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金榮一 재판관)는 2004년 8월 26일 재판관 7 : 2의 의견으로, 현역입영대상자들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기일로부터 5일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들을 처벌하도록 규정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개요
당해사건의 피고인 겸 제청신청인은 현역입영대상자로서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병무청장의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5일이 지나도록 이에 응하지 아니하여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반으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공소제기되어 재판계속 중이다.
이에 제청신청인은 위 공소사실에 적용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가 종교적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법원에 위헌제청신청(2002초기54)을 하였고, 이를 받아들인 법원은 2002. 1. 29. 위 규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병역법 제88조(입영의 기피)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 또는 소집기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제5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전시근로소집에 대비한 점검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일시의 점검에 불참한 때에는 6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
1. 현역입영은 5일
3. 결정이유의 요지
가. 헌법상 보호되는 양심의 의미
헌법은 제19조에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로써 국가의 법질서와 개인의 내적․윤리적 결정인 양심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헌법은 국가로 하여금 개인의 양심을 보호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보호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은 제39조에서 국민의 의무로서 국방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헌법상의 국방의무를 구체화하는 병역법 제3조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하여 현역입영대상자들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기일로부터 5일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들을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병역기피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이라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처벌이라는 제재를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고 있으므로, ‘국가에 의하여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당하지 아니 할 자유’, 즉,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헌법은 제5조 제2항에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국군의 신성한 의무라고 규정하면서 제39조 제1항에서 국가안전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은 국가의 존립과 영토의 보존, 국민의 생명․안전의 수호를 위한 불가결한 전제조건이자 모든 국민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으로서 헌법이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는가와 관계없이 헌법상 인정되는 중대한 법익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의 이행을 관철하고 강제함으로써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병역제도 하에서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라. 양심실현의 자유의 보장 문제
(1) 양심의 자유는 헌법상의 기본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자유로서 실정법적 질서의 한 부분이다. 기본권의 행사가 국가공동체 내에서의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모든 기본권의 원칙적인 한계이다.
따라서 양심실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은, 곧 개인이 양심상의 이유로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개인이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여 합헌적인 법률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으며, 개인의 양심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현상으로서 비이성적․비윤리적․반사회적인 양심을 포함하여 모든 내용의 양심이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의 법질서는 개인의 양심에 반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는 사고는 법질서의 해체, 나아가 국가공동체의 해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어떠한 기본권적 자유도 국가와 법질서를 해체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그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는 개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나 대체복무를 요구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우리 헌법은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양심의 자유의 일방적인 우위를 인정하는 어떠한 규범적 표현도 하고 있지 않다.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는 단지 헌법 스스로 이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수 있다.
(2) 국가가 양심실현의 자유를 보장하는가의 문제는 법공동체가 개인의 양심을 존중하는 방법을 통하여 양심상의 갈등을 덜어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에 관한 문제이다. 결국 양심실현의 자유의 보장문제는 ‘국가가 민주적 공동체의 다수결정과 달리 생각하고 달리 행동하고자 하는 소수의 국민을 어떻게 배려하는가.’의 문제, 소수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관용의 문제이며, ‘국가가 자신의 존립과 법질서를 유지하면서도 또한 개인의 양심도 보호하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법적 의무와 개인의 양심이 충돌하는 경우 법적 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실현과 법질서를 위태롭게 함이 없이 법적 의무를 대체하는 다른 가능성이나 법적 의무의 개별적 면제와 같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양심상의 갈등이 제거될 수 있다면, 입법자는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하여 개인의 양심과 국가 법질서의 충돌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마.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의 여부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의 문제는 ‘입법자가 양심의 자유를 고려하는 예외규정을 두더라도 병역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실현하려는 공익을 달성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이다.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의무부과의 불평등적 요소를 가능하면 제거하면서도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는 수단 즉, 양심과 병역의무라는 상충하는 법익을 이상적으로 조화시키는 방안으로서 대체복무제가 고려된다. 대체복무제란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하여금 국가기관, 공공단체,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공익적 업무에 종사케 함으로써 군복무를 갈음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는 ‘입법자가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란 공익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
(1) 입법자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국가의 전반적인 안보상황, 국가의 전투력, 병력수요, 대체복무제의 도입시 예상되는 전투력의 변화, 병역의무이행의 평등한 분담에 관한 국민적․사회적 요구, 군복무의 현실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의 안보상황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란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지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상이한 평가와 판단이 가능하다.
