..
미라 : 일 보세요!
너무 한다는 듯 보는 직원과 수근대는 고객들을 아랑곳 않고, 직원전용문을 향해 걸어나오는 미라.
[인써트]
헐레벌떡 달려와 사무실 문고리를 잡으려는 심복규.
S#25. 동 밖 (낮)
문을 휙 밀치고 나오는 미라. 문에 부딪쳐서, 얼굴을 움켜잡는 심복규.
미라 : (뭐야? 하는 표정으로 걸어가면)
심복규 : (코를 붙잡고 달라 붙으며) 송채린이 왔습니다. 부사장님.
미라 : ...! 지금 어딨어?
심복규 : 예.. 옥상에서 울고 있는 걸 제가 보고 왔습니다. 부사장님.
미라 : (비웃음) 울어야지. 스물 일곱밖에 안된 계집애가 징징짜는 거 말고 뭘 할 수 있겠어!
S#26. 복도 (낮)
옥상계단쪽에서 내려와 걸어가는 승우와 채린.
문득 채린의 눈길이 사장실 팻말에 멈춘다. 사장실 안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웅성거림.
채린, 그쪽을 향하려면 승우 잡는.
승우 : 오늘은 그냥 가자.
채린 : (마음 접고 지나치려는데)
이때 사장실에서 들리는 집기 부서지는 소리. 비명소리, 고함소리.
채린, 차마 돌려지지 않는 발걸음을 멈추는데
순간 밖으로 내팽겨쳐지는 남자.
헝클어진 머리, 풀어진 넥타이, 찢긴 와이셔츠에 청소복을 걸치고 있는 남자... 김충선 과장이다.
충선, 내팽겨쳐질 때 놓친 뭔가를 안타깝게 수습하는데
채린 다가가 보면 '사장 송채환'의 명패다.
채린 : (눈물 그렁해지며) ...삼춘
충선 : (그제야 채린을 알아보고는) 아가씨~
채린 : (만수의 손에서 아버지의 명패를 건네쥐고 할 말을 잃는데)
충선 : 아가씨 뵐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잘 모시질 못해서... 사장님이 그 험한 꼴로... (흑흑 운다)
채린 : 이러지 마세요, 삼춘. 저도 안 울잖아요, 네?
충선 : (억제하지 못하고 더 흑흑거리며) 제가 죽일 놈입니다요. 제가 죽일 놈이예요.
승우 : (괴로운 듯 입술을 무는데) ...
안에서 들리는 집기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사장 딸년 왔담. 그년 나오라 그래, 나오게 하란 말야" 하는 소리들.
아버지의 명패를 착잡하게 바라보던 채린, 마음 다지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승우 : (잡으며) 채권자들이야. 이성 잃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뭔 꼴을 당하려구?
채린 : ...오빠.
충선 : (O.L) 지금은 안됩니다. 아가씨이 자린 피하시구...
하는데 채린 손을 뿌려치고 사장실 안을 들어선다.
충선, 질겁을 하고 따라 들어가면
승우, 난감한 표정으로 뒤따르려는데
미라 : (소리) 최실장님?
승우 : (돌아보는) ?
S#27. 사장실 안 (낮)
책장이며 유리며, 화분들은 박살이 나 있고,
한쪽 구석으로 몰려있는 소파며, 음식시켜 먹은 그릇들, 난장판이다.
화난 듯 설치던 채권자들, 채린의 등장에 잠시 의아한 표정인데
채린, 들고온 아버지의 명패를 책상에 단정하게 놓고 엉망인 실내를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다...
채린 : 돌아가신 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나요?
채권자1 : 저건 뭐야?
채권자2 : (책상에 쓰러져 있는 가족 사진 속 채린의 얼굴을 보고는) 저거 송가놈 딸년 아냐?
하면 일동 우악스럽게 달려들의 채린의 멱살을 움켜쥔다.
채권자1 : 니년이 외국에서 펑펑 쓰고 다닌 돈이 어떤 돈인 줄 알기나 해?
채권자2 : 남의 생떼같은 돈 떼먹고 뭐 예의? 뚤린 입이면 단줄 알아?
충선 : (끼어들며) 여러분 제발 이성을 차리세요, 이성을 (밀쳐 나뒹군다)
채권자들의 손에 투툭~ 뜯겨져 나가는 단추.
멱살을 잡힌 채린, 넋을 잃은 듯 그들의 손에 흔들리는데.
S#28. 동 사장실 앞 (낮)
다가오는 미라와 뒷편의 복규.
승우는 누군지 모르겠다는 표정.
미라 : 양미라예요. 지난 번 신우그룹 창립기념파티때 뵀었죠?
승우 : 아, 예..
미라 : (사장실 소리를 신경쓰는 듯) 채린이가 왔다고 해서 저도 혹시나 하고 와봤는데.. 최실장님이 계시니 결 마음이 놓이네요.
얼른 들어가 보세요.
승우 : 예, 그럼. (인사를 한다)
미라 : (단정하게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긴다)
복규 : (달라붙으며) 송채린이 사장실에 있는 모양인데, 왜 그냥 가십니까?
미라 : (낮게) 조용히 못 해!
S#29. 동 사장실 (낮)
채린의 멱살을 흔드는 사람들.
그들 손에 흔들리는 채린, 눈물은 없다.
충선 어떻게든 채린을 구해보려 애쓰지만 역부족이고
채권3 : 니년 에민 어딨어? 빨리 말 안해?
채권자2 : 돈 다 뒷구멍으로 빼돌린 거 알아! 빨리 우리 돈 내놔!
채권자1 : 니 애비만 자살하면 다 끝나는 줄 알아? 저 하나 죽으면 끝인줄 아냐고?
입술을 물고 채권자들의 실랑이를 감수하던 채린의 눈이 순간 붉게 충혈된다.
채권자3의 발에 밟히는 사진틀 속의 채린과 아버지.
순간적으로 채린의 눈가에 어리는 독기...
채린 : 당신들이라면.. 목숨하고 돈을 바꿀 수 있어요?!
채권자들 : (일순간 찔끔하는데)
채린 : 그럴 수 있다면, 이따위 백화점 다 가져가도 좋아. 그 대신, 우리 아빠.. 우리 아빠 돌려줘!
(그렁그렁한 눈을 부릅뜨고 노려본다)
충선 : (북받쳐) 사장님~ (주저앉아 운다)
숙연해지는 분위기. 채권자들, 잡았던 멱살을 슬그머니 푼다.
엉망이 된 채린의 모양새를 갖춰주려 애쓰는 충선. '사장님.. 사장님' 하며 계속 흑흑거린다.
순간 벌컥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승우. 채린의 모습에 아연해지는데...
