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세월 제주도 봄일기 69. 행운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것

[황순재]

제주도에 대폭 짐을 보내고나니 아직도 남아있는 컨테이너건물 안이 휑하고 비었습니다. 그 틈새에 잘 알고 지내던 세무사분이 짐을 가져다놓는다 해서 금요일 저녁무렵 태균이와 다시 선재도로 나왔습니다. 저녁도 먹일 겸 대부도 해안도로 산책로가 너무 근사하게 꾸며져 있으니 태균이와 산책도 해봅니다.

자연환경이나 공원시설 수준과 규모가 어찌 제주도와 비교할 수 있으랴마는 시설만 해놓고 꽁꽁 잠구어놓은 화장실이나 주변에 주차공간 하나없이 긴 산책로만 만들어놓은 것 등등은 어째 아쉬워도 너무 아쉬운 대목들입니다. 나름 신경써서 만들어놓은 산책로는 서해 일몰광경 감상하기에 딱이겠으나 이용이 불편한 구조입니다.

멀리 억지주차 가능한 곳에 차세워놓고 그나마 일몰시간에 맞춰 태균이랑 걸어봅니다. 새로 조성된 해안도로 공원산책길에 널려있는 클로버들, 크고 튼실하고 떼거지로 몰려있는 무리짐이 꽤 풍성합니다. 지난 일요일 제주 떠나오면서 며칠째 네잎클로버 채집은 손을 놓은 상태지만 대부도에도 있을까?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 눈이 매의 눈인 것인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네잎클로버들이 마구마구 들어옵니다. 무려 그 짪은 시간에 열 개 남짓 수확하면서... 아 행운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 네잎클로버 찾기 달인이 들려주는 꿀팁 중 가장 가슴에 와닿던 조언은 '찾을 때까지 뒤져라!'

비록 어떤 것은 수명을 다해가는 듯 하고, 바닷가 기복있는 바람을 견뎌내고 벌레들과 공존하느라 상처도 입었지만 꿋꿋하게 제 모양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제주도에만 많은 것이 아니라 대부도에서 제법 있음을 확인하고 나니...

사실 행운이란 찾지않거나 찾지 못했을 뿐 여기저기 널려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듯 해서 대부도 네잎클로버는 더 의미가 있습니다. 남은 생의 마지막까지 부귀영화보다는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행운을 찾아 노력하는 것! 저 뿐 아니라 저같은 부모님들에게 꼭 주어졌으면 하는 행운이라 그 행운을 찾기위한 가이드, 안내자 역할을 제가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주말마다 물도 안 나오는 집에 와서는 이것저것 농작물을 야무지게 해놓은 것에 비해 마당과 등산로를 오르는 산비탈길은 거의 자연 그대로 잡초 무성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작정하고 잡초들을 정리해가는 작업이 보통 고된 것은 아니지만 베어낼 것 다 베어내고 높은 계단길이 이제서야 다 드러납니다. 올해는 마늘도 꽤 실하게 맺어졌습니다.

높은 계단에 앉아 바라다보는 서해바다와 집주변 짙푸르러지는 나무들의 살랑거림은 기분좋은 휴식 그 자체입니다. 얼갈이배추 슴슴하게 담구려 잔뜩 뽑아놓고보니 내일 서둘러 제주도길 올라야하는데 마음이 다시 급해집니다. 어디가나 한 일 투성이네요. 제주도에 한 통 가져가야 되겠습니다.

[여에]

와~~마늘 농사 잘 하셨네요. 대파도 실하고요.
우린 파가 쬐끔한디. . .
텃밭을 보니 갑자기 이산가족 짠합니다.
얼갈이 배추 무성해지면, 또 쌈채소 볼 때마다 아들과 부인 생각 나시겠어요.

제주길 무사하길 바랍니다.
정말 클로버 신통방동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