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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판매부스에서 사과구경을 하고, 진짜 사과로 만든 미로(비밀의 정원)속을 걸어서,
주흘관까지 길게 펼쳐져 있는 먹거리장터와 사과를 이용한 사과체험장으로 올라왔다.
(문경 사과축제장)
여럿이 모여서 하는 연주를 뭐라고 했지, 소리만 듣고 좋아서 왔는데 생각이 안 나네.
하여튼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 넋을 잃고 서서 한참을 쳐다보고,
(사과로 만든 주흘관)
야, 정말 정성이 대단하다. 이 주흘관도 진짜 사과로 만든 것이다.
작품에 쓰인 사과가 몇 개나 되며, 돈으로 따지면 얼마이고,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문경 사과축제장)
축제장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남이 가니 나도 한번 가보자는 식으로 따라와서 겉만 보고 흔들흔들 다니는 사람도 있고,
오로지 싸고 좋은 사과를 사기 위하여 사과만 쳐다보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사진에 목숨 걸었는지 여기저기 쫒아 다니면서 죽기살기로 사진만 찍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한 군데도 빠트리지 않고 하나하나 뜯어보며 아예 논매듯 싹싹 매는 사람도 있고,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축제 2012.10.13~28(16일간))
귀여운 공주님, 공주님도 문경사과가 제일 맛있다는 사실을 알았는가봐?
(사과파이 만들기 체험)
여기는 사과를 이용한 음식만들기 체험장, 한 가정이 사과파이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효소용 작두콩)
여기는 사과가 아니고 작두콩이다. 밥에 넣어 먹는 콩이 아니고 효소용 작두콩이란다.
구경이나 해보자며 봤더니 어머나 정말, 무슨 콩이 그렇게 커니? 콩같지 않은 콩이다.
(문경 사과축제장)
(에콰도르 핀초스 3,000원)
여기는 세계음식부스, 한국에서도 즐겨먹는 꼬치구이인데 에콰도르의 핀초스이다.
돼지고기, 버섯, 대파, 파인애플, 홍고추 등을 꼬챙이에 끼워서 숯불에 구운 것이다.
(독일소세지)
여기는 독일소세지, 그런데 내 눈에는 마치 뱀이 구불구불 기어나오는 것 같고.
음식을 보고 맛있는 말을 해주지 못해 몹시 미안하다만 색깔도 그렇고 똥가래 같다.
(코코넛 5,000원)
여기는 열대과일 코코넛이다.
외국인 아저씨, 나의 카메라를 보더니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해준다.
한 개 팔아주고싶더라만 요즘은 길거리음식만 먹고 나면 탈이 나서 그냥 지나왔다.
그런데 코코넛이 신진대사와 면역력 향상을 주어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네.
콜레스테롤 저하 효능이 있어 동맥경화와 심장병 예방에 효과가 있고,
마그네슘과 칼슘의 흡수를 높여주는 효능이 있어 관절염과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고,
(주흘관)
(주흘관 성벽)
(문경새재 과거길)
(주흘관)
(주흘관 위에 올라가서 본 문경 사과축제장)
현재 시각 오후 2시23분, 아침 6시30분에 집에서 나왔으니까 약 8시간이 흘렀다.
구경 중에서도 사람구경을 제일 좋아하고 또, 사람끼리 어울리는 축제를 좋아하기 때문에,
꽉 막힌 공간만 아니면 아무리 긴 시간이라도 따분해하거나 싫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재주를 신기해하고 즐기는 사람인데 그만 두통이 발발하여 만사가 귀찮다.
(문경사과축제)
여태까지 걸리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서 요것조것 구경하고, 생각하고, 사진찍고 즐거웠는데,
머리가 아프니 그만 또 섧고,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혼자 멍하게 앉아 있으니 서글프고,
그래서 내 앞에 선 사람외는 내 모습이 안 보이는 앞만 보고 앉는 축제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문경사과축제)
그런 나의 속도 모르고 축제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는 앞자리로 끌어 앉힌다.
그게 아니라는 말도 못하고 유지분들이 앉은 둘째 줄 다음 세째줄 가운데에 가서 앉았다.
섧은 마음은 좀 덜하지만 머리가 아프니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말 잘하는 사회자 아나운서가 나오면 그때 고개 한 번 번쩍 들고,
역시 또 내가 부러워하는 높은 곳에 턱 앉아서 촬영하는 카메라아저씨 한 번씩 쳐다보고,
(문경 사과축제장)
버스 출발시간에 맞추어서 내려오니 아까 안 보이던 삐에로도 보이고 축제가 무르익었다.
(사과로 만든 비밀의 정원)
사람들은, 삐에로 불러다가 팔짱끼고 어깨동무 하고 V자 그리고 사진 찍는다고 난리다.
(사과로 만든 비밀의 정원)
그러나 나는 눈이 빠질 것 같아 눈 꾹 누르고 맥없이 털레털레 주차장을 향하여 내려간다.
(문경 도립공원 사과축제장)
두통으로, 내려오는 길에 먹으려 했던 쇠고기도 끝이고, 사오려고 했던 사과도 물건너 갔고.
어떻게 하면 같은 차를 탄 사람들이 내가 아픈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느냐가 고민인데,
차에 오르니 기사님 "사과축제를 얼마나 열심히 봤으면 사람이 영 다 죽어 갑니까" 라고 한다.