채린, 채권자들 사이를 당당하게 걸어간다.
그녀의 걸음이 멈춘 곳... 망가진 가족사진이 있다. 그 사진틀을 잡는 채린의 손끝이 가늘게 떨린다.
승우, 그녀를 부축하려면 가볍게 거절하고 문밖으로 나가는 채린.
승우, 그녀가 당한 봉변에 치가 떨리는 판인데...
채권1 : 두고봐! 니년 발가벗겨서라도 받아내고 말꺼니까!
휙 채권1을 보는 승우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움찔하는 채권1.
승우 : 당신...! 기억해두겠어... (눌러 참고 나간다)
채권1 : 저새낀 뭐야?
S#30. 복도 (낮)
채린을 뒤따라 나오는 승우.
문이 닫히면, 휘청하는 채린을 부축하는 승우.
승우 : 괜찮니? 괜찮아? (안타깝다)
채린 : (힘들게 끄덕이며 비상계단으로 비척비척 걸어간다)
자켓을 벗어 채린의 몸을 감싸주며, 부축해 가는 승우의 뒷모습.
스윽 화면 앞으로 몸을 드러내는 미라와 복규.
미라 : 흥~ 고양이 새낀 아니군.
복규 : 그럼 호랑이 새낍니까, 부사장님?
미라 : (찌릭 노려보면, 찔끔하는 복규, 고개를 흔들며) 아까워..
복규 : 뭐가 아깝습니까? 부사장님?
미라 : (짜증난다) 송채린한테 내일 보잔다구 전화해! (휙 나간다)
S#31. 계단 (낮)
한 걸음, 두 걸음 걸어 내려오는 채린. 털썩 주저앉는다.
짓밟힌 구두자국이 선명한 사진속의 아버지 얼굴을 매만져 보는 채린. 어깨가 가늘게 떨리며 사진을 가슴에 안는다.
'끅,끅' 속울음을 삼키는 채린.
승우, 채린을 위로하려다가, 어쩌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S#32. 기풍집 (낮)
어딘가에서 소형금고를 꺼내서 탁자위에 조심스럽게 놓는 기풍. 무릎 꿇고 심호흡.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기풍 : 주님! 예수님! 부처님! 저 무척 소박한 놈입니다. 많은거 안바라겠습니다.
그저 평생 놀고 먹고, 죽을때 자식새끼한테 유산 쬐금 나눠줄 정도만 주심 됩니다.
자가용 비행기까지도 안 바랍니다. 딱 하나, 그저 십인승 요트에 깔치 아홉명만 태울 수 있으면 됩니다.
오, 주여. 에이멘. (섭섭한지) 아제아제 바라아제 (운율을 맞춰) 모제 사바하~
기풍 손바닥을 비비고 열쇠를 구멍에 넣는다.
금고에 귀를 붙인 채, 찰칵 소리가 들리면..
기풍 : (전율하며) 으으~ 천국문 열리는 쏘리~ (후욱~ 심호흡을 하고 금고문을 활짝 연다)
썰렁한 금고 안.
눈을 껌벅이는 기풍. 손으로 벅벅 긁어내면..
낡아빠진 회중시계 하나. 펄럭대는 초등학교 성적표. 그리고 황토색 봉투 하나가 전부다.
우씨~ 얼굴이 구겨지는 기풍
회중시계를 펼쳐보면, '제0회 고등고시 동기회'이라고 적힌 글씨.
기풍 : 아빠.. 시계잖아. (시계 내려놓고, 후~ 봉투에 바람을 불어 넣어 채권을 꺼내든다) 삼송백화점 채권?
가만, 똥글뱅이가 몇 개야? 한나, 둘, 셋.. 여덟, 아홉, 열.. 열이면, 백..억? 백..억.
(머리칼을 움켜잡으며) 겨우 백. 천에 십분지 일. 천억을 사채이자로 계산하면, 적게 잡아 하루 1프로니까, 10억,
열흘이면 백억.. 으아, 열흘 이자밖에 안되잖아. (벽에 걸린 초상화를 보며) 영감!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냐?
초상화 옆의 시계를 보면 4시 50분을 지나고 있다.
벌떡 일어나 채권을 들고 달려 나가는 기풍.
S#33. 은행 앞 (낮)
마악 셔터가 내려지는 은행문. 정신없이 달려오는 기풍.
기풍 : 안돼!
내려가는 셔터를 향해 슬라이딩 하듯이 몸을 날린다.
철컥 셔터가 끝까지 내려가고, 슬라이딩이 짧았다.
원망스레 셔터를 올려보다가 뒤로 쿵 눕고 만다.
S#34. 계단 (이브닝)
비상계단에 등이 켜져있다.
파리한 얼굴로 앉아있는 채린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 승우. 채린의 풀어진 옷매무새를 바로 잡아준다.
울어서 벌개진 눈으로 승우를 바라보는 채린. 고맙고 사랑스럽다.
채린 : (표현하기 쑥스러워, 고개를 위로 쳐들고 눈을 깜박인다) 나 눈 퉁퉁 부었지? (눈을 만지며) 씨~ 엄마 만나러 가야 되는데..
승우 : (손을 잡아주며) ..아냐, 이뻐.
채린 : (승우를 보고, 처음으로 미소)
승우 : (채린의 얼굴을 소중하게 감싸쥔다)
S#35. 달리는 차 (이브닝)
서울 야경 숲을 따라 달리는 승우의 차.
승우와 채린 각자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다.
S#36. 호텔 앞 (밤)
진입로를 따라, 정문 앞에 멈춰서는 승우의 차. 달려오는 호텔맨에게 발렛주차를 맡기려 하면..
채린 : 그냥 가, 오빠.
승우 : 바래다 줄께.
채린 : (고개를 흔든다) 엄마랑 둘이 있고 싶어.
승우 : (그 맘 알 것 같다) 그래, 그럼. 조심해서 들어 가.
채린 : (내리려는데)
승우 : 채린아.. (돌아보면) 이거.. (핸드폰을 건넨다)
채린 : (받는다) 고마워.. 갈께. (내린다)
힘없이 걷는 채린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보다가, 안으로 들어가면 차를 돌리는 승우.
S#37. 호텔 복도 (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걷는 채린,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손에 꼬옥 쥔다.
(E) 메시지 알림 신호 울리고..
승우 : (소리) 채린아, 지금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너 돌아와서 기쁘다.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푹 자..
이제 부턴 오빠가 알아서 할께.
채린 : (미소, 핸드폰 가방에 넣고, 벨 누르면 기척이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쿵쿵 두들기며) 엄마! 엄마?!
문이 열리면, 초췌한 얼굴의 채린모가 잠옷차림으로 서 있다. 불쾌한 얼굴.
