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어느 해 봄 낚시회에서 서산 “봉락지”로 출조를 하였습니다.
낮에는 따뜻하였는데 밤이 되자 기온이 급강하하여
손이 곱아 도저히 낚시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다. 잠이나 자자.”
야영 할 곳을 물색하는데 저수지 옆 솔밭에 무덤이 하나 있는데
주위에 잔디가 무성하여 탠트 치기에 안성맞춤 이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바람이 점점 더 거세지더니
어느 순간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사각! 사각!”
“이 밤중에 왠 사람일까? 여기 올 사람이 없는데.”
그런데 사람 분명 발자국 소리였습니다.
“사각! 사각!”
바람 소리라 생각을 하면서도 귀를 쫑곳 세우고 유심히 들어봤는데
분명 사람 발자국 소리였습니다.
“누구세요?” 대답이 없습니다.
다시 “사각! 사각!”
“누구세요?” 역시 조용합니다.
“ ???”
그때서야 내가 탠트를 친 곳이 무덤 앞이라는 사실과
주인의 허락 없이 무단 침입하여
귀신의 평온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무서움이 밀려왔습니다.
“ 아이고! 귀신님 잘못했습니다.”
“ 불초 소생을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날 밤 나는 생에 가장 긴 밤을 보냈습니다.
새벽 귀에 익은 낚시회 자동차 소리가 들려 올 때쯤에는
거의 산송장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 살았다!"
우연히 카페 글을 검색하다가 “감나무골 함라산 갈매기“란 제목의
맛 집 기행문을 보았습니다.
고향에 대한 글이라 엄청 반가웠습니다.
위치가 익산시 함라면 수동길 66번지였습니다.
함라는 조선시대 함열현이란 관청이 있던 곳으로
고색창연한 기와집은 물론 향교 및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서 깊은 고을입니다.
당초 이곳은 호남선 열차의 역이 들어설 자리였는데
기차 소리에 돌아가신 조상님들의 수면이 방해된다고 하여
“와리”로 변경하였는데
그곳은 번창하여 함열읍이 되었고 함라면은 발전이 안 되었습니다.
음식점이 위치한 수동이란 곳은
고을 현감이 살던 곳으로 머리수(首)자를 써서 수동이라 불렀는데
육묘정이란 정자가 있을 정도로 산수가 수려한 곳입니다.
조딩 동창 중 제일 예뻤던 애경이가 살던 동네인데
오늘 같이 더운 날
시원한 육묘정에서 막걸리를 한잔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연 애경이가 옆에서 잔을 채워준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