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곡-까치까치설날
<떡국 시 모음> 이해인의 '설날 아침' 외
+ 설날 아침
햇빛 한 접시
떡국 한 그릇에
나이 한 살 더 먹고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아빠도 엄마도
하늘에 가고
안 계신 이 세상
우리 집은 어디일까요
일 년 내내
꼬까옷 입고 살 줄 알았던
어린 시절 그 집으로
다시 가고 싶네요
식구들 모두
패랭이꽃처럼 환히 웃던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고 싶네요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떡국 한 그릇
정월 한낮의 햇살이
떡국 한 그릇이다
며칠째 굶은 숲이, 계곡이
어른에게 세배 드리고
덕담 몇 마디 들었는지
배가 부르고 눈이 감겼다
한 술 잘 얻어먹었다고
새파란 풀 돋아나고
물 흘러가는 소리가 상쾌하다
오늘이 흥겨운 설날이라
한 솥 끓인 떡국
이 산하에 골고루 나눠주는데
한 살 더 먹었다고
까불거리는 시누대가 정겹다
까치가 고개를 바짝 치켜든다
따스한 언덕에 기댄
소나무는 벌써 졸고 있고
한 그릇 더 먹은 바위는
불룩한 배 드러낸 채
매고 가도 모르게 잠들었다
계곡에는 오랜만에 만난
며느리 같은 물들이
떡국 한 그릇 먹는다고
부엌처럼 시끄럽다
솥 다 비운 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며칠 내로 꽃소식 듣겠다
(김종제·교사 시인, 1960-)
+ 떡국 한 그릇
섣달 그믐
어머니의 한숨처럼 눈발은 그치지 않고
대목장이 섰다는 면소재지로 어머니는
돈 몇 푼 쥐어 들고 집을 나서셨다
사고 싶은 것이야
많았겠지요, 가슴 아팠겠지요
섣달 그믐 대목장날
푸줏간도 큰 상점도 먼발치로 구경하고
사과며 동태 둬 마리 대목장을 봐오시네
집에 다들 있는 것인디 돈 들일 것 있느냐고
못난 아들 눈치보며
두부전, 명태전을 부치신다
큰형이 내려오면 맛보이신다고
땅 속에 묻어 뒀던 감을 내어 오시고
밤도 내어 오신다. 배도 내어 오신다
형님의 방에는 뜨근뜨근 불이 지펴지고
이불 호청도 빨아서
곱게 풀을 멕이셨다
이번 설에는 내려 오것제
토방 앞 처마끝에 불을 걸어 밝히시고
오는 잠 쫓으시며 떡대를 곱게 써신다
늬 형은 떡국을 참 잘 먹었어야
지나는 바람소리
개 짖는 소리에 가는 귀 세우시며
게 누구여, 아범이냐
못난 것 같으니라고
에미가 언제 돈보따리 싸들고 오길 바랬었나
일년에 몇 번 있는 것도 아니고
설날에 다들 모여
떡국이나 한 그릇 하자고 했더니
새끼들허고 떡국이나 해먹고 있는지
밥상 한편에 식어가는 떡국 한 그릇
어머니는 설날 아침
떡국을 뜨다 목이 메이신다
목이 메이신다
(박남준·시인)
+ 설날 떡국
설날 아침 맛있는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며
덩달아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나무로 치자면 나이테
한 줄이 더 그어지는 셈이다.
그래, 올해부터는
한 그루 나무처럼 살자
하루하루 전혀
조급함 없이 살면서도
철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와 같이
나이가 들어간다고
겁먹거나 허둥대지 말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좋은 사람 쪽으로 변화하면서
내가 먹은 나이에 어울리는
모양으로 살도록 하자.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첫댓글 숲속님, 설날에 떡국 한 그릇 먹는 기분....
명절에 가족과 더불어 기쁨 행복 누리시기를 축원합니다.
향강선생님 설날 아침입니다
떡국은 드셨는지요
찾아뵙지 못하지만
마음의 세배 드리옵니다
새해도 강건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설날의 아침 시음사에서 들어와서해 주시는 점,
선생님께 설인사 드립니다
늘 다정다감한 댓글을 주시옵고
변함없는 마음으로 시음사를
님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여인이십니다
진정, 님의 댓글에 내 마음 평온을 찾곤 했는데
찾아 뵙지 못한 허풍쟁이가 되어 버렸네요
행복이 철철 넘치는 명절이 되세요
김용주시인님 과찬 감사해요
설날 아침이네요
떡국 드셨지요?..
아침 옥상에 올라갔더니 까치들이 우짖더군요
새해 소망 이루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