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과 상주의 숨은 명산인 백악산
백악산(百岳山) 개요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과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의 경계에 위치한 백악산(857m)은 산의 봉우리가 백 개나 솟아 있다하여 이름 붙여진 산으로 하얀 화강암으로 돌탑·돌단·돌무덤·돌 봉우리를 빚은 뭇 바위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듯 여러 형상 바위가 전시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백악산은 속리산 문장대에서 북쪽 화양구곡 방면으로 길게 가지를 드리운 능선상의 한 봉우리로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있으며, 규모는 작지만 화강암 계곡·폭포·송림·암봉이 어우러진 능선은 찾는 이에게 산악미의 진수를 보여주는 산입니다(참고자료 : 한국의 산하).
옥양폭포∼백악산 정상
여름철 계곡피서지로 유명한 괴산의 화양구곡을 지나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입석리 옥량교에 도착합니다(10:20). 도로변에는 이 지방의 명물이라는 옥량폭포(玉樑瀑布)를 알리는 커다란 입간판이 서 있습니다.

도로변의 옥량폭포 입간판
오른쪽 등산로로 접어드니 옥량폭포가 굉음을 내며 흘러내리고 있지만 등산길에서는 폭포의 전체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 폭포가 유명한 이유는 흡사 지붕의 대들보처럼 생긴 긴 바위가 폭포의 중간을 가로지르며 다리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옆으로 살짝 내려가 이리 저리 살펴보지만 카메라의 구도를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옥량폭포(대들보 밑의 폭포)

대들보에서 내려다 본 소(沼)

대들보 위의 폭포

다리처럼 생긴 대들보 밑으로 흘러내이는 목포의 모습
폭포를 뒤로하고 위로 올라서니 석문사 극락보전이 쓸쓸히 서 있고 오른쪽으로 이어진 등산로의 왼쪽에는 자연석굴(보굴암)이 있습니다. 이 석굴은 조선조 수양대군의 딸이 단종의 왕위를 차지하려는 아버지의 음모를 눈치채고 발설했다가 쫓겨나 숨어 지낸 곳이라고 합니다.

석문사 극락보전

자연석굴(보굴암)
이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 데 등산로 주변에는 샛노란 원추리가 아름답게 피어 있습니다. 이 원추리는 산행을 하는 동안 내내 등산객의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촉촉하게 젖은 대지위로 봉우리를 내밀고 있는 백색의 버섯도 매우 특이합니다. 완만한 오르내림이 계속되는 능선에 서자 가끔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오장육부까지 스며들 지경입니다. 처서(處暑)가 지난 후 태양의 열기도 한풀 꺾였고 그에 따라 능선의 그늘에서 맞이하는 바람도 땀을 식혀주는 데 큰 몫을 합니다.
능선에 서서 뒤돌아보니 49번 지방도로 너머의 의상저수지는 그 동안의 장마로 물을 가득 담고 있는 데 그 뒤로는 백두대간 줄기에 위치한 조항산(951m, 왼쪽)과 청화산(984m, 오른쪽)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의상저수지 너머 보이는 조항산(왼쪽)과 청화산(오른쪽)

동북쪽으로 바라본 백두대간 능선

동남쪽으로 바라본 조망
등산로에 '강아지바위'라는 예쁜 이름이 붙은 바위가 있는데 강아지의 꼬리부분을 닮은 것 같지만 필자는 처음에 말안장바위인줄 알았습니다(11:27). 아메리카지방의 목동들이 말안장에 올라가 로데오게임을 즐기는 바로 그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강아지바위
등산로에 우리 팀의 등산객이외에는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등산객 1명을 처음으로 만납니다. 이렇게 호젓한 산길을 홀로 산행하는 그 기개가 정말로 대단합니다.
다소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헬기장입니다(12:07). 옆의 큰 바위에 올라서니 남쪽으로 속리산 서북능선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흐린 날씨에 가스가 끼어 있어 선명하게는 조망되지 않지만 마루금은 확실하게 구분됩니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속리산 서북능

헬기장에서의 조망

헬기장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정상에서의 망중한
헬기장을 내려와 정상을 향해 가는 데 이마에 불이 뻔쩍합니다. 등산로에 가로 질어 자라고 있는 낮은 나뭇가지에 이마를 찧은 것입니다. 챙이 큰 모자를 쓰고 있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으로 이런 모자는 햇볕을 막아주는데는 효과적이지만 시야가 가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다행히 아무런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산악회와 등산매니아들의 그 흔한 등산표시기 하나도 이런 위험지대에는 달려있지 않아 아쉽습니다.
바위사이를 요리조리 돌아 봉우리에 오르니 드디어 백악산 정상입니다. 정상에는 충청북도와 괴산군에서 충청도 특유의 검은 오석(烏石)으로 만든 정상표석이 놓여져 있습니다. 정상은 세 개의 바위가 각각 독특한 모습으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데 20여 미터 길이의 기차바위, 의자처럼 생긴 의자바위, 개구리처럼 생긴 개구리바위가 마치 조각품 같다고 하지만 표석 옆의 밋밋한 기차바위를 제외하고는 확인하지도 못하고 맙니다.

