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느냐?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누구든지
들을 귀가 있거든 들어라."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새겨들어라.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마르 4,21-25 또는 마태 23,8-12) |
오늘의 묵상
아주 오래된 기억 속에 아리아리한 등불이 있습니다.
맨 아래 석유를 가득 채운 호야 등불이 그것인데요.
혹시 보셔서 알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할머니께서 살고 계시는 큰 집은 윗마을이었고
조금 떨어진 우리 집은 아랫 마을이었지요
어머니는 요즘처럼 명절 즈음이면 맛있는 먹거리를 장만하시고
꼭 할머니에게 제일 먼저 마련한 음식을 드리고 나서야
우리에게 이제 먹어도 된다고 허락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늦은 밤, 심부름을 시키면 꼼짝없이 해야하는
맏이였던 나는 만만한 동생 하나를 데리고 손에든 호야등불이
어두운 밤길을 환하게 비추며 안내하였습니다.
때론 시커먼 연기를 뿌리며 이리저리 춤을 추는듯
걸음따라 흔들리는 등불을 작은 손으로 부여잡고
가슴을 조이며 성급하게 다녀오면 숨도 턱까지 차오르고
누가 곧 뒤따라오는 것 같아서 얼마나 무서웠던지
그만 식은 땀이 훔뻑젖어 흘렀습니다.
그때마다 늘 개구장이였던 동생도 아무 말없이
순순히 내곁에 꼬옥 붙어서 잘도 따랐습니다
칠흑같은 밤을 밝히던 달랑 작은 호야 등불이었지만
그때는 얼마나 하얗고 밝았던지, 지금 생각해도 눈부신 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환한 빛 속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빛이십니다.
우리는 빛의 자녀입니다. 빛의 자녀로 산다는 것은
어둠의 생활을 청산하는 일이겠지요?
또한 지금의 삶이 고통스럽고 끝없는 어둠뿐일지라도
절망하거나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오늘도 들을 귀를 가지고서
복음 말씀을 자꾸 듣고 묵상하고 가슴에 새기며
환한 등불 같은 웃음으로 어둠을 몰아내며
빛을 내는 삶이고자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