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 사리아 – 포르또마린
28일 차(22.9Km)
새벽 4시
침실 옆 문을 열고 나가면 제법 큰 베란다가 있어 빨래도 널고 테이블도 있음
어제 마트에서 산 과일을 먹으러 나와 하늘을 보니
잔뜩 흐린 날씨에 안개비가 내림
빨래대에는 알베르게에서 널어놓은
침대커버와 대형 수건등 30여장이 널려있음
우선 저것부터 걷자고 생각.
하나씩 개며 걷는데 20여분 걸림
하고 나니 흐뭇하기도 하고 괜한 짓을 했나 하는 기분도 듬.
선의로 한 일이니까 하고 자위해봄
배낭덮개를 씌우고 판초우의를 입고 28일 만에 처음으로 헤드램프 사용
조금 걸으니 앞에 외국여자 둘이
손전등을 들고 이리저리 비추며 천천히 걸어감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추월하자 밝은 헤드램프에 신기한 듯.
정말 대낮처럼 잘 보였음
그녀들 걸음이 느려 한참 앞서자
나는 돌아서서 불빛으로 신호주기를 여러 번.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생김
까미노는 한 목적지를 향해가는 사람들이라
서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김
오늘은 출발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안개비를 맞으며 걸음.
주위는 안개 속 .
상념에 사로잡혀 성가
주님과 함께 길을 걸어가며 지나간 일을 속삭입니다
손을 맞잡고 산과들을 따라 친구가되어 걸어갑니다
그리고 성가 2번
주하느님 지으신 모든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주 하느님 크시도다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주 하느님 크시도다
이 성가를 부르면 정채봉 님의 ‘벚꽃으로 돌아오다’ 라는 글이 생각나며
괴산 어느 마을 숲에서 2번 성가를 부르던
아기업은 초등학교 학생이 떠오름
그 글을 읽으면 따뜻함과 순수한 사람냄새가 나서 참 좋음
뽀르또마린
몬떼 데 끄리스또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마을로
미뇨 강에서 이 마을을 바라보면 환상적인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습니다.
1966년 이 마을은 벨레사르 저수지를 건설하면서 수몰되었고,
현재의 뽀르또마린은 새로 만들어진 마을입니다.
중세부터 순례자들이 오랫동안 건너오던 다리 역시 저수지에 잠겨 있으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물들은 새로운 주거지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역사적, 예술적 풍성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뽀르또마린은
과거와 현재의 조합이 잘 이루어진 매력적인 곳이 되었습니다.
1950년대 댐을 만들자 저수지가 생겨
마을을 언덕(그리스도의 산)으로 이주시킨 새로 만들어진 마을.
물이 빠지면 로마시대 흔적들이 보임.
현재의 다리는 1966년 만들어 진 것이며
12세기에 만들어진 옛 다리의 흔적이 보임.
산 니콜라스 성당도 다리 아래 있던 것.
산 니꼴라스 요새 성당
(Iglesia Fortaleza de San Nicolas)
예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이 12세기 말에 설립한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으로
망루가 있는 벽과 건물의 높이가 요새로서 사용되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특히 장미창과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의 대성당과
매우 비슷한 외양의 정문 장식이 아름답습니다.
이 정문을 장식하고 있는 24명 인물상은 산띠아고 대성당을 건축한 거장
마떼오 데우스땀벤(Mateo Deustamben)의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성당 건축의 규칙은 제단이 있는 곳이 동쪽이나 예루살렘을 향해 있고
파사드가 서쪽을 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돌을 하나씩 옮겨 성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이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성당의 제단과 파사드의 방향이 잘못되었는데
이 때문에 다른 성당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빛의 향연을 만끽 할 수 있습니다.
▼ 산 뻬드로 성당 (Iglesia de San Pedro)
12세기에 만들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 건축으로
현재에는 성당의 문을 포함한 정면 부분만 옮겨졌다.
강을 사이에 두고 니꼴라스와 베드로 성당이 양쪽에 있어 관할하였었는데
이전 시 이곳 한 방향으로 옮겼다고 함.
옮길 때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겨 똑같이 복원하였다 함.
6월 16일 : 포르또마린 – 빨라스 데 레이
29일 차(26.1Km)
오늘도 어김없이 출발 후 4시간 동안 안개 속을 걸음.
5시20분 부터 헤드램프에 의존해 산속 길을 혼자 걸음
안개 속에 사진도 찍을 수 없어 시골마을 작은 성당 2 곳과
개사육장(엄청 큼)담 밑에 잘 가꾼 꽃밭과 버섯모양 촬영하고 가정집 정원도 ..
길에 수없이 많은 소똥, 아니 소똥으로 만들어진 길을 1주일째 걸으니
처음엔 역겹다 지금은 구수한 냄새가 남.
풀을 먹은 똥이라 건초가 많이 섞임
어렸을 때 가마솥에 쇠죽 끓이던 냄새 같기도 하고
술 익을 때 나는 누룩 뜨는 냄새?