○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은 낙관적인 예상이 가능하다.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체 징병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국방력은 전투력에 의존하는 것만도 아니고, 현대전은 정보전ㆍ과학전의 양상을 띠므로 인적 병력자원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병역의무에 대하여 예외를 인정할 경우 병역의무의 형평문제가 제기된다고 하나, 양심의 보호와 형평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다수의 국가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복무기간, 고역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대체복무의 부담이 현역복무와 등가관계가 성립되도록 대체복무제도를 운영한다면, 국방의무의 평등한 이행을 확보할 수 있고, 이 제도를 악용하려는 병역기피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많은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병역거부가 양심상의 결정에 근거한 것인지에 대한 엄격한 사전심사절차와 사후관리를 통하여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려내는 것이 가능하므로, 대체복무제도라는 대안을 채택하더라도 국방력의 유지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다.
○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예상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휴전상태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그간의 군비경쟁을 통하여 축적한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북이 아직도 적대적 대치상태에 있다. 이와 같이 고유한 안보상황에서 병역의무 및 병역부담의 평등원칙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국방의 개념, 현대전의 양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나, 국방력에 있어서 인적 병력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작금의 출산율 감소로 인한 병력자원의 자연감소도 감안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현역복무의 힘든 여건을 감안하면, 대체복무를 통하여 부담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며, 부담의 등가성을 실현하려는 나머지 대체복무가 양심실현에 대한 징벌적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또한 비록 현 단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체 징병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형벌을 통하여 일반적으로 병역기피를 억제하였던 예방효과는 대체복무제의 도입으로 인하여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병역비리와 병역기피풍조가 줄기차게 이어져 왔었다는 우리 사회의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제도적 대비책만으로 대체복무제를 악용하려는 의도적 병역기피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다. 병역부담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력하고 절대적인 우리 사회에서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의무이행의 형평성문제가 사회적으로 야기된다면,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사회적 통합을 결정적으로 저해함으로써 국가전체의 역량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민개병제에 바탕을 둔 전체 병역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2) 이 사건과 같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성여부가 미래에 나타날 법률 효과에 달려 있다면, 헌법재판소가 어느 정도로 이에 관한 입법자의 예측판단을 심사할 수 있으며, 입법자의 불확실한 예측판단을 자신의 예측판단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예측판단권은 법률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 및 침해되는 법익의 의미, 규율영역의 특성,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이 클수록, 개인이 기본권의 행사를 통하여 타인과 국가공동체에 영향을 미칠수록, 즉 기본권행사의 사회적 연관성이 클수록, 입법자에게는 보다 광범위한 형성권이 인정되므로, 이 경우 입법자의 예측판단이나 평가가 명백히 반박될 수 있는가 아니면 현저하게 잘못되었는가 하는 것만을 심사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비록 양심의 자유가 개인의 인격발현과 인간의 존엄성실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기는 하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이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국가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양심상 갈등상황을 고려하여 양심을 보호해 줄 것을 국가로부터 요구하는 권리이자 그에 대응하는 국가의 의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입법자가 양심의 자유로부터 파생하는 양심보호의무를 이행할 것인지의 여부 및 그 방법에 있어서 광범위한 형성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으로서, 이러한 중대한 법익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을 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양심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요구하는 경우이므로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의 관점에서 볼 때, 타인과 사회공동체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고, 이로써 기본권행사의 강한 사회적 연관성이 인정된다.