(내려오면서 본 쇠고기축제 쇠고기시식장)
정말 기사님의 말대로 사과축제를 너무 열심히 봐서 사람이 영 다 죽어 가는 걸까?
속이 울렁울렁 구토가 나오고 눈이 둘러 빠지고 머리가 따개진다.
차를 타니 더 심하다.죽어도 집에 가서 죽으려고 이를 악물고 참았는데도 안 된다. 차 안에서 토하고 말았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유진에게 전화하여 "머리가 너무 많이 아프다 어떡해?" 라고 했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알았어, 나 지금 롯데백화점에서 바지 하나 보고 있어, 참고 와" 이런다.
물론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너야 아프던 말든 나는 바지만 하나 잘 사면 돼" 라는 것 같다.
겨우 겨우 부산에 도착, 허리도 바로 못펴고 눈도 바로 못 뜨고 비틀거리며 나타난 나에게,
"마침 밑위도 짧고 마음에 드는 바지가 하나 있어서 샀다"며 바지가 든 종이봉투를 내밀면서,
항상 나에게 노래처럼 하는 말 "못 먹어서 머리가 아픈거야"라며 저기 보신탕 먹으러 가잔다.
어이가 없었지만 무엇이든 먹으면 속이 싹 씻겨 내려가 독이 빠질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허리가 접쳐 구부정한채로 두 눈을 꾹 누르고 비틀비틀 따라가서 보신탕을 한 그릇 먹었다.
유진의 말대로 못 먹어서 그랬던 건지, 내 생각대로 독물이 들어가서 그랬던 건지는 몰라도,
밥 한 그릇 먹고 국 한 그릇 마시고 고기 서너 점 먹고 나니 열이 살 가라앉고 눈도 살 뜨인다.
왜 그렇게 아팠을까? 정말 왜 그렇게 머리가 아프고 구토가 나오고 그랬을까?
오늘 내가 먹은 건 아침에 휴게소에 들러 빵 반쪽 먹었고, 축제장에서 어묵 한 개 먹었고,
그리고 또 축제장에서 맛배기로 주는 사과를 먹었다. 그것 외는 물도 한 방울 안 마셨다.
두통의 원인은 맛배기로 먹은 그 사과였으며, 그 사과는 농약범벅의 사과였던 것이었다.
그 증거로,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가 나고 머리가 아팠던 게 맛배기사과를 먹고 난 후였고,
두통과 구토가 사라진 것도 먹었던 사과 다 토해내고 보신탕을 먹고 난 후였다는 것이다.
농약범벅이 된 사과를 씻지도 않고 그대로 잘라주었는데,
어리석은 나는 그것도 모르고 주는 그대로 받아 먹고 농약에 중독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두통과 구토의 원인이 사과의 농약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8년 전쯤에 한 여행사를 따라 거창의 어느 유기농 딸기농장으로 딸기따기체험을 갔었다.
그 딸기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 유기농으로 재배했기 때문에 씻지 않고 먹어도 되고,
유기농재배라 비타민 함유량도 일반딸기보다 많고, 값도 일반 딸기보다 훨씬 비싸다고 했다.
그리고 체험규정이 농장에서 정한 양(500g)만큼만 따고, 더 따거나 먹어도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말라는 건 절대 하지 않는 나는, 단 한 개의 딸기도 따서 먹지 않고 양만큼만 따 담아왔다.
농약이라곤 하나도 안치고 유기농으로만 재배한 딸기라니 얼마나 귀한 딸기인가,
마침 그 다음날 동생이 왔다. 무엇이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에 그 딸기를 동생에게만 먹였다.
조금 있으니 동생이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구토를 하는 것이었다.
동생이 몸이 좀 약하긴 하지만 평소에 절대 배나 머리가 아프다는 말은 없었던 아이이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자꾸 토하니까 등을 두드려서 먹었던 딸기 다 토해내고,
물을 저 목안에까지 삼켜서 가글가글하여 토해내고, 다시 또 그렇게 가글가글하여 토해내고,
그렇게 생난리를 치르고 나니 괜찮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중에 알았는데 농약을 안치면 안되는 것이 딸기이고, 그 딸기는 유기농딸기가 아니었다.
동생은 농약범벅의 딸기를 먹고 두통을 일으키고 구토를 했던 것이었다.
사과도 딸기와 마찬가지로, 나도 농약범벅의 사과를 먹고 복통과 두통이 일어났던 것이었다.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쁜사람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고 했는데,
농약범벅의 딸기를 먹고 죽을 뻔했으면서도 그새 또 그걸 잊어버리고 또 속는 나는 바보.
다행히 보신탕 한 그릇으로 말끔히 낫는 바람에 사과축제는 다시 즐거운 축제로 남게 되었지만,
맛배기사과라고 농약범벅이 된 사과를 먹고 까딱하면 사과축제 갔다가 사과 먹고 죽을 뻔했다.
2012년10월13일. 토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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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동화속 백설공주가 실제로 계솄네요 나나님 백설공주.. 회장님 백마탄 왕자님 맞지요 독사과 먹고 죽을뻔한 나나님을 보신탕으로 구해주셨으니 ㅎㅎㅎ
아, 듣고 보니 그렇네요. 동화속 이야기가 아니고 실제의 이야기.
그런데 글속의 남자는 나를 위하여 보신탕을 먹은 게 아니고,
본인이 보신탕을 좋아하여 혼자먹기 미안하니까 핑계를 대어 같이 먹었는데
그게 묘하게 들어맞았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