이젠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마저 든다
라메이로스 끄루세이로 (Cruceiro de Lameiros)
17세기 마을 밖 떡갈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숲 속에 세워진 이 십자가상에는
한편에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상징하는 망치, 못, 가시관, 해골, 십자가가 조각되어 있고
반대편에는 팔에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빌라르 데 도나스 수도원
(Monasteral de Vilar de Donas)
리곤데를 약 3킬로미터 정도 지나면 뽀르또로 가는 길목에
빌라르 데 도나스 수도원이 있습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문과 고딕 양식의 아치가 볼만합니다.
성당 안에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와
오 세브레이로의 기적을 표현한 16세기의 석조 봉헌화가 있습니다.
또한 고딕 양식의 벽화는 갈리시아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벽화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 수도원은 산띠아고의 기사들이 순례자를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그들의 부인이 지내는 장소였으며, 산띠아고의 기사들이 사망한 후
그의 미망인들이 여생을 지내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도원을 빌라르 데 도나스
(Vilar de Donas; 부인들의 마을)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빨라스 데 레이
‘왕의 궁전’(El Palacio de un Rey)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곳에는 서고트의 왕 위티사가 그의 아버지 에히까의 치세 동안
갈리시아 지방의 총독을 맡아서 살던
궁전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명명되었습니다.
아 우요아 지역의 중심도시인 빨라스 데 레이는
순례자들에게 폭넓은 숙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입니다.
또한 선사 시대의 고인돌, 로마 시대 이전의 성벽, 로마 시대의 건축물,
성과 수도원,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까미노 데 산띠아고와 관련된 흔적도 많이 남아 있는데
그 중에는 산띠아고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날을 보내는 순례자들이 모였던
깜포 도스 로메이로스(Campo dos Romeiros)가 있습니다.
빨라스 데 레이에서는 여러 시대에 걸친 저택과 집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까사 데 로우꼬라는 중세의 저택과 화강암으로 장식된 계단과
문장 장식이 아름다운 시청도 방문해 볼만 합니다.
산 티르소 성당( Iglesia de San Tirso)
오늘은 좁은 문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그 길이 협착해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마태 7,13-14)
오늘 여정은26키로인데 가이드 북에서 추천한 곳인
까미노에서 벗어난 비라드 데 도나스를 갔다오면 4.4키로를 더 걷게됩니다.
어찌할까 망설이다 방문키로 결정.
많은 이가 지나치는 좁은 길 선택
역시 그 길은 사람들이 찾지 않아
방문하고 오는 1시간 반 내내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함
빌라드 데 도나스는 부인들의 마을이란 뜻으로
산띠아고 기사들이 순례자를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그들 부인들이 지내는 장소였으며
기사들이 사망한 후 그 미망인들이 여생을 보낸 곳
이곳엔 국가지정기념비와 고대 산티아고 기사단의 본거지를 볼 수 있음
그곳에 있는 산 살바도르 성당은 14세기 지어진 건물이지만
그 기원은 10세기에 세워진 수녀원에서 찾을 수 있음
그래서 도나스(성녀)란 명칭이 붙음.
실내에 독특한 벽화와 기사들 석상이 눈길을 끔
10시쯤에 도착했으나 마을엔 정원이 아름다운 현대식 주택 몇 채와
성당 폐허 된 집 몇 채 뿐이지만
구릉에 둘러싸인 풍경이 아름다움.
성당 문이 잠겨있어 내부를 볼 수없는 아쉬움을 안고 돌아오는데
갑자기 나타난 2마리 개
(엔젤보다 작고 애완견 비슷)가 달려들며 짖어댐.
무시하고 가도 계속 쫓아오며 짖어대자
뒤에서 누군가 세뇨르~ 세뇨르 ~하면서 외침
돌아보자 나에게 오라는 손짓.
다가가자 키를 보여주며 따라오라는 시늉과 뭐라 하는데
관리인이라 하는 듯
감사하다 말하고 성당 내부 구경.
한쪽 발을 저는 70대 노인인데
스페인말로 이것 저것 가리키며 열심히 설명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오~ 예! 만 반복.
세요(스탬프)받고 약간 기부한 후 사진 몇 장 찍음
촬영금지 표시 있었지만 플레쉬 사용 안하면 괜찮다며 허락.
정말 보기 드문 내부를 봄
오늘의 천사도 개 2마리.
평소 개 사랑하는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는 걸까
100미터쯤 떨어진 성당까지 한발을 절며 안내하고,
설명하고, 내가 다 볼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문 잠그고 가시는 할아버지께
몇 번이고 감사를 전하자 부엔 까미노로 회답하시는 관리인
오늘 비록 4.4킬로 더 걸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꺼리는 좁은 길을 택한 것이
결국 나에게 이롭다는 사실 재확인한 날
오늘 맥주 맛은 더욱 시원하고 맛있음
오늘미사는 내일 묵을 곳에 성당이 없는 것 같아
특전미사로 생각 헌금을 많이 함
가타 반주로 스페인풍의 경쾌한 성가 특이하고 좋았음.
미사 끝나고 저녁겸 맥주한잔
첫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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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게시물 포스팅 하시는데
대단한 노력이 보입니다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