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온을 보았더니 새벽기온은 2도였고, 아침 기온은 6도였다.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 오늘 입을 등산복을 추동복으로 정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집에서 나왔다.
부곡정에는 박남용이 제일 먼저 와 있었다.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11월 집담회(集談會)는 20일(수) 철학자 성진기 교수가 강의를 한다고 박남용이 보내 준 카톡에서 읽었는데, 주제가 얼른 생각이 안 나서 박남용에게 물었더니 <매화에 물 주거라>라고 하였다. 그제야 나도 주제가 생각이 났다.
박남용이 그 말이 무어냐고 하였다. 그것은 조선 명종이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신하가 퇴계였기 때문에, <명종의 남자 퇴계 이황>을 조정으로 불러 올려서 자기 옆에 두고 싶어 하였는데, 퇴계는 굳이 충북 단양 군수로 가고 싶다고 하였다. 조정에서 세력 다툼하는 벼슬아치들과 섞여 살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양으로 내려갔다가 ‘두향’이라는 열여섯 살의 청순한 관기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늙은 니체가 십대의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그런 초월적 사랑이었던가 보다. 그러다가, 다른 곳의 군수로 가게 되었는데, 청백한 관리 퇴계는 관기를 데리고 갈 수 없다고 하여, 결국 두 사람은 떨어져 살아야만 하였다. 혼자 남겨진 두향이가 자기를 잊지 말라는 뜻으로 퇴계선생에게 매화 한 그루를 주었는데, 단양에 홀로 남겨진 두향이는 그 뒤로 관기에서 물러나와 퇴계만을 생각하면서 혼자 삶을 살아가다가, 퇴계를 따라가지 못하고 사랑하는 님 만 그리워하다가 결국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퇴계선생 역시 두향이 준 매화를 항상 자기 옆에 두고 매화를 두향이로 생각하고 가꾸다가, 죽음에 이르면서 제자들에게 ‘매화에 물 주거라!’는 당부를 남기고 죽었다는 일화가 있는데, 아마 고매한 도학자 퇴계선생의 인간적인 모습을 이야기 하려는 모양이라고 내 생각을 말하였다. 나였으면 고뇌하지 않고 두향이를 내 가까이 두고 사랑을 계속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11월 5일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미국사람들은 분명히 헤리스를 선택할 것으로 나는 생각하였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2차 전지 주식을 매도하지 않았다. 지금 약 200만원의 이익을 남기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주식을 팔지 않고 그대로 두면 더 오를 것이라 착각하였다.
바로 다음 날인 6일 오전 개표가 시작되었고, 출구조사에서도 헤리스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될 것이라 하였다. 그런데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라 하여 2차 전지 주식이 폭락하였고, 하루 사이에 나의 2차 전지 주식 가치가 200만원이 날아가 버렸다. 손해를 안 본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올 겨울에는 따뜻한 페딩을 한 벌 사려고 코롱매장에 가 보았더니 98만원이었다. 옳지 그 것을 사야지 하고 점찍어 놓고 왔는데 내 소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헤리스는 여자에 흑인이어서 많은 진보적 지식인들과 히스페닉계와 여성들과 흑인 유권자들이 헤리스를 지지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망나니라 생각했던 트럼프가 압도적 차이로 당선되는 것을 보면, 미국 놈들의 의식도 윤〇〇을 지지한 우리나라의 서울 경기지역의 부자들과 기득권을 가진 영남 인들의 의식과 판박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과 정의보다 내 개인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우리나라의 자칭 보수층 들은, 나라의 이익·나라의 자존심·역사의식·민족의식은 안중에 없다. 우리나라의 보수는 ‘좋은 전통을 지키는 것’을 보수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자칭 보수(保守)’ 층들은 오로지 우리 진영과 나의 이익이 아니면 모두가 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참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약사암 요사체(寮舍體)는 이제 수리를 마치고 원상 복구되어, 종무소도 제자리로 돌아왔고, 온수통도 제자리로 돌아왔으며, 없애버렸던 종이컵도 다시 비치하여, 커피 타서 마시라고 보온 물통과 커피와 종이컵까지 완벽하게 갖추어 놓았다. 이제야 약사암 불자들이 진정한 불자로 보였다.