채린을 보더니, 와락 안는 채린모. 채린 가슴에 포옥 안긴 꼴이다.
채린 : 엄마..
채린모 :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본다)
채린 : (어깨를 두들겨 주다가, 보며) 엄마, 술 마셨어?
S#38. 호텔방 안 (밤)
제법 넓은 쥬니어 스위트 룸이다.
소파에 앉는 채린모. 테이블엔 양주병이 반쯤 비워져 있다.
채린모 : 쬐금 마셨어, 쬐금. (잔을 건네며) 너두 마실래? (자리에 앉는 채린 반응이 없자 자신이 마시려한다)
채린 : (잔을 빼앗으며) 그만해. 취했어.
채린모 : (다시 빼앗으며) 싫어. 더 마실꺼야.
빼앗으려는 채린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채린모의 실강이. 술이 엎질러지고, 바닥에 떨어지며 깨지는 술잔.
채린 : (원망스러워져서) 엄마! (티슈를 뽑아 유리를 치운다)
채린모 : 너, 나뻐, 못 됐어!
채린 : ....? (보면)
채린모 : 너도 니 아빠도 다 못됐어! 아침부터 내내 기다렸어. 너 온다고, 너라도 온다고.. 엄만 하루 종일 기다렸는데..
아무도 안 와. 너도 안 오고, 니 아빠도.. (주룩 눈물 흐른다)
채린 : 엄마.. (다가가 안아준다)
채린모 : (울먹이며) 나쁜 사람. 얘기나 하지 말지.. 금새 퇴근해서 올 것처럼... 약속이나 하지 말지.
채린모의 등을 쓰다듬어 주는 채린의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S#39. 승우의 집 (밤)
실내화로 갈아 신으며 들어오는 승우. 피곤한 듯, 얼굴을 부비다가
거실에서 NHK 쓰모 프로를 보고 있는 승우부(최영환)를 본다.
승우 : (공손하다) 늦었습니다.
최회장 : (뒤도 안보고) 얼굴 보기 힘들구나.
승우 : 죄송합니다.
최회장 : (비꼬듯) 피곤도 하시겠지. 남의 상가집에서 사흘씩이나 꼬박 샜으니.
승우 : ....
최회장 : (일어나 승우 앞을 지나치며) 니가 애비 죽어서도 그러는지 한 번 보구 싶다만,
그거 보자구 누구처럼 생목숨 내놓을 수도 없고..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승우 : ..채린이.. 귀국했습니다.
최회장 : (마땅치 않다) 허이구- 사흘 밤샘도 부족해서 꽃마중까지 갔다오셨다? (끌끌) 올라가라. 회사에서 보자.
승우 : (갑갑해져, 넥타이를 풀면)
승우모 : (이층에서 내려온다)
승우 : 다녀왔습니다.
승우모 : (자상하다) 피곤하지? 욕조에 물 받아 놨다.
승우 : 어머니.. 채린이 귀국했습니다.
승우모 : 그래? 얘는 괜찮든? 까부라지진 않고?
승우부 : (소리. 버럭!) 오밤중에 무슨 사설이 그렇게 길어? 이부자리 안 깔어!
승우모 : (찔끔, 안방을 향해) 들어가요~ (낮게) 어서 올라 가. 아버지 더 역정 내시기 전에.. (간다)
S#40. 승우방 (밤)
불조차 켜지 않고 의자에 앉는 승우.
액자등을 켜면, 액자속에 웃고 있는 채린과 승우.
채린을 매만져 보는 승우. 앞으로 일들이 더욱 걱정스러워져, 움직일 줄 모른다.
S#41. 기풍집 (밤)
냉장고 문을 여는 기풍. 깨끗하게 비어 있다.
기풍 : 영감 진짜 넘 하는구만, 다 쓸어갔어요, 다~
배가 고픈지, 수도물을 받아 마시는 기풍. 트림을 꺼억한다.
소파 위로 몸을 날려 이리뒹굴 저리뒹굴 구르는 기풍. 채권에 침을 퉤퉤 뱉어서, 이마에 떠억 붙인다.
기풍 : (갑자기 수화기를 들더니) 아, 지점장? 나 장기풍인데~ 백억! (뚝 끊고, 다시 들더니) 백억!
지겨운지, 수화기를 툭 던지고, 벽시계를 흘낏 보면 저녁 11시가 넘었다.
기풍 : 시간 드럽게 안 가네 ~
S#42. 호텔방 (밤)
침대에 채린모를 눕히는 채린, 이불을 덮어준다.
채린모 : (잠꼬대) 채린아.. 아빠 이제 못 오겠지? 엄마 보러 못 오겠지.. (울먹인다)
물끄러미 내려다 보는 채린. 엄마가 안쓰럽다.
소파에 털썩 앉는 채린. 지쳤다.
쓰러지듯 모로 눕는 채린. 커튼 너머 아스라한 창문 불빛들이 차갑게만 느껴진다. (F.O)
S#43. 신우그룹 본사 (아침)
자동차 시야로 보이는 신우그룹 본사의 위용.
차에서 내리는 승우. 수위 경례를 하고, 목례를 하는 직원들.
승우 모습을 따라가면..
S#44. 기획조정실 (낮)
원형 테이블에 앉아 있는 M&A 팀들.
승우 : (중앙에 앉으며) 시작하세요.
팀장 : (디지털 보드에 빽빽히 적힌 영문들을 가리키며) 전월 삼송백화점의 영업활동 결과를 중심으로
Discounted cash flow에 따라 수익가치를 평가했습니다.
승우 : 현금할인율이 객관적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삼송 소유 부동산과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가 어렵고
merger 이후의 시너지 효과에 의한 실현수익이 무시될 수 있으니까 상대가치 평가법과 수익가치법을 병행해서 판단합시다.
팀장 : 예.
승우 : (일어나며) 삼송백화점 카드 발행숫자와 현재 이용자 현황도 오늘 안으로 파악해서 보고해요. (일어난다)
S#45. 승우 집무실
자리에 앉는 승우와 신팀장.
승우 : 27일에 삼송에 30억 진성어음이 들어오지? 삼일 남았는데, 삼송측 동향은 어때?
팀장 : 당좌는 모두 막힌 상태고, 자체적으로 조달할 움직임도 전혀 없어.
승우 : 우리쪽 자본 확보는 충분해?
팀장 : 가능이야 하겠지.
승우 : (보면)
팀장 : 회장님은 절대 이런 방법을 원하진 않으실꺼다. 차입인수를 선호하시니까, 오히려 인수 방향을..
승우 : (단호하게) 형, 책임자는 나야. 내 방식대로 추진해줘!
