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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 닝겐들 따위 섬.멸.시.켜.주.지."라고 외치며 인간절멸의 꿈에 매혹된 중2병 킬러가 장래희망인 친구들이 많다. 이들이 최단시간내 최대인간 살상의 불멸의 레코드를 꿈꾼다면 넘어야할 산은 과연 누구일까? 나치? 킬링필드? 독소전? 이 의외의 타이틀의 후보중 하나는 바로 16세기 중미에 존재한 아즈텍이다. (문명 5에서 시미까까로 유명한 그곳 맞다.)
이들의 인신공양 스탯은 실로 절륜하다. 1487년 테노치티틀란의 우이칠로포치틀리의 대신전에서 벌어진 학살쇼는 4일동안 8만 400명을 죽였다고 전해지는데 전근대 기록의 뻥튀기 같은 것도 감안해야겠지만 하여튼 기록상으로는 1분당 14명을 죽인 이 기록은 2차대전 시기 아우슈비츠나 다하우 수용소를 능가한다.
인신공양에 최적화되게끔 설계된 신전은 제물을 발로 차서 쉽게 떨어뜨릴 수 있게끔 가운데가 볼록하게 만들어져 있어 마치 공장 같은 느낌이다. 물론 즈텍이는 중2병 칭구들이 그러하듯이 나중에 그 댓가를 톡톡히 치루게 된다. 헤이 즈텍! 돈 두댓!
사진은 기적의 패션왕 아즈텍의 재규어 전사이다.
1편 : 왜 역사를 배워얀다고 난리인가?
2편-(1) : 왜 국사를 배워얀다고 난리인가? (1)
2편-(2) : 왜 국사를 배워얀다고 난리인가? (2)
3편 : 역사가 핵무기가 되는 과정
4편-(1) : 종특과 운명의 만남에 저항하기 (1)
4편-(2) : 종특과 운명의 만남에 저항하기 (2)
7편-(1) : 동양 vs 서양7편-(2) : 동양 VS 서양
- 부제 : 동양인은 좋겠다. 친구들도 모두 동양인이라서.
16세기 브뢰겔이란 아저씨가 그린 오버워치 경쟁전 모습.
Conceptio Culpa 임신은 죄악이고
Nasci Pena 탄생은 고통이며
Labor Vita 삶은 고행이요
Necesse Mori 죽음은 불가피하다.
- 살바트로 데 로사 (1615~1673)
저번 화를 마무리할 때 이런 글귀를 소개한 바 있다. 요즘 나오는 헬조선 레퍼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런 좆같은 세상 애 낳으면 그게 죄야 임마.' 라는 의미를 라틴어로 번역하면 저렇게 멋있어진다.
요런 소리가 나오게 되는 이유는 별 거 없다. 유럽에서 아무리 지동설이 나오고 최초의 의회정치니 뭐니 해봐야 지나가는 백성 A로 살기엔 실로 팍팍했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고 대한민국 신용등급이 일본을 추월했어도 우리의 인생과 팀포가 살아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전쟁인데 유럽의 각종 발전의 원인을 이 전쟁과 경쟁이 끊임없이 지속된데서 찾기도 하지만 세상은 가끔 만화같을 때도 있어서 모든 것은 등가교환인 법. 유럽의 백성들은 그 댓가로 로마 이후로(혹은 그 이전부터?) 탈탈탈탈탈 털려가며 살아야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해당 지역은 초토화된다. 전투가 벌어지지 않아도 군대가 이동을 하면 해당 경로에 있는 마을들은 작살이 난다. 가장 큰 원인중 하나는 보급 방식 때문으로 철도 발명 이전 군대의 보급은 '현지 조달'이 기본이다.(전근대 육상 보급의 한계는 약 180km 가량으로 추산된다.) 법이 사라지고 난폭한 오버워치 유저들같은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은 덤이다. 30년 전쟁 당시 이런 행패에 질려서 한 남작 부인이 "우리 땅에서 전투 벌이지 말아주세요."도 아니고 "전투하러 가실 때 우리 땅 말고 다른데로 좀 가줘요." 라며 징징대는 서신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럼 전투 안하는 곳은 괜찮을까? 그럴 리가 없지. 유럽의 과학과 문명이 폭풍성장하는 때는 기사의 시대가 끝나가면서 새로운 전투 방식들이 나타나는 때이기도 하다. <왕-대영주-기사-기사의 부하놈> 식의 단순무식한 군대가 <대대-연대-여단> 식의 현대적인 체제로 다듬어지기 시작하는 것도 이 무렵이다. (사단의 개념은 나폴레옹 전쟁 때쯤에 완성된다) 그 댓가는 당연히 돈인데 유럽 하면 생각나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의 나라는 재정의 90~100%+a에 이르는 비용을 군사비로 지출해야 했다. 참고로 지금 북한이 40%정도, 우리나라가 3% 정도 쓴다.