(3)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가가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더라도 국가안보란 공익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하게 잘못되었는가.’하는 명백성의 통제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등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 할 것인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평화공존관계가 정착되어야 하고, 군복무여건의 개선 등을 통하여 병역기피의 요인이 제거되어야 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리잡음으로써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의무의 이행에 있어서 부담의 평등이 실현되며 사회통합이 저해되지 않는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바. 입법자에 대한 권고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국가공동체의 주요한 현안이 되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비록 아직 소수에 불과하나, 입법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행으로 인하여 양심갈등의 상황이 집단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그 동안 충분히 인식하고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고뇌와 갈등상황을 외면하고 그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에 관하여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나름대로의 국가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입법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양 법익을 공존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국가안보란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우리 사회가 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이해와 관용을 보일 정도로 성숙한 사회가 되었는지에 관하여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며, 설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하더라도, 법적용기관이 양심우호적 법적용을 통하여 양심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보완할 것인지에 관하여 숙고하여야 한다.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의견
(1)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에 있어 그 법률이 명령하는 것과 일치될 수 없는 양심의 문제는 법질서에 대해 예외를 인정할지 여부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다수가 공유하는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수가 선택한 가치가 이상하거나 열등한 것이라고 전제할 수는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도 다수결원리가 전적으로 우선하여야 함을 전제로 하여 ‘혜택을 부여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심사기준을 완화할 것이 아니며, 그 합헌성 여부 심사는 일반적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기본권제한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헌법 제39조에 의하여 입법자에게 국방에 관한 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병역에 대한 예외인정으로 인한 형평문제와 부정적 파급효과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보호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문제는 징집대상자 범위나 구성의 합리성과 같이 본질적으로 매우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는 국방의 전형적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에 대한 입법자의 재량이 광범위하다고는 볼 수 없다.
(2)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으며, 비폭력, 불살생, 평화주의 등으로 나타나는 평화에 대한 이상은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하고 존중해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병역거부를 군복무의 고역을 피하기 위한 것이거나 국가공동체에 대한 기본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무임승차 식으로 보호만 바라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납세 등 각종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함을 부정하지 않고, 집총병역의무는 도저히 이행할 수 없으나 그 대신 병역의무 못지않은 다른 봉사방법을 마련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이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가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역기피의 형사처벌로 인하여 이들이 감수하여야 하는 불이익은 심대하다. 특히 병역거부에 대한 종교와 신념을 가족들이 공유하고 있는 많은 경우 부자가 대를 이어 또는 형제들이 차례로 처벌받게 되고 이에 따라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더 큰 불행을 안겨준다.
(3) 우리 군의 전체 병력수에 비추어 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현역집총병역에 종사하는지 여부가 국방력에 미치는 영향은 병력이나 전투력의 감소를 논할 정도라고 볼 수 없고, 이들이 반세기 동안 형사처벌 및 이에 뒤따르는 유․무형의 막대한 불이익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입영이나 집총을 거부하여 온 점에 의하면 형사처벌이 이들 또는 장래의 잠재적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의무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 국방의 의무는 단지 병역법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집총병력형성의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현역복무이행의 기간과 부담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이와 유사하거나 그보다 높은 정도의 의무를 부과한다면 국방의무이행의 형평성회복이 가능하며 부당한 특혜를 준다는 논란도 불식할 수 있다. 또한 대체복무제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서 보듯이 엄격한 사전심사절차와 사후관리를 통하여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가려내는 것이 가능하며, 현역복무와 이를 대체하는 복무의 등가성을 확보하여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병역기피 문제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병역제도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살펴보면, 입법자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어떠한 최소한의 고려라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5) 이와 같이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와의 심각하고도 오랜 갈등관계를 해소하여 조화를 도모할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들에게도 일률적으로 입영을 강제하고 형사처벌을 하는 범위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임을 면치 못한다.
재판관 권 성의 별개의견