팀장 : (머뭇) 알았다. 다른 할 말은 없고?
승우 : (끄덕인다)
팀장 : (일어나며 한숨) 아이고, 이거 부자지간에 전쟁이나 안 벌어질지 모르겠다.
승우 : .....
S#46. 기풍집 (낮)
창가로 스며드는 햇볕에 눈을 찡그리며 뜨는 기풍. 햇살을 피하려 몸을 돌리다가, 소파에서 쿵 떨어진다.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는 기풍. 이마에 붙어 있는 채권을 찾아, 바닥을 더듬거리며..
기풍 : 내 돈, 내 돈 어딨지? (하다보면 이마에서 채권이 떨어진다)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며 채권을 주어드는 기풍. 채권에 키스를 쪼옥 한다.
S#47. 명동거리 (낮)
지하철역 앞.
폼나는 양복에 삐가번쩍한 구두, 선글라스까지 끼고 서 있는 기풍.
품안에 회중시계를 꺼내 보더니, 폼사리나게 모범을 불러세운다.
지하철 계단에서 올라와, 허리를 펴는 백할머니. 기풍의 뒷모습을 보며..
백할머니 : 사지 육신 멀쩡하게 젊은 놈이.. (혀 끌끌)
S#48. 차 안 (낮)
기풍 : 한별은행 갑시다! (사이) 아니, 외제차 전문매장부터!
S#49. 호텔방 (낮)
침대에 누워, 신음을 내고 있는 채린모.
채린이 커튼을 걷으면 몸을 웅크리며 더욱 크게 앓는 소리.
채린 : 룸 서비스에 스프 부탁해 놨으니까, 올라오면 먹어.
채린모 : (부시시해서 일어나며) 어디 가?
채린 : 백화점.. 미라 언니가 보재.
채린모 : 어젠 최서방이 바래다 줬니?
채린 : 우리가 언제 결혼했어? 무슨 최서방이야?
채린모 : 약혼했잖니, 벌써 삼년째야. 너무 길어도 흉돼.
채린 : (싫다) 갔다 올께. (가려하면)
채린모 : 이따가 최서방 좀 들르라 그래.
채린 : (짜증나 돌아보며) 왜?
채린모 : 여기서 계속 살 수 없잖니? 최서방이 우리 살 집 알아봐준댔어. 엄만, 호텔 갑갑해서 싫다.
채린 : (답답하다) 엄마..!
채린모 : (채린 의도를 잘 못알고 둘러보며) 그래, 여기 꼴이 좀 그렇지? 밖에서 만나자 그럴까? 같이 저녁 먹자 그럴래?
채린 : (짜증) 엄마! 왜 오빠가 우리 살 집을 알아봐줘?
채린모 : 얜~ 최서방이 남이니? 말 나온 김에 묻자, 너 대체 언제 결혼할꺼니?
채린 : 엄마, 아빠 돌아가신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래?!
채린모 : 그래서 더 이러는 거야. 이제 누가 있니? 너랑 나, 달랑 둘 뿐이잖아.
최서방 아니였음 엄마가 어떻게 됐을지 생각이나 해봤니? 엄마 혼자서 어떻게 견뎠을지 생각해 봤냐구?
채린 : 그렇다고 지금 꼭 이래야 돼?
채린모 : 어쩜, 넌 니 아빠랑 똑같니?
채린 : 뭐가?
채린모 : 엄마 생각은 손끝만치도 안하고, 너 편한대로만 할려고 그러잖아?
채린 : (더 이상 말도 꺼내기 싫다) 갔다 올께! (휙 가면)
채린모 : (닫힌 문에 대고) 우릴 도와줄 사람은 최서방밖에 없어, 알기나 해?!
(머리가 아픈 지, 신음소릴 내며, 이불에 얼굴을 묻는다) 나쁜 기집애 ~
S#50. 외제차 전문매장 앞 (낮)
차에서 내리는 기풍. 쓰윽 훑어 보더니..
기풍 : (기사에게) 아이씨~ 잠깐 기다려. 메타기 꺾지 말고.. 오케이?
휘휘 휘파람을 불며 매장으로 들어가는 기풍.
S#51. 매장 안 (낮)
진열되어 있는 대형외제차부터, 날씬한 스포츠카, 쿠페, 머스탱 등이 현란하게 보여지고..
운전대를 붙잡고, 폼을 잡는 기풍을 쩔쩔매며 쫓아다니는 직원.
빨간색 스포츠카 앞에 서더니.. 얼굴이 환해진다.
기풍 : (손을 내밀며) 키 ~
직원 : 아, 예.. 손님 이건 전시용이고, 새 제품은..
기풍 : 딴데 가까?
직원 : 아닙니다. 손님. 드려야죠. (차키를 공손하게 받친다)
기풍 : (올라타고 시동을 건다)
직원 : 손님.. 결제는..
선행하는 머플러의 커다란 진동음.
S#52. 거리 (낮)
방방거리며 폼나게 차를 모는 기풍.
S#53. 모범택시 안 (낮)
조수석에서 조바심이 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직원.
직원 : 하~ 저렇게 밟으면 안되는데.. 바짝 붙어요. (기풍이 차선을 바꾸며 앞차들을 추월하면) 바짝 붙으라니까.
운전실력이 거 밖에 안돼요? 당신 모범 맞어?!
S#54. 은행 앞 (낮)
차를 세워두고, 삑삑 자동잠금장치를 누르고, 들어가는 기풍.
멀리 모범택시가 달려와 멈춰선다. 헐레벌떡 안으로 따라 들어가는 외제차 직원.
S#55. 은행 안 (낮)
북적대는 은행풍경. 대기번호가 수십명이 밀려있다.
굳이 손님이 밀리는 이쁜 여직원 앞으로 가는 기풍. 채권을 받침대에 올려놓고, 툭 민다.
여직원 : 손님. 번호표대로 순서를 지키셔야 되는데요.
기풍 : (채권을 향해 턱짓을 한다) 몽땅 현찰로..
여직원 : (채권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자, 잠시만요, 손님.
차장에게 직접 가는 여직원.
싱긋 웃는 기풍. 주변을 여유롭게 보는 기풍.
차장, 여직원의 눈짓에 기풍을 보더니 후다닥 달려나온다.
절을 꾸벅하는 차장.
차장 : 명동지점. 이종구차장입니다.
기풍 : (거만하게 손을 내밀며) 장기풍이요.
차장 : (허리를 숙여 두손으로 잡으며) 영광입니다. 이쪽으로..
덩달아 으쓱대며 따라가는 직원과 기사.
S#56. 지점장실 (낮)
거만하게 발을 꼬고 앉아 있는 기풍. 뒷편에 멀쭘히 서 있는 외제차직원과 모범택시기사.