네가 장군님이 아닌 이상 병사생활 엿같기는 저 시대도 마찬가지. 그래서 영국은 19세기까지 수병을 충원하기 위해 마을을 습격해서 장정들을 두들겨 패서 죄수 끌고 가듯이 징집했고(프레스 갱이라 한다) 러시아에서는 마을에서 제비뽑기로 복불복을 했는데 병사로 당첨되면 마을에서 이미 죽은 사람으로 여기고 친절하게 장례식부터 지내주었다. 독일에서는(아직 독일이란 단일국가가 아니지만) 헤센이나 브라운 슈바이크같은 곳에선 영주님 돈 없으면 영민들을 외국에 돈 받고 병사로 수출하기도 했는데(사실상 노예) 이게 무슨 로빈훗 나오는 시절 같은 게 아니라 루소나 홉스 같은 사람들이 뛰노는 18세기란 점이 심각한 일이다.
같은 시기 동양은 어땠을까? 우리들은 전쟁 안 했을까? 임진왜란, 병자호란, 신장의 야망 같은 건 다 뭐란 말인가? 불행히도 위의 사항은 동양도 거진 다 해당되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점이라면 저런 임팩트가 큼직한 전쟁은 비교적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조선의 경우 500년간 저런 국가급 전면전은 단 2번 정도이며(임진왜란, 병자호란) 일본은 전국시대가 끝난 뒤 아예 총기가 사라지다시피해서 다시 활의 문화로 돌아가는 괴현상마저 보여준다.
또 유교탈레반 같은 게 요즘 들어 말이 많지만 적게 걷고 적게 쓰고 쓰잘데기 없는 토목공사 안 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삼다보니 18세기쯤에 이르면 동북아 3국에 한정해 정말로 유래없는 평화기가 찾아온다. 이 시기 동북아 3국의 인구는 그야말로 폭증한다. 주변 이민족한테 삥 뜯고 다니는 청나라가 그나마 전쟁좀 하는 경우인데 얘들마저 강희-옹정-건륭으로 유명한 그랜드라인이 자리잡은 시기이기도 하다.
3국 모두 부국강병보다는 그냥 우리 땅에서 우리끼리 잘먹고 잘살자니즘이 강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이 나라들이 모두 과거의 끔찍한 전쟁과 함께 탄생한 체제라는 점을 눈여겨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조선은 여말선초, 에도시대는 전국시대라는 지옥도를 겪으며 탄생했기 때문이다.
헬조선 군무원 테스트 중
전근대 동북아시아가 유럽보다 나은 점 한 가지를 더 들라면 통치 체제의 정교함을 들 수도 있다. 이에(家)의 엄격함이 유지되어 집안 대대로 직업이 계승되는 헬본을 제외하면 중국과 조선과 베트남은 공무원을 공무원 시험을 통해 뽑았는데 참 당연한 소리인 듯 싶지만 그렇지 못한 게....... 18세기가 되도록 공무원을 대물림하지 않고 정기 시험 봐서 뽑는 나라는 내가 아는 한에서 지구에서 저 세나라 뿐이다.
