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고 시고 권 35 함창음(咸昌吟) [고려말 좌주 문생관계와 성균관의 교육방법 및 三不朽가 무엇이며 유래를 알게 한 글이다]
상주(尙州) 교수관(敎授官) 이여신(李汝信)이 찾아왔는데, 그는 나의 문생이다.
묘당에서 오늘날 유관을 소중하게 여겨 / 廟堂今日重儒冠 각 고을에 교수관을 새로 설치하였다네 / 新置諸州敎授官
문생이 여기에 뽑힌 것이 가장 기쁘나니 / 最喜門生膺此選 좌주가 상관케 한 것을 응당 알지로다 / 應知座主本相觀
먼 옛날 요순의 성세가 이제 돌아오고 / 唐虞盛世回千古 수사의 유풍이 우리 동방에 입혀지겠지 / 洙泗遺風被九韓
투각한 자운도 배향이 되지 않았던가 / 投閣子雲猶配食 입언의 어려움을 거듭 탄식하게 하네 / 令人三歎立言難
[주1]상관(相觀) : 스승이 제자들을 절차탁마(切磋琢磨)시킨 것을 말한다. 《예기(禮記)》학기(學記)에 태학(太學)에서의 네가지 학습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서로 보고 발전하게 하는 것을 연마시킨다고 한다.[相觀而善之謂摩]”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여러 제자들 중에서 똑똑한 사람 하나를 뽑아서 스승에게 대표로 질문을 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은 이 문답(問答)을 듣고서 이해하게 하는 학습법을 말한다. [주2]수사(洙泗) : 공자의 고향으로 유가(儒家)를 뜻한다. [주3]투각(投閣)한 … 하네 : 자(字)가 자운(子雲)인 한(漢)나라 학자 양웅(揚雄)이 그의 문생의 일에 연루되어 누각 위에서 몸을 던져 자결하려고까지 하였으나, 결국은 그의 위대한 저술로 인해 후세에 이름이 전해지고 문묘(文廟)에 배향(配享)되기에 이르렀는데, 목은 자신은 정도전(鄭道傳) 등 다른 문생들의 탄핵을 받아 위기에 빠진 가운데 저술마저 보잘것없으니 거듭 탄식만 나온다는 말이다. 양웅은 평생토록 가난하게 살면서 오직 저술에 몰두하여 《태현경(太玄經)》과 《법언(法言)》 등 많은 명저(名著)를 남겼는데, 그에게서 문자를 배운 유분(劉棻)이 왕망(王莽)에게 체포되어 치죄(治罪)를 받게 되자, 자기도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여긴 나머지 교서(校書)를 하고 있던 천록각(天祿閣)에서 뛰어내려 빈사상태에 빠졌다가 용서를 받았던 ‘투각(投閣)’의 고사가 전한다. 《漢書 卷87下 揚雄傳》 [주4] 입언(立言)은 이른바 ‘삼불후(三不朽)’의 하나로 훌륭한 저술을 남기는 것을 말하는데, 《춘추좌전(春秋左傳)》 양공(襄公) 24년 조(條)에 “덕을 세우는 것이 최상이요, 공을 세우는 것이 그다음이요, 훌륭한 저술을 남기는 것이 그 다음인데, 이 세 가지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없어지지 않으니, 이를 일러 썩지 않는다고 한다. [太上 有立德 其次 有立功 其次 有立言 雖久不廢 此之謂 不朽]”는 노(魯)나라 숙손표(叔孫豹)의 말이 실려 있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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