지점장, 차장에게서 공손하게 채권을 받아든다.
기풍 : 백억 모두 현찰로!..는 너무 무거우니까.. 한 이 억만 현찰로 찾고 나머진 계좌 하나 터 주쇼.
채권을 보는 지점장, 돌연 긴장된 얼굴로 기풍을 본다.
S#57. 백화점 부사장실 (낮)
중앙 소파에 앉아 있는 미라에게,
복규 : 부사장님, 지금 이렇게 있어도 되는 겁니까?
미라 : 무슨 소리야?
복규 : 힘들게 경영권 전쟁 벌였는데, 회사 부도나면 말짱 끝 아닙니까? 사흘 후 돌아올 어음 막아야지, 채권단 회의 때도..
미라 : 사장이 막아야지 내가 왜 막아.
복규 : (갑갑해져) 그러니까요 ~ 송채린이 무슨 재주로 30억 어음을 막냐구요? 어음 못 막으면 바로 법정관리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럼, 채권단이 가만 있겠습니까? 당연히.. (뭔가 생각히 잡히는 듯) 아.. 그러니까, 송채린이 어음을 못 막으면,
채권단은 송채린이 후임사장이 되는 걸 보이코트 하게 되고, 그럼 자연스럽게 부사장님이 사장으로..
미라 : 이제 알겠어?
복규 : (조아리며) 천재십니다. 천재.
노크 소리와 함께, '송채린씨 오셨습니다' 하는 비서 목소리.
복규, 잽싸게 문쪽으로 가고, 표정을 바꾸는 미라.
들어오는 채린에게 절을 하고 나가며 문을 닫는 복규.
마주앉아 있는 채린과 미라.
미라,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으며..
미라 : 모든게 내 잘못이야. 내가 헛된 욕심만 부리지 않았어도.. 니 아빤..
채린 : 언니, 다 지난 일이잖아.
미라 : 아니야, 채린아. 내가 나빴어. 난 있지, 지난번 니 아빠가 무상증자할 때, 날 밀어내려고 하는 줄 알았어.
이 백화점이 어떤 곳이니? 너네 할아버지하고 우리 아버지가 피땀으로 일으킨 곳이잖아. 그래서..
채린 : 그만 해, 언니.
미라 : 언닐.. 이해해 줄 수 있지?
채린 :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미라 : (손을 잡으며) 고맙다. 너마저 날 이해해주지 않으면, 나도 사장님 따라 죽을 작정이었어.. (눈물을 닦고 일어선다) 가자.
채린 : 어...딜?
미라 : 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S#58. 회의실 (낮)
문을 열고 들어와, 안내를 하는 복규.
들어오는 채린. 멈칫 선다.
대기하고 있던 이사진들, 목례를 한다.
채린 : (뭐라 할 말을 잃는다)
미라 : 우리 백화점 이사님들이야. 니가 귀국하기만 학수고대 하신 분들이지.
(중앙 자리를 가리키며) 앉으시죠. 신임 사장님 자립니다.
채린 : (놀라) 언니..
S#59. 신우그룹 회의실 (낮)
최회장 : (앉으며) 지금 한별은행 부행장 만나고 오는 길이야. 법정관리는 기정사실인 모양인데.. 최실장 생각은 어떤가?
승우 : 법정관리가 되면, 백화점 신임도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M&A가 늦춰진다면, 차후 고객확보가 어렵고,
백화점을 리모델링 한다 해도 최소 일 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최회장 : 그래서?
승우 : 유통업에 새로이 진출하려는 우리 신우 입장에서는 삼송의 시장점유율을 이어 가는게 훨씬 합리적이라는..
최회장 : (O.L) 그래서! 삼송이랑 손을 잡자는 거냐? 껍데기만 남은 회사하고?
승우 : 삼송 재무구조는 어느 백화점 못지 않게 튼튼합니다.
최회장 : (버럭) 고작 이따위 결론 내리라고 니 놈들한테 비싼 연봉 떠안기는 줄 알아?!
니들 연봉이면 중소기업 하날 더 인수한다,이 놈들아! (팀장에게) 법정관리로 보낸 다음 인수하는 걸로 방향 수정해!
(일어나며, 승우에게) 나 좀 보자! (나간다)
팀원들 : (어쩌냐는 듯 승우를 본다)
승우 : (팀장에게, 낮게) 계획대로 추진하세요.
팀장 : (뭐라고 말하려 하지만, 승우 등을 돌린다)
회의실에서 사장방으로 연결된 통로를 걸어가는 승우.
S#60. 동 사장실 (낮)
최회장 : 송사장일이 마음에 걸리는 거냐?
승우 : ......
최회장 : 아니면, 송채린이가 그렇게 해달라고 하더냐?
승우 : ..얘기 된 거 없습니다.
최회장 : 널 사랑타령에 목매는 놈으로 키우진 않았다.
승우 :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최회장 : 긴 말 할 거 없다. 어차피 사흘 후면, 삼송은 공중분해 돼. 그때 인수하도록 해!
승우 : 잃는게 더 많습니다.
최회장 : 난 잃을 거 없다.
승우 : 아버지!
최회장 : (앉으며) 내 얘긴 끝났다. 가 봐!
승우 : (돌아서는 착찹한 얼굴에 무언가 결의가 보인다)
S#61. 회의실 (낮)
중앙 자리에 앉아 있는 채린위로 들리는.
미라 : (소리) 백화점의 최대주주는 송사장님이셨습니다. 사장님이 돌아가셨으니까, 상속자인 송채린 양이 최대주주가 됩니다.
송채린 양은 이미 사외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관계로,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 직책을 인계받게 됩니다.
채린 : (당황) 언니...
미라 : (이사들에게) 이의 없으시죠?
이사들 : 예. / 이의 없습니다..
채린 : (난감하다) ....!
미라 : 김이사님. 새사장님께 백화점 상황을 설명해 주시죠.
이사1 : 지난 20일, 3차부도 이후로, 주거래은행에서 모든 당좌거래를 막은 상태와 우선 시급한 것은 사흘 후 돌아올 30억 어음을
막는 일입니다. 채권단과의 1차회의 역시 같은 날인 27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미라 : 그게 채무액 전분가요?
이사1 : 예, 지금은 그렇습니다만.. 문제는 전임 사장님께서 제 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에 돌린 융통어음이 얼만지
정확히 모른다는 겁니다. 만약.. 채권단 회의때, 우리가 모르는 어음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회산 완전 도산하고 맙니다.
채린 : (두렵다)
미라 : 그럼.. 새사장님 의견도 좀 들어봐야죠?