정상 오르막의 암봉들

정상표석

정상의 북쪽 조망

정상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헬기장)
정상에서도 사방의 조망이 매우 좋습니다. 산악회에서는 오늘 백악산에서 낙영산(740m)과 가령산(654m)을 종주하는 산행코스를 계획했지만 체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백악산에서 수안재를 거쳐 탈출하는 코스도 동시에 운영합니다. 정상에서 산꾼들을 독려하던 P산악회장은 종주 할 사람들은 산행을 계속하되 탈출조는 느긋하게 정상에서 산세를 감상하기를 권합니다.
이 산악회의 특징은 점심시간을 별도로 제공하지 않고 등산객 스스로 알아서 식사를 해결토록 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정상 옆의 시원한 바위에 마음 편히 앉아 과일을 먹으며 허기를 보충합니다. 다른 때는 뒤 처지지 않으려고 간식을 먹는 시간마저 서둘러야 했으니까요.
수암재∼물안이골
하산하는 길에는 경사가 90도보다도 더 가파른 절벽바위의 옆을 통과합니다. 절벽바위를 지나자 큰 고사목 한 그루가 바위에 서 있는 데 고사목 사이로 가야할 바위지대의 능선을 바라보니 매우 아찔합니다.

절벽 바위옆을 통과하면서 뒤돌아본 모습


고사목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
로프를 잡고 내려와 안부에 선 후 다시 굵은 로프를 잡고 오르니 '돔형바위'입니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백악산의 능선이 눈앞에 버티고 서 있으며 큰 바위사이로 바라보는 속리산의 모습에 이곳이 최고의 전망대라는 찬사가 허풍이 아니었음을 실감합니다.

로프가 걸려 있는 오르막

돔형 바위에서 바라본 속리산 서북능

뒤돌아본 백악산 정상


비교적 평탄한 등산로를 한참동안 걸어가니 삼거리 갈림길인데 백악산 50분, 수안재 30분, 대왕봉 5분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대왕봉(819m)은 능선의 동쪽에 위치한 봉우리이지만 수안재 방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대왕봉 갈림길 이정표
호젓한 산길을 나홀로 걸어가는 데 바위봉우리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 올라가 보니 '부처바위'입니다(14:08). 아무리 살펴보아도 부처의 형상은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 산행기를 쓰면서 자료를 검색해 보니 이 바위는 목이 없는 부처의 모습이라고 하면서 약 100m 올라가 뒤돌아보면 부처의 형상을 잘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부처바위에서의 조망도 일품입니다. 북서쪽으로는 낙영산과 도명산의 산세가 아름답고, 오늘 종주하는 사람들이 가야할 가령산의 줄기가 아득하며, 북동쪽으로는 백두대간 대야산이 희멀건 바위를 드러낸 채 웅장하게 솟아있는 모습도 전망됩니다.

부처바위에서 바라본 낙영산

소나무 사이로 바라본 낙영산

부처바위에서 바라본 북동쪽의 대야산 줄기

부처바위에서 내려오는 등산로에는 아침에 산행을 시작할 때 보았던 특이한 형상의 버섯이 다시 보여 카메라에 담습니다. 약 15분간 부지런히 내려오니 종주팀과 길이 갈리는 수안재입니다(14:30). 필자는 종주와 관련된 미련을 접고 오른쪽의 물안이골로 하산합니다.

특이한 모습의 버섯
물안이골은 그야말로 때묻지 않은 청정계곡입니다.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서 또 때로는 계곡을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데 물의 양도 대단히 많고 물도 매우 맑습니다. 잡풀사이로 들여다본 곳에는 제법 폭포처럼 보이는 시원한 물줄기가 소(沼)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안이골의 소규모 폭포
반석위로 흐르는 맑은 물이 지나가는 산꾼을 유혹하니 배낭을 내려놓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세수를 하니 땀으로 끈끈하던 피부가 금새 깨끗해집니다. 도로에 가까워질수록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이지만 주차할 장소가 없을 정도로 피서객들로 만원이 된 화양구곡과 비교하면 이곳은 천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잡풀이 키 높이보다도 더 우거진 길을 지나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를 걸어가는 것은 참으로 피곤합니다. 도로변에 자라고 있는 대추 한 개를 따서 입에 넣어 보지만 아직도 풋내가 나는 데, 길섶 고추밭의 고추 중 약 삼분지 일은 이미 붉은 빛으로 갈아입고 수확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완전히 녹색인 고구마 밭의 풍경도 시골출신인 도시인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녹색의 고구마밭

잎의 색깔이 매우 특이한 꽃
특이한 이파리 색상의 꽃이 피어 있는 도로가에는 화북초등학교 입석분교가 쓸쓸하게 방학을 끝내고 돌아오는 개구쟁이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15:40). 입석교 밑에는 먼저 하산한 사람들이 양말을 벗은 채 물안이골의 물과 사귀고 있어 필자도 기꺼이 이들의 대열에 동참합니다.
오늘 산행에 5시간 2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산행코스를 다시 한번 정리하면 옥량교/옥량폭포/강아지바위/헬기장/백악산정상/돔형바위/부처바위/수안재/물안이골/입석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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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3의 고향 상주... 한번 산을 오르고 시포서 ...2000 년도 산행 참고자료 입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산, 2010년 달구벌산행연간계획 수립 시, 좋은 자료가 될 것같습니다. 감상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