이 사건 청구인의 신념은 종교상의 신념이므로 종교의 자유가 문제되는데, 종교상의 신념 내지 종교 교리의 내용의 정당성은 판단대상이 되지 않으나 사회적 파장을 결과하는 행위는 법률에 의한 규제의 대상이 되고 이러한 규제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헌법 제37조 제2항의 적용대상이 된다. 집총거부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종교상의 이유에 의한 집총거부를 입영기피의 정당한 사유의 하나로 삼지 아니한 입법자의 판단(및 법원의 누적된 해석)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종교에 바탕하지 않은 양심이 내심에 머무르지 않는 경우 비판의 대상이 되는데, 비판의 기준은 보편타당성이다. 보편타당성의 내용은 윤리의 핵심 명제인 인(仁)과 의(義), 두가지로 집약되며 적어도 보편타당성의 획득가능성과 형성의 진지함을 가진 양심이라야 헌법상 보호를 받는다. 표현된 양심의 소리가 보편타당성이 있을 때에는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며, 보편타당성이 없을 때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부당하고 불의한 침략전쟁을 방어하기 위하여 집총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인(仁), 의(義), 예(禮), 지(智)가 의심스러운 행위로서 보편타당성을 가진 양심의 소리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국가안전보장상의 필요성은 헌법유보사항이며 이 사건 법률규정은 청구인에게 외형적인 복종을 요구할 뿐이고 입영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의회의 재량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도 없어 양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집총거부가 그 자신의 양심의 소리에 응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민간대체복무의 검토 등 의회의 입법개선의 필요여부에 대한 의회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다수의견의 권고는 권력분립의 원칙상 적절치 않고 오히려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재판관 이상경의 별개의견
헌법 제39조 제1항은 기본권 제한을 명시함으로써 기본권보다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우위에 놓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입법자는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매우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가지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의의 수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 내지는 입법기초사실의 인정 및 정책수단의 선택이 명백히 자의적으로 인정되었다는 점 등이 입증되어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
양심의 자유의 주관성, 개별성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제정함에 있어서 양심보호의 일반적 규정을 규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바로 정의의 외형적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할 수 없고,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의 양심이라는 것 자체가 일관성 및 보편성을 결한 이율배반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이어서 헌법의 보호대상인 양심에 포함될 수 있는지 자체가 문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어도 이를 우리 공동체를 규율하는 정의의 한 규준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벌의 부과가 정의의 외형적 한계를 넘어서 정의와의 모순을 감내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병역의무의 불이행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어도 필요한 국방력이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미래의 상황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이므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도 3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형벌이 자의적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정당한 입법의 방향에 관하여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 심판대상과 관련이 없는 대체복무제에 대하여 입법자에게 입법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권고하는 것은 사법적 판단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헌재는 합헌의견을 내놨습니다만 입법자에 대한 권고 의견도 실었죠. 물론 권고에 구속력은 없습니다.
지금 이 헌재 결정은 대체복무제도가 위헌이라는 게 아니라.....대체복무의 가능성을 주지 않는 현행 병역법이 위헌은 아니다...라는 것이죠. 기본권행사의 사회적 파급력이 크므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권이 인정되고, 따라서 입법자의 판단이 명백하게 불합리하지 않으면 위헌결정을 내리지 않겠다...이논리대로라면 이번에 도입된 대체복무는 위험심사 받더라도 무조건 합헌결정 나오겠네요
똑똑하고 가진자들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들인데요.. 불꽃남자..님은 너무 그사람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깊이 박혀있으신듯 합니다. 그리고 소록도병원 제가 전경으로 소록도 경찰초소에서 1년정도 있었는데 그리 나쁜곳 아닙니다. 한센병 전염력을 가진분들은 이미 사라졌구요. 전에 앓으셨던 환자분들만 있습니다. 저도 환자분들 많이 접하고 인사도 하고 지내고 했습니다. 대학 봉사동아리나 여러 봉사단체에서 많이들 오십니다. 생각만큼 그렇게 무섭고 꺼림칙한 곳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기회되시면 가서 한번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실제 '신념이 투철한 사람'이 혜택을 받을리 없습니다. 님은 무슨 근거에서 국가의 시스템이나 제도를 맹신 하시는 지요? 단시 '쇼'로 몇명 매스컴을 장식 하겠지만, 국회의원이나 지도층의 또 다른 혜택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뽑는 것도 윗사람 들이니까요. 전 다만 현재 존재하는 시스템이나 제도들이 좀더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길 바라는 겁니다. 이번 대체 복무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색내기' 이고 '종교인을 이용' 하는 거 밖에 되지 않습니다.
면제자나 공익근무요원과는 좀 다른거 같습니다. 면제자나 공익근무요원같은 경우에는 그것들을 나누는 기준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몸이 군대갈 상태가 안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국민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죠. 물론 범법행위를 저질러 신체등급을 속여 안가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만. 공익근무자나 면제자를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같은 일선에 놓일수가 없습니다.
범법행위 언급하셨는데 기존 대체 복무 제도와 동일 선상에 두고 추측하시는 건가요 또한 기준이 모호하니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지금 문제가 되는건 선발시 특혜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고 "병역 회피"의 수단이 되느냐 아니냐 아닌가요 병역 회피의 수단이 되지 않을 만큼 강하게 운영하고, 감독을 강화하면 해결이 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지 아니면 이게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시는지 저는 전잡니다만
첫댓글 헌재나 대법원 판례들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군'에 관한 사항은 가차없이 냉정합니다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일꺼 같습니다 헌재에서 7:2비율이라면
아 물론 저 7:2의 비율은 저 당시의 법률에 대한거죠. 새로 대체 복무제도가 들어간 입법을 하게 되면 합헌결정을 내려 줄듯합니다.