S#62. 지점장실 (낮)
탁자 앞으로 엎어질 듯 다가오며..
기풍 : 지, 지금 뭐라 그랬습니까?
지점장 : 부도 어음이라구요.
기풍 : 씨, 알아듣기 쉽게 얘기 좀 해봐봐요.
지점장 : 이걸 돌리면 삼송백화점은 완전히 도산하는 거고, 선생께서는 한 푼도 못 받게 된다 이 말입니다.
한 마디로 휴지조각이라는 거죠.
기풍 :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백억이 휴지가 돼? (정신 못차리고) 백억원어치 휴지면, (기사에게) 휴지 한 통에 얼마죠?
(지점장에게) 뭐 방법이 없어요?
지점장 : 뭐 굳이 돌리겠다면, 도장 하나는 찍어줄 수 있습니다.
기풍 : 무슨 도장요? 돈 받게 해준다는 확인 도장이요?
지점장 : 아뇨, 부도 확인 도장!
기풍 : 으아아! (비명같은 소리를 지른다)
S#63. 은행 앞 (낮)
전 씬과 연결되는 비명소리.
외제차 직원의 주먹에 나가 떨어지는 기풍.
부아가 치미는지, 쓰러진 기풍을 걷어 차버리고 가는 외제차 직원.
휴우~ 한숨을 내쉬는 기풍. 이번엔 모범기사가 손에 장갑을 낀다.
기풍 : (방어자세를 취하며) 때린데 또 때리지만 마세요..
S#64. 동 회의실 (낮)
묵묵히 채린의 답변만 기다리고 있는 이사진들.
미라, 눈짓하면
복규 : (냉큼) 사장님, 모두들 기다리시는데, 얼른 한말씀 하셔야죠?
채린 : (입술이 떨린다) 전.. 아직..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거든요?
(이사를 보며) 이.. 럴때 우리 아빠.. 아니, 송재환 사장님은 어.. 떻게 했었죠?
이사들 : (외면한다)
복규 : 송사장님이야 자살 하셨잖습니까?
정이사 : (복규를 노려본다)
복규 : (찔끔하면서, 미라 뒷쪽으로 물러선다)
채린 : (절망스럽다) 채권단.. 회의가 사흘 후랬죠? (겨우) 이틀만 시.. 간을.. 주세요.
S#65. 복도 (낮)
문이 열리며, 나오는 이사들.
모두 사라지면, 열린 문틈으로 자리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채린이 보이고..
문을 닫고 나오는 미라.
복규, 뒤따르며..
복규 : 애가 파랗게 질렸는데요. 금방 울 것 같더라니까요. 이제 사장님 되시는 건 시간문젭니다.
(오버해서, 꾸벅) 축하드립니다, 삼송백화점 대표이사 양.미라 사장님.
미라 : (피식) 아직 방심할 때가 아냐. 채권자들 어딨지?
복규 : 사장실에 모여 있습니다. 왜요?
S#66. 백화점 앞 (낮)
휴지로 코를 틀어막은 기풍. 얼굴 여기 저기가 울긋불긋하다.
기풍 : 너네 나한테 다 죽었어.
S#67. 사장실 (낮)
멋대로들 앉아 있는 채권단들.
들어오는 복규.
복규 : (밝게 웃음) 안녕들 하십니까?
채권단 : (달갑지 않다는 표정들)
복규 : 따끈따근한 소식 갖구 왔는데 ~ (채권단이 반응을 보이자) 아마, 오늘 이사회에서 새사장을 뽑은 모양이던데~
채권단 : 누군데? 송사장 딸?
복규 : (끄덕) 근데.. 새 사장이 위임을 거부하고, 시간을 좀 달랬댑니다.
채권단 : 무슨 시간을 더 달라는 거야?
복규 : 글쎄요. 다 때려치고 잠수탈려는 거 아닐까요?
채권단 : 뭐? 그 년 지금 어딨어?
복규 : 회의실에 있다고 들었는데~
우르르 몰려 나가는 채권단들.
히죽 웃는 복규. 문을 닫더니,
복규 : 사장실에서 피우는 담배는.. 어떤 맛일까? (담배를 물어 후욱 내뿜는다)
발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찰라, 쾅! 문이 열리며,
기풍 : 사장 어딨어!
끼익, 문짝이 움직이면, 부러진 담배를 물고 벌개져서 서 있는.. 복규.
기풍 : (멱살을 잡으며) 당신이 사장이야?
복규 : (고개를 흔든다)
기풍 : 사장 어딨어?
복규 : 회.. 회의실에..
기풍 : (휙 밀치고, 달려 나간다)
복규 : (부러진 담배를 잡으며) 사내.. 금연.. 인과 응보. (코피 주룩)
S#68. 회의실 (낮)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충선.
충선 : 아가씨!
채린 : (수심에 찬 얼굴로 고개를 든다) 삼춘...
충선 : (손목을 잡아 끌면) 빨리 여길 나가셔야 됩니다.
채린 : 왜요?
충선 : 지금 빚쟁이들이 개떼처럼 몰려오고 있다니깐요. 어서요~
밖에서 들리는 채권단들의 '회의실 어디야?' 고함소리와 발자국 소리들.
다급해지는 충선. 회의실 잠금장치를 잠근다.
순간, 손잡이 돌리는 소리. 쾅쾅 두들기며 문 열라 소리치는 채권단들.
채린 : 채권단 회의는 사흘 후 아닌가요?
충선 :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눈들이 (뒤집는 동작) 이렇게 됐습니다.
채린 : ..만나겠어요.
충선 : 아가씨 ~
S#69. 복도 (낮)
모퉁이를 돌아 달려오는 기풍. 회의실 앞에 엉켜있는 채권단들을 보더니, 질새라 채권단 사이로 끼어든다.
파고 들어, 문을 걷어차고, 머리로 받으며..
기풍 : 사장 안 나와?!
채권3 : 당신도 채권단이야?
기풍 : 보면 몰라! (문을 마구 걷어찬다)
S#70. 동 회의실 안 (낮)
문쪽으로 가려는 채린.
충선 : (손을 벌려 막으며) 아가씨.. 지금 나갔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릅니다. 어제 분위기가 아니라니깐요.
채린 : (망설인다)
충선 : 어차피 채권단 회의때 보잖습니까? 제 말 들으세요.
망설이는 채린의 손을 나꿔채고 회의실 옆문으로 빠져 나가는 충선.
S#71. 동 복도 (낮)
회의실과 연결된 다른 방문이 슬그머니 열리며, 삐죽 고개를 내미는 충선. 기역자 모퉁이에 채권단의 뒷모습이 보인다.
몸을 조심스레 빼는 충선. 채린을 슬그머니 당긴다.