굳이 공무원 시험이 아니라도 좀 조악한 비유긴 하지만 봉건제라는 단어가 중국에선 주나라 시절..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000년전에 쓰였던 체제라는 것을 생각하면 18세기 무렵까지도 중앙집권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유럽이 미개해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절대왕정이니 왕권신수설이니 해봐야 혁명 직전의 프랑스만 해도 귀족들 눈치 봐가면서 세금을 대리업자 시켜서 걷는 나라였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은 실제 역사는 게임이 아니다. 봉건제는 병신이고 중앙집권은 고테크라 헤븐이니 하는 사고방식은 실제로는 완전히 케바케이다.
어째 이리 말하면 동양이 우월한 건 그냥 18세기 잠시 동안 농사 짓고 걱정 없이 살아가는데 특화된 엘프 국가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대륙의 기상을 무시하면 섭섭하지. 조지프 니덤의 저서와 함께 중궈과학사의 명저로 꼽히는 로버트 템플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 서문을 보자.
- 서양이 중국에 진 빚 -
역사에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가장 큰 비밀 중의 하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세계'가 중국과 서양의 여러가지 요소들이 한데 뒤섞인 세계라는 것이다. 아마도 '현대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기초적인 발명과 발견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기원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중국인도 서양인들처럼 이런 사실을 모른다. 17세기 이후 중국인은 유럽의 전문적인 기술에 매혹되어 과거에 그들이 이룩한 업적을 잊고 말았다. 예수회 선교사가 기계 시계를 보여주자 그들은 외경심을 품었다. 기계 시계를 최초로 발명한 것이 그들 자신이라는 것을 중국인은 잊고 있었다.
'근대적' 농업, '근대적' 조선, '근대적' 석유산업, '근대적' 천문대, '근대적' 음악, 십진법, 지폐, 우산, 릴낚시, 일륜차, 다단 로켓, 총, 수뢰, 독가스, 낙하산, 열기구, 사람을 태운 비행, 브랜디, 위스키, 장기, 인쇄술, 심지어 증기기관의 기본 구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중국에서 유래했다. (후략)
- 로버트 템플, <그림으로 보는 중국의 과학과 문명>
kiaaa 대륙 뽕에 취한다. 사실 중국의 병신같은 짓거리들이 워낙 뇌리에 남아서 그렇지 대륙의 기술력은 파헤치다보면 대단한 것들이 많은데 전근대에 이미 천연가스를 채굴해 쓰고 석탄으로 난방을 했을 정도이다. 위 책의 목차만 봐도 보통 사람들 선에선 깜짝 놀랄만한 것들이 많으니 관심 있으면 한 번 찾아보자. 사진 자료가 엄청 많아서 읽기도 교과서보단 편하다. http://www.yes24.com/24/goods/3368667?scode=032&OzSrank=4
하지만 이것이 '과학'의 범주에 들어가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기초과학의 개념에선 더욱 그렇다. 과학이란 단순히 개쩌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학과는 구별되는 것일 뿐더러 체계적인 이론을 정립하고 원리를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동양과 서양 어디가 더 잘난 것이냐 하는 문제는 더더욱 알쏭달쏭하다. 대체 무엇이 발전의 척도란 말인가? 싸움을 잘하는 일진국가가 되면 잘난 건가? 백성이 잘 살면 따이완넘버원인가. 게다가 이쯤되면 막연히 불편한 감정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지금 내가 얘기한 나라는 동양 vs 서양이라기엔 극히 일부분의 국가만을 비교했을 뿐이다. 특히 동양을 이야기 할 때 한중일 3국이 과연 동양을 대표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서양 역시 마찬가지인데 사람들이 기억하는 서양이란게 대체로 영국, 독일, 프랑스 + 미국 등의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천부인권을 논하는 사상가와 언리미티드 증기기관 빠와! 콜트 리볼버! 윈체스터!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때 과연 루마니아나 알바니아 같은 나라를 같이 떠올릴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동양 vs 서양이란 구도는 자칫하면 이분법으로 빠지기 쉽다. 지구상에 살았던 닝겐들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인도, 중동의 나라들은 과연 저 유럽이나 중국처럼 자랑할 만한 게 없을까? 다들 알다시피 0의 발명이라던가 장기&체스라던가 중세 유럽 의사들의 교과서를 만든 이븐 시나라든가 여러가지 있을 것이다. 단지 지금 세상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대륙의 기상은 중국의 전유물이 아니닷! 지하 13층짜리 인도의 흔한 우물 건축.