지금 이 헌재 결정은 대체복무제도가 위헌이라는 게 아니라.....대체복무의 가능성을 주지 않는 현행 병역법이 위헌은 아니다...라는 것이죠. 기본권행사의 사회적 파급력이 크므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권이 인정되고, 따라서 입법자의 판단이 명백하게 불합리하지 않으면 위헌결정을 내리지 않겠다...이논리대로라면 이번에 도입된 대체복무는 위험심사 받더라도 무조건 합헌결정 나오겠네요
말로 안되는게 어디 있겠습니까? 다 똑똑한 사람, 가진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이죠. 전 좀더 공평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군대 가기 싫으면, 그냥 감옥 가세요.
그들이 가진자이고 똑똑한 사람은 아닐텐데요...저는 그들을 감옥에 보내기 싫습니다...정말 소록도 병원 같은곳이나 탄광같은 곳에 보내서 일 시키고 싶습니다..
똑똑하고 가진자들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들인데요.. 불꽃남자..님은 너무 그사람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깊이 박혀있으신듯 합니다. 그리고 소록도병원 제가 전경으로 소록도 경찰초소에서 1년정도 있었는데 그리 나쁜곳 아닙니다. 한센병 전염력을 가진분들은 이미 사라졌구요. 전에 앓으셨던 환자분들만 있습니다. 저도 환자분들 많이 접하고 인사도 하고 지내고 했습니다. 대학 봉사동아리나 여러 봉사단체에서 많이들 오십니다. 생각만큼 그렇게 무섭고 꺼림칙한 곳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기회되시면 가서 한번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그들은 반대로 못가진 자입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대체 복무를 추진하는 이유중 가장큰것은 아마도 유엔인권위에서 수차례 권고를 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 '신념이 투철한 사람'이 혜택을 받을리 없습니다. 님은 무슨 근거에서 국가의 시스템이나 제도를 맹신 하시는 지요? 단시 '쇼'로 몇명 매스컴을 장식 하겠지만, 국회의원이나 지도층의 또 다른 혜택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뽑는 것도 윗사람 들이니까요. 전 다만 현재 존재하는 시스템이나 제도들이 좀더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길 바라는 겁니다. 이번 대체 복무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색내기' 이고 '종교인을 이용' 하는 거 밖에 되지 않습니다.
무슨근거로 그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하시는건지 도무지 모르겠네요....저는 맹신한적은 없지만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을 처단할일이지 악용하는게 무서워서 이런제도 추진못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그렇게 따지면 면제자나 공익도 다 없애야 되는거 아닙니까??
너무 안좋게만 생각하시는거 같아요. 현재 존재하는 시스템 역시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고 새로 만든 시스템 역시 잘돌아가게 감시하면 되죠~ 무엇에 대한 생색내기이고 어째서 종교인을 이용하는건가요?
면제자나 공익근무요원과는 좀 다른거 같습니다. 면제자나 공익근무요원같은 경우에는 그것들을 나누는 기준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몸이 군대갈 상태가 안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국민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죠. 물론 범법행위를 저질러 신체등급을 속여 안가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만. 공익근무자나 면제자를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같은 일선에 놓일수가 없습니다.
맹신하시는분 아무도 없는데 왜그렇게 열내시는지.. 찬성분들 다들 대체복무제도는 찬성하지만 시행의 투명성을 걱정하시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신념이 투철한 사람이 혜택을 받을리 없다고 악용 될꺼라고 자꾸 단정지으시는데 어떤 근거가 있나요
아직 어떤식으로 악용될거라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지만 이미 수많은 병역기피를 위한 범법행위가 있었고 대체복무를 정하는 기준이 딱떨어지는 무언가가 아닌 개개인의 신념이나 사상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제도를 단단히 한다해도 무언가 생길 틈이 많단는 거죠.
범법행위 언급하셨는데 기존 대체 복무 제도와 동일 선상에 두고 추측하시는 건가요 또한 기준이 모호하니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지금 문제가 되는건 선발시 특혜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고 "병역 회피"의 수단이 되느냐 아니냐 아닌가요 병역 회피의 수단이 되지 않을 만큼 강하게 운영하고, 감독을 강화하면 해결이 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지 아니면 이게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시는지 저는 전잡니다만