채린 나오면, 자신의 뒷모습으로 가리며, 엘레베이터 앞으로 민다.
버튼을 사정없이 누르는 충선. 느리게 변하는 숫자들에 마음이 탄다.
띵동! 하고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면..
휙 돌아보는 채권단 하나.
채권단 : (채린을 본다) 저깄다! (달려온다)
충선 : (질겁을 하며 채린을 태운다)
채린 : 삼춘..
충선 : (비장..) 여긴 제가 지키겠습니다.
달려오는 채권단을 향해, 양 팔을 쫘악 벌리며 눈에 힘을 주는 충선.
채권단들의 속도에 큰대자 자세 그대로 밀리며, 엘레베이터 앞을 막는다.
채권단 : 이 나쁜 년아! 어딜 도망쳐! 너만 살겠다는 거냐! 엉!
기풍 : (뒤쪽에서, 안간힘을 쓰며 고개를 내민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보이는 채린의 절망스러운 얼굴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진다.
기풍 : (눈이 휘둥그레진다)
S#72. 엘레베이터 안 (낮)
절망스러운 채린. 유리를 통해 보이는 바깥을 쳐다본다. 숨이 막힌다.
S#73. 엘레베이터 앞 (낮)
계단을 향해 '저쪽이야' 소리치며 우르르 몰려가는 채권단들.
엉망이 된 채로 엘레베이터 문에 밀쳐져 있는 충선.
기풍 :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서 있다)
충선 : (끄응 몸을 일으킨다) 당신은 왜 안 쫓아가슈?
기풍 : (정신 차리고) 예? 난 빚쟁이 아니예요.
충선 : (의심) 근데 왜 빚쟁이랑 몰려다녀?
기풍 : (사이) 아, 난 송.. (이름을 모른다) 파, 파리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걸랑요. 오늘 만나기로 했었는데, 얘기 안해요?
충선 : 정말 채린 아가씨 친구쇼?
기풍 : (눈을 까뒤집으며) 이런 순진한 눈을 가진 청년 본 적 있습니까? 채린인 얼루 가면 만날 수 있죠?
충선 : (여전히 의심) 프랑스 말 한 번 해보쇼.
기풍 : 참내, 사람을 뭘로 보구.. 좋아요.
(혀를 굴려) 000 0000 0000~ (불어로 - 한글 자막) 아가씨, 나랑 호텔에 가서 사랑을 나눌까?
충선 : (눈을 껌벅대더니) 발음 죽이는구만.. 여자들 많이 넘어갔겠어. 응. (따라해보려 하며) 000~?
S#74. 거리 (밤)
명동의 상가 불빛들이 명멸하는 거리를 질척거리는 걸음으로 걷고 있는 채린.
즐거워 보이기만 하는 사람들. 채린 혼자 세상에서 밀려 서 있는 느낌이다.
횡단 보도에 빨간 불이 걸려 있다.
정신없이 걷던 채린. 경적 소리와 함께 불빛이 눈에 확 비춰든다.
움찔 물러서면 빵빵대며 비켜 지나가는 차들.
(소리) : 너 죽고 싶어 환장했어!
채린, 넋이 나간 듯, 서 있다. 그래,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다.
S#75. 호텔 복도 (밤)
힘없이 걸어오는 채린. 벨을 누르지만 인기척이 없다. 쿵쿵 두들기며..
채린 : 엄마.. 엄마.. (반응이 없다.. 주저앉아 문에 몸을 기대는 채린)
길기만 한 호텔통로가, 마치 동굴마냥 느껴진다.
바닥에 풀어진 핸드백 사이로 보이는 핸드폰.
핸드폰을 꺼내서 플립을 여는 채린.
S#76. 차 안 (밤)
울리는 핸드폰을 받는 승우.
승우 : 최승웁니다.
(채린) : 나야, 오빠. 지금 어디야?
승우 : (미소) 어디니? 너 데리러 백화점 가는 길인데?
(채린) : 가지 마. 오빠. 거기 가지 마.
승우 : (느낌이 이상해져) 무슨 일 있었구나?
S#77. 호텔 바 (밤)
언더락 잔을 손에서 굴리고 있는 채린.
채린 : 아냐, 그냥 오빠 얼굴 보고 싶어서.. 그래서 전화 했어.
(승우) : 지금 바로 갈께.. 금방 도착 할꺼야. (끊긴다)
채린 : (핸드폰 끈다)
잔을 물끄러미 내려보는 채린. 술을 단 숨에 비운다. 답답한지 단추를 풀어 헤친다.
S#78. 호텔 앞 (밤)
호텔 앞에 멈춰서는 승우의 차. 내린다.
호텔안으로 들어가면, 스윽 화면에 들어오는 기풍. 호텔을 올려다 본다.
기풍 : 여기 숨어있다, 이거지~
S#79. 나이트 클럽 룸 (밤)
댄스 음악 홍수속에 몸을 망가뜨리고 있는 남녀들을 따라 카메라 이동하면,
이층 유리로 된 창을 통해 보이는 채린. 혼자서 독한 양주를 물컵에 따라 거푸 마시고 있다.
S#80. 호텔 바 (밤)
들어오는 승우. 바를 두리번 거리면, 바텐더, 승우를 본다.
승우 : (쪽지를 펼치면)
(채린소리) : 답답해, 오빠, 숨이 막혀 여긴 못 있겠어.
승우 : (나간다)
S#81. 프런트 데스크 (밤)
기풍 : 글쎄, 송채린이 여기 있는 거 다 알고 왔다니까~
프런트 : 죄송합니다, 손님. 규정상 투숙객 명단을 공개할 수 없습니다.
기풍 : 아이씨.. 나 몰라? 나 여기 단골이잖어~
프런트 : 죄송합니다.
기풍, 열받아서 고개를 휙 돌린다. 나이트 클럽으로 삼삼오오 내려가는 여자들.
기풍, 입을 씰룩한다.
S#82. 나이트 클럽 (밤)
스테이지에서 신들린 듯 춤을 추는 여자 둘, 찬비와 친구 영미다.
음악이 바뀌면, 여기저기 부킹하느라 웨이터 손에 끌려가는 여자들.
웨이터(짱구)가 찬비와 영미의 손목을 붙들고 질질 끌고 가고 있다.
찬비 : 싫다는데 왜 자꾸 그래!
짱구 : 니네 테이블 술 값 다 업어준대. 어차피 니들도 부킹하러 온거잖어. 한 번만 봐주라. 응?
영미 : (어떠냐는 표정이다)
찬비 : (버텨보지만, 완력에 끌려간다)
빠져 나가면, 입구에 들어오는 승우. 달려오는 웨이터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
S#83. 채린이 있는 이층룸 (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승우, 소음이 들렸다가 끊긴다.
