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는 2024년 12월 2일 한미관계 전문가 김준형 국회의원(조국혁신당)을 초청해 제10차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변학문 평화연구센터장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평화포럼에서 김준형 의원은 트럼프 당선의 의미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국제질서를 전망하고, 한반도에 끼칠 영향과 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 선거제도의 특징과 이번 대선의 결과
김 의원은 미국 선거제도의 독특성과 복잡성을 역사적 배경을 통해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미국의 선거제도는 연방주의와 주 정부의 자치권 사이에서 타협한 결과로, 각 주가 독립적인 선거 절차를 운용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경합주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를 지적하며, 특히 이번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PA), 미시간(MI), 위스콘신(WI) 등 이른바 ‘블루 월’(Blue Wall) 지역의 변화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벨트’(Sun Belt)와 ‘러스트 벨트’(Rust Belt) 일부 지역에서 예상외의 강세를 보이며 이번 선거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김 의원은 트럼프가 당선된 국내적 요인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불법 이민, 낙태, 경제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슈였다. 특히 해리스는 낙태 문제에 집중했다. 그러나 미국 유권자들은 낙태권이 삶의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다. 반대로 불법 이민자들과 경제는 자신의 삶과 직결해서 사고했다. 바이든은 해리스에게 이민 문제를 전담하도록 했으나 해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또한 미국의 많은 유권자는 미국의 경제 과실이 저소득층으로 이전되지 않는 기성 질서에 분노했다. 결국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김준형 의원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번 미국 대선은 경제와 이민이 주요이슈였다고 밝혔다.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트럼프 2기가 초래할 혼돈의 국제질서
김준형 의원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트럼프 1기의 혼란은 일탈 혹은 돌풍 정도로 치부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2기의 정책은 태풍이 되어 전 세계를 강타할 것이다. 트럼프가 실행하고 계획하는 것들은 기존 프레임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역대급 혼란이 조성될 것이고, 가장 큰 불확실성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탈냉전 후 풍미했던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완전히 무너졌다. 여기에 마지막 방점을 찍을 사람이 바로 트럼프다. 문제는 다음 질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패권은 망가지고 있고, 각국은 이기주의적이고 파편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각자도생의 시대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은 자유주의 국제질서, 더 좋은 미래 건설, 동맹 갈취 중단,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라는 네 개의 기둥에 기초하고 있었다. 김 의원의 진단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 모든 것을 흔들면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전면에 내세우며, 다자주의보다는 양자주의, 관세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이다.
김준형 의원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국제 질서의 시스템이 붕괴하고 대격변의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트럼프가 추구할 세 가지 우선주의(First)
김준형 의원은 트럼프가 추구할 아메리카 퍼스트는 세 가지로 나누어서 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첫 번째, 아메리카 퍼스트이다. 철저한 일방적 거래주의를 의미한다. “트럼프는 현재의 국제질서가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동맹국 관계도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 중심으로 바뀌어야 공정하다고 사고한다.”
두 번째, 화이트 퍼스트이다. “트럼프는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한다. 히틀러식의 인종주의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트럼프 퍼스트이다. 오직 트럼프 1인에 의해 움직이는 미국 정부가 될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목표는 관료사회를 장악하는 것이다. 2기 정부의 각료는 오직 트럼프 충성파들로만 조직했다. 지금 트럼프의 방해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직격탄을 맞을 것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는 발언에서 확인되듯이, 트럼프가 보기에 한국은 뜯을 것이 너무 많다. 특히 ‘신사적인’ 바이든에게조차도 한 마디 못했던 한국 정부의 속성상 트럼프는 한국을 미국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라고 김 의원은 우려한다.
“트럼프는 1기 때 한미 FTA를 일방적으로 개정했다. 이젠 FTA 자체를 없애려고 할 것이다. 보편관세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한국이 첫 번째 타겟이 될 것이다.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 10개국 중 하나이다. 20% 관세를 매기려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 자동차는 팔 곳이 없어진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어디에도 팔 수가 없다.”
보편관세가 시행되면 자동차 외 반도체 등 우리의 주력 수출 업종은 모두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은 이미 우리 사회의 우려가 되었고,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한미 군사 연습 비용, 특히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을 우리에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Protection Rackets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으로 ‘보호 협박’으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소위 조직폭력배 등이 보호비 명목으로 갈취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우리 한국에 하려는 것이 바로 이런 행위이다. 방위비 분담금, 군사 연습 비용 등 모든 동맹 비용을 ‘보호비’ 명목으로 갈취하려 할 것이다.”
김준형 의원은 트럼프 2기 정부는 동맹국의 “팔 비틀기”가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단순한 고립주의가 아닌 ‘파시즘적 극우 인종주의’, ‘제국주의 분파’로 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북미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도 회의적
김 의원은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이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회의적이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2018년의 북한이 아니다. 미-중, 미-러 사이가 나빠지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진다. 북한은 트럼프로부터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할 것이고, 그 대가가 웬만큼 크지 않으면 안 받으려고 할 것이다.”
김 의원은 트럼프가 북의 핵무기를 용인하고,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포기를 약속받는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같은 문제는 발생한다.
“북한이 그 협상을 받아 들일만큼 미국이 크게 양보할 수 있을까?
특히 트럼프는 본인이 이기는 것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추구할 텐데, 과연 북한이 그런 것을 제공하려 할까?”
한미동맹에 대한 근본적 질문 필요
김 의원은 한미동맹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상황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2기 4년 동안 미국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고, 미국에 대한 환상도 많이 깨질 것이다. 제대로 된 진보 정부는 무조건적인 한미동맹 강화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한미동맹도 조정할 수 있는 정부여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한미동맹과 같이 갈수 있을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