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에 감초
옛날 중국의 어느 마을에 의원이 있었는데, 마침 다른 동네로 치료차 집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동네에 환자가 생겨서 의원 댁을 찾아왔지만 의원이 없어서 그냥 돌아갔습니다.
이튿날 다시 의원 댁에 가 봤지만 의원은 역시 돌아오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환자도 와서 서성거리다 돌아갔습니다.
삼 일째 또 의원 댁에 갔지만 역시 의원은 돌아오지 않았고 서성이는 환자는 더 많아졌는데, 의원의 부인은 더 부담이 갔습니다.
오는 사람들마다 똑같은 대답을 해야 하고, 때론 환자들의 불평과 짜증 섞인 소리도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5일째가 되어가자 동네 사람들은 노골적인 불평이 터져 나왔습니다.
제 동네 환자들은 내팽개치고 딴 동네 가서 너무 오래 머문다고....
동네 사람들은 의원 기다리는 것을 참다못해 드디어 폭발하였습니다.
의원 부인에게 가서는, 당신도 옆에서 치료하는 것을 보아서 뭔가는 알고 있을 테니 뭐라도 줘서 병을 낫게 해달라고...
그러나 의원 부인은 의원의 뒤치다꺼리와 살림만 하였지 치료법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뭐라도 해주지 않으면 폭동이 날것 같아 마침 야산에서 땔감으로 덩굴과 뿌리를 걷어온 식물 중에서 좀 깨끗한 것으로 짧게 잘라 모두에게 그것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환자들은 나눠준 그것이 뭔지도 모르고 가져가서 달여 먹었습니다.
약물을 마시니 맛이 달짝지근한 것이 먹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기분 좋게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아팠다고 투덜대던 사람들이 모두 좋아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의원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아프다고 투덜대며 뭔가를 받아 간 그 사람들은 병이 나았다고 나름대로 알아서 약 값을 가져왔습니다.
의원은 부인에게 뭔 약을 주었는데 병이 나았다는 게요?
당신은 약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래서 부인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남편인 의원에게 말하자...
그 한 가지만을 주었는데 이렇게 여러 병이 나았다는 게요? 하며 의아해하였습니다.
그러고는 반대로 약이라고 가져간 사람들을 의원이 일일이 찾아가서 무슨 병이었는데 병이 나았는가?를 조사하였습니다.
그들 중에는 설사병 환자, 가래와 기침이 많았던 사람, 체한 사람, 목이 아팠던 사람, 태독 걸린 아이 등등 이였습니다.
의원은 그 땔감을 어디서 걷어왔는가? 하며 그곳에 가서 확인을 하고는 조금 잘라 씹어보니 달짝지근하였습니다.
이 의원은 그 후부터 약을 지을 때에는 땔감이었던 이 식물을 잘라 조금씩 넣고 약을 지으니, 효과가 아주 좋아졌습니다.
이 소식이 갑자기 인근으로 번지며 명의라는 소문이 나자, 다른 의원들이 와서 비방을 알려주어 같이 먹고살자고...
그래서 실토를 했습니다.
이 보잘것없는 건초를 넣었더니 만능에 가까운 효과가 있더라....
그러자 의원들이 물었습니다.
그럼 그 약이라고 준 것의 이름이 무엇이요?
그러나 그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이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맛이 달짝지근하니 감초(甘草)라고 합시다 하였는데...
과연 감초는 맛이 달고, 이약 저 약을 화합시키며 그 단맛 하나만으로도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통증을 감소시키며 폐를 윤활하게 하고 해독도 시키는 등의 효과를 내고 있어 여러 처방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감초는 자기의 효능만을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약재를 도와 화합을 이루고 좋은 약성이 되도록 하는 고마운 약재입니다.
이로 인해 약방(藥方=약의 처방)의 감초(甘草)라는 말도 생겼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