승우를 보고, 히죽 웃는 채린.
채린 : 왔어?
승우 : (옆에 앉으며) 많이 마셨구나.
채린 : 응.. 많이 마셨어. 봐라~ (반쯤 남은 양주병) 나 술 잘 먹잖아. (헤헤~ 풀어진) 오빠..
승우 : 응?
채린 : 나보고 회사 책임지래.
승우 : .....!
채린 : 다 망가진 회사 대표하면서, 같이 침몰해버리래.
승우 : ...괜찮아 질꺼야.
채린 : 플래임.. 드레깅이 뭔줄 알아?
승우 : 무슨.. 소리니?
채린 : 나는 이렇게 미친듯이 추락하고 있는데.. 남들은 그러겠지?
저 회산 왜 저렇게 안 망하지? 빨리 공중분해 되버리지.. 이렇게 말야.
승우 : 조금만 기다려. 오빠 믿지?
채린 : ...아까 아빠한테 너무 가고 싶었다. (기댄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은데, 갈 수가 없었어.
거길 가면, 정말 아빠가 죽은 걸 인정해야 되잖아. 난 아무것도 인정이 되질 않는데.. (눈이 젖는다) 인정 할 수가 없는데..
승우 : (채린을 꼬옥 안아준다) 가자. 엄마 걱정 하시겠다.
채린 : 그래, 우리 엄마, 찡찡쟁이 울 엄마 보러 가야지... (비틀)
승우 : (부축하려하면)
채린 : (가볍게 밀치며) 괜찮아.. 나 혼자 갈 수 있어.
비틀대며 나가는 채린의 뒷모습이 위태위태 하다.
풀썩 주저앉으려는 채린을 부축하는 승우.
S#84. 나이트 클럽 (밤)
방방마다 문을 열면서 채린을 찾아다니는 기풍. 문을 열면,
키스를 하려는 남자와 밀치며 버둥대는 영미.
남자 놀라 돌아보면,
기풍 : 계속해~ 하던 거 마져 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문을 닫으려 하면)
갑자기, 들리는 여자의 비명 소리.
(찬비) : 야, 이거 안 놔!
기풍, 고갤 돌리면, 안쪽에서 남자를 밀치며 소리치는 여자. 찬비다.
버둥대는 찬비를 뻔하다는 듯이 보고, 다시 나오려 하면, 쫘악 하는 소리와 함께, 나뒹구는 찬비.
남자1 : 이게 좀 쌔끈하다고 봐줄라 그랬더니, 기어 올라?
찬비 : (걷어 차며) 야, 이 미친 놈아!
남자1 : 이런 엿같은 게~
남자1, 찬비를 내려치려 하는 손이 턱 걸린다.
돌아보면, 기풍이 한심하다는 듯이 보고 있다.
남자1 : 넌 뭐야, 새꺄!
순간, 양주병으로 머리통을 맞고 구르는 남자. 비명을 지른다.
남자의 머리를 붙잡고, 양주병이 깨지지 않을 만큼 내려치는 기풍.
비명을 지르는 남자.
남자2 : (문을 열며) 웨이터, 웨이터!
웨이터1,2 : (달려와 절을 하면)
남자2 : 저, 저 새끼 내 친구 죽일려 그래~ 빨랑 신고 해, 경찰 불러!
웨이터 : (다가 와 기풍을 잡으며) 너 뭐야?
기풍 : (귀찮다는 듯이 돌아보면)
웨이터 : (뚝 굳으며) 오셨습니까, 형님!
기풍 : 니들 물관리 이따우로 할래?
웨이터 : 죄쏭합니다, 형님.
기풍 : (남자1을 내려치려 하면, 기는 남자1 엉덩이 걷어차며) 불러라~ 경찰 불러, 새꺄!
(눈짓으로 찬비를 가리키며) 애들 콜불러서 태워 보내.
웨이터 : 예, 형님.
기풍 : (찬비에게) 정신차려, 이 기집애야~ 세상 무서운지도 몰라? 그냥 확~
찬비 : (찔끔한다)
기풍 : 아이, 씨~ 미치겠네. (쟁반의 바나나를 들고) 이게 마지막 룸인데.. (한 입 물고 나가면)
찬비 : (초롱초롱 기풍을 보다가 웨이터에게) 쟤 누구야? 대따 귀여운데~
S#85. 호텔 로비 (밤)
로비 기둥 의자에 채린을 앉혀두는 승우. 채린 몹시 힘들어하는 기색이다.
조심스럽게 돌아보고, 프런트를 향해 걸어가는 승우. 프런트데스크에 다가가면, 키텍을 건낸다.
승우 : (거절하며) 다른 룸 하나 주세요.
프런트 : 예. (다른 키텍을 건네며) 계산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승우 : (명함을 주며) 1308호 카드 오픈해놨으니까, 같이 해주세요.
프런트 : 알겠습니다.
S#86. 나이트 클럽 입구 (밤)
바나나를 먹으면서 나오는 기풍을 따라 나오는 웨이터.
웨이터 : 형님. 자주 들러 주십시오. 얼굴 까먹겠습니다. 형님.
기풍 : 그래, 임마.
웨이터 : 방학때 유학생 깔치들 오면, 재깍 연락 드리겠습니다, 형님.
기풍 : (뒤도 안보고 손을 턴다)
웨이터 : (90도로 절을 하며) 안녕히 가십시오, 형님!
계단을 걸어 올라오던 기풍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춰진다. 채린이다.
전방 사주경계를 하는 기풍. 손을 깍지 끼어 소리를 내며 다가간다.
채린의 시야로 흐릿하게 보이는 기풍.
채린 : 오..빠?
기풍 : 그래, 오빠다. 염라대왕 오빠!
S#87. 동 로비 (밤)
걸어오는 승우. 채린이 있어야 할 자리에 보이지 않는다.
당황스럽게 주변을 돌아보는 승우.
S#88. 나이트 클럽 앞 (밤)
채린을 거꾸로 어깨에 맨 채,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기풍.
달려 나오는 승우.
승우 : (주변을 돌아보며) 채린아! 송채린!
기풍, 뜨끔 멈춘다. 어깨를 한 번 더 추스리고 달리기 시작하는 기풍.
승우, 가로등 불빛 아래로 채린을 메고 달리는 기풍을 본다.
승우 : 채린아! (뒤쫓아 달려온다)
기풍, 코평수가 넓어지고, 숨을 몰아쉬며 더 빨리 비틀비틀 달린다.
승우 : 거기 서!
땀을 버적대며 미친듯 도망치는 기풍과 뒤를 쫓는 승우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