왜 관심을 못 받느냐 하면 그것이 바로 이 동양 vs 서양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 시대에 사람들은 누구나 내심 서양이 동양을 앞질렀다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시작은 어떠했는가? 그들의 어떤 행동이 과연 미래를 달라지게 만들었는가? 우리와는 무엇이 달랐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에 어떠했고 어디에서 뭘 더 잘했어야 했을까? 이러한 의문 자체가 바로 서양 vs 동양이란 거대 떡밥을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동양 vs 서양이라고 해봤자 서양의 발전된 한 줌 국가들과(ex 미영프독) 마찬가지로 그나마 현대에도 돈 잘 번다는 극동 3국의 변방 나라들이 그 비교 대상에 오르곤 하는 것이다. 이처럼 역사적인 문제의 시발점은 다분히 현대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결론이 뭔가.. 라고 묻는다면 내가 그걸 어찌 아누.. 이 문제는 세계 석학들끼리도 매일같이 치고받고 결론이 안 나는 문제일 것이다. 한나라 vs 로마를 통계적으로 산출해낸 앵거스 메디슨의 자료부터 시작해 성룡의 드래곤 블레이드와 같은 괴상한 영화에 이르기까지 이 떡밥은 숱한 싸움을 일으켜왔고 앞으로도 결론은 잘 안 나올 것이다.
무엇보다 역사는 케바케이다. 내가 위에서 든 예시는 그야말로 아주 단순무식하게 줄인 것이다. 전근대 서양의 관료제가 비잔티움 제국처럼 정교한 경우도 있고 송나라처럼 동양의 나라가 과학과 농업에 테크를 투자하는 경우도 있고 서양이 평화로운 시기엔 동양에선 전쟁을 하고 있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 자체가 쓰잘데기 없는 것은 아닌데 발전의 기준이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에 있다. 과학이 일취월장하는 세계가 자신의 판타지라면 근대 유럽이나 송나라가 답일지 모른다. 전장에 나아가 무공을 드높이고 싶은 중2병 환자는 싸움 잘 하는 나라가 으뜸 국가로 보일 것이다. 걍 큰 욕심 안 부리고 느긋하게 먹고 살자면 조선 같은 나라도 나쁘지는 않다. 그리고 어느 나라든 간에 모두 갈등과 전쟁을 겪으며 때로는 몰락하고 때로는 재기하고 세상 어느 나라 사람들이건 자신들만의 문제에 직면해 모두 적절하게 먹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우열론이 불 붙을 때 예시로 들고 싶은 것 하나는 2차대전 기간 동안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독일군으로 살기 vs 아마존 원주민으로 살기>이다. 난 이런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틀림없이 죽창 들고 아마존으로 갈 것이다. 암만 봐도 이쪽이 삶의 질이 높아보이거든.. 물론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도 있긴 할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 발전을 하면 무조건 좋은 건가? vs놀이를 오래도록 생각하다 보면 이런 문제에 다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크.. 오랜만에 글을 쓰는군.. 그 동안 세상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팀포를 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오버워치가 그 판을 장악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몰랑 하여튼 팀포 유저는 대부분 옵치나 배그 테크를 타고 있는 듯 하다.
위에서 든 예시 중에 봉건제-중앙집권 테크를 설명하며 역사는 케바케라고 설명한 바 있다. 과연 그러할까? 역사란 마치 RTS나 문명 시리즈처럼 원시인 시절부터 서서히 테크를 타며 올라가는 것일까?
다음화...! 역사에 테크트리는 존재하는가?
[한줄요약]
동양이 낳냐 서양이 낫냐 하는 건 그냥 자기 취향에 맞는 나라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옵치에서 원챔충이 되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첫댓글 이거 뭔데 벌써 7편이죠
왜 2년이나 걸린거죠
정주행 했습니다.
퍼즈 공식 칼럼니스트
잘 읽었당
6편이 기억이 나질 않아요
일용할 마음의 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