약사암 마당에서 보는 새인봉(璽印峰)이, 가을 산의 정취를 조금씩 느끼게 하였다. 가을 단풍과 은행나무 잎은 가을이 되면 더욱 빛을 발한다. 단풍이란 노랑과 빨강의 조화이다. 그래서 우리 사범학교 생물선생님이었던 박종무 선생님이 금남중학교 교장이셨을 때, 교정에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를 심어 놓으셨고, 내가 그 학교로 갔을 때, 가을이면 두 가지 나무의 잎이 부리는 새빨간 단풍잎과 샛노란 은행잎에서 나오는 환상적인 색의 조화(調和)를 보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오묘한 색채의 조화에 흠뻑 빠졌었던 기억이 났다.
오랜만에 음악정자에 모여서 3주 전에 불렀던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과 금주의 노래로 백남석 작사·현재명 작곡의 동요 <가을>을 불렀다.
광주 중흥교회 장로인 강공수가 교회 주보에 나온 좋은 글을 읽어 주었다.
“웃으며 삽시다.”
하나님은 사람에게만 웃을 수 있는 능력을 주셨습니다. 그 의미가 무엇이겠습니까? 찡그리지 말고 웃으며 살라는 것이지요. 사람이 항상 기뻐하며 사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자 명령입니다.
“항상 기뻐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연구에 따르면, 웃음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대단합니다. 웃을 때마다 엔돌핀 엔케팔린 세로토닌 옥시토신 감마인터페론 등 우리 몸에 좋은 호르몬이 21가지나 분출되어 우선 나의 기분이 좋아지고, 몸에 쌓였던 독소들이 다 체외로 배출됩니다.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오장육부의 기능이 활발해지고, 세포 재생 율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로일로(一怒一老) 즉 한 번 웃으면 한 살이 젊어지고, 한 번 화를 내면 일 년이 늙어진다. 는 말이 사실입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윌리엄 프라이 박사는 “사람이 마음에 기쁨을 가지고 한 번 크게 웃을 때면 평상시 사용하지 않던 근육 가운데 230개 이상의 근육이 움직이게 되어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산소와 영양분이 피부 곳곳에 전달되어 피부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으며, 사람이 1분 동안 마음껏 웃으면 10분 동안 에어로빅을 하거나, 조깅, 자전거를 탈 때 얻게 되는 물리적, 화학적인 효과를 몸 안에 일으키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웃음치료>라 해서 웃음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그런 실험과 연구들도 행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팀이 가벼운 코미디 영화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와 심각한 전쟁 영화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실험 참가자 20명에게 보여주고 그 결과를 조사해 본 연구가 있습니다. 48시간의 간격을 두고 각각의 영화를 관람한 다음, 실험 참가자들은 관람 직후 팔 위쪽 동맥의 혈액 흐름을 알아보기 위한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전쟁 영화를 본 뒤에는 20명 가운데 14명이,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의 흐름이 나빠지는 결과를 나타냈지만, 코미디 영화를 본 뒤에는 20명 가운데 19명이, 혈관이 확장되고 혈류의 흐름이 개선되는 결과를 나타냈으며, 그런 상태가 45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웃음은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일본 오사카 의대 이와세 박사팀은 웃음 치료가 암세포를 잡아먹는 ‘자연 살해 세포(NK)’를 14%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 역시 1~5분 정도 크게 웃으면 NK세포가 5~6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발표했습니다. 사실 우리 몸의 기능성 질환의 90%가 스트레스, 성격, 우울증 등에서 온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웃음으로 그런 질환들을 고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항상 기뻐하라’는 말처럼 항상 웃으며 삽시다.
오늘의 장소 : 무등산 약사암
일 시 : 2024.11.07(목)
참 가 : 강공수 김상문 김영부 나종만 박남용 양수랑 윤상윤 윤정남 장휘부 등 9명
불 참 : 이용환(문중 회의) 1명
회 비 : 9만원
식 대 : 74,000원(애호박찌개 5, 김치찌개 1, 청국장 1, 매밀전병 1, 공기 1 등)
금 일 잔 액 : 16,000원
이월 잔액 : 540,000원
총 잔 액 : 556,000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